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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12일) 오후면 필리핀이 남중국해 문제로 제소한 국제중재재판의 결과가 발표된다. 국제사회가 이 결정을 주목하고 있다. 최종 결론이 나와 봐야 알겠지만, 대체적으로 필리핀에 우세한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는데 큰 이견이 없는 듯 하다. 문제는 이 결정이 남중국해 문제에 관해 어떤 파장을 몰고올 것인가, 관련 국가들의 반응 및 대응은 어떨 것인가이다. 한편 한국에게는 남중국해 문제 자체도 중요하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최근 중요한 결정들과 남중국해 판결이 상호 상승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우려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결정으로 남중국해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국제중재재판이 가지는 권위 때문에 다소간의 영향은 있을 수 있겠지만, 이 결정이 실질적으로 개별 국가의 행동을 구속할 수는 없다. 예를 들면 중국이 재판 결정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태도와 주장을 유지하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남중국해 문제를 놓고 경쟁하는 양측은 계속 새로운 논리, 주장, 증거를 개발하고 찾아낸다. 즉, 상대에 비해 우위를 점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무기를 보강하는 군비확장과 같다. 이번 결정 역시 어느 일방에게 좋은 무기를 제공할 것이다. 하지만 이 무기로 인해 상대에 결정적 우위를 얻거나 상대방을 패퇴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중국의 예상되는 반응

관련 국가들은 어떤 입장과 행동을 취할 것인가? 공식적으로 중국은 이 재판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판결 결과가 중국에게 불리하게 나온다면 크게 반발할 것은 분명하다. 이 반발은 중국 정부의 강력한 비난 성명과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체면을 살리기 위한 일종의 군사행동 형태로 나올 것이다. 그러나 이런 행동이 특정 국가를 위협하여 남중국에서 결정적 우위를 점하려는 목적 있는 행동은 아닐 것이다. 다만 재판 결과에도 불구하고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의지는 변함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정도 일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중국은 이 판결의 여파가 빨리 잠잠해지기만을 바랄 것이다.

한편 남중국해에 대한 방공식별구역 (Air Defense Identification Zone: ADIZ) 선포에 관한 관측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할 가능성은 크다. 문제는 그 실효성에 있다. 동중국해에 선포된 방공식별구역이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되었듯이 남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 역시 상징적 조치이고 얼마 가지 않아 유명무실한 것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동남아 국가 및 그 항공기들에 대해서 중국이 실질적으로 방공식별구역을 강력하게 집행할 가능성이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동남아와 미국의 복잡한 속내

동남아 국가들의 반응은 복잡할 것이다. 가장 최상의 시나리오는 아세안 10개국이 한 목소리로 중재재판 결정에 대해 성명을 발표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실제로 중국은 이런 통일된 목소리를 막기 위해 지난 몇 달간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소송 주체인 필리핀 마저도 이번 결과에 대해서 아주 강력한 목소리를 내지는 못할 것이다. 새 대통령 두테르테 (Duterte)가 중국과 관계개선의 의지를 보이고 있고, 소송을 제기한 사람이 자신이 아닌 전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필리핀의 반응은 판결 내용을 존중하며 관련 국가들 역시 판결내용을 존중하고 남중국해 문제를 평화롭게 해결하자는 정도의 무색 무취한 논평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여타 동남아 국가들의 반응도 유사할 것이다. 대부분 국가들은 판결의 내용을 존중하면서 관련 국가들이 판결내용을 존중하고, 남중국해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바란다는 입장을 보일 것이다. 판결이 예상처럼 중국에 불리할 때 중국을 더 몰아붙여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 이유가 없다. 좀 더 친중적인 캄보디아와 라오스는 중국과 아세안 동료들의 눈치를 이중으로 봐야 한다. 이 두 국가가 아무 입장을 발표하지 않는다면 아세안에게 그나마 다행이다. 만약 중국 눈치를 더 본다면 판결 내용에 대해서 인지했으며,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중국의 입장을 반영하여 양자적 방법으로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바란다는 정도의 입장 정리가 가능할 것이다.

미국의 반응은 좀 더 적극적일 수 있다. 중국에 불리한 판결이 내려진다면, 미국은 이번 판결을 환영하면서 특정 국가를 지목하지 않더라도 관련 국가들이 국제법적 결정과 국제법에 맞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일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남중국해에서 보여준 미국의 일관된 자세와 맞는 방향이기 때문에 큰 부담없이 이정도의 입장을 보일 수 있다. 좀 더 강한 반응을 보인다면 국가를 특정하여 국제법 준수 및 기존의 주장 즉, 남중국해 비군사화 (de-militarisation), 매립행위 중지 등 매우 구체적 요구를 담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 역시 이번 결정이 남중국해 문제 해결의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 보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크게 중국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미국의 입장을 정리할 가능성이 크다.

 
동북아와 한반도에 불똥

한반도와 동북아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 최근 한반도와 동북아는 남중국해 만큼이나 복잡하다. 미국은 인권 침해 제재 명단에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을 전격적으로 포함했다. 한국은 사드 (THAAD) 배치를 선언했고 이에 대한 중국과 북한 뿐 아니라 러시아까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일본 아베 총리는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해 전쟁가능 국가화 할 수 있는 개헌에 한발 더 다가갔다. 여기에 남중국해 판결까지 더하면 1950년대부터 1990년대 까지, 동북아로부터 동남아까지 형성되었던 냉전선에 버금가는 전략적 대치 형상이 드러난다. 이 모든 문제를 연결하는 고리는 미국과 중국의 강대국 이익 충돌이다.

남중국해 문제와 사드 배치, 북한에 대한 압박, 일본의 변화는 지역적으로 분리된 사건일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관점에서, 중국의 관점에서 이 사건들은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중국의 시각으로 볼 때 필리핀이 남중국해 문제를 국제중재재판으로 가져간 것도,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는 것도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거대한 전략 중 일부로 인식될 수 있다. 일본의 개헌과 전쟁가능 국가화는 중국의 입장에서 미국이 활용 가능한 카드가 하나 추가된 것이다. 인권침해 제재 명단에 김정은을 포함한 것 역시 북한을 더욱 압박하라는 미국의 시그널로 읽힐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남중국해 문제와 동북아의 안보 문제는 하나로 연결된다. 한국의 의지에 상관없이 강대국의 시각으로 이 문제들은 하나의 문제, 즉 강대국 이익 및 전략 경쟁의 서로 다른 표출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남중국해 문제 자체도 한국의 경제, 안보적 이익에 중요하지만, 남중국해 문제가 이제 동북아의 안보문제와 결합하여 상호 상승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보다 걱정된다.

* 본 블로그의 내용은 연구진들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About Experts

이재현
이재현

지역연구센터 / 아세안-대양주 연구프로그램

이재현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지역연구센터장이며 아세안-대양주 연구프로그램 선임연구위원이다.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정치학 학사, 동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고, 호주 Murdoch University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위 이후, 한국동남아연구소 선임연구원을 거쳐 외교통상부 산하 국립외교원의 외교안보연구소에서 객원교수를 지냈다. 주요 연구분야는 동남아 정치, 아세안, 동아시아 지역협력 등이며, 비전통 안보와 인간 안보, 오세아니아와 서남아 지역에 대한 분야로 연구를 확장하고 있다. 주요 연구결과물은 다음과 같다. “Transnational Natural Disasters and Environmental Issues in East Asia: Current Situation and the Way Forwards in the perspective of Regional Cooperation" (2011), “전환기 아세안의 생존전략: 현실주의와 제도주의의 중층적 적용과 그 한계“ (2012), 『동아시아공동체: 동향과 전망』(공저, 아산정책연구원, 2014), “미-중-동남아의 남중국해 삼국지” (2015), “인도-퍼시픽, 새로운 전략 공간의 등장”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