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산업경제 발전과 국민, 지역 주민의 생활편익을 위해 사회간접자본(Social Overhead Capital, SOC)에 많은 투자를 했다. 그러나 사전에 치밀한 수요조 사나 타당성검사를 소홀히 한 채 사업을 추진하여 많은 시행착오나 예산낭비를 초래하기도 했다. 무분별한 사회간접자본 투자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에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부채를 증가 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 동안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건설한 사회간 접자본 중 청계천, 인천국제공항, 부산 광안대교 등과 같이 정상적인 기능을 하는 것도 있으나, 많은 사회간접자본이 적자로 운영되고 있으며 폐쇄 여부를 검토 중이거나 이미 폐쇄되어 다른 목적으로 활용되는 곳도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국가의 부채증가로 이어지 고 있는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는 지방정부 재정의 위기, 나아가 국가 재정에 큰 부담 이 되고 있다. 이러한 재정 낭비를 막는 방안으로 추진 예정인 대규모 사회간접자본 건설 계획에 대해서는 2~3개 전문연구기관이나 대학이 계량분석을 독립적으로 수행하여 타 당성 검사와 검증 절차를 거쳐 비슷한 수요예측 결과가 나오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럼 으로써 지역 이기주의나 권력에 따른 수요 부풀리기를 원천적으로 방지하여 무분별하고 경제성 없는 사회간접자본 건설로 인한 예산낭비가 더 이상 계속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1. 우리나라 지방 자치단체의 부채와 재정위기 가능성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단체 중 서울, 인천, 경기, 강원 등 9개 시·도의 총 부채비율(지자체 의 빚 부담률)이 40%를 넘어서 부채증가로 인한 재정파탄이 우려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특히, 인천광역시는 월미은하레일 건설, 아시안 게임 유치와 경기장 건설, 세계도시축전 개최 등으로 부채가 시 예산의 82%에 이르러 전국에서 재정상태가 가장 양호했던 지자 체에서 가장 불량한 지자체가 되었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면밀한 경제적 타당성 검증 없이 추진한 경전철, 공항, 도로, 국제행사와 같은 대규모 사업들은 지방정부를 재정파 탄으로 이끄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도로, 교량, 경전철 등 사회간접 자본 관련 선거공약을 이행 할 수 있는 예산이 부족하거나 없을 경우 손쉽게 동원 할 수 있는 방법은 민자 사업이다. 민자 사업은 사회간접자본 건설 소요 예산을 민간 기업이 부담하고 사회간접자본 완공 후 도로, 교량, 경전철 등에서 발생하는 통행료, 탑승료 등 수익금으로 투자된 사회간접자본 건설 자금을 회수하고 유지 및 관리비용을 확보하는 방 식이다. 현재 인천공항철도, 인천공항 고속도로, 용인경전철, 의정부경전철 등 많은 사 회간접자본 관련 시설들의 실제 이용률이 당초 계획 당시 예측한 수요보다 훨씬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며, 사회간접자본 건설에 투자된 자금은 물론 유지관리 비용 확보도 어려 운 실정이다. 또 사회간접자본 건설 당시 지방자치단체와 민간기업 간에 체결된 계약에 의거해서 사회간접자본 자체수입으로 운영비가 최소 예상수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지방 자치단체에서 이를 보전해 주기로 한 최소운영수입보장(Minimum Revenue Guaran- tee, MRG) 약속에 따라 사회간접자본 자체수입으로 충당하지 못한 운영비용은 고스란히 지방자치단체의 부채로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최소운영수입보장 제도를 2009년이 되어서야 전면 폐지했다.

지방자치단체뿐만 아니라 387개 지방 공기업의 부채 역시 급격하게 늘어나 이들 공기업 의 총 부채는 72조 원 수준에 달한다. 여기에 민자 사업 추진으로 갚아야 할 빚 27조 원을 합치면 지자체의 직접 부채에서 제외된 부채규모가 100조 원에 달한다. 앞으로 추진 될 사회간접자본 사업들에 대한 면밀한 경제적 타당성 검증이 더욱 더 필요한 이유이다.

표 1. 광역단체별 총 부채 및 부채비율 1
시/도 총 부채 규모 (억 원) 부채비율 (%)
인천 12조9,900 82.9
세종 2,834 71.6
경기 15조8,278* 71.0
서울 26조5,702 62.5
강원 2조7,470 57.2
경남 3조4,058 45.0
충북 1조5,770 42.1
충남 2조2,443 41.7
울산 1조7,891 41.1
주) 부채비율 40% 이상의 광역자치단체 (2012년)
※ 총부채=지자체 채무 + 공기업 부채 + 민자사업 부담
부채비율=총부채/(지자체 예산+공기업 자기자본)

2. 지방 공기업의 부채 현황

전국 지방 공기업 387 곳 중에서 부채규모가 1조 원이 넘는 곳은 2008년 7개에서 2012년 말 9개로 늘어났으며, 부채가 5,000억 원 이상인 곳도 2008년 20개에서 2012년 24개 로 늘었다. 또한 부채가 1,000억 원 이상 공기업은 53개에서 61개로 늘었다. 공기업의 부채규모가 전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데,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공기업의 경영사정이 개선 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2006년 이후 산업단지와 주택 개발로 인하여 도시개발공사들이 조 단위의 대규모 부채를 짊어지게 되었고, 시·군·구의 기초자 치단체들이 앞다퉈 지방공사 설립에 나서면서 지방자치단체의 부채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 지방 공기업은 지자체에서 경제적 타당성이 면밀히 검토되지 않은 사업을 떠맡은 후, 사업이 기대수익률에 미치지 못하면 빚더미에 앉는 수순을 밟고 있다.

표 2. 지방 공기업의 부채 규모, 2012년 말 기준2
지방 공기업명 부채규모
SH공사 18조3,350 (346)
경기도시공사 8조4,356 (321)
인천도시공사 7조9,271 (356)
경기지역개발기금 3조5,833 (931)
서울메트로 3조3,035 (280)
부산도시공사 2조4,708 (253)
강원도개발공사 1조2,497 (338)
경남지역개발기금 1조2,287 (487)
서울도시철도공사 1조432 (19)
인천경제자유구역청 9,361 (81)
(단위: 억 원,()안은 부채비율 %)

3.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무리한 정책사업 사례들

1) 인천공항철도

2007년 3월 개통된 인천공항철도3의 이용객이 당초 예측한 수요의 10%에도 못 미쳐 정부는 민간 사업주에게 하루 수억 원씩 운영수익 보조금을 지불하고 있다. 인천공항철도의 운임수입 실적이 5년 평균 예상운임 수입의 6.5% 밖에 안 되는 등 정부의 수요예 측이 부정확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루 평균 운영보조금은 2007년 3억 6,620만 원, 2008년 4억 5,644만 원씩 들어갔고, 2009년부터는 12억 6,300만 원으로 불어나, 2040년까지 총 공사비 4조 995억 원의 세 배가 넘는 13조 8,000억 원의 적자를 세금으 로 민자 사업자에게 보조해 주어야 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천공항철도는 실패한 민자 사업의 대표적 사례이다. 현재 공항 리무진 버스가 전국 곳 곳에서 인천공항까지 출입국 승객을 운송하고 있기 때문에 인천공항철도 이용승객이 증 가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김포공항역에서 지하철 5/9호선과 인천공항철도의 연결로 서비스가 한층 개선되었다고는 하나, 공항버스나 택시와 같은 교통수단에 비해 불편해 보인다. 따라서 큰 폭의 운임수입 증가는 기대하기 어려우며 철도운행이 계속될수록 적자폭만 커지고 국가재정에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2) 월미은하레일

인천시 산하 인천교통공사는 2009년 853억 원을 들여 월미은하레일4을 만들었다. 그러나 안전 검사 결과 차량, 궤도, 교각, 토목 공사 등 전 분야에서 결함이 발견되어 운행 불 가 판정을 받았다. 부실공사 때문에 개통도 못한 것이다. 월미은하레일은 철거 검토 중이 나, 철거비용이 250억 원 가량이 들어 쉽게 결론을 못 내리고 있으며, 결국 안전 문제로 인하여 다른 용도로 활용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월미은하레일이 철거된다면 헛 공사에 1,100억 원을 낭비하게 되는 셈이다. 이외에 용인경전철이 2013년 4월 26일 우여곡절 끝에 개통되어 운행이 시작되었다. 용인시는 처음 계약된 최소운영수입보장 제도를 실제 이용자 기준 보전 방식으로 전환 하였으나 8,000억 원대의 공사비 중 5,000억 원을 지방 채로 10년 안에 갚아야 하며 나머지는 30년 동안 분할상환을 해야 돼 시 재정에 큰 부담이 예상된다.5 의정부경전철은 총 건설비용 5,470억 원이 들었으며, 개통 이후 탑승객이 예상의 14% 정도에 불과해 6개월 만에 120억 원의 적자가 쌓였다. 최소운영수입보장 체결로 매월 20억 원을 보전해야 하며, 여기에다 눈이 내리면 멈춰서는 결함이 있어 열선을 추가 설치해야 하는 실정이다.6

3) 지방 공항 운영

적자에 허덕이던 지방 공항들은 고속철도가 개통되면서 승객이 급감해 걱정거리가 되었고, 급기야 문을 닫는 공항까지 생겨나고 있다. 예천공항은 386억 원을 들여 신청사까지 마련했으나 중앙고속도로의 개통과 고속철도의 등장으로 민간공항으로서의 기능을 못하고 폐쇄되어 현재 공군이 사용 중이다. 목포, 광주공항 역시 고속철도의 등장으로 승객이 감소하여 공항의 적자경영을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었고, 목포공항은 무안공항 개항 이후 군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청주공항은 당초 김포공항을 대체할 새 국제공항으로 계획되었으나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관계로 인천국제공항에게 신공항의 자리를 넘겨주었다. 정부는 매년 50억 원의 적자를 내는 청주 공항의 민영화를 추진하였으나 이조차 무산되었다.

지방 공항 중 소수를 제외하고, 국내선 승객은 전반적으로 감소추세이다. 강원도 원주, 양양공항 등은 항공사의 적자 부분을 지자체가 지원해 유지하여 왔다. 김제공항은 서울 에서 공항 주변으로 고속철도(KTX)가 연결되면 김제공항에 대한 수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어 공항부지 매입 후 건설이 중단된 상태다. 지방 공항의 활로를 개척하기 위해서는 저가 항공사 중심으로 근거리 해외노선을 개발하든가 전세기 운항을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14개 국내 지방 공항 중 활성화가 가능한 공항을 엄선하여 집중지원하고 나머지는 공군에 이양 또는 공동 사용하거나, 대학교 항공학과 교육용 실습장으로 용도전환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4) 민자고속도로 운영

정부의 최소운영수입보장 제도로 운영되는 9개의 민자고속도로에 대한 지원액이 지난 10년 동안 총 1조 6,423억 원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공항고속도로는 민간 사업자에게 최소운영수입보장 금액으로만 10년간 지불한 돈이 9,076억 원에 달하며 차라리 민자고속도로를 인수하는 것이 비용을 절감하는 방안으로 대두되고 있다.7

표 3. 민자 고속도로 최소운영수입보장 비용 및 협약 대비 통행실적 비율
구분 합계 (억 원) 비율 (%)
인천공항 9,076 45.3
천안-논산 3,432 52.7
대구-부산 2,289 51.7
서울외곽 623 81.1
부산-울산 597 47.2
서울-춘천 201 68.8
용인-서울 39 69.3
서수원-평택 92 66.9
인천대교 74 63.9
합계 16,423 53.3
주) 최소운영수입보장 (Minimum Revenue Guarantee, MRG)

4. 계량분석의 개념

계량분석은 경제 이론, 수학, 통계학을 토대로 한 경제학의 한 분야이다.8 통계분석기법은 새로운 경제 논리와 이론 개발 시 이를 뒷받침하며 이미 개발된 경제 이론 및 가설의 현실타당성을 확인·검증한다. 또한 현실성이 입증된 함수 관계를 각종 경제 현상의 구조 분석과 예측에 이용하며 정책사업의 추진에 앞서 경제적 타당성을 검증한다. 계량분석은 각종 정책의 입안 시 오류를 예방하고, 특정한 정책의 효과를 평가한다. 계량분석 업무의 실제 역할은 공공정책이 개발·추진되는 과정에서 소요되는 예산의 적절성 및 타당성 등을 분석하고 계량화를 통해 공공정책 사업의 최적화를 도모하는 데 있다. 또 국토, 복지, 교육, 의료 산업 등 각 분야에서 국가가 수행하는 대규모 공공 투자사업의 기획 단계부터 사업의 필요성, 효율적 유지관리, 경제성 등을 치밀하게 검토하여 투자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게 해준다.

5. 계량분석의 필요성

계량분석에 기초하지 않은 무분별한 지출이 국가 재정위기의 원인이 된 사례는 계량분석 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한다. 우리나라의 국내 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비율은 2050 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인 103.0%보다 높은 137.7%에 이르고, 2060년 에는 218.6%로 확대되어 재정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된다.9 2012년 국가부도에 이른 그리스의 국가 채무비율이 170.3%였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이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도 심각하여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50년에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37.3%로 급증하여 일본의 36.5%, 이탈리아의 34.4%를 넘 어 세계최고 수준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저출산으로 인한 경제활동인구의 감소는 세입기반의 약화로 이어지며 예상되는 복지지출의 확대로 재정악화의 큰 요인이 될 것 이다. 저출산 문제 등은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데, 정치인들이 장기적인 정책을 논하기 보다는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단기적인 정책에 관심이 더 많은 것도 문제이다.

우리는 이미 남미의 아르헨티나가 역사적으로 얼마나 어려운 경제적 위기를 겪었는지 잘 알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건전한 재정 상태를 유지했으나 페론 대통령의 세출·세입 상태 를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복지정책으로 세출이 세입을 능가함에 따라 국가 재정이 파탄 에 이르게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대통령, 국회의원, 광역자치단체장, 광역의원, 기초 단체장 및 기초의원 등 각종 선거에서 제기된 여러 가지 선거공약 이행에 따른 사회간접 자본의 과도한 건설로 인한 부채 증가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뿐만 아니라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그러므로 각급 연구기관은 계량분석을 통해 과거 정책과오를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각종 사회간접자본 관련 정책, 계획 중인 사업에 대한 현실적 인 타당성 검증에 주력하여 지자체의 예산낭비를 사전에 방지해야 할 것이다.

6. 계량분석 적용의 우수 사례 BART(Bay Area Rapid Transit)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공공사업 추진에 앞서 경제적 타당성 검증은 반드시 필요한 절차이다. 이와 관련하여 많이 적용되는 이산선택모델(discrete choice model)에 대해 살펴보자. 이 모델에 대한 연구는 1960년대 중반 캘리포니아 주립대학(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의 다니엘 맥파든(Daniel McFadden)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그는 학문적 공헌을 인정받아 2007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BART는 그가 1970년대 중반 이 모델을 적용한 우수 사례이다. BART는 Bay Area Rapid Transit의 약자로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운행하는 경전철을 말한다. 맥파든10은 이산선택모델의 한 종류인 로짓(logit) 모델을 이용하여 BART 건설 전 이에 대한 수요예측조사를 실시하였다. 그는 출퇴근 자 들을 대상으로 하여 6가지의 교통수단을 이용한 출퇴근 방법을 비교·분석했다. 이 중 2가지 방법은 BART를 가정한 교통 수단이었다. <표 4>는 로짓 모델에서 얻은 예상 치와 실제 BART 경전철 건설 후에 나온 결과를 비교한 것이다. <표 4>에 제시된 바와 같이 모델의 예측 값과 실제결과가 매우 유사한 것을 알 수 있다.

표 4. BART 실제와 모델 예측 값 비교
  모델 예측 값 (%) 실제 값 (%)
자동차 55.84 59.90
버스와 버스정거장까지 도보 12.51 10.78
버스와 버스정거장까지 자동차 이용 2.411 1.426
BART와 BART 정거장까지 버스 이용 1.053 0.951
BART와 BART 정거장까지 자동차 이용 5.286 5.230
카풀 22.89 21.71
주) Kenneth E. Train. 2003. Discrete choice methods with simulation, Cambridge University Press.

BART를 이용하는 비율을 합한 총 실제 값과 이에 상응하는 모델 예측 값은 각각 6.18%와 6.34%로 매우 유사했다. 실제 수요예측 업무를 맡은 용역업체에서는 다른 방법을 이용하여 BART의 이용비율이 15%나 될 것으로 예측했지만, 이는 실제 값인 6.18%의 두 배가 넘는 것으로 이산선택모델을 이용한 검증이 매우 정확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산선택모델은 표본조사자료에 기초하여 다수의 선택지, 각각의 속성이 갖는 중요성을 수 치로 산출한다. 이를 통해 이 모델은 개별 선택지의 속성 변화에 따른 효과를 추정해 낸다. 예를 들면, 이산선택모델은 철도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승차시간 단축, 배차간격 단축, 신뢰도 향상, 승차권 가격 인하 중 어떤 조치가 가장 효율적인지를 정량적으로 분석해주며 이에 따라 예상되는 철도 이용량 증가분도 파악 할 수 있게 해준다.

이산선택모델은 수요예측을 가능케 하는 하나의 경제모델이다. 확률적 효용극대화 이론 (Random utility maximization theory)에 근거한 이 모델을 이용한 시뮬레이션은 미래의 수요에 대해 비교적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다. 이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설문 조사를 실시하여 표본조사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모델의 정확도는 표본조사자료의 질에 달려 있으며 이 표본조사자료가 우리가 모델링 하고자 하는 대상을 어느 정도 잘 대변하 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정확한 표본조사를 하기 위해서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예를 들어 새로운 고속철 노선을 건설하기 위해 현재 항공 이용객들을 상대로 공항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하면 탑승 수속 중이거나 대기 중인 많은 항공 이용객들은 설문에 진지하게 응해 주지 않는다. 공항 당국 역시 앞으로 경쟁자가 될지도 모를 고속철에 대한 설문조사를 상대적으로 진행이 수월한 탑승구역 내에서 조사 할 수 있게 허가해 줄 이유가 없다. 설문조사는 면접원의 질문방식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설문조사에 나가 기 전에 사전교육은 필수적이다. 잘못된 표본조사자료에 바탕을 둔 모델 형성을 방지하기 위해 각별히 더 관심을 기울어야 한다. 만약 표본조사자료 중 어느 지역의 특정 계층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면 이를 보정하기 위해 그 지역에 대한 인구조사(Census) 자료를 활용하여 모델에 가중치를 부여해야 한다.

이렇게 개발된 이산선택모델은 특정집단, 예를 들어 총 근로소득이 백만 원 이하인 가구들이, 새로운 정책 추진 가정 하에 이 밖의 집단들과 다른 반응을 나타낼지를 미리 사전 분석(ex-ante analysis)으로 추정할 수 있게 해준다. 공공정책 결정에 있어 매우 필요한 분야가 지불의사(willingness to pay)에 관한 연구이다. 이는 대략 개개인이 어떤 공공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개선하기 위해 기꺼이 지불 할 수 있는 금액에 대한 연구로 공공요금 책정에 앞서 많이 쓰인다. 예를 들면, 완행열차 대신 고속철을 이용하기 위해 낼 수 있는 금액이 될 수 있고, 발전소에서 배출하는 CO2 양을 10% 줄이기 위해서 현재 전기요 금에서 초과해 낼 수 있는 금액이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유럽의 선진국에 비하면 이러한 모델을 통하여 합리적이며 최적화된 공공정책을 도출하는 노력이 부족하므로 여기에 대한 개선책이 필요해 보인다.

7. 런던 혼잡통행료(London Congestion Charge)

2003년 2월 17일, 런던 시는 도심 교통 혼잡을 줄이기 위해 택시와 구급차 등 특별한 경 우를 제외한 개인 및 회사 소유 차량이 런던 도심(London Inner Ring Road)에 진입 시 혼잡통행료를 징수하기 시작했다. 혼잡통행료는 £5.00로 평일 7:00~18:30 사이에 징 수되었다. 혼잡통행료징수제도11 실시 6개월 후 교통영향평가에서 확인한 결과, 런던도 심의 교통 혼잡이 3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12 혼잡통행료 실시 전 얻은 모델링 예측 값이었던 20~30%의 상향치인 30%로 모델의 예측 값과 유사했고, 평균적으로 50,000 대 정도의 자동차가 도심에 진입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차량의 평균속도는 14.3Km/ h에서 16.7Km/h로 17% (모델 예상치: 10~15%) 향상 되는 효과를 가져 왔다. 이 사례 역시 모델 예측 값이 비교적 정확 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림 2>는 현재 런던도심 진입 시 혼잡통행료가 부과되고 있는 지역을 보여준다. 현재는 지불하는 방식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평균 £10.00(약 17,000원) 정도를 부과하며 혼잡통행료 미지불 시 £120.00(약 200,000원)의 벌금을 내게 하고 있다. 혼잡통 행료 구역 안에 살고 있는 거주자들의 경우 혼잡통행료의 90%를 할인 받는다. 최근 런던 시는 자동차에서 배출하는 CO2 량에 따라 혼잡통행료를 감면해 주고 있다.13100% 전기 자동차나 Km 당 운행 시 CO2 배출량이 75g 이하이고 Euro 5(European emission standards) 배출표준을 충족시키는 차량에 대해서는 혼잡통행료를 완전 면제해 주고 있다. 혼잡통행료 징수제도 실시초기 이 제도는 부유층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는 비판이 있었으나 혼잡통행료 수입은 런던 시 교통시설을 개선하고 보수하는 데 쓰이고 있다.

기타 모델들

계량적 접근방식은 적합한 모델을 통하여 다방면에서 올바른 정책 결정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이산선택모델 외에도 다양한 정책결정을 위한 모델 중 몇 가지 예를 들면 투입-산출 모델(input-output model)은 특정지역에 국가정책이 미치 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평가하는 데 쓰인다.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로 인하여 제주도가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헤도닉 가격법(hedonic pric- ing)은 주위의 요소들이 어떠한 상품의 경제적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책정 가능케 한다. 원자력발전소나 아름다운 숲 근처에 위치한 주택의 경우 주위 환경이 주택 값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주로 환경과 관련된 분야에 많이 쓰인다. 조건부가치측정(contin- gent valuation)은 설문조사에서 가상적인 시나리오를 이용하여 비시장재 가치 책정에 쓰이는 방법인데 이를 통해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Prince William Sound)에서 엑손 발발데즈호 원유유출이 지역주민들에게 미친 악영향을 환산 할 수 있었다.

8. 미래 공공사업의 타당성 검증

계량분석은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해결방식은 아니다.15 그러나 중요한 공공정책 사업 문제에 있어서 계량분석은 현재로선 가장 적합한 타당성 검증 수단이다. 계량분석으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재정적으로 큰 부담이 되고 있는 부실 사회간접자본 문제를 해소하고자 하는 노력이 시급히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 완료된 국가 공공사업 중 수요예측이 크게 빗나간 경우를 앞에서 살펴보았다. 매우 부정확한 수요예측에 관여했던 사람들은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또한, 수요예측이 부정확하게 나왔을 경우 보관된 자료를 토대로 그 이유를 찾아내 사용된 모델을 보완하여 다음에는 수요예측이 실제 값에 근접하도록 해야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는 여기에 관여했던 사람들이 다른 프로젝트로 옮겼거나 직장을 떠났을 확률이 매우 높은데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일반적인 현상이다. 대규모 국책사업인 경우, 몇 년에서 몇 십 년이 걸려 완공 후 실제수요와 예측된 수요를 다시 비교한 사후 분석 (ex-post analysis) 연구는 실제 미비하다.

우리나라는 정부부처 산하의 지정된 전문연구기관들이 국가의 공공사업 타당성 검증을 담당하기 때문에 정부부처에서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이 연구기관들이 제도적으로 이를 중립적이며 객관적으로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환경과 조건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경제적 타당성이 대상인 예비타당성 조사제도는 정부가 1999년에 도입하여 총 사업비가 500억 원 이상인 대규모 신규 사업에 적용하고 있다. 다만 재해예방과 같은 긴급을 요하거나 또는 공공서비스 제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인 경우 면제를 받는다. 다소 늦은 감은 있으나 기획재정부는 의도했던 취지와 어긋나게 면제제도가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며 이 제도를 보완하기 위하여 공공기관 예비타당성조사 내실화 방안을 마련했다. 이러한 방법들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경제적 타당성 검증 시 부정확한 수요예측 방지를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대규모 국책 사업의 경우, 2∼3개 국립연구기관과 민간연구기관 또는 대학에서 독립적으로 계량 분석을 수행하고, 그 결과를 비교한 후 사업을 시행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외부로 용역 의뢰 시 용역수수료보다는 용역업체의 계량분석능력을 평가하여 업체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며, 또한 지자체와 업체 간에 부당한 권력남용으로 인해 비리의 온상이 될 수 없도록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수요예측에 많이 사용되는 소프트웨어 패키지(예: ALOGIT이나 BIOGEME)로 개발된 모델도 검증(Quality Assurance)이 필 요하다. 예를 들어 인천공항철도의 건설 후 관계당국에 제출된 자료에 의하면 인천공항 철도의 수요예측 시 여객 1인당 방문객 수를 1.1로 과장되게 책정한 것과 이미 결정된 공항 리무진버스노선 운행계획으로 예상되는 철도 이용객 감소를 공항철도 건설 계약체결 당시 고려하지 않았던 것은 큰 문제점으로 판단된다. 여러 전문연구기관에서 공공사업계획 추진에 대한 계량분석을 철저히 시행했다면 인천공항철도나 용인과 의정부 경전철 같은 시행착오나 지방정부 재정에 부담을 주거나 어려움을 주는 사태를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현재 용인시 주민들은 용인경전철 사업 담당자들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법원에 제기한 상태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전례가 없었던 이 소송의 결과가 앞으로 지자체의 사회간접자본 사업추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2014년은 지방선거가 실시되는 해이다. 새로운 선거공약으로 국가재정에 부담을 주는 각종 사회간접자본 관련 공약들이 또 쏟아져 나올 것이다. 무분별하고 실익이 없는 사회 간접자본 건설계획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는 공공사업의 타당성 검증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필히 마련되어서, 국가 재정과 지방정부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주거나 부패의 요인이 되는 행위들이 더 이상 발생되지 않도록 엄격히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국립 또는, 민간연구기관 전문가들과 관계당국이 맡아야 할 것이다. 향후에는 사업의 타당성 분석을 위한 적합한 모델을 개발·적용하여,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정책이 실패로 이어져 예산낭비를 초래하는 상황을 사전에 철저히 방지해야 할 것이다.

  • 1

    조선일보 2013년. 5월 31일자 (자료: 안전행정부·지방공기업 경영 정보시스템) 지자체의 빚 부담률 책정 시 채무와 부채 중 어느 것이 적합한지에 대한 시각의 차이가 있음. * 경기도는 총 부채가 11조8,278억 원이라고 밝힘.

  • 2

    조선일보 2013년 5월 31일자(자료: 안전행정부·지방공기업 경영 정보시스템).

  • 3

    조선일보 2009년 5월 13일자.

  • 4

    조선일보 2011년 10월 15일자.

  • 5

    조선일보 2013년 4월 24일자.

  • 6

    조선일보 2012년 10월 10일자.

  • 7

    머니 투데이 2012년 8월 23일자.

  • 8

    박진근 편,《경제학 대사전》, 박영사, 1999.

  • 9

    문화일보 2013년 6월 5일자.

  • 10

    Daniel McFadden. 1974. The Measurement of Urban Travel Demand, Journal of Public Econom- ics, 3(4) 303-328.

  • 11

    http://www.tfl.gov.uk/roadusers/congestioncharging/.

  • 12

    12. Transport for London. 2003. Congestion Charging: 6 months on.

  • 13

    13. Munro C, Kim CW and Burge P. 2007. Emissions-related Congestion Charging Modelling Report: The Implication for Car Ownership and Travel to Central London, RAND Europe.

  • 14

    http://www.tfl.gov.uk/tfl/roadusers/congestioncharge/whereandwhen/.

  • 15

    이상원,《계량분석론》, 인하대학교출판부,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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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우
김종우

여론・계량분석센터 / 계량분석프로그램

김종우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여론·계량분석센터 센터장이며, 계량분석프로그램 선임연구위원이다. 런던대학교에서 이학학사와 임패리얼 컬리지에서 상대성이론 연구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캠브리지대학교 컴퓨터학과에서 Diploma 학위도 취득하였다. 유럽 랜드연구소의 Choice Modelling과 Valuation팀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였으며 삼성 메모리 반도체 연구소에서 책임연구원으로 활동하였다. 또한 영국의 PCMS-Datafit에서 Java 소프트웨어 개발업무를 담당하였다. 주요 연구분야는 이산선택모델, 그리고 교통, 보건, 통신 및 유틸리티 분야의 Stated Preference 모델 개발, 공공 서비스가치 책정, WTP (Willingness-To-Pay) 등이다. 주요 연구물로는 "Security at What Cost? Quantifying Individuals’ Trade-offs between Privacy, Liberty and Security,” RAND Report (2010)와 “Modelling Demand for Long-Distance Travellers in Great Britain: Stated preference surveys to support the modelling of demand for high speed rail”, RAND Report (2011)외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