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포커스

지난 1월 27일 오바마 정부는 ‘대서양 대륙붕의 석유 가스 개발’ 방침을 발표했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동부 대서양 연안의 광범위한 지역에서 원유 채굴을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대서양에는 33억 배럴의 석유와 31.3조 큐빅피트의 천연 가스가 매장 돼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세부사항은 아직 확정이 안됐지만 기본 골격은 제시됐다. 우선 노스•사우스캐롤라이나, 버지니아, 조지아 주 해안에서 50마일(80㎞) 떨어진 대서양 연안 지역을 업체에 임대, 석유•가스 개발을 허용한다. 멕시코 만 해안의 10개 지역, 알래스카 해안의 3개 지역도 신규 개발이 가능해졌다. 미국 동부 델라웨어 주 북부에서 플로리다주 중부 해안까지 한반도 크기를 조금 넘는 25만5060㎢의 면적이 처음으로 시추 대상이 됐다. 동시에 그러나 북극과 가까운 알래스카 주의 보포트와 척치(러시아 발음 축지) 지역 392만㏊는 제외했다.

개방된 지역은 개발 압력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보존돼 왔던 터라 이 방침은 획기적이란 평가를 받을 만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친환경주의적 에너지 정책 기조를 벗어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후협약을 중시하고 2014년 11월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에서 온실가스 감축 합의를 이끌어냈으며, 캐나다와 미국을 잇는 송유관인 키스톤(Keystone)파이프 건설사업도 반대하는 등 친환경 정책을 펴왔었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정책엔 환경파괴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친환경주의자의 비환경주의적 정책’인 셈인데 바로 그 때문에 비롯되는 ‘엉거주춤 한 모습’이 비판의 타겟이 됐다.

발표 이틀 뒤인 29일 진보성향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의 홈페이지엔 찰스 에빈져(Charles Ebinger) 선임 연구위원의 ‘대통령에 보내는 편지’ 가 실렸다. 꽤 냉소적이며 비꼬는 투인데 이렇게 시작한다.

“오바마 대통령 귀하.

국립 북극권자연생물보호처(ANWR)를 자연보존지역으로 지정하고 앞으로 북극해 평원에서 석유 〮가스 시추를 못하게 금지한 결정은 석유 정책의 일관성에 종말을 알리는 사건입니다…

미국 지질학 조사에 따르면 북극해 연안 평원에만 100.4억 배럴의 석유가 매장돼 있습니다. 대통령이 키스톤XL 송유관 사업의 승인을 주저하는 것과 더불어 이들 조치로 인해 소위 ‘위에 언급된 모든 에너지 정책’은 일관성 없는 정책이라는 조롱을 받습니다… ” 1

뉴저지 주의 민주당 로버트 메넨데즈, 코리 부커 상원의원과 같은 주의 공화당 프랭크 팰런 하원 의원도 “에너지 개발에 대한 잘못된 접근이며 대서양 연안 커뮤니티에 심각한 위협”이라는 공동 비판 성명을 냈다. 뉴저지주에는 31만2000명 주민이 관광업에 종사하며 380억 달러의 소득을 창출하는데 원유가 유출되면 실업을 포함해 주경제에 재앙적인 후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환경에 영구적이며 파괴적인 영향을 줄 것이므로 대서양 연안 지역을 계획에서 제외하고 미래 세대를 위해 보존∙보호하라고 요구했다. 공화당은 환영하긴 했지만 하원 지도부는 ANWR 지정을 비판하며 알래스카도 개발해야 한다고 한걸음 더 공세를 폈다.

전문가는 냉소하고 소속당 의원은 비난하고 공화당도 불만인 정책을 오바마 대통령은 왜 결정했을까. 미국의 국가 에너지 안보 전략을 위해서다.

석유 전문가이자 미국 시장조사업체 IHS의 다니엘 예르긴(Daniel Yergin)부사장에 의하면 에너지 안보에는 네가지 요소가 있다.

1) 물리적 공급 (i.e. 인프라와 시설 등 에너지 공급선의 유지와 보호)

2) 가용성 (i.e. 에너지 자원에 대한 접근성의 유지와 보호)

3) 공급의 중단을 예방하는 국내외 제도 (i.e. International Energy Agency – IEA).

4) 국가의 체계적인 에너지 정책 (e.g. 연구, 개발, 비축, 금융).2

오바마 정부가 계획하는 대륙붕 에너지 광구 개발은 네 가지 면에서 미국의 에너지 안보 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림 1: 미국의 에너지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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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BP

 

사실 오바마 정부는 지속적으로 에너지 개발을 추진해 왔다. 연방정부는 광구를 민간회사에 임대하고, 이에 따른 개발 수익을 정부 예산에 반영해 왔다. 2010년 2월까지도 버지니아 주 연안의 해저 광구개발을 검토 중이었다. 그러다 2010년 4월 20일 BP의 시추선 딥워터 호라이즌(Deepwater Horizon)이 폭발, 멕시코 만으로 87일간 410만 배럴(정부 발표)의 원유가 유출되는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정부는 미국의 모든 해저광구 개발을 일시 정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정지 조치는 2010년 11월 해제될 예정이었는데 내무부는 이를 한달 앞당긴 10월에 해제했다.3 조기 해제를 한데는 정치적 이유도 있었지만 에너지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륙붕 개발로 얻어지는 주된 자원은 석유와 가스다. 미국은 활발히 셰일가스와 석유 자원을 개발하지만 아직은 필요한 수요에 미치지 못한다. <그림 1-4>. 천연가스와 석유 의존도가 다른 자원보다 높고 에너지 독립을 달성하는 것도 요원하다. 셰일 에너지가 지속적으로 개발돼도 당분간 석유와 가스는 수입해야 한다. 가스가 석유보다는 덜 부족하지만 공급이 안 늘면 외부에 의존해야 한다.

그래서 에너지가 늘 부족한 미국으로선 ‘탄력적인 에너지 공급’과 에너지 자원 확보를 위해 대륙붕 광구 개발에 나서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림 2: 미국 시추시설 확장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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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Gallup, Pew Research Center

 

그렇다면 남는 궁금증은 오바마 행정부는 왜 이 시점에 이런 선택을 했느냐는 점이다. 선택의 타이밍에 대한 가장 적절한 설명은 정치적 배경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 미국의 여론은 늘 석유 개발을 지지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그림 2>. 에너지 개발을 늦췄는데도 석유 가스 가격이 오르면 정부는 정치적 타격을 받게 된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에너지 자원 개발에 나서게 된다.

둘째로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의회의 과반이 되면서 오바마 정부는 야당인 공화당과 타협해 가며 정책을 추진할 수밖에 없게 됐다. ‘공화당이 지지하는’ 석유 가스 개발을 허용하는 동시에 ‘민주당이 선호하는’ 녹색환경 정책도 병행해 균형을 잡겠다는 게 오바마 정부가 선택한 길이다.4 이번에 대륙붕 광구개발은 허용했지만 남서해안과 알래스카의 브리스톨 만은 보호 구역으로 설정해 시추를 금했다. 한 손으론 공화당에 올리브 가지를 흔들고 다른 손으론 빰을 때린 셈이다.

그림 3: 미국 석유 가스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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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Taxpayers for Common Sense, Center for Responsive Politics

여기에 각종 이익 집단의 정치적 압박도 컸다. 에너지 산업과 관련된 이익 집단의 규모는 작지 않고 영향력도 세다. 이익집단으로 먼저 로비스트를 꼽을 수 있다. 2013년 석유와 가스 회사들의 총 이익은 1천억 달러가 넘는다 <그림 3>. 이 가운데 석유 회사와 연결된 로비스트만 762명이며 이중 60%(459명)는 전직 공무원들이다.5 공무원만 회사로 가는 게 아니다. 회사에서 공직으로 가기도 한다. 샐리 주얼(Sally Jewell) 현 내무부 장관은 1999년 Mobil사와 Exxon사가 합병하기 전 Mobil사에서 기술자로 근무했다. 정부와 석유 업체의 관계는 이처럼 가깝고 끈끈하다.

이들 로비스트들을 통해 2014년 연방 정부에 뿌려진 돈은 1억400만 달러(약 1538억 원)가 넘는데 <그림 3>로비 대상은 대부분의 경우 공화당이다 <그림 4>.

이번 대륙붕 광구 개발조치가 나오기까지 특히 외(外)대륙붕 주지사 연합(OCSGC)’의 로비가 거셌다. 앨라배마,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버지니아, □텍사스 주 주지사들이 회원인 OCSGC는 석유 □개발 정책을 구상하고 추진하는 주정부 연합 기관이다. 버지니아 주지사 외엔 모두 공화당 소속이며 석유 □가스 산업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 왔다.

미국의 남부 연구소(Institute for Southern Studies)에 의하면 OCSGC는 지난 3년간 대륙붕 광구개발을 위해 워싱턴을 상대로 꾸준히 정치적 작업과 로비를 벌여왔다. 결정적으로 지난 2월 태리 맥어우리프 버지니아 주지사, 팻 맥크로리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 로버트 밴틀리 앨라배마 주지사, 필 브라이엔트 미시시피 주지사가 샐리 주얼 내무 장관과의 면담에서 대서양 대륙붕 광구 개발을 요구했었다.7 오바마 정부의 대서양 대륙붕 광구 개발엔 이렇게 여러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그림 4: 선거 자금 기부, 1990-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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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Center for Responsive Politics

 

미국의 에너지 정책과 전략을 이해하려면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하다. 에너지 산업 육성과 개발이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대서양 대륙붕 광구개발 방안도 마찬가지다. 미국 내무부가 계획을 발표했지만 어떻게 여론이 수집되고, 언제 어떤 방식으로 개발이 추진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서양 대륙붕 개발 방침은 일종의 ‘구상’을 발표한 단계일 뿐이지만 방향을 공식 제기했다는 점에선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 구상이 정책화 돼 대서양 대륙붕의 석유나 가스가 미국 에너지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아직 거쳐야 할 절차와 과정이 많이 남아 있다.

 

  • 1

    Charles K. Ebinger and Heather Greenley. “Restricting Energy Development in Alaska: A Loss for Alaska’s People and a Hypocritical Defense of Wildlife.” Brookings. 2015년 1월 29일(http://www.brookings.edu/blogs/planetpolicy/posts/2015/01/29-energy-development-alaska-ebinger-greenley?utm_source=Facebook&utm_medium=Social&utm_campaign=BrookingsFB01314&utm_content=BrookingsFB01314)

  • 2

    Daniel Yergin, 2013, “Energy Security and Markets,” In Jan H. Kalicki and David L. Goldwyn (eds.) Energy and Security. Baltimore, MD: Johns Hopkins University Press.

  • 3

    Richard Thompson, “Two years after moratorium liufted, many expect Gulf oil production to soon exceed pre-spill levels, NOLA, 23 October 2012.

  • 4

    J. James Kim, 한민정. “2015 연두교서: 중간선거 이후 오바마 대통령이 선택한 길.” 이슈브리프. 아산정책연구원. 2015년 1월 21일.

  • 5

    Oil and Gas Industry Profits and Lobbying Remain High in 2013, Billions in Federal Subsidies Continue,” Taxpayers for Common Sense, 05 March 2014.

  • 6

    http://ocsgovernors.org/. 택사스 주지사였던 릭 페리는 임기가 끝나는 이유로 OCSGC 멤버십이 끝났다.

  • 7

    Sue Sturgis, “Governors’ Big Oil-assisted lobbying pays off in Obama’s Atlantic drilling plan,” The Institute for Southern Studies, 28 January 2015.

About Experts

J. James Kim
J. James Kim

지역연구센터 / 미국연구프로그램

J. James Kim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지역연구센터 미국연구프로그램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며 Columbia University 국제대학원 겸임 강사이다. Cornell University에서 노사관계 학사와 석사학위를 마치고 Columbia University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California State Polytechnic University, Pomona의 조교수(2008-12)와 랜드연구소의 Summer 연구원(2003-2004)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주요연구 분야는 비교민주주의 제도, 무역, 방법론, 공공정책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