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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 결정이 발표된 지 한 달이 지났음에도 국론이 결집되기 보다는 분열로 치닿고 있다. 논란과 논쟁이 언제까지 계속될 지 걱정이 앞선다. 이런 논란 속에서 어부지리를 얻는 것은 중국과 북한뿐이기 때문에 더욱 걱정이 된다. 적전분열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최근 들어 중국 관영매체들은 한국에 대해 보복을 해야 한다는 기사를 연일 보도하고 있다. 중국 내 한반도문제 전문가, 주로 소장학자들이 이를 거들고 있다. 마치 중국 학자들간에 선명성 경쟁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관심을 가지고 봐야 할 점은 중국 정부가 직접 나서지는 않고 관영매체와 학자나 전문가들을 통해 한국을 압박하고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가 직접 나서지 않는 것은 한중관계를 파국으로까지 가지는 않겠다는 의도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직접 나서서 보복을 이야기하고 실행한다면 한국 정부도 이에 대응할 것이고 악순환이 계속되어 한중관계는 파국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런데 중국 정부는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 이외에 다른 어떤 입장이나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중국 정부의 태도는 언제든지 현재의 충돌 국면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 두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중국은 한중관계를 파국으로 가져가면 자신에게 결코 유리하지는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을 것이다. 중국 정부의 보복은 중국이 지금까지 반대해 왔던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이 더욱 강화될 수 있는 명분과 계기를 제공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코 중국이 한국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고, 이는 우리가 중국을 대함에 있어서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통일된 국론도 중국을 대함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자중지란과 적전분열에 빠지고 있다. 하루 빨리 국론을 결집해 이 난국을 헤쳐 나가야 한다. 사드에 괴담이 아닌 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이해가 필요하다. 사드는 분명 방어형 무기이고, 현존하는 무기체계 중 가장 신뢰도와 효율성이 높은 무기체계라는 점에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없다. 증가하고 있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우리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장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이다. 중국의 보복이 두려워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북한의 위협에 그대로 노출시킬 수는 없다. 지금 우리는 생활(living)보다 생존(survival)이 더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생존을 위해서는 우리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그리고 당당히 추진해 나가야 한다.

* 본 블로그의 내용은 연구진들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About Experts

최강
최강

원장

최강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원장이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국립외교원에서 기획부장과 외교안보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동 연구원에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교수로 재직하며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미주연구부장을 지냈다. 또한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아태안보협력이사회 한국위원회 회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했다. 한국국방연구원에서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국제군축연구실장, 2002년부터 2005년까지는 국방현안팀장 및 한국국방연구 저널 편집장 등 여러 직책을 역임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기획부 부장으로서 국가 안보정책 실무를 다루었으며, 4자회담 당시 한국 대표 사절단으로도 참여한 바 있다. 1959년생으로 경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고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구분야는 군비통제, 위기관리, 북한군사, 다자안보협력, 핵확산방지, 한미동맹 그리고 남북관계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