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701 views

7월 1일부터 ‘해외 예방접종 완료자 입국관리체계 개편방안’(이하 개편방안)이 시행됐다. 이에 따라 해외 예방접종완료자들의 국내 입국 시 격리절차가 완화되면서 해외로부터의 한국 방문이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번 개편방안은 예방접종 완료로 인정되는 백신의 기준을 세계보건기구(WHO)의 긴급사용 승인 백신으로 설정함으로써 다음과 같은 쟁점을 야기했다.

첫째, 비록 한국 정부가 WHO에서 긴급사용을 승인한 백신을 해외 입국자의 격리면제의 기준으로 제시했지만, 그 안에 시노팜과 시노벡 등 안전성과 유효성이 불분명한 중국산 백신이 포함되면서 한국은 중국산 백신 접종자에 대한 격리면제 조치를 세계 최초로 승인하게 됐다. 둘째, 한국 내에 많은 중국인과 중국국적동포가 거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개편방안이 직계가족을 방문하는 내외국민 입국자를 격리면제 대상으로 인정하면서 중국산 백신 접종자의 입국 증가 및 이로 인한 국내 방역 상황 악화 가능성을 초래했다. 셋째, 백신의 안전성에 대해서 국내 식약처의 기준을 강조했던 기존의 모습과는 다르게 충분한 근거 없이 WHO의 기준을 개편방안의 근거로 제시함으로써 방역 정책에 대한 불신을 야기할 소지를 제공했다. 넷째, 이번 개편방안이 중국의 ‘백신외교’(vaccine diplomacy)에 상당히 유리하게 활용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으로부터 합당한 상응조치를 받지 못 했기 때문에 한중 간 상호주의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인식을 확대하고 국내의 대중 인식을 악화시킴으로써 한중 간의 방역협력을 어렵게 했다. 다섯째, 미중 간의 백신 경쟁으로 백신 블록화 현상이 일어나는 상황 속에서 이번 중국산 백신 접종자에 대한 격리면제 조치는 국제사회에 한국 방역외교의 활동 공간을 제한하고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 여행안전권역) 논의에서 한국의 선택권을 축소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중국산 백신에 대한 국내 검증 진행, △방역에서 정치적 접근 자제 및 원칙에 기반한 정책 추진, △해외 입국자 증가로 발생할 다양한 감염 시나리오에 대한 대응책 수립, △코로나 사태의 추이를 주시하며 중국 및 기타 국가들과의 신중한 방역협력 추진 등을 시행함으로써 개편방안으로 야기될 위험성을 관리하고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중국산 백신 접종완료자 격리면제가 야기한 쟁점

 
7월 1일부터 ‘해외 예방접종 완료자 입국관리체계 개편방안’이 시행됐다. 이번 개편방안에 따르면, 해외 예방접종완료자는 △중요사업상 목적, △학술∙공익적 목적, △인도적 목적(직계가족 방문 등), △공무 국외출장을 이유로 격리면제를 신청할 수 있다.1 이미 국내에서 백신접종이 진행되면서 한국 정부는 지난 5월 5일부터 국내에서 코로나19 예방접종을 완료한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해외 출국 후 국내로 재입국 시 격리를 면제해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 접종완료자에 대한 격리면제 요구 또한 꾸준하게 제기되었다.2 그런 점에서 해외 백신 접종완료자에 대한 형평성 문제를 명목으로 한국 정부는 백신 접종 여부가 확인되는 해외 백신 접종완료자에게도 국내 예방접종완료자와 거의 동등한 수준의 입국 시 격리절차를 적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해외 예방접종완료자에 대한 입국 시 격리절차가 완화되면서 해외로부터의 한국 방문이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에도 대부분의 국가들이 해외에서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격리 조치 등 보수적인 방역정책을 실시하고 있지만, 백신 접종이 전세계적으로 진행되면서 백신 접종률이 높은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팬데믹으로 걸어 잠갔던 빗장을 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2021년 6월 20일 현재 52.95%의 백신접종률을 기록한 미국은3 백신접종 완료자의 입국에 대해서 자가격리를 면제해주고 있다.4 이런 추세를 고려할 때, 한국 정부도 이번 개편방안을 계기로 글로벌 보건협력의 모범을 보이고 중견국으로서의 위상을 높이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근거를 확보하지 못한 채 격리면제 기준에 적용되는 백신의 범위를 WHO의 긴급사용 승인 백신으로 설정함으로써 이번 개편방안은 다음과 같은 쟁점을 야기했다.

 
1. 세계 최초로 중국산 백신을 격리면제 적용 백신으로 인정
 
이번 개편방안에서 가장 논란이 된 것은 WHO에서 긴급사용을 승인한 백신을 접종하면 어떤 백신을 접종했든지 간에 예방접종 완료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현재 WHO에서 긴급사용을 승인한 백신은 모두 7종으로 화이자, 얀센,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AZ), 코비쉴드(AZ-인도혈청연구소), 시노팜, 시노벡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시노팜과 시노벡이 중국산 백신이라는 것이다. 비록 방문 목적에 따라 격리면제 신청의 자격을 제한하지만, 중국산 백신을 접종한 내외국인이 한국 입국 후 14일간의 격리기간 없이 바로 활동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물론 중국산 백신은 WHO의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을 뿐 아니라, 중국의 백신외교의 영향으로 전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Our World in Data에 의하면, 시노팜은 35개 국가, 시노벡은 33개 국가에서 사용되고 있다. 비록 이것이 아스트라제네카(178개국), 화이자(106개국), 모더나(55개국)에 비해서 낮은 수치이지만,5 <표-1>과 같이 주로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표-1> 중국산 백신 사용 국가 현황>6
표1

 

하지만, WHO의 긴급사용 승인과 광범위한 접종에도 불구하고 중국산 백신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우려와 불신은 여전하다. 시노팜과 시노벡의 예방률이 각각 79%, 51%로 화이자(95%)와 모더나(94.1%)에 비해서 낮지만, 그중 시노팜은 61%의 예방률을 보이는 얀센 백신에 비해서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것은 예방률만의 문제가 아니다.7

중국산 백신에 대한 불신은 중국산 백신에 대한 임상실험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지 않는다는 점에 기인한다.8 비록 중동지역에서 UAE가 중국산 백신의 긴급사용을 최초로 승인하고 백신 접종을 추진함으로써 국내 방역에서 성과를 내고 있지만, 중국산 백신을 접종한 지역의 코로나 상황이 오히려 악화되면서 중국산 백신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로 시노벡 백신을 주로 사용하는 칠레에서는 51%라는 높은 백신 접종률에도 불구하고 하루 5천명 가량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고,9 인도네시아에서도 시노벡 백신을 접종한 350여명의 의료인이 코로나19에 감염되기도 했다.10 여기에는 각 국가의 국내 코로나 상황 및 방역 정책 등 다른 요인도 영향을 주었겠지만, 결국 이러한 사건들로 인해서 중국산 백신을 맞아도 코로나19의 감염을 예방할 수 없다는 인식이 더욱 확산되고, 중국산 백신에 대한 불신 또한 깊어지고 있다.

 
2. 중국산 백신 접종자의 입국 확대로 국내 방역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져
 
상술한 중국산 백신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서 이번 개편방안이 국내 방역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물론 이번 개편방안이 시행된다고 해서 한국의 방역 상황이 단기간에 악화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첫째, 개편방안이 시행되더라도 중국산 백신 접종자의 입국이 급작스럽게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격리면제 대상을 △중요사업상 목적, △학술∙공익적 목적, △직계가족 방문, 장례식 참석 등의 인도적 목적, △공무 국외출장으로 상당히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관광객은 개인이든 단체든 적용대상이 아닌 것이다. 또한, 여전히 모든 해외입국자에 대해서 강력한 격리조치를 시행하고 있는 중국의 상황을 고려할 때, 한국의 이번 조치를 계기로 한중 간의 인적 교류가 단기간에 활성화되지도 않을 것이다. 둘째, 한국 보건당국은 격리면제자에 대한 관리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한국 보건당국은 격리면제자에 대해서도 총 3회(입국 전 3일 내 1회, 입국 후 2회)의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하고 자가진단앱으로 매일 코로나19 임상증상을 확인할 것을 밝혔는데, 이것은 백신 접종완료자는 물론 비접종자의 입국에 대한 미국의 방역조치와 비교할 때 상당히 강력한 것이다.11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편방안으로 국내 코로나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는 한중 간 인적교류의 특징에 기인한다. 지리적 인접성과 활발한 경제교류를 기반으로 한중 수교 이후 한중 간의 인적 교류는 비약적으로 확대됐다. 국내 체류 외국인의 경우, 2021년 5월말 현재 중국 국적 외국인이 861,526명(한국계 중국인 포함)으로 전체의 43.4%를 차지하고 있다. 베트남(10.5%), 태국(8.8%), 미국 (7.5%) 등 다른 국적 외국인보다 확연하게 많은 중국인이 한국에 체류하고 있다. 외국국적동포의 경우에도 중국국적동포가 641,944명으로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국적동포의 81.3%를 차지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많은 미국국적동포는 43,556명으로 5.5%에 불과하다. 또한, 2021년 1~5월 중국으로부터 입국한 외국인은 75,065명으로 미국으로부터 입국한 외국인(81,525명)보다 적지만, 미국 입국자의 경우 승무원을 제외하면 관광 목적으로 방문한 사람이 가장 많은 것에 비해서 중국 입국자들은 단기방문을 목적으로 방문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12 주목할 점은 단기방문이 회의, 행사 참석 외에도 가족 방문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개편방안은 국내에 거주하는 직계가족을 방문하는 내외국민 입국자에 대해서도 추가적으로 격리면제 대상으로 인정하고 있다. 일정 시기가 지난 후 관련 통계를 내봐야 정확한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국내 체류외국인 현황과 중국 입국자들의 방문목적을 고려할 때, 이번 개편방안을 계기로 한국 내에 있는 직계가족을 방문하려는 중국 입국자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현재 중국 내에서 중국산 백신만 접종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중국 입국자들은 거의 대부분 중국산 백신 접종자라는 점이다. 주지하다시피 가족 방문을 목적으로 입국한 사람들은 각각의 사정에 따라 입국 후 전국 각 지역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현재 추진되고 있는 트래블 버블과는 달리 이들의 방역 상황을 모니터링하거나 동선을 관리하는 것이 쉽지 않다.13 △중국산 백신의 유효성, △백신 접종자에 대해 완화된 방역지침, △변이바이러스의 확산 등을 고려할 때, 중국 입국자의 증가와 이들의 전국적인 이동은 국내 코로나 방역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다시 말해서 한국인이든 중국인이든지 간에 중국산 백신 접종자가 국내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되고 이어서 각 지역사회에서의 감염 확산을 야기할 개연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3. 일관되지 않은 방역 정책으로 정부의 방역 정책에 대한 불신을 야기
 
한국 정부는 이번 개편방안이 WHO가 긴급사용을 승인한 모든 백신에 적용되기 때문에 중국산 백신에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14 결국 백신 인정범위의 기준 완화에 대해서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함으로써 정부의 방역 정책에 대한 불신을 야기할 여지를 제공했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에서는 현재 중국산 백신을 접종하고 있지 않다. 왜냐하면 중국산 백신에 대한 국내 불신은 차치하더라도 중국산 백신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안전성 검사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서 현재 한국 내에서 접종되고 있는 백신들은 모두 식약처의 안전성과 효과성 심사 기준을 통과한 것들이다. 식약처는 자체적인 허가 심사 절차를 통해서 아스트라제네카(2월 10일), 화이자(3월 5일), 얀센(4월 7일), 모더나(5월 21일)의 접종을 허가했고, 이러한 객관적이고 엄격한 검증절차가 한국 방역 정책에 대한 신뢰를 쌓았다.

특히 한국 정부는 백신 접종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 이제까지 WHO의 기준보다는 식약처의 엄격한 허가 심사 절차를 강조해왔다. 일례로 올해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고령자 접종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국내에서 확산되었을 때, 한국 정부는 식약처의 검사 결과를 근거로 국내 우려를 불식시키고 2월 10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을 허가했다. 주목할 점은 이 때는 아스트라제네카에 대한 WHO의 긴급사용 승인이 나오지 않은 시점이라는 것이다.15

미국 등 서구국가들도 WHO의 기준보다 자국의 기준에 따라 코로나19 백신을 인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화이자, 모더나, 얀센 백신만을 격리면제 백신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 백신들은 모두 미국산 백신으로 미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백신이다. 특히 5월 8일 중국의 시노팜이 WHO의 긴급사용 승인을 받으면서, 미국의 ‘코로나19 시기의 국제여행’(International Travel During COVID-19) 지침 내용이 수정됐다. 본래 4월 27일에 발표된 지침은 FDA가 승인한 화이자나 모더나, 얀센 백신 외에도 WHO가 긴급사용을 승인한 백신을 접종한 사람을 ‘백신을 완전히 접종한(fully vaccinated)’ 사람으로 분류하고 격리면제 조치를 적용했지만,16 중국산 백신이 WHO의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이후 지침에서는 ‘WHO가 긴급사용을 승인한 백신’이라는 항목이 삭제되고, 백신 인정의 범위를 미국 FDA의 승인을 받은 백신으로 제한했다. 17 즉, 중국산 백신이 WHO의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산 백신 접종자는 미국의 격리면제 대상이 아닌 것이다. 점차 입국제한 조치를 완화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도 마찬가지이다. 유럽 국가들은 기본적으로 유럽의약품청(EMA)의 승인을 받은 백신, 즉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백신을 접종한 사람에 대해서 입국 제한조치를 완화하고 있다.18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WHO의 긴급사용 승인 백신을 격리면제 적용 범위의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중국산 백신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와 불신을 해소하기에 역부족이다. 중국산 백신에 대한 국내외 불신에도 불구하고 중국산 백신을 인정했기 때문에 오히려 정치적 의도에 따라 방역 정책을 추진한다는 오해를 야기할 수 있다. 이미 작년 상반기 코로나19가 확산될 때에도 한국 정부는 전문가들과 국내 여론에도 불구하고 중국인의 한국 입국금지 조치를 실시하지 않은 바가 있다.19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중국산 백신을 인정하는 것은 중국에 호의를 제공함으로써 그 반대급부로 향후 한중 경제교류나 북한 문제에서 중국의 협력을 기대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오해와 의심이 나오는 것이다. 이것은 향후 방역 정책에 대한 불신을 야기하고 코로나 방역과 종식에 필요한 국민들의 참여와 협력을 저해할 수도 있다.

 
4. 상호주의의 원칙을 훼손함으로써 한중 간 갈등을 야기
 
이번 개편방안으로 한국은 중국산 백신 접종완료자에 대해서 세계 최초로 격리면제를 실시한 국가가 됐다. 중국 관영매체인 글로벌타임스(Global Times)는 “한국이 시노팜과 시노벡을 접종한 여행자에 대해서 2주간의 격리를 면제했다면서, 이것을 더 많은 국가들이 중국 백신여권을 가진 여행자들에게 문을 여는 하나의 움직임”으로 평가했다.20 중국은 이번 개편방안을 중국의 백신을 홍보하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한국의 개편방안에 대해서 상응하는 조치를 하거나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18일 중국 외교부 기자회견에서 자오리젠(赵立坚) 외교부 대변인은 7월 1일부터 중국산 백신을 포함해 해외 백신접종자에 대해서 한국이 격리를 면제하는 것과 관련해서 중국이 해외 백신접종자에 대한 격리면제 계획이 있는지를 묻는 한국 기자의 질문에 “코로나19가 확산되고 변이바이러스가 계속 나오는 상황 속에서 중국은 코로나19의 상황 추이에 따라 과학적 분석에 기초하여 각각의 방역 조치를 확정할 것”이라고 답변했다.21 다시 말해서, 중국은 한국의 격리면제 조치에 대해서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 중국의 방역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임을 밝힌 것이다.

중국은 2021년 6월 10일 43.21%의 백신접종률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22 현재까지 모든 해외 입국자에 대해서 엄격한 격리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지역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중국 대부분의 지역은 해외 입국자에 대해서 14일의 시설 격리, 7일의 자가 혹은 시설 격리를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있고, 이에 따라서 백신을 접종했든 안 했든지 간에 해외에서 중국으로 입국하는 사람은 최소 3주의 격리기간을 의무적으로 가져야 한다. 예를 들어, 베이징시는 지난 1월 19일 모든 내외국민 해외입국자를 대상으로 “14+7+7” 방역정책, 즉 △14일간 지정시설 격리, △7일간의 자가 또는 시설 격리, △7일 동안 건강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23 격리기간 받아야 하는 코로나19 검사도 3회에서 5회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중국으로 입국하는 한국 국민들은 한국에서 백신접종을 완료했을지라도 상당한 불편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비록 중국이 모든 해외 입국자에 대해서 강력한 격리조치를 취하는 상황이지만, 이번 개편방안이 중국산 백신에 대한 신뢰로 비추어질 수 있고 또한 그것이 중국의 백신외교에 상당히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는 사전에 중국 정부와의 소통을 통해서 상응하는 조치에 대한 협의를 적극적으로 이끌어 낼 필요가 있었다. 중국은 이미 미국산 백신 접종 기록을 ‘건강코드’(健康码; health QR code)의 증명서류로 제출하게 하는 등 제한적이나마 백신 상호인증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24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격리면제가 어렵다면 적어도 입국절차 완화나 격리기간 중 편의 제공 등을 논의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중국으로부터 합당한 상응조치를 받지 못함으로써 올해 4월초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합의했던 패스트트랙의 범위 확대 등의 방역협력 강화가 무색한 상황이 벌어졌고, 한중 간에 상호주의의 원칙(the principle of reciprocity)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국내에 확산되고 있다.

물론 방역 문제에서 상호주의의 원칙을 적용해야 하는가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이다. 그것은 반대로 중국이 자국의 방역 정책에 따라 한국에게 상호주의의 원칙을 요구할 여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국이 한국 관광객에 대한 입국 제한을 풀어주고 상호주의의 원칙을 주장한다면, 한국도 중국 요우커(游客)들의 입국을 자유롭게 허용해야 하는가, 아니면 국내 방역을 위해서 상호주의의 원칙을 배제하고 입국을 제한해야 하는가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개편방안 추진과정에서 한중 간에 상호주의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이것은 한국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도 하나의 요인으로 볼 수 있지만, 중국이 자초한 바도 적지 않다. 이미 2008년 이후 중국이 G2국가로 부상하면서 중국은 주변국에 대해서 일방적인 태도를 종종 보여왔다. 지난 해 5월 한중 양국이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패스트트랙 입국 제도를 시행했지만 11월에 중국이 코로나 방역이라는 명목으로 중국 시안과 톈진으로 가는 삼성 전세기를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이 하나의 사례이다.25 이번 개편방안은 중국의 무성의한 대응과 연계되어 그동안 중국의 일방적인 행태를 경험한 한국 국민들의 불만이 표출되는 계기를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불만은 국내의 반중 정서와 맞물려 한국 국민들의 대중 인식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이번 개편방안이 한중 간 인적 교류나 경제협력의 활성화를 불러오기보다 국내 반중 정서를 확대하고 한중 간의 백신여권 추진이나 방역협력을 더욱 어렵게 만들 개연성이 있다.

 
5. 미중 간의 백신 경쟁 속에서 한국 방역외교의 활동 공간을 제한
 
현재 미국과 중국 간의 백신 경쟁으로 국제사회에서는 소위 백신 블록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북미, 서유럽 등은 미국산과 유럽산 백신만을 접종하는 것에 반해서 중국과 서구산 백신을 구매할 여력이 없는 개발도상국들은 중국산 백신을 중심으로 백신접종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서로가 상대방의 백신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이 인정한 백신을 접종한 국가에 대해서만 입국 조치를 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백신의 종류에 따라 국가 간의 인적 이동이 결정되는 블록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더 나아가 미국과 중국은 백신을 무기화하고 국제사회에서 서로를 견제하고 있다. 미국 등 서구국가들은 중국산이든 러시아산이든지 간에 미국산과 유럽산 외의 백신은 인정하지 않고 여전히 해당 백신 접종자의 입국에 대해서 격리조치나 입국 제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서 중국은 중국산 백신 접종자에 대해서만 비자 신청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코로나19 검사를 면제하는 등 자국의 입국 절차를 완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방안은 한국이 중국에 경사되었다는 인식을 야기하고 한국 방역외교의 활동 공간을 제한할 수 있다. 한국 정부의 의도가 어떻든 간에, 상술했듯이 중국은 이번 개편방안을 중국의 백신과 백신여권을 홍보하고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에 이용하고 있다. 비록 한국 보건당국이 중국산 백신 접종자에 대한 방역 관리를 지속한다고 해도, 미중 간 전략경쟁구도 속에서 중국산 백신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의문을 꾸준히 제기함으로써 중국을 견제하고 있는 서구국가들이 중국이 그리했듯이 한국의 방역 상황을 하나의 레버리지로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 미중 전략경쟁이 더욱 심화된다면, 극단적인 경우 중국산 백신 접종자로 인한 감염 확산과 상관없이 미국 등 서구국가들이 중국산 백신 접종자에 대한 입국 및 방역 조치 완화를 빌미로 한국을 압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방역신뢰국가들 간의 트래블 버블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방역외교가 타격을 받고 한국의 선택권이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 이미 홍콩과 싱가포르, 호주와 뉴질랜드 간에는 트래블 버블이 시행되고 있다. 한국 정부도 싱가포르, 대만, 괌, 사이판과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26 이것은 한국 정부가 K-방역 성과를 기반으로 국제사회에서 방역모범국으로서의 신뢰를 쌓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중국산 백신 접종자에 대한 격리면제 조치는 이러한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 <표-1>에서 볼 수 있듯이, 중국산 백신이 보건이 취약한 개도국을 중심으로 접종되고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이번 개편방안을 세계 각국과의 인적 교류를 확대하는 계기로 삼으려고 할지라도 중국산 백신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지는 상황에서는 중국산 백신 접종완료자의 입국이 증가할수록 서구국가들로부터의 입국자는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작년 코로나19가 중국에서 발생했을 때, 한국이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시행하지 않음으로써 전세계적으로 입국금지 조치를 받았던 일을 기억해야 한다. 현재 세계 각지에서 변이바이러스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중국산 백신 접종자에 대한 격리면제 조치로 인해서 국내 방역 상황에 대한 오해가 확대되거나 심지어 국내 코로나 사태가 악화된다면, 트래블 버블 추진은 물론 현재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타국과의 인적 교류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한국 정부는 상술한 문제들을 인식하고 다음과 같은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이번 개편방안으로 야기될 위험성을 관리하고 최소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첫째, 중국산 백신에 대한 국내 검증을 빠르게 진행하고, 이를 기반으로 관련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이번 개편방안이 야기하는 문제들은 대부분 중국산 백신에 대한 불신에 기인하고 있다. 상술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중국산 백신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 중국산 백신에 대한 식약처 검증을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중국 정부에게 중국산 백신의 임상 결과 등 필요한 자료를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중국산 백신에 대한 식약처 검증의 진행상황과 결과에 따라 중국산 백신 접종자 격리면제에 대한 정책을 수정 및 보완해야 한다. 중국에서 필요한 자료를 얻지 못하는 경우, 중국산 백신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기준 미달인 경우에는 이를 근거로 중국산 백신 접종자에 대한 격리면제 조치를 수정하거나 중국산 백신 접종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둘째, 방역에 있어서 정치적 접근을 자제하고 원칙에 기반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국내에서 백신접종이 진행되고 있지만 변이바이러스의 확대 등으로 코로나 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지는 불명확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방역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 방역은 무엇보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WHO나 기타 국가들의 권고사항이나 방역정책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기보다 그것을 재검증한다는 분명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 특히, 백신 인정 문제에 있어서는 식약처 등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의 검증을 전제로 해야 한다.

셋째, 개편방안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감염 시나리오를 고려하고 대응책을 수립해야 한다. 개편방안이 시행되면서 격리면제를 받는 해외 입국자가 증가할 것이다. 이에 따라 해외 입국자를 통한 감염 확대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다양한 감염 시나리오를 고려해야 한다. 이미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해서도 신규 확진자 발생에 따라 여러 단계의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이와 같이 격리면제를 받은 입국자가 감염이 되는 경우, 그 수치나 국적에 따라 적절한 대응책을 수립하고 이를 사전에 공표할 필요가 있다. 이는 국내 방역은 물론,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에도 일조할 것이다.

넷째, 코로나 사태의 추이를 주시하며 중국 및 기타 국가들과의 방역협력을 신중하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 한국은 중국과의 방역협력 과정에서 백신의 상호 인증, 패스트트랙 확대, 백신여권 등 다양한 문제를 논의해나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무엇보다 국민의 생명과 권리를 보호하고 방역 성과를 확대하는 것을 우선시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경제교류나 남북관계 개선 등 방역 외 문제에 대한 협력을 기대하며 방역 문제에서 양보하거나 일방적인 호의를 베푸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또한, 변이바이러스가 확산된다면 한국으로의 입국 조치를 제한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 사태의 추이에 따라 다양한 시나리오와 그에 맞는 개편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About Experts

이동규
이동규

지역연구센터, 대외협력실

이동규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연구위원이다. 한국외대 영어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국제지역대학원에서 정치 전공으로 국제지역학석사 학위를, 중국 칭화대학(淸華大學)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구분야는 중국정치외교, 한중관계, 동북아안보 등이다. 주요 논문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의 일대일로: 보건 실크로드와 디지털 실크로드의 확장과 그 함의”, “중국공산당의 정치개혁은 퇴보하는가: 시진핑 시기 당내 민주의 변화와 지속성”, “중국공산당의 이데올로기 전략으로 본 시진핑 사상”, “냉전시기 한중관계의 발전요인과 특수성: 1972-1992년을 중심으로”, “개혁개방 이후 마르크스주의 중국화 연구”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