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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 분쟁 관련 ‘첫 번째’ 국제재판소 결정

2016년 7월 12일 ‘유엔해양법협약 제7부속서 중재재판소'(이하 ‘중재재판소’)는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하여 지난 2013년 1월 22일 필리핀이 제기한 소송에 대하여 최종적인 ‘결정'(award)을 내렸다. 중재재판소는 유엔해양법협약 제7부속서에 따라 구성되었기 때문에 유엔해양법협약의 해석 또는 적용 문제를 다룬다. 따라서 남중국해, 특히 남사군도 내에 존재하는 지형들을 놓고 오래전부터 있었던 필리핀과 중국 간의 영유권 분쟁은 이번 중재결정의 대상이 아니다.

이번 중재결정의 내용 및 중재재판 절차는 상당히 복잡하나 가장 중요한 세 가지를 지적한다면, (1) 중국이 주장하는 ‘구단선'(nine-dash line)이 유엔해양법협약과 양립할 수 없다는 것, (2) 유엔해양법협약상 ‘섬’과 ‘암석’을 구분하는 기준이 자세하게 제시되었고 이를 적용했을 때 남사군도 내에는 국제법적으로 섬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3) 중재재판소 소송절차 전체를 통해 나타난 것처럼 국제법에 대한 중국의 이해가 상당히 부족하다는 것 등이다.

 

구단선, 이제 역사속으로 사라지는가?

구단선은 중국이 공산화 되기 이전인 국민당 정부 시절부터 주장되던 개념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지금까지 구단선의 의미를 명확히 밝힌 적이 없다. 따라서 구단선 내의 모든 지형들에 대한 중국의 주권을 선언한 것이라든지 구단선 내의 해양영역을 중국의 영해라고 선언한 것이라든지 등 구단선의 의미에 대한 여러가지 억측이 난무하였었다. 그런데 이번 중재결정을 통해 중재재판소는 중국이 구단선 내의 생물 및 비생물 자원에 대하여 ‘역사적인 권리'(historic rights)를 주장해 왔다고 구단선의 의미를 해석한 후 구단선 개념은 유엔해양법협약과 양립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구단선은 중국에게 있어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 주장의 가장 기본이 되는 개념이었기 때문에 이번 중재결정을 통해 중국이 받은 충격은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중국은 중재결정이 무효라는 주장만 반복적으로 외치고 있다. 하지만 중재결정은 법적으로 구속력이 있기 때문에 중국의 인정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더구나 이번 중재결정이 필리핀과 중국 간에만 법적 구속력이 있다 하더라도 구단선의 유엔해양법협약 양립 여부에 대해서는 이번 중재결정을 통해 국제법적으로 권위 있는 해석이 내려졌다 할 수 있으므로 중국을 제외하면 그 어떤 국가도 구단선이 법적으로 유효하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중재결정과 일본의 오키노토리시마

유엔해양법협약 제121조 제3항은 ‘인간의 거주가능성’과 ‘독자적인 경제활동’이라는 섬과 암석의 구분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섬과 암석의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법적으로 섬은 200해리에 이르는 배타적 경제수역을 가질 수 있지만 암석은 기껏해야 12해리에 이르는 영해밖에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중재결정을 통해 중재재판소는 인간의 거주가능성과 관련하여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사람들이 살 수 있어야 한다고 기준을 높였고, 독자적인 경제활동과 관련하여서도 어떤 문제가 되는 지형의 인근 수역에서 이루어지는 어업과 같은 경제활동이 아니라 그 지형 자체에서 경제활동이 있어야 한다고 하면서 어떤 지형이 섬으로 간주될 수 있는 기준을 높였다. 그리고 이렇게 강화된 기준을 적용했을 때 남중국해, 특히 남사군도에는 섬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지형이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중재결정 내용은 일본에게 큰 고민거리를 안겨주고 있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태평양에 존재하는 오키노토리시마를 이용하여 200해리에 이르는 배타적 경제수역을 주장해 왔는데, 이번 중재결정이 제시한 섬과 암석의 구분 기준을 적용하면 오키노토리시마는 영락없이 암석이 되고 태평양의 상당 부분이 공해로 전환된다. 이런 이유로 일본은 이번 중재결정이 필리핀과 중국에게만 구속력이 있다고 전제하면서 중재결정 내용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남중국해에 공해가 생기는 것은 일본이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태평양에 공해가 생기는 것은 일본이 원하는 일이 아니다. 여기에 일본의 큰 고민이 있는 것이다.

 

예견된 참사, 중국의 탈출구는?

중국은 이번 중재재판소 소송절차에서 몇몇 실책을 저질렀다. 특히 국제재판 경험이 없는 중국은 ‘불출정'(non-appearance)이라는 카드를 너무 빨리 소진하였다. 사실 불출정이 불리한 것만은 아니기 때문에 불출정 카드를 쓸 수도 있지만 불출정 카드가 중재재판이 진행되는 것 자체를 막을 것이라 생각했다면 그것은 큰 오판이었다. 또한 불출정을 선택했으면 중재재판소가 중국의 주장이 무엇인지를 알 수 없도록 해야 하는데 오히려 재판정 밖에서 ‘Position Paper’를 공표하는 등 중재재판소가 중국의 입장을 알 수 있는 여지를 많이 주었다. 그리고 중국은 중재결정을 안 받아들이면 그만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이 또한 실책을 범하고 있는 것이다. 중재결정의 내용은 많은 부분에서 “구단선은 유엔해양법협약과 양립하지 않는다”는 것처럼 선언적이기 때문에 중국의 이행은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국제법적으로 실책에 실책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의 고민은 어떻게 해결될 수 있을까? 기본적으로 남중국해와 관련된 법적 틀을 인정하고 대화에 나서는 것이다. 중국에게는 이번 중재결정을 면밀히 분석하여 대응책을 세우거나 중국에 유리한 면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현명한 길이다. 물론 중국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운 결과에 남중국해에서 긴장을 끌어올리는 전략밖에는 다른 방법을 생각하기 어려울 것이고, 따라서 당분간 남중국해에서의 긴장은 지속될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긴장은 분쟁에 대한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특히 다른 아세안(ASEAN) 국가들도 국제법을 통해 중국을 곤혹스럽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점에서 중국의 입지는 그다지 넓지 않다.

사실 섬과 암석의 구분 기준만 잘 활용하면 중국도 일본에 대해서 오키노토리시마가 암석이라고 주장하며 태평양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을 확보할 수 있다. 중재결정 내에도 중국이 일본의 오키노토리시마가 암석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중국의 주장을 중재결정 내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중국이 국제법의 틀을 이해하고 인정한다면 중국에게도 국제법을 활용할 여지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 본 블로그의 내용은 연구진들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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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범
이기범

글로벌 거버넌스센터 / 국제법 및 분쟁해결프로그램

이기범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글로벌 거버넌스센터 국제법 및 분쟁해결프로그램 연구위원이다. 연세대학교 법과대학에서 법학사,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석사, 영국 에딘버러대학교 로스쿨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법학박사 학위 취득 후 연세대학교, 서울대학교, 가톨릭대학교, 광운대학교, 전북대학교 등에서 국제법을 강의하였다. 주요 연구분야는 해양경계획정, 국제분쟁해결제도, 영토 문제, 국제기구법, 국제법상 제재(sanctions) 문제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