연구원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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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독 청년통일마당 취재 기사 시리즈 1>

동독 과거사 청산 위원회 법률자문 토비아스 돌라스 인터뷰

피의 복수 걱정 여론 많아
단 한 건 살인 안 일어나
진실 알고 이해해야 화해

서원 졸업원생 엄희준, 임보미

 

과거사 인터뷰 사진) 토비아스 돌라스

 

“김일성 사진을 볼 때마다 현실을 모르는 북한 사람들이 참 불쌍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반도가 통일을 이루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동독과거사청산위원회 법률자문 토비아스 돌라스는 출근 때마다 마음가짐을 새롭게 한다. 위원회 건물 바로 옆에 있는 주독 북한대사관을 지나야 하기 때문이다. 통일 독일은 구 동독의 불법행위를 포함한 과거사를 어떻게 청산했고, 또 이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토비아스 자문을 만났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토비아스는 한국어로 된 책자를 한 아름 건넸다. “이 곳은 모든 정보를 독일어, 영어, 한국어로 제작한다. 독일 경험이 남북 통일을 이루는 데 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면서 사진 몇 장을 꺼냈다. 의정부시와의 협력 행사를 위해 한국에 왔을 때 찍은 사진이었다. 그는“항상 한국을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독과거사청산위원회는 어떻게 설립됐나.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의 국회조사에서 총체적인 자료조사가 이뤄졌다. 동독이 어떤 일을 했는지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하지만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결국 1998년 동독 과거사 청산위원회를 설립하게 됐다. 과거를 기억해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교육하는 것이 설립목적이다. 우리가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얻은 교훈을 잊지 않을 수 있도록 계속 존재할 것이다. ”

-어떤 일을 하는가

“사회를 하나로 만드는 일을 한다. 과거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은 모두 검사와 판사에게 있다. 모든 처벌은 법을 근거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위원회가 하는 일은 사회가 어떻게 과거를 기억할 것인지, 피해자를 어떻게 복귀시켜 사회와 통합할지를 연구하는 일이다. 영화나 다큐멘터리 제작, 논문 및 책을 쓰는데 자문하기도 하고 사람들이 과거를 올바로 기억할 수 있는 매체에 도움을 주는 일도 한다. 얼마 전엔 베를린 장벽의 일부를 떼어내 세계 각지에서 전시하며 독일 통일과 평화의 의미에 대해 알리는 프로그램에 자문을 맡기도 했다. 독일의 경험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눠 의미 있는 미래를 만드는데 공헌하고 있다.”

-통일 독일의 과거사 청산은 성공적인가

“그렇다. 동독 사람들이 계속 서독으로 넘어왔기 때문에 급속히 통일할 수밖에 없었다. 슈타지 자료 공개는 동독 주민들이 원해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당시 피의 복수나 대규모 살인을 걱정하는 여론도 많았지만, 단 한 건의 살인도 일어나지 않았다. 서로 이해를 해야 화해를 할 수 있다. 이해는 오로지 진실을 알 때만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과거사의 진실을 낱낱이 밝히는 데 초점을 둔 우리의 과거청산은 큰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정의를 원했지만 법치주의를 얻었다’는 운동가의 비판도 있다.

“법치주의 사회에서 재판은 감정이 아니라 증거로 한다. 재판 대상은 체제가 아닌 사람이다. ‘우리는 정의를 원했지만 법치주의를 얻었다’는 평가는 오히려 즐거운, 만족스러운 이야기가 아닌가? 판결이 아니라 이해로 완성되는 청산을 해야 한다.”

-독일 통일 과정에서 한국이 배울 수 있는 교훈이 있다면

“아무리 작더라도 대화와 교류를 계속해 한 민족이라는 마음을 갖게 해야 한다. 통일은 머리보다 가슴으로 하는 것이다. 서로 도와주려는 마음, 즉 동포애가 필요하다. 북한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 북한이 어떻게 나와도 평화통일을 포기할 순 없다. 남한 사람들 사이에서 더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로를 적이 아닌 동족, 친구, 가족이라고 생각해야 통일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남한 사람들이 원하지 않으면 절대로 통일은 이루어질 수 없어 더더욱 이야기해야 하며 더 큰 이슈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대화가 북한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가.

“그렇다. 계속해서 접점을 늘리면 대화로 사람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북한을 직접 방문해볼 생각이다. 백인을 보면 궁금증을 갖기 시작할 것이다. 직접 대화까지 나눌 순 없겠지만, 그들이 보던 세상을 넘어서서 또 다른 세상을 생각하게 할 것이다. 강조하지만, 북한은 변화시키고 정상화시켜야 할 대상이다. 한국은 경제기적을 일으켰다. 통일도 기적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