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5일~12일 8일에 걸쳐 열린 북한의 노동당 제8차 대회는 개최 이전부터 이미 많은 관심이 집중되었다. 북한의 향후 대내외 정책에 대한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자리인 동시에 국제제재, 코로나19, 수해피해 복구 등 3중고에 놓인 북한이 체제난국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의 비전이 제시될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2020년 6월 이후 지속된 남북한 관계의 경색,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이라는 현실을 북한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를 탐색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사회주의 위업을 승리의 다음 단계로 이행해 나가려는 우리 당의 확실한 자신감의 표출”이라는 『노동신문』의 규정은 2016년 5월의 7차 당 대회 이후 북한이 거둔 다양한 성과를 암시하는 것이었다.1 그러나 사업총화 보고에서 언급된 성과들은 실제적이기보다는 추상적인 것이 대부분이었으며, 북한이 역점적으로 추진한 『국가경제개발5개년전략』은 사실상 실패임을 다시 한 번 확인되었다. 또한, 북한이 대내적으로 처한 어려움들에도 불구하고, 이를 돌파하기 위한 비전이나 대책이 뚜렷하고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핵전력 및 재래 군사력의 증강은 내세울 수 있는 몇 안 되는 성과였으며, 평양은 향후에도 핵무기를 중심으로 한 ‘병진정책’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하였다. 대남/대외 정책에 있어서는 강ㆍ온의 두 가능성을 모두 염두에 둔 메시지가 포함되었지만, 전반적인 무게중심은 북한이 먼저 입장을 전환하여 타협할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에 두어졌다. 북한이 내세운 것은 대내외적 도전에 대한 ‘정면돌파’였지만, 군사력을 제외한 여타 부분에서 확실하고 신뢰할 만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 한 흔적이 도처에서 나타났다.
당대회 개최 배경
2020년의 대내외적 여건은 북한의 입장에서는 결코 호의적인 것이 아니었다. 대내적인 측면에서 북한의 경제는 부진한 성적표를 면치 못하였으며, 이는 국제대북제재의 지속, ‘코로나-19’, 그리고 대규모 자연재해(홍수피해)로 인한 복구 수요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대북제재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그동안 다양한 평가와 시각이 존재하여 왔으나, 김정은 위원장 자신이 2020년 10월 10일의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연설에서 3중고(국제제재, 신종감염병, 홍수피해)를 이미 언급함으로써 대북 제재로 인해 적지 않은 타격을 받고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2 고강도 대북제재가 이어진 2016년 이후 북한의 대외 교역(특히 대중국 교역)은 급락했으며, 2020년중 이 문제는 코로나19 방역 문제로 더욱 심각해진 것으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북한은 이미 2020년 8월 19일 채택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정서를 통해 『국가경제개발5개년전략』의 사실상 실패와 8차 당대회 개최를 선언한 바 있다.3 이는 북한 경제를 지탱할 만한 재원이 고갈되어 감을 의미한다.
더욱이 악화된 경제상황은 ‘영도자’(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통치력에 대한 의문과 사회적 좌절ㆍ불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이는 북한 대내정치에 있어 적지 않은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4 김정은 국무위원장(이하 김정은 위원장) 역시 이러한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2020년 10월의 열병식에서 그는 3중고를 극복한 가장 큰 공을 북한 주민들에게 돌렸으며, 2020년 연말에는 『위대한 인민사랑의 2020년』이라는 제목의 소책자를 발간하여 주민들의 생활 향상에 대한 자신의 깊은 관심을 과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주민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구호와 정치적 제스추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현재 민생경제의 상황이 기대에 미치지 못 한다면 미래에는 개선될 것이라는 희망을 안겨줄 수 있어야 하는데, 『국가경제개발5개년전략』의 미흡한 성과로 인해 이에 대한 신뢰 역시 상실된 상황이다.
대외적인 여건 역시 불만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2019년 교착상태에 들어선 미ㆍ북 협상은 2020년에 들어서도 타개 전망이 밝지 않았고, 더욱이 미국에서의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서는 더욱 암울해질 수도 있었다. 외교적 성과 과시를 위해 보여주기식 이벤트를 활용했던 트럼프 대통령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대북정책을 추구하는 미 행정부가 들어설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미ㆍ북 협상의 교착기에 북한 경제를 우회적으로나마 지원할 수 있는 중국과 러시아 역시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역할이 제한적이었고, 무엇보다 북한 스스로가 감염병 차단을 위해 이들과의 일시적 절연(絶緣)을 선택해야 했다. 이런 대외적 여건은 북한의 입장에서는 미국 및 주변국, 그리고 한국에 대한 수세적 대응을 강요할 수도 있다. 8차 노동당 대회는 이러한 측면에서 대내적 측면에서는 새로운 돌파구에 대한 희망을, 대외적 차원에서는 북한의 건재를 과시하는 기회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이었다. 북한이 노동당 규약상의 무리수를 두면서 2021년 1월중 8차 당대회 개최를 선언한 것은 이러한 나름의 사정을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5
8차 당대회 결과의 함축성
1. 어려운 경제상황과 마땅치 않은 해법
예상한 바와 같이, 8차 당대회 개회사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은 “5개년전략수행기간이 지난해까지 끝났지만 내세웠던 목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되였습니다”고 토로함으로써 미흡한 경제적 성과를 자인하였다.6 이미 장마당 등을 통해 북한 주민들이 경제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되고 외부 정보 등에 대한 노출이 과거보다 커진 상황에서 무조건 이를 성공으로 포장할 경우 예상되는 반발을 고려한 결과인 것으로 판단된다. 김정은 위원장이 사업총화보고(이하 총화보고)에서 “인민생활에서 페부(폐부)로 느낄수 있는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위한 해결방책들을 언급”한 것은 개선되지 않은 경제상황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을 북한 권력엘리트들 역시 감지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7 물론, 북한은 경제건설 한계의 원인을 ‘혹독한 대내외 정세’와 ‘예상치 않았던 도전들’에서 찾았지만,8 일정 부분의 성과를 거두었다는 점도 동시에 강조하였다. 북한은 총화보고를 통해 『국가경제발전5개년전략』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시행착오로부터 얻은 교훈을 “앞으로 자체의 힘으로 경제발전을 지속시켜나갈수 있는 소중한 밑천”이라고 규정하였으며, “자립적 민족경제, 사회주의경제의 기틀을 견지하고 그 명맥을 고수한 것” 역시 성과라고 지적하였다.9
가시적인 성과가 이루어지 않은 것에 대한 위안을 경험의 축적과 원칙의 유지에서 찾은 것으로, 그렇다면 이를 돌파할 수 있는 미래의 비전과 대책이 구체화 되었어야 했다. 여타의 노동당 대회와는 달리 김정은 위원장의 총화보고후 토론을 거쳐 당대회 결정문을 확정하지 않고, 별도의 부문별 협의회를 개최한 것 역시 확실한 대안의 설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한 결과인 것으로 판단된다.10 그러나 이러한 일종의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을 통해서도 뚜렷한 상황 타개의 대안을 마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이는 김정은 위원장의 폐회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이 폐회사를 통해 ‘이민위천’(以民爲天), ‘일심단결’, ‘자력갱생’의 세 가지 구호가 제시되었지만, 이어서 드러난 향후의 경제발전 방향은 ‘새로운 『국가경제개발5개년계획』을 추진한다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것이 없었다.11 금속공업과 화학공업을 강조하고 관광산업의 발전을 지향하며 농업생산성의 향상을 외쳤지만, 그 내용은 2016년의 7차 당대회 당시와 대동소이한 성격이었다. 즉, 철저히 주민을 생각하고, 내부결속을 바탕으로, 자립경제의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원칙론을 표방하면서도, ’어떻게‘ 실현해 나갈지에 대한 방법론상의 빈곤을 드러낸 것이다.
2. 사상무장의 중요성을 통한 문제 해결 지향과 ‘反부패’ 강조
북한은 『국가경제발전5개년전략』의 실패를 불러온 객관적 요인으로서 대북제재를 꼽았다. 이밖에 주기적으로 발생한 자연재해와 2020년의 ‘세계적인 보건위기’(코로나 감염병)도 경제사업에 ‘심각한 장애’가 되었다고 평가하였다.12 특기할 만 한 것은, 북한이 경제적 실패의 원인을 이러한 대외적 환경요인 못지않게 내부적인 문제에서 찾으려 했다는 점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당대회 개회사에서 “결함의 원인을 객관이 아니라 주관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 방향 역시 이와 일치한다.13 총화보고에 이은 토론에서 북한권력엘리트들은 5개년 전략의 성과 미달 이상으로 “당사업에서 친현실적이고 친인민적인 방법을 적극 구현하지 못한 문제를 비롯하여 자기 부문의 결함들이 랭정하게 비판”되었다. 즉, 주요 당료 및 관료들이 ‘패배주의’, ‘보신주의’에 빠져 제대로 당의 결정사항을 관철하지 못했음을 지적하였다.14 이는 향후 사상무장이 더욱 강화될 것임을 암시한 것이다. 물질적인 어려움의 원인을 사상적 해이에서 찾는 행태는 이미 북한 정권의 전통적인 통치기법중의 하나지만, 8차 당대회에서 보고ㆍ토론된 내용들은 향후 북한이 경제분야를 비롯한 대내외적 도전을 극복해나가는 데 있어 시장경제적 요소의 확대된 도입보다는 내부적 통제와 내핍(耐乏)에 대한 강조에 의존할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총화보고에서 새로운 경제개발 5개년 계획 기간 동안 ”인민들의 식의주문제해결에서 기어이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고 역설하였는데, 이는 역으로 여전히 이 문제가 북한에서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으며, 향후에도 일정기간 주민들의 고통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는 폐회사를 통해 ”전당적, 전국가적, 전인민적으로 강력한 교양과 규률(규율)“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당중앙검사위원회의 기능 강화가 결정된 것도 이러한 포석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경제적 자원이며, 자금의 마련이 없이는 어떠한 비전이나 해결책도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국제제재와 코로나19 사태 등을 통해 정권의 외화획득 통로가 심각한 타격을 입은 현실에서 외부로부터의 자금 유입은 결코 손쉬운 일이 아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경제의 안전밸브 역할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국제적 비난이나 미ㆍ중 전략경쟁의 격화를 감수하면서까지 ‘생존’ 이상의 지원을 하기도 쉽지가 않다. 북한 역시 이를 고려하고 있을 것이다. 아마 북한이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자금을 염출해내려면 가장 먼저 주목할 것들이 북한 시장의 ‘돈주’들일 것이다. 북한판 신흥자본가 계급인 이들은 그들 스스로 자생력을 지니고 있다기보다는 북한 권력엘리트들의 지원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만일 이들이 소유한 외화자본을 흡수할 수 있다면 이는 단기적으로는 북한 경제의 숨통을 트는 재원이 될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총화보고를 통해 “현 시기 가장 경계하고 첫째가는 투쟁대상으로 삼아야 할 과녁은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행위”라고 강조하였다. 8차 당대회 폐회사에서도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적 현상들과 세도, 관료주의, 부정부패, 세외부담행위들을 억제하고 관리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세도 및 부정부패’의 척결은 7차 당대회에서도 제시된 중점 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反사회주의 요소에 대한 강조는 8차 당대회에서 상대적으로 강도가 높았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즉, 향후 북한이 권력엘리트내 일부를 부정부패 혐의로 숙청하는 한편, 이들의 지원을 받는 시장 ’돈주‘들의 외화 자금을 흡수한다는 구상이 실현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3. 군사력 건설과 ‘병진정책’ 확대를 통한 활로 모색
북한이 8차 당대회를 통해 가장 큰 성과로 내세운 것은 경제적 발전보다는 군사력 건설 분야였다. 김정은 위원장이 총화보고를 통해 7차 당대회 이후 5년의 기간 동안 ‘화성’ 계열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그리고 ‘북극성’ 계열의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의 개발 성공을 알리면서 ‘국가핵무력건설대업’과 ‘자위적 국방력 강화’를 가장 큰 성과로 내세울 정도였다. 또한, 초대형방사포, 북한판 ATACMS, 신형 순항미사일 등을 모두 ‘첨단 핵전술무기’라고 언급함으로써 한반도를 사정권으로 한 단거리 핵전력에 있어서도 핵탄두가 장착 가능한 수준임을 과시하였다.15 2020년 10월 10일 열병식에서 공개된 신형 ICBM 추정 발사체에 대해서도 “우리의 핵무력이 도달한 최고의 현대성과 타격능력을 남김없이 과시”했다고 평가함으로써 단순한 개발단계를 넘어 완성단계에 이르렀다는 인상을 주려 하였다. 또한, 북한은 신형 주력전차를 비롯한 재래무기 역시 첨단화를 지향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그들의 군사력 건설이 핵전력에만 집중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했다. 이와 같이 제8차 당대회를 통해 북한은 ‘병진정책’의 재개를 공언하였는데, 주목되는 것은 이 ‘병진’의 대상이 단순한 ‘핵’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김정은 위원장은 총화보고를 통해 “이미 시작된 핵무력 건설을 중단 없이 강행 추진할 것”을 다짐하는 한편, 향후 다탄두기술(MIRV) 완성,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Hypersonic Glide Vehicle, HGV) 개발, 중형잠수함 현대화, 핵추진잠수함 설계ㆍ개발, 무인타격장비 개발, 군사정찰위성 획득 등을 추진할 것임을 공언한 바 있다.
이러한 발언은 ‘병진정책’이 부활한 정도가 아니라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선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물론, 이러한 공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제한된 경제여건 하에서 핵무기 등의 대량살상무기를 넘어 재래전력의 첨단화ㆍ현대화를 이루고, 이에 더하여 군사선진국들도 현재 개발단계에 있는 극초음속 무기 분야까지 획득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이러한 청사진을 발표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의도를 내재한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 경제적 실적 면에서 내세울 것이 마땅치 않은 입장에서 군사력 측면에서의 업적을 강조함으로써 주민들에게 미래를 향한 희망을 주려는 목적이 있다고 판단된다. 현 상황에서는 군사력 건설만이 북한이 처한 난국을 해결할 길이라는 메시지를 주는 한편, 이로 인해 향후에도 다소 실망스러운 경제적 현실을 견뎌 나가야 한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계산도 포함되었을 것이다. 『노동신문』이 김정은 위원장이 군사 분야의 총화보고를 소개하면서 “우리 국가를 겨냥한 적들의 첨단무기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자기의 힘을 부단히 키우지 않고 무사태평하게 있는 것보다 더 어리석고 위험천만한 짓은 없다”고 역설한 것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둘째, 군사분야 건설에 대한 북한의 성과 평과와 비전은 한국 및 미국에 대한 시위의 측면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즉, 미ㆍ북 협상이 부진한 상태로 지속되면 오히려 시간을 버는 것은 북한이며, 북한의 핵 및 재래군사력은 지속적으로 증강될 것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는 것이 목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연관되어 북한이 이미 일반적 ‘핵보유국’이 아니라, 핵보유국 중에서도 상위권 반열에 드는 위치에 있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의도로도 해석될 수 있다. 북한이 “가까운 시간 내” 개발ㆍ도입하겠다고 선언한 극초음속 무기는 현재 기존의 핵보유국 중에서도 미국, 중국, 러시아가 주로 개발하고 있는 미래형 무기이며, 그 속도로 인해 기존의 탐지ㆍ요격 장비로는 억제ㆍ방어가 불가능한 첨단전력이다.16 즉, 북한으로서는 이미 북한은 핵보유국 중에서도 이들 3개국과 버금가는 지위에 놓이게 되었다는 인상을 대외적으로 심어주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 셋째, ‘제2경제’ 즉 군수경제를 현재의 경제적 난국을 탈피하기 위한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국제제재가 지속되는 상황 하에서 민생경제 위주의 경제건설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경제발전과 핵개발의 병진”을 “경제력과 군사력의 병진”으로 확대함으로써 군수경제의 활성화를 통해 경제의 돌파구를 열겠다는 복안으로도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이는 자신의 할아버지가 1960년대에 추구했던 경제력과 국방력의 병진 정책과 유사한 것이며, 그나마 주민들이 체감이 가능한 방향의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 군사력이라는 판단에 기인하는 것이다. 이미 김정은 위원장 시대의 경제발전 정책들은 중ㆍ장기적 효과들보다는 단기적인 면에서 성과가 두드러질 수 있고 통계적으로 눈에 띄는 지표들을 활용할 수 있는 부분들에 중점을 두었다. 근래에 들어 건설ㆍ토목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된 것 역시 이러한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이번에는 그 성과의 중심을 군사 분야로 돌린 것이다.
4. 강성 대남/대외정책 속의 일부 변화 여지 마련
대남/대외 정책 분야에서 북한은 현재의 남북 및 미ㆍ북 관계는 그들의 책임이 아니며, 상황 타개를 위해서는 한국과 미국의 입장이 바뀌어야 한다는 상황인식을 보였다. 북한은 총화보고에서 “조성된 형세와 변천된 시대적 문제에 맞게 대남문제를 고찰하고 대외관계를 확대발전시키기 위한 총적 방향”을 정립하겠으며, “대외관계를 전면적으로 확대발전시키기 위한 정책적 립장(입장)을 천명”하겠다고 밝혔지만, 이것이 일부에서 분석하는 대로 북한의 대남 유화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현재의 남북관계가 “비정상적이고 반통일적 행태”에서 비롯되었다고 규정하였으며, 우리가 추진해 온 금강산 개별관광, 인도적 협력, 방역 협력 등이 ‘비본질적 문제’라고 폄하하였다. 이어 그는 “북남관계가 회복되고 활성화되는가 못되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남조선당국의 태도여하에 달려있으며 대가는 지불한 것만큼, 노력한 것만큼 받게 되어있다”고 주장하였다. 한 마디로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의 근본적인 정책변화, 즉 북한의 군사력 건설에 대한 경계 해제와 국제 대북제재 공조로부터의 이탈 등 큰 틀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요구한 것이다. 이는 “2년 동안 하지 못한 일을 당장에 해낼 능력과 배짱이 있는 것들이라면 북남관계가 여적 이 모양이겠는가”라는 김여정의 2020년 6월 13일자 담화와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미ㆍ북관계에 대해서도 북한의 경직적 인식은 그대로 드러났다. 김정은 위원장은 총화보고를 통해 “불법무도하게 날뛰는 적대세력들과 강권을 휘두르는 대국들에 대하여서는 강대강으로 맞서는 전략을 일관하게 견지”해야 한다고 선언하는 한편, “미국에서 누가 집권하든 미국이라는 실체와 대조선정책의 본심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고 평가한 바 있다. 미국이 ‘혁명발전의 기본장애물’이며 ‘최대 주적’이라는 인식 역시 여과 없이 표출하였다. 그는 이어 미ㆍ북 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이 ‘대북 적대시 정책의 철회’라는 기존의 입장을 반복하였고, 이는 북한이 미ㆍ북 협상에서 제시한 조건 즉 제재의 전면 철회와 한ㆍ미 군사연습/훈련 중단, 그리고 조기 관계개선이 없이는 먼저 조치를 취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물론, 북한의 대남/대미 메시지가 강성으로 일관된 것은 아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관계가 얼마든지 ‘새 출발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언급하는 한편, 미국에 대해서도 ‘책임 있는 핵보유국’으로서 ‘핵 무기를 람용(남용)하지 않을 것’을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대남/대북 인식을 상쇄할 만한 것은 되지 못 한다. 즉, 북한은 상황에 따라 정책을 변화할 여지를 남겨놓으면서도 그 전제로 한국과 미국의 정책변화를 일관되게 강조한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대외관계를 확대발전’시키겠다고 한 발언은 미국보다는 중국이나 러시아 등 기존의 우호국들의 겨냥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대외사업부문에서 사회주의나라들과의 관계를 가일층 확대발전시키고 자주성을 지향하는 혁명적 당들과 진보적 당들과의 단결과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한 김정은 위원장의 총화보고가 이를 반증한다.
5. 권력엘리트 재편의 함축성
1월 5일~9일에 이르는 당 사업의 총화보고와 토론에 이어 1월 10일부터는 ‘당 중앙지도기관 선거’가 이루어졌는데, 여기서 주목할 만 한 것은 김여정의 명목적 위상 하락과 기존 대미/대미 협상라인의 몰락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노동당 총비서로 추대되었는데, 이는 북한 내에서 그의 절대적 위상을 감안할 때, 자연스러운 조치로 볼 수 있다. 2016년의 7차 당대회에서의 당 기구 개편으로 비서국이 ‘정무국’으로 명칭이 개편되고 총비서가 ‘당위원장’으로 명명되었으나, 이번 8차 대회를 기점으로 다시 기존의 체제로 환원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존의 대남/대미 협상라인에 있던 인물들은 거의 예외 없이 지위의 하락이 이루어졌다. 리수용(전 외무상, 전 당 국제부장)과 리용호(전 외무상)은 이미 2019년을 기점으로 권력상층부로부터 밀려난 것으로 확인되었지만,17 유일하게 정치국 위원으로 남아있던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역시 이번 당대회를 기점으로 후보위원으로 밀려났다. 2018년~2019년 대미 협상을 맡았던 김영철은 비서직을 맡지 못한 채 통일전선 부장직에 머물렀으며, 외상 리선권도 당 정치국 후보위원에 오르는 정도였다. 이는 2018년 이후의 대남/대미정책이 의도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판단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18 전반적으로 당 중앙위원회 차원에서는 충성심과 실무능력을 반영한 인사가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제8기 당중앙위원회를 당과 혁명에 충실하고 실무능력이 높은 동지들로 꾸리고 당 안에 새로운 규률(규율)감독체계를 수립”하였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언급에서도 확인된다.
더 특기할 한 사실은 김여정의 외형적 입지 하락이다. 2020년 각종 대남/대외 성명을 도맡으면서 ‘위임통치’ 전망의 중심에 섰던 그녀는 8차 당대회에서 당 중앙위원직은 유지하였지만, 정치국에서는 후보위원직에서도 제외되었다. 2017년 10월 7일의 노동당 제7기 1차 전원회의에서 정치국 후보위원에 올라선 이후 3년여만의 일이다. 더욱이 1월 12일에는 김여정이 기존의 ‘제1부부장’ 대신 ‘부부장’ 직함을 쓰는 것으로 확인되었다.19 그녀의 지위 하락을 ‘몰락’으로 볼 것인가 혹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일각에서는 김여정이 주어진 2인자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 했거나 지나치게 자기 권한을 확대해석한 데 따른 문책이라는 평가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녀가 김정은 위원장의 혈육이며 같은 ‘백두혈통’이라는 점에서 문책형 인사라는 분석은 타당성이 약하다. 이것이 문책성 인사로 북한 주민들에게 비추어질 경우 자칫 ‘백두혈통’의 무오류성에 대한 의심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여정은 중앙 지도기관 선거가 있은 하루 뒤인 1월 12일 12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된 담화를 통해 8차 당대회 관련 열병식을 정밀 추적하겠다는 우리 합동참모본부의 입장을 ‘해괴한 짓’, ‘특등 머저리’ 등의 표현을 써가며 비난한 바 있다.20 이는 문책당한 인물의 태도로 보기에는 정치적 생명을 걸지 않는 한 한계가 있다.
다만, 이번 인사를 통해 북한내 권력구조와 관련하여 세 가지는 추정이 가능하다. 첫째, 그동안 ‘위임통치’나 ‘2인자’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결국 북한 내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제외한 그 누구도 확실한 권력자가 되기는 힘들다는 점이다. 이번 인사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은 같은 혈육인 김여정에 대해서도 같은 반열이 아닌, 전혀 다른 급의 위상을 지니고 있음이 다시 확인되었다.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되던 김여정 후계자설이 현재로서는 근거가 빈약함을 시사하는 것이다. 둘째, 고정된 ‘2인자’를 두지 않는, 그래서 때로는 여동생의 직위까지도 하락시킬 수 있는 그의 정책은 단기적으로 2인자 그룹 내의 충성경쟁을 유발하는 한편, 누구도 오류를 범했을 경우 그 자리를 유지하기 힘들다는 경고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8차 당대회의 인사는 김정은 위원장의 고민을 동시에 반영하기도 한다. 대남/대미 정책을 막론하고 좌충우돌형 언행을 계속하는 여동생을 확실히 통제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으며, 새로운 인물들의 약진이라고 해도 이는 기존의 권력엘리트들 내에서의 서열 변동이었다. 기존에 비해 정치국 성원의 절반이 교체되었다고는 하지만, 무명 인사의 일약 승진 역시 눈에 띄지 않는다. 대외/대남 정책의 불만족을 시사하였지만, 이들 직위에 대한 교체가 이루어진 것도 아니다. 북한판 회전문 인사의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는 김정은 위원장의 통치부담의 가중, 중요 상황에서의 결정 장애, ‘집단사고’ 등과 맞물려 중장기적으로는 권력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향후 북한의 예상 행보와 대응방향
8차 노동당 대회를 통해 북한은 어려운 대내외적 여건에서 흔들릴 수 있는 권력엘리트들의 응집력과 주민들의 체제 충성심을 회복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대남/대미 관계에 있어 기 싸움에서 눌리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발송하려 한 의도도 엿보인다. 북한이 당면한 제반 난국들이 충분히 해결될 수 있으며 김정은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가 그런 역량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 한 것이 이번 8차 당대회의 가장 큰 목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당 대회의 총화보고나 김정은 위원장의 결론, 폐회사 등을 통해 북한이 일관되게 제시한 것은 ‘새로운 승리’ 개념이었다. 과거에 직면한 것과는 전혀 다른 도전에서의 승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제시된 비전과 각종 정책방향은 ‘무엇’은 제시되었지만, ‘어떻게’의 각론 부분이 빈약한 문제점을 드러내었으며, 이는 전략과 정책의 집행 수단이 빈약한 북한의 고민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 시대의 당대회 비교>
경제건설을 위해 사상무장을 강화한다고 해도 과연 물질적 자원이 빈약한 상태에서 사상적 결속만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지가 의문이며, 강성의 대남/대미 정책은 상당기간을 외부 자원의 유입이 없이도 ‘자력갱생’이 가능한 경제구조가 완성되어야 효과가 있는데 이에도 한계가 있다. 북한이 확대된 ‘병진노선’을 추구할 경우 대북제재는 오히려 지속되거나 강화될 것이며, 앞서 지적하였듯이 여전히 지속되는 코로나19 여파와 미ㆍ중 전략경쟁 속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충분한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을지도 확실치가 않다. 경제발전과 군사력 강화의 병진정책 역시 1960년대 김일성에 의해 표방되었으나, 결국은 산업구조를 왜곡시켜 북한의 만성적인 경제난의 원인을 제공하였다. 더욱이, 핵전력과 재래전력을 동시에 첨단화겠다는 구상이 과연 북한의 제한된 경제력으로 얼마만큼의 실현성을 지니는지도 논란이 될 수 있다.
권력구조를 둘러싼 다양한 실험이 지속되고 있는 것 역시 북한의 잠재적 위험요소이다. 제7차 당대회 이후 당위원장 제도의 신설, 국무위원회의 제도의 도입 등은 모두 김정은 위원장으로의 권력집중에 무게가 실린 것이었다. 8차 당대회를 기점으로 기존의 비서국 체제가 다시 가동된 것은 이러한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김정은 위원장이 맡았던 ‘조선노동당 위원장’이라는 직위는 당 중앙위원회나 당 자체보다도 상위로 해석될 수 있는 직위이다. 이번에 그가 추대된 ‘조선노동당 총비서’란 직위 도 이와 유사한 위상으로 해석될 수 있으나, 노동당규약 상 비서국은 어디까지나 당의 정치적 결정을 집행하는 기관이라는 한계가 있다. 이번의 제도 변화가 과연 김정은 위원장의 권력집중을 위한 또 다른 포석인지 아니면 각종 도전 하에서 통치 부담을 느낀 그의 권력분산으로의 방향 전환인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며, 이러한 실험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북한 정치의 잠재적 불안정성을 암시하는 것일 수 있다.
다양한 고민들을 떨쳐버리기 위해서라도 북한은 당분간 과장된 자신감을 표출하는 한편, 내부결속을 다지기 위한 행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이미 8차 노동당 대회 직후부터 대규모 공연과 열병식을 진행하였으며, 이를 통해 주민들에게 그동안 이룬 성과를 과시하였다. 앞으로도 김정은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지도부는 자신들이 제시한 비전이 결코 허언(虛言)이 아니라는 이미지를 대내외적으로 각인하려 할 것이다. 가장 우선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것이 내부적인 기강확립과 각급 사업조직에 대한 검열의 강화, 그리고 사상무장의 강조 등이다. 이와 관련하여, 김정은 위원장이 당대회 말미에 “경제실무에 빠져 행정대행을 하는 것과 같은 현상들을 타파하고 혁명과 건설에서 나서는 모든 문제를 철두철미 당적방법, 일군들과 당원들과 근로자들의 정신력을 발동시키는 정치적 방법으로 풀어나가는 것을 어길수 없는 철칙으로 삼아야 합니다”라고 언급한 결론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외적인 측면에서도 중국, 러시아 등 기존 우방국들과의 관계를 ‘확대발전’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며, 이는 김정은 위원장 혹은 북한 최고위 권력엘리트의 중국 혹은 러시아 방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대미정책에 관한 한 시간이 북한의 편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도 먼저 대화를 요청하거나 제의하는 자세를 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오히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자신들의 정체성에 반하는 발언이나 정책이 나올 경우 이를 강경하게 받아치는 발언들이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대남정책과 관련해서는 우리의 각종 대화제의에 대해서는 침묵하거나 이를 무시하는 태도를 취하는 대신 한반도를 사정거리로 한 각종 단거리발사체나 신형 무기체계의 실험에 나설 것이다. 2020년 보류되었던 ‘4대 군사행동’(금강산/개성 지구 병력 재배치, DMZ GP 인력 재투입)의 실행 역시 우리의 반응 타진을 위해 실행할 수 있다. 남북 경협에 있어서도 금강산 지역의 우리 시설물 일방 철거 등의 조치를 통해 한국으로부터의 경제적 지원이나 남북합작사업에 크게 미련을 두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일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우리의 대북정책 역시 적절한 ‘숨 고르기’를 할 필요가 있다. 현 단계에서는 북한의 발언이나 입장에 매번 섣부른 논평이나 메시지를 발송하는 것이 오히려 평양의 희망적 사고를 증폭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방향의 대남 메시지가 오가는 데에도 대화 가능성만을 부각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북한의 부당한 대남비난이나 군사적 긴장 고조 행위에 대해서는 적절한 비판이나 지적이 뒤따라야 한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한ㆍ미간 대북정책에 대한 이견이 발생할 소지가 없는지를 함께 점검해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작년 말 우리의 『대북전단금지법』의 통과를 놓고 미 의회 및 정책서클을 중심으로 이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제시된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21 특히, 북한이 확대된 병진정책의 추진을 외치면서 사실상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 합의를 훼손하는 발언을 한 것과 관련, 향후 한ㆍ미간 공동대응 방향을 조기 정립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군사적 대응능력 발전에 대해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북한은 8차 당대회를 통해 한반도를 사정거리로 한 무기체계들에 대해 언제라도 핵 탑재가 가능한 태세를 구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적지 않은 과장과 선전적 발언들이 내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북한의 군사력 건설 방향은 대남 타격에 있어 신속성ㆍ정밀성을 제고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되는 만큼, 『국방개혁 2.0』 등의 계획에서 맹점이나 사각지대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는지를 점검하고 보완 방향을 마련하는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향후 예상되는 북한의 대남 도발에 대해서도 경계심을 강화해야 한다. 8차 당대회의 총화보고나 토의 내용 등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된 것은 남북한 관계에 관한 한 북한이 주도권을 지니고 있고 이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인식이다. 따라서 남북한 관계 발전의 큰 목표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도발적 행위에 대해서는 분명하고 단호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대응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1. “우리 식 사회주의의 전면적발전행로에서 일대 분수령으로 될 투쟁과 전진의 대회 력사적인 조선로동당 제8차대회 개막,” 『노동신문』 (2021년 1월 6일).
- 2. 더욱 암울한 사실은 이러한 경제적 부진이 2021년 중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서는 “혼돈시대를 이용하는 북한: 완성되는 핵무력과 후퇴하는 시장화,』 아산정책연구원 (편), 『혼돈의 시대: 강대국 일방주의와 신냉전의 심화, 국제기구의 형해화, 그리고 국제규범과 질서의 붕괴』(서울: 아산정책연구원, 2020. 12), pp. 60-65를 참조할 것.
- 3.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 개최… 내년 1월 8차 당대회 소집하기로,” 『조선일보』(2020년 8월 20일).
- 4. 차두현,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권력기반은 탄탄한가?” 아산정책연구원 『이슈브리프』, 2020-37 (Dec 31, 2020).
- 5. 원래 『조선노동당규약』(2010년 개정 기준)상으로는 당대회 개최 6개월 전에 이 일정이 공표되게 되어있다. 2016년 5월에 7차 당대회의 경우 이미 2015년 11월에 일정이 알려졌다. 이 규약대로라면 2020년 8월 19일 8차 당대회 개최가 결정되었으므로 그 시기는 원래 2월 중순경이 되었어야 한다. 이를 감안해서인지, 이번에 다시 개정된 규약 상으로는 “수개월전”으로 공표 시기가 변경되었다.
- 6. 김정은, “조선로동당 제8차대회에서 한 개회사,” 『노동신문』 (2021년 1월 6일).
- 7.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사업총화보고를 계속하시였다 – 조선로동당 제8차대회 2일회의 진행,” 『노동신문』 (2021년 1월 7일).
- 8. “우리 식 사회주의건설을 새 승리에로 인도하는 위대한 투쟁강령 – 조선로동당 제8차대회에서 하신 경애하는 김정은동지의 보고에 대하여,” 『노동신문』 (2021년 1월 9일).
- 9. 위의 자료.
- 10. “조선로동당 제8차대회 부문별협의회 진행,” 『노동신문』 (2021년 1월 12일) 참조.
- 11. 김정은, “조선로동당 제8차대회에서 한 결론,” 『노동신문』 (2021년 1월 13일).
- 12. 이는 북한의 『노동신문』이 보도한 김정은 위원장의 사업총화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사업총화의 세부적 내용에 대해서는
“우리 식 사회주의건설을 새 승리에로 인도하는 위대한 투쟁강령” 제하 『노동신문』 기사 참조. - 13. 김정은 위원장 역시 총화보고를 통해 “객관적 조건에 빙자하면 아무 일도 할 수 없고 주체의 작용과 역할이 필요 없게 되며 불리한 외적요인이 없어지지 않는 한 혁명투쟁과 건설사업을 내밀 수 없다는 결론에 떨어지게 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 14. “조선로동당 제8차대회 4일회의 진행,” 『노동신문』 (2021년 1월 9일).
- 15. 초대형 방사포와 북한판 ATACMS 등은 2020년 10월 10일의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선보인 것들이다. 이외 ‘신형 순항미사일’은 2017년 북한이 발사한 순항미사일 추정 발사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순항미사일 관련해서는 “총선 전날 순항미사일 쏜 북한…[타깃은 美 핵항모인 듯] 『중
앙일보』(2017년 4월 14일) 참조. - 16. 극초음속 무기에 대해서는 “ Hypersonic Weapons: Background and Issues for Congress,” 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CRS) Report (December 1, 2020) 참조.
- 17. 이들 역시 7차 노동당대회(리수용) 및 노동당 제7기 1차 전원회의(리수용, 리용호)에서는 정치국 정위원이었다.
- 18. 이에 대해서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로 추대…김여정은 정치국 후보위원서 빠져,” 『조선일보』(2021.1.11.); “정치국선 탈락 중앙위선 건재···北넘버2 맞나, 알쏭달쏭 김여정,” 『중앙일보』(2021.1.11.) 참조.
- 19. 이에 대해서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로 추대…김여정은 정치국 후보위원서 빠져,” 『조선일보』(2021.1.11.); “정치국선 탈락 중앙위선 건재···北넘버2 맞나, 알쏭달쏭 김여정,” 『중앙일보』(2021.1.11.) 참조.
- 20. 위의 자료.
- 21. Robert R. King, “South Korea Bans Balloons Carrying Leaflets to the North. Foreign Policy Problems Will Follow,” CSIS Commentary (Online, December 22, 2020); “South Korea Passes Law to Ban Anti-North Korea Leaflets Amid Activists’ Outcry,” VOA (December 14, 2020); Doug Bandow, “Why South Korea’s Anti‐Leaflet Bill Is a Mistake,” National Interest (Online, December 7,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