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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우 고문, 최 강 수석연구위원,
박지영 선임연구위원, 고명현 연구위원, 안성규 전문위원

북한이 새해 벽두인 1월 6일 전격 핵 실험을 했다. 북한은 이를 수소폭탄 실험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이는 사실인가. 그렇다면 어떤 후폭풍을 한반도에 몰아올까. 국제사회는 어떻게 움직이고, 남북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아산정책연구원은 천영우 고문, 최강 수석연구위원(연구부문 부원장), 박지영 선임연구위원, 고명현 연구위원과 긴급 대담을 했다.

 

사회 안성규 전문위원: 이번 실험의 기술적 측면을 검토해 달라.

박지영 선임연구위원: 북한이 이미 실험한 핵분열폭탄의 효율을 증폭시킨 증폭핵분열탄으로 추정된다. 수소폭탄은 핵융합반응에 의한 에너지를 폭발력으로 하는데 이는 핵분열폭탄의 수 천 배에 이른다. 풍계리와 같은 곳에서 이런 폭발 실험을 하기엔 무리다. 미국과 러시아도 수소폭탄 실험은 무인도 같은 외딴 곳에서 했다. 북한의 애초 계획도 수소를 이용한 증폭핵분열탄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사회: 폭발력으로 봐도 수소폭탄 실험이라는 주장은 무리인가.

박 선임연구위원: 3차 핵 실험의 폭발력을 지진강도 4.9 TNT 6~7,000ton으로 추정한다. 중국이 추정한 5.1의 강도라면 같은 조건의 실험일 때 지난번 핵 실험의 폭발력 보다 두 배 더 크다는 의미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4.8~4.9 정도로 추정한다. 그렇다면 지난번 폭발력과 유사하거나 낮다는 의미로, 증폭핵분열탄 실험도 성공한 것은 아니다. 수소탄의 진위 여부가 문제되는데 북한은 수소를 이용한 융합폭탄을 만든 것이 아니라 수소로 중성자를 발생시켜 핵분열을 증폭하는 증폭핵분열탄을 설계하고 실험했다. 다만 수소를 사용했다는 의미에서 ‘새로운 폭발방식’, ‘수소탄’이란 용어를 사용했다고 추정된다. 이는 핵분열탄에서 핵융합탄으로 가는 중간단계라고 볼 수 있으며 이번 실험이 성공적이라면 북한은 증폭핵분열탄의 수량확보와 더불어 수소폭탄(융합) 개발도 진행할 것이다. 증폭핵분열탄은 탄두 소형화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사회: 기술 개발 단계는 어떤가.

박 선임연구위원: 기술의 발전 과정은 대략 3년 정도의 마일스톤(milestone) 아래 움직인다. 북한도 80년대 기폭 실험으로 시작해 3~4년마다(2006, 2009, 2013, 2016) 핵 실험을 감행하며 매번 향상된 기술력을 보여준다. 완성 단계에 들어가면 기술개발주기가 짧아지므로 향후 2년 내에 완성된 기술을 다시 한번 시험할 가능성도 있다.
 

사회: 왜 북한이 새해 벽두부터 핵 실험을 했는지를 신년사와의 연관 속에서 설명할 수 있을까.

천영우 고문: 신년사에서 핵 실험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게 불길했다. 지금까지 북한은 핵 실험 같은 도발적 행동을 하기 전엔 관련 내용을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의도적인 ‘전략적 기만’이다. 자기들의 핵 실험을 예측하지 못하게 하는 게 북한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다. 그러므로 신년사에서 핵 무장을 언급하지 않아도 착각해선 안됐다. 전문가들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북한이 정초를 택한 데에 특별한 이유가 있지는 않다. 핵 무기 증강과 성능 고도화는 타협할 수 없는 북한 최고 목표이자 안보 정책이다. 시기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는 우선 기술적 준비 그 다음엔 얼마나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인가가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북한은 기술적 준비가 돼 있었고, 한국과 미국 등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보면서 핵 실험을 해도 큰 대가를 지불하지 않을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최강 수석연구위원: 중동 상황이 악화되고 중국 경제가 휘청대며 미국은 대선 국면에 들어가 있어 핵 실험을 해도 큰 제재는 힘들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규탄을 해도 새롭고 강력한 제재가 취해질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고 봤을 것이다.
이번 핵 실험은 진도가 약했는데 이는 적은 양으로 효과를 충분히 거둘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신년사에 군사 부분의 성과를 후순위로 배치하고 핵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던 점을 볼 때 역설적으로 핵 개발이 어느 정도 진전돼있다고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본다.

 

사회: 핵 실험을 넘어 수소폭탄까지 가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이 더 지는 건가.

천 고문: 그것은 북한의 주장이다. 재래식 폭탄도 많이 쓰면 그만큼 효과가 나온다. 북한의 주장은 달성하고자 하는 정치적 목표에 달려있는 것이지 실제로 무슨 실험을 했는가와는 관련성을 찾기 힘들다.

고명현 연구위원: 1차, 2차, 3차 핵 실험에는 1~3개월전에 미리 미사일 테스트를 하는 공통 패턴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핵 실험을 먼저 했다. 지난해 말 미사일 테스트 가능성이 여러 번 거론됐지만 안 한 것은 류윈산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의 평양 방문이나 남측과의 고위급 회담을 고려하는 등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랬다가 어떤 이유로 ‘3주년 주기 핵 실험’으로 돌아간 듯하다. 김정은의 미숙함과 다급함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새해 벽두에 핵 실험을 했다는 것은 일 년 내내 북핵 아젠다를 이끌어가면서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하는 성과를 얻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최 수석연구위원: 올해 7차 당 대회를 앞두고 김정은이 내세울 가장 큰 성과는 핵이다. 경제 부분은 좋지 않다는 뜻이다. 병진 노선을 추진하며 양쪽에 무게를 두었지만 그럼에도 경제가 예상보다 잘 해결이 안돼 이를 핵으로 보완하려는 심리도 있었다고 본다. 병진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김정은 시대의 확실한 성과를 보여주고 리더십을 공고히 하자는 의도가 대내적으로 있지 않았을까.

 

사회: 이후 상황은 어떻게 전개되겠나.

최 수석연구위원: 일차적으로 유엔안보리가 소집돼 안보리 결의 2094호에 추가하는 제재 논의가 있어야 하고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에게 강력한 제재를 요구할 것이다. 안보리는 북한을 규탄하고 지금까지 채택된 결의안의 성실한 이행이 필요하다고 주장할텐데, 중국으로서는 이를 거부하기가 어렵다. 다만 중국이 제재에 얼마나 오래, 또 확실하게 동참할 지가 문제다. 지난 제재에는 세 달 정도 참여하고 이후 흐지부지 했다. 미국은 지난 번보다 더 밀어 붙이겠지만 중국은 잠깐 시늉을 하다가 그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한국에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제도화할 것을 요구할 것이다. 지금이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를 해결할 적기라고 판단해 미국이 사드 도입을 거론할 가능성이 있다.

천 고문: 안보리가 북한의 전략적 계산을 바꿀만한 수준의 제재를 결정해야 한다. 북한은 이번에도 중국이 반드시 막아줄 것이란 확신 아래 행동했다. 중국은 강한 어조로 북한을 비판하더라도 안보리에서는 북한 정권의 안정에 영향을 미칠만한 제재를 막는 데에 집중할 것이다. 북한은 그걸 잘 알고 있다. 류윈산이 어떤 메시지를 주었는지는 모르지만, 비핵화 해야 한다는 말 이상의 행동으로 벌을 줄 생각은 없다고 알고 있다.

 

사회: 류윈산이 북한을 방문하기까지 했는데 이렇게 바로 핵 실험을 하면 중국의 입장은 더 난처하지 않나.

천 고문: 그래도 중국의 태도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북한을 혼을 내되 안 아프게 하자는 입장으로 돌아간다. 안보리에서 아무리 제재를 확대해도 북한에 임팩트를 줄만한 수준으로는 나올 수 없다. 미국에서 이란과 같은 방식의 2차 제재(Secondary boycott/Sanctions)를 포함한 특별법이 입법되지 않는 한 안보리에서 아무리 제재해도 북한이 아프지 않다.

최 수석연구위원: 미국에서는 2차 제재가 포함된 일방적 제재를 입법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천 고문: 현재 이 법안은 미 의회에서 계류돼 있지만 힘을 못 받고 있다. 로버트 메넨데즈 상원의원이나 에드 로이스 하원의원의 대북 제재 특별법이 미 의회에서 채택되어 안보리의 허약한 제재를 보완해주어야만 한다. 미국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종료시키는 것도 아니고 규모를 줄이기 위해 취한 제재 정도만 북한에 가할 수 있다면 북한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고 연구위원: 미국이 볼 때 북한에 가장 아픈 제재는 중국의 에너지 제약이다. 과거 중국이 북한에 원유 수출을 제한했었는데 이와 비슷한 제재를 유도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결국 한반도 균형 안정책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제재가 오래가지는 않는다. 따라서 미국이 무얼 하는가가 굉장히 중요하고 세컨더리 보이콧이 포함된다면 대북 제재는 탄력을 받을 것이다.

 

사회: 그렇다면 우리가 중국과 미국에 요구할 것은 무엇인가.

최 수석연구위원: 중국에 요구하려면 우리가 먼저 행동해야 한다. 북한 미사일의 고도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굉장히 엄중한 상황에 직면했다.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거기엔 사드가 포함되며, 한미일 안보협력도 필요한 부분에서 바로 실시하도록 해야 한다. 중국으로 하여금 한국이 어떻게 할지 모르겠으니 북한을 자제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 행동을 통하지 않고 중국에게 열심히 해달라고 말하면 잘 해볼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반응밖에 못 얻는다.
북핵 개발 속도는 빨라지는데 KAMD(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는 2023년에 구축된다는 게 문제다. 그 동안 우리는 무방비상태가 된다.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우리는 안보적 차원에서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이를 계기로 중국에게 북한에 대한 압력을 행사하라고 해야 한다.

고 연구위원: 북한이 원하는 게 그것이다. 북한의 돌출 행동으로 한국이 미국과 긴밀해질수록 중국은 포위됐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고, 그러면 북한은 살아날 수 있다. 가장 큰 피해는 중국이 받고 있다.

최 수석연구위원: 그렇기 때문에 역으로 북한이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지 못하게 하려면 우리가 중국에게 확실하게 북한을 휘어잡아달라는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가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사회: 그렇다면 북한을 압박하는 사드의 배치 같은 문제에 우리는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하나.

천 고문: 사드는 우리가 결정해서 공지하면 된다. 지금 상황에서 북핵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방어망을 배치하지 않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소홀히 하는 행위다. 정부는 그래선 안 된다. 이는 중국과 상의할 문제가 아니다. 중국에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북한 체제 종식으로 목표를 바꿀 수밖에 없으니 이에 대해 중국이 협조하지 않더라도 뜻이 맞는 다른 국가들과 함께 행동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해야 한다. 핵 무장한 북한과의 지속가능한 평화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므로 북한은 핵을 포기하거나 종식되는 것 둘 중에 하나일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을 3차 핵 실험 때 했어야 했는데 기회를 놓쳤다. 3차와 4차 핵 실험 사이에는 그렇게 하려고 해도 동력이 떨어져서 못했다. 지금처럼 충분한 정신적 동력이 살아났을 때에 3차 당시 놓쳤던 것을 해야 한다.

최 수석연구위원: 3차 핵 실험 때 그런 정책을 취했다면 4차 핵 실험은 일어나지 않았다. 북한과 무엇을 해보겠다는 생각에 빠져있어 이런 결과가 나왔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명확한데도 불구하고 포기할 것 같다는 환상 속에 살면서 계속 희망을 가졌다.

천 고문: 장차 핵 실험에 대한 우리 대답은 신뢰 프로세스다. 핵 무장을 열심히 하고 있는 북한을 어떻게 해서든 신뢰할 수 있는 북한으로 만들겠다는 것인데 이는 비현실적인 정책이다.

 

사회: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각별하다고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이 손을 쓰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는 건가. 너무 큰 정책적 실패다.

천 고문: 우리가 시진핑이 한 말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서 그렇다.

최 수석연구위원: 한반도 얘기에 대해 시진핑은 고개를 끄덕이며 가만히 듣고 있는 입장이었을 텐데 우리가 자의적으로 해석한 면이 있다. 중국은 늘 최선을 다 하고 있다고 말한다.

천 고문: 중국이 정말 지금까지 하던 립서비스 이상의 것을 아무것도 안 한다면 우리 대중 외교의 파탄이다.

최 수석연구위원: 우리가 한미해상연합훈련을 할 때는 중국이 오히려 알아서 움직였다. 우리가 이를 계기로 한미방위체제를 강화하고 일본도 끼어들면서 중국이 북한을 저대로 놔두면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움직이게 해야 한다.

천 고문: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과대평가했다. 중국이 특사를 보내서 말리면 북한이 핵 개발도 참을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그런 환상으로 도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건 잘못된 판단이고 북한은 중국이 뭐라고 하든 막힐 게 없다. 북한체제종식을 해서라도 막겠다는 의지가 아니라면 북한은 무조건 한다. 그런 현실을 우리가 모르고 아무 의지도 능력도 없는 중국이 북한에 대해서 어떤 대단한 영향력을 행사할 거라는 미신만 붙들고 있었던 것이 잘못이다.

유엔안보리에서 제대로 강단 있는 대북 제재 조치를 취하고, 중국과 러시아가 협조 안 해서 안 되는 부분은 같은 이해관계를 가진 나라들이 별도의 추가 national sanction을 할 수밖에 없다. 3차 핵 실험 이후에 우리가 하려고 했다가 정권이 바뀌면서 하지 않게 된 제재가 있다. 유엔안보리 초안에 올라갔다가 중국의 요구로 빠진 해운 제재다. 북한 화물을 싣는 모든 배에 대한 입항 거부다. 그러면 북한은 국제 무역을 육로를 통해 보따리로밖에 할 수 없게 된다. 금융면에서도 미국이 민수용 여부나, 제재 대상 여부를 떠나 북한과 하는 몇 만불 이상의 모든 금융거래에 2차 제재를 해야 한다. 2차 제재의 가장 강한 내용이다. 중국이 이런 제재에 반대하더라도 동참하지 않을 수 없다. 이란의 경우도 송금을 할 수가 없으니 결국 중단된 것이다. 그런 제재를 해야 한다.

 

사회: 그렇다면 한국은 미국에게 무엇을 요구해야 하나.

고 연구위원: 우리가 미국에게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우리에게 요구를 할 거다. 대표적으로 개성공단 문제다. 지금 박 대통령도 핵 실험에 상응하는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개성공단을 유지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우리가 개성공단을 아예 중단하거나 규모를 줄이지 않으면서 다른 나라들에게 금융 제재 하라고 할 수는 없는 거다. 폐쇄까지 고려해야 하는 시기라고 본다. 북한에 돈 들어가면 안 된다고 하면서 북한에 돈을 주는 것이 개성공단이다. 이번 기회에 개성공단이 인질이 되는 상황을 벗어나는 게 낫다.
 

사회: 군사적인 부분에선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나.

천 고문: 북이 핵을 가지고 있어도 사용 못하게 만들 군사적 대비책이 필요하다. 2023년 KAMD를 구축할 때까지는 임시로 미국 자산을 들여와서라도 북한이 핵을 사용하기 전에 핵 관련 모든 수단을 먼저 제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놓칠 경우 사드, PAC-3 등을 다 합해서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을 1%라도 높이는 대책을 2중 3중으로 강구해야 한다.
 

사회: 그걸 우리가 미국에 요구해야 할까.

최 수석연구위원: 그래야 한다. 4차 핵 실험으로 우리 안보 상황이 심각해졌으니 우리가 제대로 된 미사일 방어망을 만들 때까지 미국의 사드를 배치하자고 요구해야 한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생존이 위험한 상황에 놓였기 때문에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한 다음, 전술핵을 한반도에까지 배치할 수는 없다면 괌이나 다른 곳에 전진배치를 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북한에 가장 민감한 요소가 미국의 전략자산 재배치다. 스텔스기, 핵 잠수함이 들어왔을 때 북한은 굉장히 긴장했다. 김정은은 한 달간 자취를 감췄다.

천 고문: 북한이 핵을 사용하기 전에 우리가 재래식 첨단 무기로 예방해야 한다. 전략핵, 전술핵은 북이 핵 무기를 먼저 사용하기 전에 우리가 사용할 수 없다. 그런데 북한에게 핵 공격받은 후에는 우리가 전략핵을 사용해도 소용이 없다. 북한이 핵을 사용하기 전에 북한 자산을 파괴할 수 있는 수단을 국내나 가까운 곳에 배치해 놓아야 한다.

 

사회: 군사 예산을 많이 늘려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나.

최 수석연구위원: 연평도 포격사건이 터졌을 때도 예산 들여서 K9 추가배치를 했다. 정부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이번 기회에 군사 예산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 미국의 전력을 괌 정도에 배치한다는 논리가 미중 갈등으로 이어질 소지가 많지 않나. 그럼에도 미국이 그렇게 움직여 줄 수 있겠나.

최 수석연구위원: 미국은 한국 때문에 못 하고 있지만 배치하고 싶어한다. 우리로서는 중국이 부담스러워하는 행동을 한국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중국의 눈치를 보면서 대충 마무리 지으면 안 된다. 우리도 북한처럼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사회: 일본은 어떤가.

최 수석연구위원: 한미일이 더 공고한 정보망을 공동 운영하는 체계가 필요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 아베 총리는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표했으나 지난 1년 간 진전이 되지 않았다. 이제 북한이 핵 실험을 했으므로 이 이슈를 털고 아젠다 세팅을 다시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

천 고문: 미국을 움직일 때에 우리가 혼자 말하는 것과 일본과 함께 말하는 것의 영향력이 다르다. 미국을 설득할 때 일본과 말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중국이 북핵을 저렇게 방치하고 핵 실험을 해도 북한 체제를 살리는 데에 정신이 팔려있는 상황에서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 우리 안보 아젠다를 해결하는 데에 중국이 전혀 도움이 안되고 있는데 우리가 왜 중국 눈치를 보아야 하나.

최 수석연구위원: 한일이 미국을 같이 설득하는 게 효과적이다. 미일 간에도 확장억제 대화가 있고 한미 간에도 확장억제 대화가 있는데 미국의 반응에 대해 일본은 불만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한일이 함께 해야 미국을 움직이는 데에 도움이 된다. 한일 간에는 위안부 문제로 복잡한 갈등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서로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새로운 국면이다.

 

사회: 남북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최 수석연구위원: 남북 관계에서 신뢰프로세스는 끝났다. 신뢰프로세스 자체가 허구다. 좋은 시도였지만 남북 신뢰는 쌓일 수 없다. 남북 관계는 근본적으로 군사 문제다. 대북 정책은 실질적인 군사 문제 해결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이산가족 문제, DMZ 세계생태평화공원과 같은 이슈들은 중요하지만 남북 관계에서 최우선 순위는 아니다. 군사 문제 해결을 통해 근본적으로 북한의 전략적 계산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천 고문: 정부의 대북 정책의 기본 목표와 기조를 바꿔야 한다. 북한이 핵을 내놓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정부는 비핵화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핵을 갖고 있는 북한 정권의 존속을 끝내는 것, 북한 레짐의 종식으로 목표를 바꾸어야 한다.

최 수석연구위원: 정책 변화는 북한이 지금까지 한 행동에 대한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도록 한다는 의미다. 그것이 안되면 정권 교체를 정책 방향으로 삼아야 한다.

고 연구위원: 그건 정치적으로 고려하기 힘든 옵션이다. 북한은 우리의 강력한 대북 정책은 우리 내부에서 큰 반발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북한은 이런 정치적 혼란 상황을 이용하는 평화 공세를 펼칠 것이다.

최 수석연구위원: 현 시점에서 북한에 대한 소프트한 접근은 설득력이 없다. 북한이 핵 실험을 한 현 상황에서 확실하고 강력한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

 

사회: 그렇다면 앞으로 북한은 남북 관계를 어떤 방향으로 끌어갈 것으로 전망해야할까.

천 고문: 북한에게 남한은 핵∙경제 병진 정책을 추진하는데 필요한 자금줄의 의미 외엔 없다. 5.24 조치를 해제하고 금강산 관광 재개해서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는 것이 중요한 목표다. 그리고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막아주는 역할, 즉 한미연합훈련을 중단시키는 역할을 한국에게 기대하고 있다.

고 연구위원: 북한은 핵이 대미용이지 대남용이 아니라고 또 말할 것이다. 북한은 남한에 대한 새로운 구상이 없다.

 

사회: 4차 핵 실험 이후 결과적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고 연구위원: 큰 변화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면 핵 실험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으로 돌아간다. 다만 김정은 정권이 계속 핵 실험을 하면 자충수가 될 것이다. 김정일은 핵 실험으로 동북아시아를 분열시켰다. 한쪽은 한국과 중국을, 한쪽엔 미국과 일본을 갈라 놓았다. 김정은은 핵 실험을 계속하면서 스스로를 국제사회에서 소외시키고 있다. 중국은 이전과 다른 수준으로 북한에 제재를 가할 것이다. 중국 제재의 효과는 미미할 지라도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 볼 때 북한에게 이런 구조는 좋지 않다.

천 고문: 우리는 안보리에서 솜방망이 같은 체제를 추가할 때까지는 단호하게 나가다가 개별 제재 수준에 들어가면 기세를 누그러뜨릴 가능성이 높다. 북한 화물에 대한 제재 등이 흐지부지해지고, 4-5개월 뒤 북한 당 대회가 끝나고 나면 북한과 대화 기조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최 수석연구위원: 동의한다. 우리는 일정한 틀에서 반복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개성공단 문제가 터졌을 때 처음엔 강경하게 나가지만 한두 달 지나면 북한과 뭔가를 다시 하고 싶어 하는 쪽으로 돌아간다. 이러한 틀을 깨지 않으면 북한에 확실한 교훈을 줄 수 없다. 남북관계의 문제를 군사안보적으로 접근해 우리가 북한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틀을 확실히 깨야 한다.

천 고문: 김정은이 계속 핵을 만드는 것은 미숙한 게 아니라 스마트 한 것이다. 우리의 계산법으론 잘못 같지만 북한의 고립 여부는 김정은에게 중요하지 않다. 고립이 된다 해도 자기들만의 억지력을 확보하는 것이 북한에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정은의 생존전략에 있어 고립과 제재는 마땅히 치르는 대가라고 판단할 것이다. 우리가 보는 북한의 계산법과 김정은의 생존전략 사이엔 명백한 차이가 있다.

고 연구위원: 김정은은 젊은 리더로서 북한 주민에게 북한 인민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핵 실험이 계속 되면 약속의 이행이 어려워지게 될 것이다. 과연 병진 정책이 성공할 수 있을까?

최 수석연구위원: 김정은에게는 전혀 문제가 될 부분이 아니다. 지난 3년 동안 김정은은 인민을 사랑하는 지도자처럼 보여 왔다. 경제 개혁을 하여 인민들을 잘 살게 하려고 노력 했으나 제국주의자들이 중간에서 차단해버렸다고 이야기 하면 그만이다.

고 연구위원: 결과론적으로 북한의 경제적 상황은 나빠진다.

천 고문: 북한이 핵 실험을 한다고 경제가 악화될 이유는 없다. 북한 경제엔 제재할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제재를 해도 북한은 막아낸다. 만약 김정은이 핵 실험으로 인해 경제 목표를 달성하고 민생을 개선하는데 결정적인 지장이 초래될 것이라고 판단했다면 추진하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김정은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고 연구위원: 북한이 올해 들어 경제적 능력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북한 제재에 들어가게 된다면 핵으로 대응하는 것보다는 경제 쪽으로 파고드는 것이 낫다.

최 수석연구위원: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제 제재가 UN 치하에서 이뤄질 수 없다면 북한을 강력하게 제재할 의지가 있는 나라들끼리 모여서 해야 한다.

천 고문: 경제 제재와는 별개로 사드는 우리 스스로를 보호할 권리에 속하는 문제이다. 북한이 실제로 핵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만반의 방어적·군사적 대비 태세를 확실히 해야 한다. 핵을 가진 정권의 종식을 목표로 해야 한다. 핵을 가진 국가와의 평화 공존은 환상이다.

 

사회: 3차 핵 실험 때부터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환상을 버려야 했다. 남북 관계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지 더 이상 중국에 기대서는 안 된다. 신뢰 프로세스가 붕괴된 이상 추가적인 독자적 제재가 답이며, 개성공단 해제, 국방 예산 증액, 사드 배치를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대담정리: 권은율∙이성원 연구원, 정노주 행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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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우
천영우

아산정책연구원

천영우 전(前)청와대외교안보수석은 2014년 1월부터 아산정책연구원 고문으로 있으며, 2013년 6월 사단법인 한반도미래포럼을 설립하여 이사장 직을 맡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임기 후반 2년 반 동안 청와대외교안보수석을 역임하였으며(2010.10-2013.2) 그 이전 약33년간 직업외교관으로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외교부 본부에서는 제2차관(2009-2010),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6자회담 수석대표(2006-2008), 외교정책실장(2005-2006)등 요직을 두루 거쳤으며, 재외공관 보직으로는 주(駐)영국 대사(2008-2009), 주(駐)유엔한국대표부 대사(차석)(2003-2005) 등을 역임하였다. 부산대학교에서 불어를 전공하고(1977), 미국 Columbia University에서 국제학 석사(MIA)를 취득하였다(1994).

최강
최강

원장

최강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원장이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국립외교원에서 기획부장과 외교안보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동 연구원에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교수로 재직하며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미주연구부장을 지냈다. 또한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아태안보협력이사회 한국위원회 회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했다. 한국국방연구원에서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국제군축연구실장, 2002년부터 2005년까지는 국방현안팀장 및 한국국방연구 저널 편집장 등 여러 직책을 역임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기획부 부장으로서 국가 안보정책 실무를 다루었으며, 4자회담 당시 한국 대표 사절단으로도 참여한 바 있다. 1959년생으로 경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고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구분야는 군비통제, 위기관리, 북한군사, 다자안보협력, 핵확산방지, 한미동맹 그리고 남북관계 등이다.

박지영
박지영

외교안보센터

박지영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과학기술정책센터 선임연구위원이다. 서울대학교에서 핵공학 학사와 석사, 미국 University of Michigan에서 핵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서울대학교 정책학 석사학위도 취득하였다, 2000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재직하였으며 R&D 타당성조사 센터장을 역임하였다. 주요연구분야는 핵정책, 근거중심 과학기술정책, 과학기술과 안보정책 등이다.

고명현
고명현

외교안보센터

고명현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선임연구위원이다. 고 박사는 외교안보 이슈에 대한 계량적 접근을 바탕으로 북한체제의 지속 가능성 및 장기 전략, 제재 및 수출통제, 사이버, 한반도 안보 환경 등을 연구한다. 최근 연구 저서로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제재 변화를 분석한 "Not Under Pressure: How Pressure Leaked of North Korea Sanctions" (2020)와 러시아의 대북 석유 수출선을 파헤친 “The Rise of Phantom Traders: Russian Oil Exports to North Korea” (2018) 등이 있다. 고 박사는 미 컬럼비아 대학교 (Columbia University)에서 경제학 학사 (1999) 및 통계학 석사 (2001) 학위를 취득했으며, 미 랜드연구소 (RAND Corp.) 산하 대학원인 Pardee RAND Graduate School에서 정책분석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2010) 미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앤젤레스 (UCLA) 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2015년 뭔헨안보회의(MSC)의 '젊은 리더' (Young Leader)로 선출되었던 고명현 박사는 現 미국 신미국안보센터 (CNAS)와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 (RUSI)의 객원연구위원이자 한국 국방부 자문위원이다.

안성규
안성규

편집전문위원

안성규 전 전문위원은 아산정책연구원 편집실의 주간을 지냈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박사과정에 있다. 중앙일보에서 30년 가까이 정치부ㆍ국제부 등에서 취재를 했으며 통일ㆍ외교팀 팀장, 중앙일보 일요판 신문인 중앙SUNDAY의 외교ㆍ안보에디터 등을 역임했다. 모스크바 특파원을 지냈고 이후 독립국가연합(CIS)의 순회 특파원도 했다. 기자 초기에 북한의 국가 형성 과정을 집중 취재한 기획 시리즈에 동참했다. 그 시리즈는 학계의 북한 연구에도 크게 기여했으며 그 취재 내용을 담아 『비록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1992, 중앙일보)을 공저로 출판했다. 최근 사망한 故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아들 김정남을 인터뷰한 유일한 한국 기자다. 아산정책연구원에서는 중국의 미사일 전력, 중국의 미사일방어체계, 사드 문제 등을 연구했다. 주요 연구물로 ‘중국 탄도 미사일이 한반도에 던지는 함의(공저)’, ‘한반도 사드 배치와 중국’, ‘중국 미사일 방어망의 역사와 한반도에 대한 함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