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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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을 잇자, 문화와 문화를 잇자.”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와 공익광고협의회에서 진행한 다문화 알리기 공익광고 다문화다리 편의 슬로건이다. 이 광고에서는 서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뜨개조각을 만들어 청계천 다리를 장식하는 장면이 광고 전반에 걸쳐 그려진다. 아시아 국가 출신 결혼이주여성, 흑인 화이트칼라 노동자, 금발의 백인 여성이 차례로 등장해 뜨개질을 이어간다. 이는 우리나라가 전 세계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이 모여 함께하는 국가로 변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공익광고는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를 기초로 한다. 다문화가 우리 일상에서 빈번하게 접할 수 있는 가치임을 나타낸다. 이처럼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이주민 노동자, 결혼이주여성, 인종·문화적 다양성 등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국내 체류 외국인의 수가 지난 15년간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급속하게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한국 사회는 ‘다문화’에 대한 진정한 고민을 하고 있을까? 인종·문화적으로 소수인 외국인을 일방적으로 우리 사회에 동화시키려는 것이 아닌, 이들에 대한 한국인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얼마나 이뤄지고 있을까? 이 이슈브리프는 한국인의 다문화 인식을 분석하고, 한국 사회 다문화 담론과 정부의 다문화 정책에 갖는 함의를 논의한다.

다문화사회의 도래

인구학적으로 봤을 때, 한국 사회는 빠른 속도로 다인종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법무부 외국인정책통계에 따르면, 1998년 30만 명에 불과했던 국내 체류 외국인의 수는 2004년 75만 명, 2008년 116만 명으로 늘었고, 2012년에는 그 수가 145만 명에 이르게 됐다. 국내 체류 외국인의 수가 15 년 만에 네 배 이상 증가했다([그림1]). 이는 2012년 주민등록인구통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인구(50,948,272명)의 약 3%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더불어 우리 사회에 다문화 시대의 도래가 머지 않았음을 지적하는 전망도 있다. 국내 체류 외국인 수의 증가 추세가 현재와 같이 지속되면, 2020년에는 외국인·이민자와 그 자녀수가 총 인구의 5.5% 수준인 270만 명이 될 것이라고 한다.1 현재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수와 향후 늘어나게 될 다문화가정의 자녀 수를 고려해보면 이민사회를 의미하는 외국인 10% 시대가 머지 않은 것이다.

한국 사회의 인구구성 변동은 장기적인 사회변화의 한 흐름이 됐다. 단일민족으로 유지되던 민족적 동질성(ethnic homogeneity)도 도전을 받고 있다. 이미 다양한 배경을 가진 외국인이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함께 하고 있고, 일부는 한국인으로 편입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사회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사회로 진입하고 있으며, 정부도 다인종·다문화 사회로의 이행을 준비하는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림1] 시기별 국내 체류 외국인 수 (단위: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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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통합 없고 동화(同化)에 편중된 다문화 정책

국내에서 외국인에 대한 정책을 논의하기 시작한 것은 1991년 산업연수생 제도가 도입되면서부터이다. 산업연수생 제도로 국내에 유입된 이주노동자의 인권문제가 불거지며, 이주노동자 문제를 포괄하는 광의의 다문화 정책이 입안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부의 다문화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 된 것은 결혼이주여성이 급격하게 증가한 2000년대부터였다. 당시 다양한 이주민 통합정책이 다문화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됐다. 2003년 고용허가제 제정, 2004년 국적법 개정, 2007년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 제정, 2008년 다문화가정지원법 제정 등이 차례로 이뤄졌다. 특히, 2006년 4월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정과제회의에서는 여성 결혼이민자 및 다문화가정, 이주자를 대상으로 한 다문화 정책이 수립되며 다양한 사회통합정책이 나오는 계기가 마련됐다.

현재까지 정부의 다문화 정책은 짧은 기간 제도화를 이뤘다는 측면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정부주도 다문화 정책은 전반적으로 정책의 방향성이 모호하다는 점, 여러 부처에 나뉘어 시행되면서 효율성이 떨어지는 점, 사회적 약자 보호 차원으로만 접근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정부 주도 다문화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현행 정책 대부분이 자국민 중심의 동화정책이라는 점이다. 즉 정책 목표가 외국인과 이주민이 우리 사회와 문화에 적응하는 것을 지원하는데 맞춰져 있다. 예를 들어 전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다문화 프로그램의 주요 내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동화(주로 결혼이주민)가 54.4%로 가장 많았고, 한국문화체험(16.1%), 상호문화이해(문화다양성) 증진(14.4%), 한국인대상 문화체험(5.4%), 이주민 모국향수 해소(2.1%)의 순이었다.2 다문화의 본 뜻에 부합하는 정책의 비율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본래 다문화 정책은 사회 내 다양한 문화를 주류 문화로 동화시키지 않고, 소수 집단의 차이와 자율성을 존중하여 그 차이가 발현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법이나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밴팅과 킴리카(Banting & Kymlicka 2006)에 의하면, 다문화 정책은 기본적으로 다중국적을 허용하고 다양한 소수 민족의 언어 보존을 위해 정부가 교육과정이나 매체를 통해 소수 집단을 지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정부는 다양한 소수 문화가 보존될 수 있도록 여러 문화 행사 등을 지원하는 등 적극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3 하지만 실제 한국 정부의 다문화 정책은 외국인과 이주민, 그리고 그 가족을 한국 사회로 통합시키는 데 편중됐고 자국민의 다문화 수용도를 높이는 데에는 소홀했다.

동화주의 모델이 가지는 위험은 프랑스의 사례에서 엿볼 수 있다. 동화주의 정책의 전형으로 꼽히는 프랑스에서는 2005년 인종폭동과 같은 동화주의 노선의 문제점이 가시적으로 드러났다. 이후 프랑스 정부는 기존 동화 노선을 일부 수정하여 자국민의 다문화성 강화를 위해 교육과 방송을 통해 다인종·다문화성을 높이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한승준, 2008). 향후 한국인의 다문화에 대한 이해와 관용이 충분하게 배양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에서도 사회통합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진정한 사회통합은 한국인의 다문화에 대한 인식 변화를 통해 가능하다. 때문에 다문화 사회로의 진입을 앞둔 현 시점에서 한국인의 다문화주의에 대한 이해 수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2013년 아산정책연구원의 여론조사 자료를 이용하여 외국인·다문화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을 분석하고, 한국인의 다문화 수용성을 살펴봤다.

한국인의 외국인·다문화 인식

먼저 아산정책연구원의 2013년 연례조사에서 드러난 외국인에 대한 한국인의 태도는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이번 조사에서 대다수의 한국인(79.2%)은 외국인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답해 외국인에 대해 전반적으로 관용적(tolerant)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반 외국인에 비해 다문화 가정에 대해서는 약간 낮은 수용도(67.5%)를 보였다([그림2]). 외국인에게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이 약 80%에 이르렀던 것에 비교하면, 다문화 가정을 긍정적으로 본 응답자의 비율은 10% 가량 낮았다. 그러나 여전히 다문화 가정의 증가가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질문에 ‘인적 구성의 다양화로 국가 경쟁력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이 다수였다.

[그림2] 외국인 및 다문화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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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흥미로운 점은 다문화 가정에 대한 세대별, 성별 인식 차이였다([표1]). 상대적으로 외국 여행이나 외국 문화에 대한 경험이 많아 다문화 사회에 대한 직·간접 노출이 빈번한 젊은 세대가 다문화에 대해 더 부정적이었다. 20대는 다문화 가정이 증가할수록 사회 불안이 높아지고, 사회 통합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주장에 가장 높은 비율(35.1%)로 동의했다. 성별로 나누어 살펴보면, 여성이 남성에 비해 다문화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4

[표 1] 다문화 가정 증가가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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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다문화에 대한 인식변화

표면적으로 외국인, 다문화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최근 외국인, 다문화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다문화 가정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은 최근 3년간 다소 부정적으로 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문화 가정의 증가가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2011년과 2012년에는 ‘한국 사회의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응답이 각각 74.2%, 70.1%였으나, 2013년에는 이러한 긍정적 전망이 67.5%로 하락했다. 이와 함께 ‘사회 통합에 저해가 될 것’이라는 응답은 2011년 25.8%, 2012년 29.9%에서 2013년 32.5%로 늘어났다([표 2]).

[표 2] 시기별 다문화 가정 증가가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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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가정에 대한 한국인의 의견이 짧은 기간 부정적으로 바뀐 주된 요인은 20대와 30대의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했기 때문이었다. 20~30대 청장년층은 불과 3 년 사이 다문화 가정에 대해 상당한 태도 변화를 보였다([그림3]). 2011년 20대의 75.1%, 30대의 79.2%가 다문화 가정의 증가가 한국 사회에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본 것과 대조적으로, 2013년에는 동일한 진술에 동의한 20대, 30대의 비율이 64.9%, 68.8%로 약 10% 가량 감소했다. 같은 기간 다문화 가정의 영향을 긍정적으로 본 비율 변화는 40대 6.7%, 50대 5.7%, 60세 이상 0.6%로 20~30대에 비해 하락폭이 크지 않았다.

[그림3] 시기별 다문화 가정 증가가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경쟁력 강화): 세대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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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 역시 부정적으로 변하는 추세이다. 2010년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의 가치를 어지럽힌다고 생각한 비율은 15.7%, 한국 사회 적응 노력이 부족하다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24.6%였다. 그러나 2013년 동일한 질문에 대한 응답은 각각 21.5%, 27.2%로 나타나며 3년 사이 부정적 응답이 각각 5.8%, 2.6% 증가했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현재 주류는 아니었지만,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표 3] 시기별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한국인의 태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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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의 증가 역시 젊은 세대의 의식 변화가 주도했다. 2010년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 사회 가치를 어지럽힌다는 의견에 동의한 20대는 13.3%로 60세 이상(18.1%) 보다 낮았다. 그러나 2013년에는 20대의 31.3%가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 사회 가치를 어지럽힌다고 답하며, 3년 사이 2배가 넘는 증가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 사회 가치를 어지럽힌다고 답한 60세 이상은 3.5%만이 증가한 21.6%였다. 이러한 변화는 젊은 세대의 보수화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5

한국인의 인종·민족적 배타성

한국인의 다문화 인식은 이민자에 대한 인식을 묻는 질문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한국인의 이민자 인식은 위의 결과와는 다른 양상을 띠었다. 과반에 이르는 응답자가 외국인 이민자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었으며, 이민자에 대한 선호가 국가별로 극명하게 달랐다.

구체적으로 주변국인 일본과 이주자가 가장 많은 중국, 서구권을 대표하는 미국, 동남아시아 국가인 필리핀,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나이지리아, 이 다섯 국가 출신을 가정하여 응답자가 이들이 우리나라에 이민 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다섯 국가 출신 이민자에 대한 인식의 평균값을 살펴보면, 부정적 인식이 51.1%, 긍정적 인식이 48.9%였다. 외국인으로부터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응답이 79.2%, 다문화 가정이 한국 사회에 미친 영향이 긍정적일 것으로 기대한 비율이 67.5%였던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였다. 한국인은 외국인이나 다문화 가정 등과 같이 추상적 개념에 대한 질문에는 비교적 높은 관용을 보였지만, 구체적인 이민자 집단을 예로 들어 묻자 좀 더 솔직한 태도를 드러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한국인의 이민자에 대한 태도가 출신 국가별로 차별적이었다는 사실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한국인들은 선진국이자 전통적 우방인 미국인의 이민만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미국 이민자를 긍정적으로 보는 비율은 65.9%로, 타국가 출신 이주민을 긍정적으로 보는 비율에 비해 최소 13.8%에서 최대 25.6%까지 높게 나타났다. 반면, 우리 국민은 한국과 경쟁관계에 있는 주변국인 중국과 일본 이민자에 대하여는 가장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59.7%의 한국인이 중국인과 일본인의 이민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한국인은 필리핀과 나이지리아 출신 이민자에 대하여는 긍정적 인식과 부정적 인식이 나뉘고 있었다. 필리핀 이민자를 긍정적으로 본 비율은 52.1%로 조사 대상 5개국 중 두 번째로 높았으나 여전히 미국 이민자에 대해 긍정적으로 본 비율(65.9%)에는 미치지 못했다. 나이지리아 이민자의 경우, 54.3%의 한국인이 부정적으로 인식했다. 이는 한국인이 백인과 서구문화를 대표하는 미국인 이민자에는 개방적이었으나, 비서구문화나 백인 이외의 유색인종에는 폐쇄적인 태도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림4] 외국인 출신 국가별 이민에 대한 인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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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색인종이나 문화에 대한 편견은 세대별로도 차이를 보였다. 기본적으로 미국과 여타 국가에 대한 인식에서 인종적 편향성이 발견되었는데, 젊은 세대일수록 더욱 심했다. 20~30대 청장년층은 미국 이민자는 긍적적으로, 중국 출신 이민자는 부정적으로 봤다. 미국 출신 이민자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한 20대와 30대의 비율은 각각 31%, 30.5%였던 반면, 중국 출신 이민자에 대해서는 20대의 69%, 30대의 57.7%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40세 이상에서는 미국 이민자에 대한 선호와, 중국과 일본 이민자에 대한 비선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50대에서 60세 이상 응답자들은 일본 이민자를 극도로 거부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는 해당 연령대의 일본 호감도가 낮은 것과 관련 있어 보인다.

위의 결과는 한국인이 관대하게 규정하고 있는 다문화 집단이 일부 국가, 일부 인종에 한정된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출신 국가에 따라 이민자를 차별하는 것은 향후 다양한 외국인의 유입을 앞두고 있는 우리 사회의 입장에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더군다나 이러한 현상이 다양한 이주민 집단과 오랫동안 살아가야 할 젊은 세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이다.

[표 4] 세대별 이민자에 대한 태도: 부정적 인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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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혐오증, 경제보다 사회문제

외국인 이민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경제보다 사회적 측면에서 분명했다. 아산정책연구원의 데일리폴6 조사결과에 따르면, 다수의 한국인은 외국인 이민자 때문에 경제적 불이익을 겪는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외국인 이민자가 한국 경제에 도움을 준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한국인의 63.2%가 동의했고, ‘외국인 이민자가 한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는 주장에는 응답자의 66.0%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한국인이 외국인 이민자로 인해 느끼는 경제적 위협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민자에 대한 정부의 지출에 대해서는 평가가 나뉘었으나, 다수의 응답자가 큰 문제가 아닌 것으로 봤다. ‘한국 정부는 이민자를 돕는데 너무 많은 돈을 쓴다’는 주장에 대해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44.5%,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은 37.5%였다(‘잘 모르겠다’ 16.6%). 다만 아직 다문화 정책에 따른 정부의 외국인과 이민자에 대한 지원이 활성화되지 않은 시점에서조차 1/3이 넘는 응답자가 이민자에 대한 경제적 지원에 우려를 표시한 점은 향후 한국 사회에서도 서유럽 국가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자국민 역차별’ 논란이 일어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외국인 이민자로 인해 느끼는 사회적 위협에 대한 조사 결과는 경제적 위협을 물어본 결과와 대조적이었다. ‘외국인 이민자가 범죄율을 높인다’는 주장의 경우, 응답자의 과반이 넘는 53.0%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한, 젊은 세대일수록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높았는데, 20대는 무려 60.4%가 외국인 이민자가 한국 사회 범죄율을 높인다고 답했다. 한국인은 전반적으로 이민자로 인해 경제적 위협을 받는다고 느끼지 않았지만, 사회적 불안이 가중된다고 봤다.

결국, 지난 몇 년간 한국 사회에서 논의되어 온 다문화주의와 다문화 정책은 한국인의 다문화 수용성을 높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한국인의 다문화가정 및 이주 외국인에 대한 인식은 최근 몇 년 사이 점차 나빠지는 추세에 있다. 또한 이주자에 대해 인종 및 국가별로 차별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었으며, 다른 무엇보다도 외국인과 이주자가 한국 사회에서 각종 범죄 등 사회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었다. 이러한 성향이 젊은 세대에서 더욱 뚜렷하게 보이고 있다는 점은 향후 정부 주도 다문화 정책의 초점이 어디에 맞춰져야 하는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결론: 다문화 사회를 위한 준비

그 동안 다수의 다문화 타이틀을 단 정책이 입안됐다. 하지만 대부분이 소수 이주민의 한국 사회 정착을 돕는 온정주의적 정책에 그쳤다. 한국 사회에 다문화주의가 뿌리내리는 데 도움이 되는 법적·사회적 변화는 충분하지 않았다. 2007년 우리나라가 유엔(UN) 인종차별철폐위원회로부터 인종차별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는 권고를 받은 점, 2012년 19대 총선에서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로 귀화인 국회의원이 된 이자스민씨에 대한 불특정 다수의 인종차별 발언 등은 외국인과 다문화에 대한 한국인의 낮은 관용수준을 보여주는 전형이다.

특히, 이자스민씨에 대한 학력위조 논란과 인신공격성 발언은 한국 사회에서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외국인혐오증(xenophobia)이 표면화된 사건이었다. 한국인은 미국 스포츠 스타 하인즈 워드, 세계은행 총재에 선임된 김용 다트머스 대학교 총장 등 성공한 해외 이주민들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면서도, 한국 사회에서 성공한 이자스민씨 같은 귀화인에게는 무차별적인 인신공격을 했다. 이러한 외국인과 다문화에 대한 한국인의 이중적 태도는 한국 사회가 다문화사회로의 전환에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도 대다수 한국인은 다문화의 고유성을 인정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보였다. 오히려 최근 수년 사이 다문화 및 이주민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은 부정적으로 변하는 추세에 있었다. 이는 지금까지 한국 정부의 다문화 정책이 우리 국민의 외국인과 다문화에 대한 의식 변화를 이끌지 못했을 뿐 아니라, 한국인에게 이주민 및 다문화가정은 한국의 가치와 문화에 동화되어야 한다는 강박만 심어준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여러 서구 유럽국가에서 다문화사회에 대한 찬반 의견이 나오고 있다. 다문화주의를 비판하는 입장에서는 다문화 정책이 모두 실패하고, 사회통합을 훼손하는 결과만을 낳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 의견을 피력하는 학자와 정치인들은 프랑스, 독일, 영국과 같은 국가들에서 정확한 의미의 다문화 정책이 실시된 적조차 없다며 이들 국가의 실패선언을 정치적 수사로 보기도 한다. 아직까지 수면 위로 나타나지 않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진정한 다문화주의에 대한 담론이 시작될 경우, 한국인의 외국인과 다문화에 대한 관용도는 현재 서구유럽국가의 국민보다 낮은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인의 다문화주의에 대한 의식 수준을 고려해 볼 때, 정부는 다양한 문화의 공존을 보장하는 적극적인 다문화 정책을 수용할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부터 해야 한다. 정부가 정확한 개념 정립 없이 사용해 온 ‘다문화’에 대해 진정성이 있다면 더 이상 결혼이주여성과 다문화 가정을 ‘한국인’으로 받아주자는 류의 일방통행식 정책을 다문화 정책의 전부로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는 새로운 구성원이 한국 사회로 편입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한국 국민이 다양한 문화로 이루어진 사회를 거부감 없이 받아드릴 수 있도록 우리 국민의 다양성에 대한 관용을 키우는 데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눈 앞으로 다가온 다인종 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국민을 대상으로 한 보다 다양한 수준의 적극적인 다문화 이해 증진 정책이기 때문이다.

 

아산연례조사 조사개요

2010년
조사대상: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2,000명
표집오차: 95% 신뢰구간에서 ±2.19% 포인트
조사방법: 개별방문 면접조사
조사기간: 2010년 8월 16일~9월 17일
실사기관: 밀워드브라운 미디어리서치
 
2011년
조사대상: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2,000명
표집오차: 95% 신뢰구간에서 ±2.19% 포인트
조사방법: MMS(Mixed-Mode Survey)- 전화면접조사, 온라인조사
조사기간: 2011년 8월 26일~10월 4일
실사기관: 엠브레인
 
2012년
조사대상: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500명
표집오차: 95% 신뢰구간에서 ±2.5% 포인트
조사방법: 유선/휴대전화 RDD로 응답자 패널구축, 본 조사는 온라인 조사
조사기간: 2012년 9월 24일~11월 1일
실사기관: 밀워드브라운 미디어리서치
 
2013년
조사대상: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500명
표집오차: 95% 신뢰구간에서 ±2.5% 포인트
조사방법: 유선/휴대전화 RDD로 응답자 패널구축 후, 온라인 조사
조사기간: 2013년 9월 4일~9월 27일
실사기관: 밀워드브라운 미디어리서치
 

아산데일리폴 조사개요

조사대상: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
표집오차: 95% 신뢰구간에서 ±1.5% 포인트
조사방법: 유선/휴대전화 RDD 전화인터뷰 조사
조사기간: 2013년 11월 29일~12월 1일
실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

  • 1

    설동훈·서문희·이삼식·김명아 (2009). “다문화 가족의 중장기 전망 및 대책연구: 다문화 가족의 장래인구추계 및 사회경제적 효과분석을 중심으로.”, 보건복지가족부 보고서.

  • 2

    전경옥·김영란·홍기원·설진배·김연화 (2012). “문화예술을 활용한 다문화프로그램 실태조사연구”. 문화관광체육부.

  • 3

    Banting, K., and Kymlicka W. (2006). Multiculturalism and the Welfare State: Recognition and Redistribution in Contemporary Democracies.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 4

    서구 선진국에서는 여성이 진보적 성향을 띠고 남성이 보수적 성향을 띠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위의 결과는 여성이 남성보다 보수적인 성향을 띤다는 국내의 기존 연구와 부합한다(김민정 외 2003).
    김민정‧김원홍‧이현출‧김혜영. (2003). “한국 여성유권자의 정책지향적 투표 행태: 16대 대통령 선거를 중심으로.” 『한국정치학회보』 37권 3호, 89-112.

  • 5

    아산 연례조사에 결과를 보면, 본인의 이념성향을 보수라고 평가한 20대의 비율은 2010년 11.3%에서 2013년 27.9%로 16.6%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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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산데일리폴 11월 29일~12월 1일 조사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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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
김지윤

연구부문

김지윤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여론연구프로그램 선임연구위원이다. 주요 연구분야는 선거와 재정정책, 미국정치, 계량정치방법론 등이다. 주요 연구실적으로는 “Cognitive and Partisan Mobilization in New Democracies: The Case of South Korea”(with Jun Young Choi and Jungho Roh, forthcoming, Party Politics), “The Party System in Korea and Identity Politics” (in Larry Diamond and Shin Giwook eds. New Challenges for Maturing Democracies in Korea and Taiwan. 2014. Stanford University Press), “기초자치단체에서 사회복지비 지출의 정치적 요인에 관한 연구” (이병하 공저 의정연구, 2013), 『국회의원 선거결과와 분배의 정치학』 (한국정치학회보, 2010), 『Political Judgment, Perceptions of Facts, and Partisan Effects』 (Electoral Studies, 2010), 『Public Spending, Public Deficits, and Government Coalitions』 (Political Studies, 2010) 등이 있다.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UC 버클리대학에서 공공정책학 석사를, 미국 MIT대학에서 정치학 박사를 취득했다. 캐나다 몬트리올 대학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지냈다.

강충구
강충구

연구부문

강충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책임연구원이다.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사회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대화문화아카데미에서 객원연구원으로 "정책소통지수 개발" 연구에 참여했고, 연구 관심분야는 양적연구방법, 조사설계, 통계자료 분석 등이다.

이의철
이의철

여론・계량분석센터

이의철은 아산정책연구원의 여론연구센터 연구원이다. '아산 데일리 폴'과 '아산 연례조사' 등 여론조사 실무와 분석을 맡고 있다. 연구 관심분야는 여론조사, 국내정치, 선거연구 등이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