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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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최근 한미관계가 최상의 상태를 지나 하향국면으로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갖게 하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한미관계는 ‘더 이상 좋을 수 없다(It couldn’t be better)’는 평가를 받아 왔고, 양국 지도자들이 “같이 갑시다(We go together)”라는 구호로 한미관계의 공고함을 과시했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한일관계, 한·미·일 3국 안보 협력, 중국의 부상과 지역안보구도 경쟁, 북핵 문제를 포함한 대북정책, 국제안보 문제에 대한 협력 및 한국의 참여와 기여, 한미자유무역협정 이행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양국의 이견과 불만이 나타나고 있다. 아직 심각한 상태는 아니지만 이해와 조율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한미관계는 어려운 국면으로 들어서고 한국의 전략적 입지는 크게 손상될 것이다.

이와 같은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한국에 대한 미국의 실망과 회의가 커지고 한미동맹은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하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한미동맹은 한국에게 가장 중요한 전략적 자산이므로 지속적으로 유지·발전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자기만족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대응(reactive and passive response)은 불만을 초래하고 결국 과도한 비용 지불로 이어진다. 정말로 한미동맹이 최고의 상태인지, 새로운 도전 과제나 문제가 없는지 철저히 점검하고 선제적으로 대처해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과 열병식 참석으로 한·미의 전통적인 대(對) 북·중 구도가 흔들리고 동북아시아 지역안보구도는 복잡해졌다. 미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열병식 행사 참석을 주권적인 결정으로서 존중하고 이해한다고 했지만 이전과 달리 일본 언론뿐 아니라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한국의 중국경사론에 대한 우려가 더 많이 제기되고 있다. 나아가 한중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사이에 ‘심도 있는 통일 논의’가 이루어졌다고 발표하면서 설익은 ‘평화 우선’의 담론이 동맹 간 안보 협력 논의를 섣불리 밀어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높아질 수 있다. 한국의 정책 방향에 대한 우려와 의구심이 담긴 목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이제 외교가의 눈은 오는 10월에 있을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으로 향해 있다.

이번 미국 방문 기간 중에 한국 대통령이 미국 행정부와 의회에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지 신중한 검토를 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9월 중국 방문의 핵심은 통일을 위한 한반도 주변국 외교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은 시 주석과 논의한 바를 공유하고, 굳건한 한미동맹 위에 중국의 적극적 협력을 더한 보다 폭넓은 남북한 통일외교 구상을 협의해야 한다. 또한 한일관계에 관해서는 역사·영토 문제와 경제·안보 문제를 분리해 유연하게 대응하고 10월 말 혹은 11월 초로 제안한 한중일 정상회담을 적극 추진해 한국이 외교 구상에서 일본을 배제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남북대화와 관련, 정부는 북한의 무력 도발 시인과 사과를 우선하는 출구론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음을 분명히 하여 미국의 우려를 잠재우고 동시에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통일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인 관심을 촉구해야 한다.

 

2. 주요 이슈와 양국의 입장

가. 다양한 잠재적 이견 및 마찰 요인

한미 양국 간에는 북핵 문제를 제외하면 시급한 현안이 없는 듯 보이나 이면에는 잠재적 이견과 마찰 요인이 존재한다. 미국은 남중국해 문제를 포함한 중국의 부상과 지역안보 문제 등과 관련하여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는 한국에 점차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은 이미 중국의 궤도에 편입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반면 한국은 미국이 미중관계를 너무 단순하게 안보 중심적으로 보며 한중관계의 복잡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북핵 및 북한 문제에 대해 물샐틈없는 한미공조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나 한국은 대화와 협상에 무게를 두고 미국은 억지와 압박에 비중을 두는 분위기이다. 한국이 방위력 증강을 위해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고 너무 미국에 의존하려 한다는 비판도 있다. 반대로 미국이 대한(對韓) 방위공약을 확실히 보증할 구체적이며 실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은 한·미·일 3국 안보 협력 추진을 희망하는 반면, 한국은 여전히 유보적인 입장이다. 국제사회가 직면한 안보 문제에 대한 한국의 기여와 참여가 과거와 같지 않다는 평가와 함께 ‘글로벌 코리아’가 실종되었다는 지적도 있다. 한미자유무역협정 이행에 한국이 미온적이라는 지적과 더불어, 한국 정부가 환율을 조작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전반적으로 한국은 자기 이익에 집착하고 요구만 하며, 미국의 이익에 대한 고려와 기여가 부족하다는 인식이 미국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형성·전파되고 있다.

이러한 국면은 당면 현안의 조율과 조정에 관한 문제의 수준을 넘어, 상황 및 위협 인식, 지향점, 구조 및 역할분담 등과 같은 동맹 구성의 기본적 요소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단순한 정책적 이견보다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나. 주요 이슈와 양국의 입장

[중국의 부상과 지역안보구도]

미국은 미중관계를 ‘협력(cooperation)과 경쟁(competition)의 관계’라고 규정해 왔으나 최근 들어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외면적으로 아직 협력을 강조하고 있으나 내면적으로는 전략적 불신(strategic distrust)이 더 심화되고 견제(check)에 무게가 더 쏠리고 있다. 2015년 7월 발표된 ‘미국군사전략보고서 2015 (National Military Strategy 2015, NMS 2015)’에서 미국은 러시아, 북한과 더불어 중국을 기존 국제법과 규범을 무시하고 강압적인 행동으로 현상변경을 추구하며 긴장을 조성하는 ‘수정주의국가(revisionist state)’로 규정하였다.1

워싱턴에서는 중국이 궁극적으로 전후 자유주의 국제질서(post-war liberal international order)를 자국 중심의 질서와 구도(Sino-centric order)로 대체하고 미국의 절대적 우월 지위에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신형대국관계(New great power relations),’ ‘신 아시아 안보 개념(New Asian security concept),’ ‘일대일로(One belt and one road),’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sia Instrastructure Investment Bank)’ 등 시진핑 시대에 들어서 발표되고 추진되는 일련의 정책구상은 이와 같은 미국의 대중(對中)인식을 확인하고 강화하고 있다. 더욱이 2016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중국 정책에 대해 후보자간 ‘온건 대 강경’이 아닌 ‘강경 대 더 강경(tough and tougher)’의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고 현재의 지역 질서와 구도를 유지하기 위해 미국은 동맹과 우방국들의 협력과 기여를 강조하면서 동시에 이들 국가들 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강화하고자 한다.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공통분모로 호주, 일본, 인도를 하나로 묶으면서 주요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안보 협력을 한 단계 발전시키려는 미국의 모습은 중국에 대해 협력보다 견제에 비중을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중국의 부상을 점차 미국의 안보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하고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입장은 2016년 대통령 선거 이후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이 동맹국과 우방국들의 안보 기여도와 전략적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은 그들이 중국의 부상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취하느냐가 될 것이다. 미국에서는 올해 첫 분기 이후 중국의 공세적 대외정책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협력 가능한 분야를 계속 모색하되 갈등을 키우는 중국의 일방주의적 행동에 대해 할 말은 해야 한다는 입장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중국과의 물리적 대치나 직접적인 대결은 피하면서도 동맹국 간의 연대를 통해 견제와 경쟁을 강화할 수 있는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의 진두지휘 하에 미국과 협력 수준을 높이면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역할에 적극 나서는 일본이 워싱턴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반면, 한국은 이미 중국의 영향권으로 편입됐다는 ‘중국경사론’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몇 주 전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열병식 참석에 대해 특히 일본 우익 언론들이 이러한 평가를 내놓았다.2 주목할 점은 한국의 중국경사론이 지금까지처럼 일부 일본 정부 관계자 및 학자들에 의해 조성되고 확산되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외교안보정책 관계자들도 ‘독자적 판단과 평가’에 따라 한국이 중국으로 기울었다는 의견을 내는 상황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에 한국은 주목해야 한다. 그들은 핵무기 개발을 포함한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에게는 중국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 또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구조상 한·중 교역이 차지하고 있는 중요성에도 공감한다. 하지만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중견국이자 미국의 주요 동맹국으로서 한국도 중국에게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미국의 대중(對中)정책이 안보 문제를 중심으로 짜이고 있다는 점이 한국에게는 부담이다. 이로 인해 미국과 중국 가운데 한 나라를 선택하도록 강요 받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어 한국의 부담감이 배가 되고 있다. 지난 6월 한국국제교류재단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공동 후원한 세미나에서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가 “국제질서의 주요 이해당사자인 한국이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강압적인 행보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의사를 밝혀 달라”고 한 것이 단적인 예이다.3 이에 국내 일부 인사들은 미국이 한중관계가 매우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고 이에 대한 한국의 고민이 깊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고 말한다. 국내외의 이와 같은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은 ‘일본이나 미국보다 한국이 중국에 대한 취약성이 크다는 사실에 대한 고려와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미국 측에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앞으로 한국 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 보다 유연하고 적극적인 외교 노력을 전개하는데 있어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며, 이는 미국과 한미동맹에도 이익이 될 수 있음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한일관계 및 한·미·일 3국 안보 협력 문제]

한일관계에 대한 미국의 우려는 점차 해소되고 있다. 자신들이 원했던 것보다 늦기는 했지만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한국이 먼저 손을 내미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미국은 한일관계가 지속적으로 개선되어 안보와 경제 분야에서의 양국 협력이 구체화하고 나아가 강화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지난 5월 18일 한미 외교장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 존 케리 외무장관이 “한국과 일본이 역사 문제에 관해 서로 상처를 치유하고 화합을 증진시킬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방안을 찾길 바란다”면서 “동시에 머지않은 미래에 열릴 양자회의를 통해 상호 수용 가능한 해결책을 찾길 기원한다”고 말한 데에서도 이러한 의중을 엿볼 수 있다.4 특히 안보 문제에 관해 미국은 지난해 12월 말 한·미·일이 체결한 정보공유약정보다 격상된 긴밀한 안보 협력 틀이 구축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미국은 일본의 안보 역할 확대를 목표로 한 아베 총리의 외교안보정책 기조를 환영하지만 동시에 일본이 주변국들과 원만한 관계를 다지길 바라고 있다. 표면적인 지지와는 별개로 미국은 한국·중국과의 역사 문제 해결에 관한 아베 정부의 진정성과 신뢰성에 대해 우려를 완전히 거두진 못하고 있다.

한국은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안보 협력 및 경제외교를 과거사 및 국내정치 문제와 분리해 대응하는 ‘투 트랙(two-track)’ 기조를 가동시켜 유연성을 발휘하고 있다. 양국 관계 개선의 주도권을 쥐고 적극적으로 임하면서 일본에 비해 우월한 입장을 확보했고, 그 결과로 대미외교에서도 부담이 어느 정도 감소했다. 다만 한일관계 개선의 물꼬를 튼 이후에 관한 뚜렷한 구상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립되어 있지 못하다. 또한 미국이 바라는 한·미·일 안보 협력에 관해서는 중국의 반응을 의식해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미국은 미사일방어체계의 개발과 완성을 위한 협력, 동맹국 간 군사정보 보호 체계, 상호 병참지원 등을 한·미·일 협력의 의제로 거론하고 싶어 하겠지만 한국은 한중관계에 미칠지 모를 부정적 영향 때문에 적극적으로 호응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8월 14일 아베 총리는 전후 70년 담화에 주요 핵심어인 ‘식민지 지배’, ‘침략’, ‘사죄’, 그리고 ‘반성’을 모두 포함시키고 “역대 내각의 입장은 앞으로도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작은 희망의 불씨를 남겨뒀다.5 역대 내각의 입장을 계승한다고 하면서도 식민지배 및 침략의 주체와 일본군 성노예 범죄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안 해 ‘과거형 사죄’ 또는 ‘물타기 사죄’라는 비판이 이어졌지만, 아베 총리가 한 발 물러서 최소한의 요건은 맞췄으며 지역 화해와 평화에 대한 일본의 약속을 강조한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있다.6 불만족스러운 담화였지만 최악은 면함으로써 이제 한국과 일본은 양국 협력 및 한·미·일 협력의 다음 단계를 구상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제70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전날 아베 담화가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와 동시에 일본 역대 내각의 입장이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국제사회에 분명히 밝힌 점에 주목하면서 올바른 역사 인식을 토대로 새로운 미래로 함께 나아가야 할 때라고 말함으로써 지적할 것은 짚고 넘어가되 미래를 위한 협력도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역사 문제에 관한 도덕적 우위는 한국에게 있다. 이제는 지금까지의 수사적이고 선언적인 차원을 넘어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들고 대화에 나설 채비를 해야 한다.

[북핵 및 북한 문제]

북한의 2009년 4월 미사일 발사 실험과 5월 제2차 핵실험 이후 미 오바마 행정부는 ‘전략적 인내’를 기조로 강경한 대북정책을 펴 왔다. 그러다 2013년 오바마 행정부 제2기 출범 때는 존 케리 현 국무장관과 척 헤이글 전 국방장관이 등장하면서 미국의 대북정책이 전략적 인내에서 대화로 방향을 선회할 것이라는 전망이 등장하기도 했었다.7 하지만 지금까지 북한 문제 해결에는 아무런 진전이 없으며 대북정책에 대한 피로감이 쌓이고 나아가 관심도 저하되어 있다.

미국은 북한 김정은 정권이 단기적 관점에서는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붕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워싱턴에서는 김정은 제1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이 추구하고 있는 ‘병진정책’이 실패하도록 만들기 위해 포괄적인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현재도 억지·압박과 외교라는 두 축은 유지되지만 억지와 압박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 상태에서 북한이 빠져나갈 퇴로를 열어준다면 결국 병진정책의 성공을 돕는 것이라는 입장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들은 궁극적으로는 북한의 정권 교체를 통해서 핵무기 개발 시도를 포함한 북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한국정부가 지역 안보 상황과 무관하게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하려는 것을 우려하고 그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미국의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최근의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이 통일외교의 성과를 올리고자 북한 비핵화에 대한 뚜렷한 성과 없이 대북 경제제재 조치를 완화하거나 해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재기될 것이다.

한국은 북핵 문제 해결이 답보 상태이기 때문에 자연 남북관계 개선을 기대할 수 없음에도 교착돼 있는 현 상황에 대해 부담을 가지고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북핵 문제를 등한시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고 있다면, 한국에서는 반대로 북한 문제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크지 않고 이 문제가 정책 우선순위에서도 밀려나 있다고 우려하는 시선이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이라는 목표를 놓고도 역대 한국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를 추구해온 반면 미국의 정책은 비확산에 더 무게를 두고 상황을 관리하는데 집중하는 양상이라는 점도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이런 교착 상태가 길어지면 시간이 경과하면서 북핵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은 낮아지고 반대로 북한의 핵전력은 강화돼 한국의 안보가 위태로워지는 전략구도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2014년 4월 방한 당시 한국인들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다루어져야 할 주요 의제 중에서 북핵 문제를 첫 번째로 꼽은 것도 미국의 전략적 인내심 정책만으로는 북핵 위협에 대처할 수 없으며 더욱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었다.8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시간과 기회가 많이 남아 있지 않다는 초조함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한미동맹을 중심축으로 강력히 압박해도 원하는 성과를 계속 얻지 못한다면 한국에겐 북한과 대화의 계기를 마련해 남북관계 진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동기가 강화될 수 있다. 북핵 문제에 관한 실질 소득이 없는 상태에서 한국의 입장이 실제로 남북대화 우선으로 전환된다면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국의 우려를 조장하게 될 것이다. 정책 기조 전환에 앞서 양국 간의 조율이 섬세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향후 한미공조가 더 어렵게 될 수 있음을 한국 정책입안자들은 물론 미국의 정부관계자들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안보무임 승차론]

2014년 10월 23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제45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ROK-U.S. Security Consultative Meeting, SCM)에서 양국이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권 전환에 합의하면서 2015년 12월로 예정돼 있던 작전권 전환은 재연기 됐다. 이후 미국 내에서 한국이 안보 강화를 위한 자구적인 노력을 게을리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9 그 근거로 한국이 방위력 개선을 위한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고 있고 한국 국방부가 공언한 주요 무기체계의 획득도 장기 계획으로 미뤄지고 있는 점을 꼽았다. 미 의회조사국이 2014년 6월에 발표한 한미관계 보고서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 들어와 이전 노무현 정부 시절보다 국방비 증가율이 둔화되었다고 지적했다.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전시작전통제권의 전환시기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이 지휘, 통제, 통신, 컴퓨터, 정보, 감시 및 정찰(C4ISR) 체계나 미사일방어와 같이 아직 부족한 방위역량의 보완과 약속한 국방자산의 획득을 위한 노력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10 이와 같은 문제점은 외부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한미연합사령부의 지휘관들도 공감하는 사항으로, 커티스 스카파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은 2014년 3월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한국군이 국방비를 증액하고 있지만 과거 공언한 야심찬 국방지출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증언한 바 있다.11

한·중·미 사이에 민감한 외교 문제로 떠오른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erminal High Altitude Air Defense)의 한반도 전장 도입 및 배치 문제의 경우 주무부처인 국방부를 위시한 정부가 ‘3 No (No Request, No Consultation, No Decision)’를 고집하면서 의혹을 키웠다. 한국 정부가 중장기 계획으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orea Air and Missile Defense)와 킬체인(Kill Chain) 자체 개발 사업 추진을 선호한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12 하지만 두 독립적 미사일방어체계의 구축이 완료되기까지 현재의 패트리어트 미사일 중심 방어체계는 북한의 미사일을 막는데 역부족이다. 그럼에도 이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아 전문가들로부터도 비판을 받았다. 주한미군의 평택·오산기지 확장 및 이전 사업 이행과 기지 건설 공사가 차질을 빚어 본래 일정보다 늦어지는 것도 미국으로서는 불만이다. 더 나아가 양국이 표방하고 있는 ‘양자간·지역적·범세계적 범위의 포괄적 전략동맹’13 즉 글로벌동맹의 성격에 부합하는 모습을 한국이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오히려 국제사회가 직면한 여러 안보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한국의 기여가 감소하고 있다는 평가가 제기되고 있으며, 세계안보 문제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관심과 참여가 전임 이명박 정부 때보다 축소된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더욱이 현 정부는 한중관계를 의식해 동아시아 지역안보 문제에 대해서도 미온적인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한편 한국 정부는 미국의 대(對)한국 안보공약 이행을 강조하면서 계속 더 많은 요구를 하고 있다. 수사학적인 보증을 넘어 구체적인 행동과 조치로 대한국 안보 공약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다. 북한의 세 차례 핵실험과 각종 미사일 시험발사, 그리고 소니픽처스 해킹 사건 등에 따른 미국의 대북제재조치 이행 및 강화는 계속 이뤄져왔다. 하지만 ISIS, 아프가니스탄, 이란, 그리고 우크라이나 관련법에 비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보에 관한 법의 수가 적어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구체적인 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기 때문에 더 확실하게 보여 달라는 요청인 셈이다.14 그 바탕에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가 지역과 국제사회의 안정과 평화에 기여한다는 논리가 깔려있다. 2014년 8월 북한이 4차 핵실험과 미 본토 타격을 언급했을 때 미 공군 산하 지구권타격사령부(Air Force Global Strike Command, AFGSC) 제509폭격비행단 소속 B-2 폭격기 세 대가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 전진배치되었던 것과 최근 남북 대치상황 중에 주한미군 210화력여단의 다연장로켓 등을 최전방 지역으로 이동시키고 군 전략자산의 전개시점을 탄력적으로 검토하는 등의 행동을 보여준 것은 미국이 한국의 이러한 요구를 수용하면서 확장억지 공약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KORUS FTA 이행 문제]

지난 3월 미국 네브라스카 농민조합 회장 존 핸슨은 기자회견을 통해 2012년 한미 FTA 발효 이후 한국의 대미수출은 증가한 반면 미국의 대한국 수출은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기자회견을 주최한 시민단체 퍼블릭 시티즌(Public Citizen)은 이러한 수출입량 변화에 따른 미국의 대한(對韓) 무역적자 증가는 약 85,000개의 미국 일자리 감소를 의미한다고 주장했다.15 비록 핸슨 회장과 퍼블릭 시티즌이 한미 수출입 통계 수치와 동향을 왜곡해 입맛대로 사용한 것이긴 하지만 한미 FTA 발효 이후 한국이 협정에 따른 이득을 보면서도 정작 의무는 성실히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 제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4년 오바마 대통령 방한 당시 태미 오버비 미 상공회의소 아시아 담당 부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한미 FTA의 이행 문제에 관한 광범위한 리스트를 갖고 있으며 이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16 석 달 후 한국을 방문한 토마스 도너휴 상공회의소 회장은 한미 FTA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투자와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양국이 세부 조항을 조율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17 미 의회조사국의 2014년 한미 FTA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철강업계는 원산지 규정과 환율 조작 우려를 이유로 동 협정에 강력히 반대했었다.18 이외에도 미화 200달러 이하 특송화물 배송 통관 문제, 금융정보 해외이전 허용 문제, 자동차 엔진 크기에 따른 개별소비세 부과방식, 의료 및 의약품 규제 등도 지적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한국 정부는 한­미간 무역 불균형 문제는 수출입 품목 다양성의 변화와 수출입 물량 증감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으로 보고 있다. 양국이 이견을 보이고 있는 일부 이행 문제도 여러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단기간에 이견을 좁히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미 FTA 이행기구회의를 통한 협의와 일부 국내법 개정과 같은 한국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 일각에서는 한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편법을 사용하며 자국 이익에만 집착한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경제가 나아지면서 한미 무역수지 불균형과 FTA 합의 이행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잦아들 수 있지만 곧 대선 과정에 본격적으로 돌입하면 한미 FTA에 대한 불만이 재차 불거져 나올 가능성이 높다.

 

3. 한미관계 발전을 위한 향후 대응 방향

한미관계를 둘러싼 전반적인 상황은 한국에게 불리하게 펼쳐지고 있으며 최근 제기되고 있는 문제들의 성격도 마찬가지다. 양국 지도자 및 지도층 간의 친밀감이 예전만 못한 점도 유의해야 한다. 특히 중국의 부상에 대한 대응이나 바람직한 지역안보구도에 대한 관점처럼 동맹국 사이의 인식기반에 관한 문제들이 거론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논쟁이 장기적으로 한국과 미국이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에 관한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역안보구도 및 중국 부상 문제에 대한 입장]

한국이 추구해 온 동아시아 지역안보구도는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근간으로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한미동맹을 중심축으로 유지해야 한다. 물론 중국이 불편해 하겠지만 한국의 지역안보에 관한 입장을 수용하도록 꾸준히 설득해야 한다. 즉 전후질서의 근간을 유지하면서도 지역과 범세계적 상황의 변화에 부합할 수 있도록 점진적으로 안보구도를 조정하고 발전시켜 나갈 것을 강조해야 한다. 한국과 미국은 중국의 부상에서 비롯되는 각종 도전과 기회를 적절히 배합해 함께 대응해 나가는 것이 좋다. 또한 중국을 악당으로 취급하기 보다는 관여(engagement) 중심의 정책을 통해 중국의 변화를 도모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임을 미국에게 계속 알리는 역할을 한국이 해야 한다.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와 한국국제교류재단 공동주최로 열린 한미 전략대화 세미나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한국도 ‘국제질서의 주요 주주’로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음을 기억할 것이다.19 한국은 역내 국가들이 항행의 자유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는 점과 각종 분쟁이 평화롭게 해결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그리고 항행의 자유 보장을 위해 한국이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기꺼이 받아들이겠다고 밝히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중국의 부상에 따른 도전에 대해서는 원칙을 가지고 대응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야 하며, 이는 결국 중국에 대한 우리의 지렛대로도 작용할 것이다. 한미동맹 강화는 한중관계 악화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우리의 대(對)중국 지렛대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반대로 한미동맹의 틀 속에서 미국에게도 할 말은 하는 한국은 중국에게도 중요한 전략적 협력 대상이 된다. 균형을 잡기가 쉽지만은 않겠지만, 한국은 한미관계와 한중관계를 대등하게 보고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이득이다.

[한일관계 및 한·미·일 안보 협력 관련 입장]

한일관계의 개선과 한·미·일 협력 증진을 장려하면서 동시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독도에 관한 우리의 입장을 일관되게 내세우기 위해서는 과거사 갈등과 안보 협력 문제를 분리해 대응한다는 원칙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야 한다. 지난 8월 14일 발표된 아베 담화는 우회적이고 간접적인 표현 때문에 한국과 중국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지만 어쨌든 이전의 우려와 달리 수위 조절을 통해 일부 긍정적인 평가도 얻었다. 따라서 아베 담화 이후 한국의 대일외교가 사안별 분리대응 원칙에 따라 이루어진다면 그 동안 한일관계 개선을 바라온 미국과의 외교관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정책적 대응은 미국이 과거사 문제에서 일본을 압박하게 만드는데 주효할 것이다. 나아가 그 동안 워싱턴 D.C.에서 벌인 일본 문제를 주제로 한 대미공공외교는 지양하고 직접 일본을 대상으로 다양한 공공외교를 추진한다면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한국의 노력을 부각시켜 미국 외교 관계자 및 정책 전문가들로부터 더 큰 신뢰를 얻게 될 것이다.

한일관계 개선과 병행할 한·미·일 안보 협력은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삼국 협의체를 설립해 가동하는 방안을 중심으로 검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세 나라가 전략대화를 통해 서로의 입장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역 차원의 협력보다는 범세계적 차원의 협력을 추구해야 한일 협력 혹은 한·미·일 협력에 대한 일부 국가 및 한국 내부의 우려와 반발이 적어지고 또 극복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안보 협력을 어느 수준까지 추진할 것인지에 관한 구상을 세 나라가 추구하는 지역안보구도와 연계해야 한다.

[북핵 및 북한 문제 장기대응전략 속 단기 대응책 수립·이행]

한국과 미국은 북핵 문제를 넘어 북한 문제의 포괄적인 해결을 위해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최선인가에 관한 합의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도발하거나 국제사회 결의안을 위반할 때마다 취하는 단기적 대응이 아니라,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어떠한 접근이 가장 효과적이고 이를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에 관한 합의가 마련돼야 한다는 점에 양국 정부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공감대가 구축되면 이를 기반으로 구체적인 해결을 위한 한·미 공동 로드맵을 구상해야 한다.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장기 전략은 억지, 압박, 외교를 3개 축으로 세우고 정치·군사, 경제·사회, 인권, 그리고 인도주의적 문제를 4개 중점분야로 설정해 각 분야의 균형 잡힌 개선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틀 속에서 한·미 및 한·미·일이 북한의 병진전략에 대응하는 반(反)병진전략을 협의하고 추진하는 걸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한·미 양국은 북한 불안정 사태와 관련해 군사 문제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 대한 협의를 강화해야 한다. 한국은 유관부서인 통일부, 국방부, 외교부뿐 아니라 범정부 차원의 협의체를 구성해 대북전략을 수립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인권 상황의 실질적 개선을 위해서 국제사회와 적극 협력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미국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 마지막으로 인도주의 차원에서의 대북 관여는 예외로 둔다는 점에 대해 한국과 미국이 합의하여 남북대화의 가능성을 항상 열어두어야 한다.

[한국의 안보역할 강화와 지역·범세계적 기여 문제]

현재 한국 안보의 최우선 과제는 북한의 군사위협에 대비해 우리의 군사력을 정비하고 질적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 안보의 핵심축인 한미동맹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지역 및 범세계적 질서 유지 및 관리 차원에서 미국이 한국에 요구하는 역할을 수행할 준비를 하고 어떠한 기여를 할 것인가를 명확히 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 정부도 ‘한국 방위의 한국화’를 위한 입장을 미국에 보다 강력하게 피력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대대적인 국방개혁 정비 추진과 한국군과 주한미군 전력 간의 상호보완성, 호환성, 그리고 운용성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은 북한위협평가, 연합 전략·전술·작전구상, 전력 확보, 지휘 및 운용체계 정비, 연합훈련 및 연습 등에서 연속성을 구현해 운영하는 방안을 미국에 제시해야 한다.

지역과 국제사회가 직면한 안보 문제 해결을 위해 더 이상 말로만 적극적 참여와 기여 확대를 반복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특히 미국은 최근 부각되고 있는 사이버안보를 비롯해 테러, 핵비확산, 공중보건, 환경 및 기후변화, 공적개발원조, 에너지 등의 비전통안보 문제에 대한 한국의 기여 확대를 바라고 있다. 무엇보다 이런 주제들은 과거 한미 정상회담에서 발표된 한미동맹을 위한 공동비전 성명 및 여러 공동선언에 포함되어 왔기 때문에 한국은 더욱 구체적인 실천 계획과 한미 간 협력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통상 문제에 대한 이견 해소 노력]

미국 차기 대선 과정과 그 이후에도 문제 제기의 소지가 있는 한미 FTA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합의이행이 미진한 부분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먼저 보여주면서 협정 개선을 위한 양국 협의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특송화물 배송통관과 같이 상대적으로 해결이 용이한 문제들을 우선 해결하고 이미 미국 측이 우려를 표한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를 비롯하여 새로운 문제들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은 자동차 부분이나 의약품 가격인하 문제, 금융정보 해외이전 승인 문제 등은 중장기 과제로 돌려 실무자간 정기적인 협의와 양국 지도자간 정치적 논의를 병행함으로써 합의점을 찾는 것이 최선이다.

한국과 미국은 한미동맹이 추구해야 할 목표, 한반도와 주변 지역의 안보 상황에 대한 평가와 전망, 현존 위협과 잠재 불안요소에 대한 대응전략, 그리고 전략과 전술의 효과적이고 차질 없는 수행을 위해 역할분담에 관한 이해의 공통분모를 키워야 한다. 한 발 더 나아가 한국은 이를 통해 동맹 관계에 내재된 ‘쌍방향성’이란 의미에 충실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국제사회에서 커진 한국의 위상만큼 동맹관계 속에서도 더 책임감 있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일각에서 재기하고 있는 중국경사론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한·미·일 안보 협력에서도 제 목소리를 낼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

  • 1

    U.S. Joint Chiefs of Staff, 2015, The National Military Strategy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2015, Washington, D.C.: Joint Chiefs of Staff.

  • 2

    우익성향의 산케이신문은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을 사대주의로 비판하는데 그치지 않고 박 대통령을 암살당한 명성황후에 빗대는 극단적인 논평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박근혜 대통령을 암살된 명성황후에 비유...일본 우익신문 칼럼 파문>, 《경향신문》, 2015년 9월 10일자.

  • 3

    “U.S. calls for S. Korea to speak out against China’s behavior in South China Sea,” The Korea Times, 4 June 2015.

  • 4

    “北 비핵화 압박・설득 병행”…한미외교장관 기자회견 문답,” 「연합뉴스」, 2015년 5월 18일자.

  • 5

    “아베 전후 70년 담화 전문 日정부 번역본(종합2보),” 「연합뉴스」, 2015년 8월 15일자.

  • 6

    한국과 중국에서는 아베 담화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평가가 절대다수를 이뤘다. 여론의 분위기는 “아베담화 ‘과거형 사죄’…“차세대에 사죄 숙명 지워선 안돼”.” 「연합뉴스」, 2015년 8월 14일자와 “Abe’s watered-down apology fails sincerity test,” China Daily, 14 August 2015를 참고. 아베 담화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대체로 미국의 동아시아 및 일본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 외교협의(CFR)의 일본 전문가 셰일라 스미스는 아베 담화에서 눈 여겨 볼 점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1) 일본의 동아시아 지역 화해와 평화헌법 제9조에 대한 약속을 공고히 다졌고; 2) 일본 전후세대의 “조용한 자부심”과 그들의 이웃국가와의 평화와 공동 번영을 향한 열망에 대해 이야기했으며; 3) 마지막으로 지난 세계대전에서 일본에 의해 고통 받은 피해자들이 전후 일본에 베푼 관용에 감사를 표했다는 것이다. 자세한 것은 Smith, Sheila A. 2015. “Abe Focuses on Japan’s “Lessons Learned”, Asia Unbound 참고.

  • 7

    미 대북정책 전략적 인내→대화 예고…한국도 통미봉남 막을 새 접근법 필요,” 「중앙일보」, 2013년 1월 9일자.

  • 8

    아산정책연구원이 수행한 여론조사에서 오바마 대통령 방한시 논의되어야 할 주요 이슈로 꼽힌 것은 북한 핵문제(26.5%), 한미FTA 등 경제 협력 강화 방안(19.8%), 통일을 위한 한미간 협력 방안(16.7%), 그리고 미국의 한일 갈등 중재(13.2%)였다. 최 강, 김지윤, 강충구, 이의철, 칼 프리드호프, 「한미동맹의 도전과 과제: 한미관계와 동북아 내 미국의 역할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 서울: 아산정책연구원, 2014, p. 41.

  • 9

    미국 동맹국들의 무임승차(free-riding)에 관한 비판의 칼날이 한국에게만 향해 있는 것은 아니다. Ted Galen Carpenter, 2015, “Washington’s Free-Riding East Asian Allies,” Commentary, URL: http://www.cato.org/publications/commentary/washingtons-free-riding-east-asian-allies(접속일: 2015년 9월 8일).

  • 10

    Bruce Klingner, 2014, “The U.S. and South Korea Should Focus on Improving Alliance Capabilities Rather Than the OPCON Transition”, Backgrounder #2935.

  • 11

    Curtis M. Scaparrotti, 2014, Statement of General Curtis M. Scaparrotti, Commander, United Nations Command; Commander, United States-Republic of Korea Combined Forces Command; and Commander, United States Forces Korea Before the Senate Armed Services Committee.

  • 12

    국방부는 킬체인과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를 한미동맹의 포괄적 미사일 대응작전 수행을 위한 중요한 요소로 여기고 있다. 군은 2023년까지 두 체계의 구축을 완료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 13

    2009년 6월 한미 정상회담 이후 발표한 한미동맹을 위한 공동비전에서 두 정상은 양국이 “공동가치와 상호신뢰에 기반한 양자간•지역적•범세계적 범위의 포괄적 전략동맹을 구축해 나갈 것이다”라고 선포했다. 이후 양국은 한미동맹을 ‘포괄적 전략동맹’에 걸맞은 모습으로 발전시켜나가기 위해 협의를 해왔으며,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 계기 한미 정상회담 이후 발표된 한미동맹 60주년 기념 공동선언도 한미동맹이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진화해 왔다”고 평가하고 더 나아가 “아시아•태평양 지역 평화와 안정의 핵심축(linchpin)으로 기능하고, 21세기 새로운 안보 도전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동맹을 계속 강화시키고 조정해 나갈 것”이라는 계획을 명시한 바 있다.

  • 14

    관련 분석은 제임스 김, 한민정, <2014년 미국 의회 정책 동향>, 서울: 아산정책연구원, 2015, pp. 16-27을 참조.

  • 15

    John Brinkley, 2015, “Protectionists Disingenuously Attack US-Korea Free Trade Agreement,” Forbes, March 19.

  • 16

    <美상의 부회장 “오바마 방한때 FTA 이행문제 제기”>, 《연합뉴스》, 2014년 4월 17일자.

  • 17

    <美상의회장 “한미FTA 세부조항 조율 필요”...“TPP타결 뒤에야 참여가능할 것”>, 《조선비즈》, 2014년 7월 24일자.

  • 18

    Williams, B. R., Manyin, M. E., Jurenas, R., and Platzer, M. D., 2014, The U.S.-South Korea Free Trade Agreement (KORUS FTA): Provisions and Implementation, Washington, D.C.: 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p. 35.

  • 19

    <러셀 미 차관보 “한국, 남중국해 분쟁에 목소리 높여야”>, 《연합뉴스》, 2015년 6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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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최강

원장

최강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원장이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국립외교원에서 기획부장과 외교안보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동 연구원에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교수로 재직하며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미주연구부장을 지냈다. 또한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아태안보협력이사회 한국위원회 회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했다. 한국국방연구원에서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국제군축연구실장, 2002년부터 2005년까지는 국방현안팀장 및 한국국방연구 저널 편집장 등 여러 직책을 역임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기획부 부장으로서 국가 안보정책 실무를 다루었으며, 4자회담 당시 한국 대표 사절단으로도 참여한 바 있다. 1959년생으로 경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고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구분야는 군비통제, 위기관리, 북한군사, 다자안보협력, 핵확산방지, 한미동맹 그리고 남북관계 등이다.

김기범
김기범

외교안보센터

김기범 연구원은 아산정책연구원 연구부원장실 및 외교안보센터 연구원이다.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에서 국제정치를 전공해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 언어정보연구소 전문연구요원과 (재)국제정책연구원 인턴연구원으로 재직한 바 있으며, 연구 관심분야는 동아시아 지역안보, 다자안보협력, 취약국가, 인간안보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