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활동

동북아평화협력구상, 지속 가능한 평화 위한 교두보
아산정책연구원 CFR 합동 세미나

‘동북아평화협력구상’, 즉 NAPCI(The Northeast Asia Peace and Cooperation Initiative)는 한국이 주창하는 연성 동북아안보기구다. 지난 2014년 10월 10일 워싱턴에서 이를 주제로 열린 아산-CFR(Council on Foreign Relations, 미국외교협회)의 원탁회의를 소개한다. 회의에서는 국내에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NAPCI구상에 대해 조태열 외교부 제2차관이 집중 설명한다. 한국이 추구하는 동북아의 촉진자(facilitator) 역할이 지난 노무현 정부 때의 ‘동북아 균형자론’과는 어떻게 다른지를 비교할 수 있는 자리다. 다만 회의는 ‘발언 내용은 공개해도 발언자는 공개하지 않는’ 채텀하우스 룰(Chatham House Rule)에 따라 소개한다. 이에 따라 이번 회의도 미국 측 참석자는 익명으로 처리했다. 한국측 연사는 공개를 동의했다. (편집자 주)

▶조태열 차관=“동북아시아는 존 미어샤이머 교수가 지적한 공격적 현실주의(Offensive Neorealism)에 입각한 경쟁의 장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자국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역내 국가들의 대결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동중국해(East China Sea) 갈등의 원인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으며 일본의 역사수정주의(Historical Revisionism)가 일으킨 지역 갈등도 계속 확대되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황금매듭(고르디우스의 매듭처럼 새로운 발상으로 단번에 문제를 해결한다는 의미로 남북문제를 의미함-옮긴이) 역시 아직 풀리지 않았습니다. 핵 실험으로 이 지역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가해온 북한은 아직도 일련의 도발행위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2월부터 현재까지 270발의 로켓과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긴장과 갈등의 원인이 신뢰 부족에서 발생한다고 믿습니다. 상호간의 신뢰 부족이 동북아시아 안보 딜레마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서로를 불신하고 자국 내에서는 이기적인 욕심을 추구하면서 이 지역 국가들 사이에 갈등의 악순환이 일어나는 것을 우리는 목격한 바 있습니다. 이 지역에 신뢰의 토대가 구축되기 전에는 협력과 조화라는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박근혜 정부가 불신과 대결의 문화를 바꾸기 위한 이니셔티브로서 동북아 평화협력구상(NAPCI)을 추진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은 지역 내 협력 메커니즘에 안보라는 차원을 추가하고자 합니다. 이는 넓은 틀 안에서 기존의 메커니즘을 연결시키고, 만약 필요하고 가능하다면 일련의 선택된 연성(soft) 안보 분야의 이슈를 대상으로 대화와 협력이라는 새로운 프로세스를 만들어냄으로써 가능해집니다.”

▶이상현 교수=“박근혜 대통령의 전반적 외교 정책의 기조(stance)는 신뢰정치(Trustpolitik)로 불립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개인 혹은 국가 사이의 신뢰를 중시합니다. 이는 정치인에게 매우 중요한 가치이자 자산입니다. 박대통령은 대통령 후보였을 때 신뢰정치라는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그에 의하면 모든 것은 신뢰의 이슈로 귀결됩니다. 한국 국민과의 신뢰, 남북의 신뢰, 동북아 국가들 사이의 신뢰, 국제사회에서의 신뢰입니다. 동북아 협력 혹은 북한과의 협력은 신뢰 혹은 신뢰의 토대가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협력 없이 한반도 평화는 없으며 동북아시아 전체의 평화도 없습니다. 동북아시아에 협력과 평화를 촉진함으로써 북한 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조 차관=“기존의 이니셔티브들은 굳은 협력의 결과로 신뢰를 쌓기보다는 지도자들의 정치적 합의에 근거한 탑다운(Top-down) 방식에 의존해 왔습니다. 따라서 이들이 완전히 이행되기 어려웠습니다. 어떤 이니셔티브는 전통적인 안보 이슈에 초점을 맞추고 다른 이니셔티브는 지역 안보와 경제적 공동체를 목표로 삼았습니다. 이들은 개념과 규모가 너무 광범위해서 가시적 성과를 얻어내기 어렵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반면 NAPCI구상은 작으면서 중요한 비전통적 연성 안보 이슈를 대상으로 대화와 협력의 경험과 관행을 축적해가면서 높은 수준의 정치적 의지를 모으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보텀업(Bottom-up) 방식을 바탕으로 탑다운 방식의 모멘텀을 추구하는 좀 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방법을 택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NAPCI는 진화하는 과정 중심의 정책이 됐습니다. 단시간에 가시적 진전을 이루는데 목표를 두기보다 모든 이해 관계자들이 편하게 느낄 수 있는 속도로 추진될 것입니다. 협력 수준도 관련 국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연성이 발휘될 것이며 참여국가 사이의 신뢰 수준도 충분히 고려될 것입니다. 모든 참여 국가들은 관심이 있거나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분야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공동설계자로서 초대될 것입니다.

이 구상과 관련해 자주 그리고 암묵적으로 제기되는 의문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이 스스로 지배력(ownership)을 갖는 새로운 기구를 설립할 의도로 이를 추진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 지역의 다자간 안보협력 절차를 모색하는 것 외에는 다른 어떠한 전략적 계산도 한국이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음을 명확히 하고자 합니다.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은 우리가 과거 역내 이니셔티브에서 배운 경험과 교훈을 바탕으로 하는 목표의 달성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단순한 계획만으로 어떤 기구가 설립될 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있지 않고 이니셔티브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필요 없는 의혹을 불러일으켜 장애물을 만들 만큼 경험이 없지도(naive) 않습니다.

또 다른 질문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이 핵 프로그램을 포함한 북한 이슈를 해결하는 데 근본적인 목적이 있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물론 동북아 평화협력구상과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상호 강화하는 방식으로 서로 이끌고 보완할 것입니다. 만약 동북아에서 협력과 신뢰가 증진된다면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도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러나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은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거나 진행중인 6자회담(Six Party Talks)을 대체할 목적으로 구상된 것은 아닙니다.

세 번째 질문은 바로 전 질문과 연관이 있는데 이 구상이 북한과 어떤 관련이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본 이니셔티브가 결국 북한을 배제한 ‘6-1’의 구조가 아닌지에 대한 질문입니다.

우리는 북한을 배제하려는 어떠한 의도도 없습니다. 오히려 어떤 이슈에서건 협력의 초기 단계부터 북한이 참여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입니다. 북한은 원하는 때에 관심 있는 분야에 언제라도 참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체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우리는 문을 열어놓을 것입니다.

다음으로 자주 제기되는 질문은 이 구상이 창조해낼 부가가치가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많은 지역에, 역내 혹은 국제적 협력 메커니즘이 이미 존재하고 있으며 동북아시아 차원에서도 쉽게 이들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중국, 일본, 한국이 만든 3국협력 사무국(Trilateral Cooperation Secretariat 혹은 TCS)은 이에 대한 좋은 예로서 계속 진화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동북아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협력 메커니즘은 역내 평화와 안보라는 폭넓은 관점에서 이슈를 보기 보다 기술적ㆍ기능적 협력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은 지역 내 협력 메커니즘에 안보라는 차원을 추가하고자 합니다. 이는 넓은 틀 안에서 기존의 메커니즘을 연결시키고, 만약 필요하고 가능하다면 일련의 선택된 연성(soft) 안보 분야의 이슈를 대상으로 대화와 협력이라는 새로운 프로세스를 만들어냄으로써 가능해집니다.

다섯 번째 질문은 연성 이슈에 대한 협력 과정이 어떻게 역내 다자간 안보 메커니즘으로 발전될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동북아시아에서 연성 안보 분야의 다자간 협력 프로젝트를 지속 가능하게 유지하려면 지역 안보 이슈와 직ㆍ간접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는 별도 전략과 함께 추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NAPCI가 연성 이슈를 다루면서 동시에 지역 안보의 관점도 보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연성 이슈와 경성(hard) 안보 이슈 사이가 단절된 접근법을 미리 배제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이 가능 하려면 역내 모든 국가들의 정치적 이니셔티브가 핵심적일 뿐 아니라 꼭 필요합니다.

마지막 질문은 현재 일본과 한국의 관계 및 일본과 중국의 관계가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실현하는 것이 가능한가 하는 것입니다.

3국 관계의 현재 상황을 본다면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그런 의문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적인 기복과 관계없이 중국, 일본, 한국의 협력은 폭넓은 영역에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또한 이런 협력의 체계(momentum)는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므로 쉽게 사라지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3개국의 악화되는 정치 관계는 하루 빨리 신뢰 재구축을 위한 방법이 정비돼야 함을 촉구합니다. 유럽의 사례를 본다면, 심각한 반목과 불신으로 분열되었을 때 유럽 내 평화 재구축에 기여했던 유럽안보협력회의(CSCE)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교훈을 마음에 새겨야 할 것입니다. 2013년 2월 대통령 취임 뒤 박근혜 정부는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실행을 적극 추진해왔으며 몇 가지 의미 있는 진전도 있었습니다. 우리는 오늘 이 회의와 유사한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는 한편 본 구상 추진과 관련한 비전과 목표를 공유하기 위해 정상회담 및 고위급 대화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로 전 세계 국가들로부터 폭넓은 지지와 이해를 얻고 있습니다. 이러한 공감에 기반하여 한국은 많은 사안들 중에서도 원자력 안전, 에너지 안보, 환경 보호, 기후 변화, 재난 구호 및 마약 등의 분야에서 구체적인 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습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유럽이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 및 유럽원자력공동체 (Euratom)를 만들었듯이 동북아에서도 원자력 안전협의체를 만들어 나갈 것을 제안했습니다. 9월에는 기존의 동북아내 원자력고위규제자회의(TRM)의 확장된 협력 메커니즘의 형태로 후속 조치들이 취해졌습니다. 우리는 새롭게 만들어진 이 메커니즘을 TRM+라고 부르는데 여기에는 중국, 일본, 한국뿐 아니라 미국과 러시아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금년 하반기부터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지원을 위한 국제적 관심을 높이고자 일련의 국제적인 행사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7월에는 유럽의 선도적 싱크탱크 중의 하나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와 세미나를 개최하여 유럽의 다자간 안보 협력 경험을 심층 토의했습니다. 9월에 EU와 개최한 합동세미나는 동북아에 유럽의 경험을 적용하기 위한 학술적 기반을 다지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존경하는 참석자 여러분, 역사적으로 미국은 UN의 성장,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그리고 유럽의 다자간 안보조직인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등 여러 사례에서 전 세계 다자간 협력을 증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양자동맹관계와 함께 다자간 협력에서 미국의 역할은 지역과 세계의 평화 및 안정에 기여했으며 냉전 시대와 그 이후에 미국이 유지해온 도덕적인 우위를 강화했습니다. 저는 NAPCI가 미국이 아시아의 균형을 재조정하고자 하는 정책을 강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의 성공은 이 지역의 긴장을 완화하고 신뢰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이며 역내 주요국 사이의 양자관계를 개선하는 기반을 마련할 것입니다. 특히, 한일 관계가 다자간 협상의 틀 안에서 지속적으로 관리된다면 한국, 미국, 일본의 삼자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데 기여할 것이 확실합니다. 이처럼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은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충족시킬 뿐만 아니라 강화할 것입니다.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의 주요 부가 가치는 지역 협력 메커니즘에 안보의 차원을 추가하는 것입니다. 이 구상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의 전폭적 지지와 적극적 참여 없이는 가시적 진전을 만들 수 없습니다. 우리는 미국이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추진하기 위해 조직된 모든 과정과 프로젝트에 활발히 참여할 뿐만 아니라 원자력 안전이든, 보건과 안보이든 미국의 관심 분야에서 협력을 주도해 줄 것을 희망합니다.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의 한 특징은 개방성입니다. 역내 국가라면 누구나 관심분야에서 지역 협력을 이끌어 나가는 것을 환영하며 필요하다면 한국은 촉진자(facilitator) 역할을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독일은 NATO와의 제휴뿐만 아니라 유럽안보협력회의(CSCE)와 다자간 안보협력을 추진하면서 통일을 이루고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은 독일의 예를 따라 확고한 한미간의 동맹을 바탕으로 다자간 안보협력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제 2차대전의 폐허 속에서 국제 사회는 독일과 프랑스를 양 축으로 또 다른 무력 충돌이 발발할 것을 우려하였습니다. EU가 결성될 때도 EU의 정치적 실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EU는 세계에서 가장 평화로운 지역이 되었으며 강한 단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EU 국가간에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이것이 무력 충돌로 이어질 것이라 예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2차 대전 후 70년에 걸친 유럽의 평화는 17세기 국가의 탄생 이후 이 지역에서 가장 오래 지속된 평화의 기간입니다. 유럽에서 지속적인 평화를 이끄는 것은 협력을 통해 축적된 신뢰입니다.

“사건은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 일어나게끔 만들어지는 것이다.”

케네디 대통령의 말처럼 협력, 신뢰 구축 그리고 그 이후의 평화는 그냥 일어나지 않습니다. 일어나도록 만들려는 의지가 있을 때 실현됩니다.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은 그러한 의지를 모아 구체적인 행동으로 변화시키려는 노력입니다. 이러한 행동들이 공동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축적될 것이며 그 이익을 수호하려는 과정에서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평화가 동북아에 비로소 뿌리내리게 될 것입니다. 결국 의지가 중요합니다. 동북아 안보의 균형자이자 안정자로서 미국이 참여하여 이러한 결심을 모으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희망합니다.”

▶최 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동북아 평화협력구상에서 미국과 협력할 분야는 주로 인적 안보(human security) 분야입니다. 미국은 재난 구호에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재난구조 협력과정에서 미국과 몇 차례 실전에 참여한 바 있습니다. 이 분야는 한국과 미국이 함께 효율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고려할만한 분야입니다. 저는 일본을 제외하고 다른 국가들이 재난 구호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잠재적으로 미국과 한국이 인도주의적 지원과 재난 구호분야의 협력을 실현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또 다른 협력 분야는 공중 보건입니다. 최근 에볼라 바이러스가 공중 보건에 대한 국제적인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동아시아의 공중 보건에 대한 과거 통계를 살펴보면 우리는 사스(SARS), 조류독감(avian influenza) 등으로 고통을 겪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이슈에 관심이 많고 또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모든 사례를 다루기 위한 전문성과 첨단 기술, 지식 그리고 경험을 확보해야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다른 국가들도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가장 관심 있는 것은 에너지분야의 협력입니다. 우리가 미국의 세일가스 혁명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지만 동북아시아는 외부로부터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습니다. 이러한 높은 수입 의존도를 고려할 때 우리는 에너지 자원을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알아내야 합니다. 아울러 이 지역의 에너지 체계와 그 지배시스템을 어떻게 구조화할 것인지를 고려해야 합니다. 단순한 수요와 공급을 넘어서서 협력을 증진하기 위한 한가지 방법으로, 또한 다가올 수십 년 동안 이루어질 이 지역의 성장을 위해서 에너지 이슈를 고민해야 합니다.

모든 분야 중에서 이러한 분야들은 미국의 존재를 더 부각시키고 동북아국가들과 연계할 수 있게 만드는 기능적인 분야들입니다. 군사 협력을 넘어 이와 같은 분야에서 진정한 협력을 강화한다면 미국의 존재감이 더 실질적인 방법으로 높아질 것입니다. 미국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통하여 협력의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떤 측면에서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은 미국이 앞으로 다가올 수 세기 동안 아태지역에서뿐만 아니라 동북아지역의 강대국이 될 수 있는 일종의 관문이 될 것입니다. 한국과 미국 사이에 이루어져야 할 많은 작업이 남아있지만 이것이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과정의 시작입니다.”

▶미국 참가자A=“NAPCI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아세안(ASEAN)을 연상했습니다. 지난 수년간의 ‘아세안 과정’을 보면서 미국에는 아세안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가졌던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학계, 정계, 국회 그리고 행정부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아세안은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거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아세안은 일 년에 수백 번의 미팅을 개최합니다. 그야말로 잡담 경연장과 같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아세안의 입장에서는 성과가 있었습니다. 일례로 이런 방식이 아세안 구성원 사이에서는 서로 분쟁을 방지하고 피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달리 표현하자면 그 국가들은 아세안 방식으로 일한 것입니다. 동북아에 있는 국가들도 그들만의 방식으로 일을 해야 할 것입니다.”

▶조 차관=“시작단계에서는 EU의 미래에 대해서도 회의론이 대두되었습니다. 아세안의 탄생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 십 년이 지난 후 우리는 아세안 구성원들이 일반적으로 매우 활기차고 적극적인 방식으로 일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저희는 우리 동북아지역에서도 이와 같은 변화가 일어나기를 희망합니다. 하지만 아세안과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사이 그리고 동남아와 동북아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존재하는데 그것은 동북아에는 다자간 대화 혹은 협의 메커니즘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매우 큰 차이입니다. 아세안은 그 지역에서 매우 강한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만 동북아에는 그런 것이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역내 국가들 사이에 강한 공동체 의식을 쌓아나가야 합니다.”

▶미국 참석자 B=“방금하신 말씀과 관련하여 저는 특히 일본과의 관계에 있어서 그것이 어떻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는 지 궁금합니다. 어떻게 아베 일본총리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에 참여를 약속하도록 할 수 있을까요. 즉, 일본이 이 과정에 참여하겠다는 약속을 어떻게 이끌어낼 수 있을까요.”

▶조 차관=“저는 역설적으로 동경과 서울의 관계가 매우 경직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 일본과의 신뢰를 재구축하기 위해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강한 책임 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표면적으로 두 정상 사이에 신뢰가 부족한 현재 여건을 고려할 때 탑다운(Top-down) 방식을 취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두 정상 사이에 불신이 존재하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오늘날까지 우리는 두 정상 혹은 두 정부 사이에 신뢰 회복의 어떠한 조짐도 발견할 수 없었고 역사 문제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따라서 저는 당분간은 보텀업(Bottom-up) 방식이 두 국가간에 신뢰를 구축하고 일본의 참여를 독려하기에 더 적절하다고 봅니다. 만약 우리가 아래층(grossroots level)에서부터 신뢰를 구축하는데 가시적인 진전을 이룬다면 이는 국가간 혹은 정상 간의 더 큰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튼튼한 기반을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최 부원장=“일본과 한국의 협력 필요성에 있어서 전문가나 오피니언 리더 간의 신뢰를 구축하는 보텀업(bottom-up) 방식을 활용하는 것에는 많은 장점이 있습니다. 이 방식은 현재 우리가 마주친 몇 가지 어려운 제약들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협력을 통해 이 지역에서 이행될 수 있는 지역공약들을 추진하는 것이 일본과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원자력 안전 이슈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문에 일본과의 대화를 원하는 매우 중요한 이슈 중의 하나입니다. 원자력 전문가들과 대화를 해보니 그들은 단순한 안전을 넘어 원자력 거버넌스 시스템(nuclear governance system)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가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저는 정보공유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모든 관련 당사자들 사이에 지식과 경험의 공개적 교류를 촉진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이는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에 더 많은 국가들이 참여하도록 만들 뿐만 아니라 수년간 축적된 광범위한 정보와 경험을 확보할 수 있게 해줄 것입니다. 이러한 시스템은 단지 동북아에 제한될 필요가 없으며 다른 지역과 분야로 확대되어야 합니다. 여기서부터 쌓아가면 궁극적으로 고위급 자문그룹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이 기관화하는 과정은 다소 느릴 수 있지만 기관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해서는 안됩니다.”

▶참석자 C=“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의 목적은 지속가능성과 유효성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단지 잡담 경연장이 돼서는 안됩니다. 1트랙과 1.5트랙 이니셔티브가 있을 예정이기 때문에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은 무엇보다 역내에서 발생하는 도전에 응전해야 할 뿐만 아니라 납세자들의 세금이 현명하게 사용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저는 우선순위의 목록에 원자력 안전뿐만 아니라 원자력 안전 이니셔티브도 추가할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아시아에 원자력 에너지가 확산될 것이라는 단순한 사실에서도 기인하듯 한국은 이를 실행해야 할 논리와 유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자력 에너지가 확대됨으로써 더 많은 원자력 부품과 원자재가 이 지역에 확산될 것입니다. 이는 핵 테러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핵 테러리즘은 단지 핵무기를 보유하는 국가에 대한 안보적 위협이 아닙니다. 만약 어떤 국가가 핵분열물질을 보유하고 있다면, 사악한 의도를 가진 테러리스트들 혹은 그룹이 방사능 장치 및 폭발물을 위한 원자재를 제조하거나 핵 시설을 어설프게 건드릴 수 있습니다. 국가들 간에 기밀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어렵다 하더라도 최선의 관행을 공유하거나 최소한 관행의 바탕이 되는 기준을 제시하는 등 한가지부터 시작해볼 것을 제안합니다. 한국은 원자로를 많이 수출하는 국가입니다. 저는 핵 물질의 안보와 원자력 시설의 보안을 포함한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 곧 한국의 이익을 위하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최 박사의 말에 동의하면서도 추가하고 싶은 것은 관심을 공중 보건 즉,초국가적 질병(transnational diseases)과 같은 분야로 향하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초국가적 질병이 어떤 국가에게나 안보에 대한 큰 위협임을 보여주는 보고서들이 많이 발간된 바 있습니다. 우리는 사스(SARS)에 대응해야 했고, 특히 북한의 결핵(TB)이 남한으로 내려오지 않도록 제한하는 데 도움이 되었던 남북한 간의 협력관계가 없는 상황에서는 북한의 결핵이 한국에도 매우 중대한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금 이 문제는 우리의 예상보다 더 심각합니다.”

▶참석자 D=“저도 공중 보건 측면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조류독감 위기 당시 유사 사건들이 발생했을 때 우리는 각국의 기술과 자원을 이용했을 뿐만 아니라 UN의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위해 함께 일했습니다. 이미 존재하는 기관들, 여러 구상들, 그리고 노력들 사이에 이와 같은 연결고리를 만들었습니다. 저는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의 개념도 같은 방식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더 넓은 범위의 다자간 노력이 진행되는 가운데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은 동북아 차원에서 신뢰 구축과 협력의 패턴을 촉진하고 정보공유를 활성화하는데 활용될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에 대해 진지한 입장이라면, 지금의 에볼라 위기를 이를 실험하고 적용하기 시작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볼 때 한국 정부는 최근까지 상황을 앞서서 주도하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한국이 일정 부분의 자금지원과 지원을 제공하기는 하였지만, 에볼라 위기를 이러한 아이디어를 조속한 시일 내에 실험해볼 수 있는 방법으로 사용하는 것이야말로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상당히 유용할 것입니다.

지속가능하고 실용적이 되려면 이를 기관화해야 한다는 말에 찬성합니다. 한가지 방법은 아마도 기존의 우수한 연구센터를 활용해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연구센터를 지역 내에서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재난 구호 센터에 막대한 투자를 했고 이 센터는 이 분야에서 역내 잠재적 허브가 되었습니다. 한국도 초국가적 질병 퇴치를 위한 공중 보건 분야의 허브가 될 수 있습니다.

동북아에서 개별 국가의 노력들을 성공적으로 조율하기 위해서는 역내 각국 정부 내에서 부처 간 과정을 연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외교부나 국방부 단독으로 추진된 이니셔티브는 같은 효과를 가져올 수 없다는 점에서 적절하게 협력하는 능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됩니다.”

▶참석자 E=“지난 해에 특히 러시아와 관련해서 NAPCI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든 몇 가지 상황들이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협의가 얼마나 진행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지난 6개월 혹은 그 이상 미국과 일본이 러시아를 대응하느라 고심했다는 점에서 발생한 문제점은 없었습니까. 그런 과정에 무관할 수 없는 한국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러시아와 중국은 대양으로 갈 수 있는 대안 루트를 확보하기 위해 자루비노(Zarubino)에 대규모 항만 개발을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을 우회하려는 러시아의 전략을 보면 앞서 논의된 주제 중의 하나인 에너지가 중요한 이슈입니다. 러시아 제재를 둘러싼 긴장과 북한 외무성 장관이 11일간 러시아를 방문하는 데서 예시되는 북한과 러시아의 긴밀한 연계, 그 외 협력이 이루어지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지역 내 다른 변화들에 어떻게 대응할 것입니까?”

▶조 차관=“일반적으로 볼 때 한국은 미국과 서방의 강력한 우방입니다. 따라서 저희는 러시아가 개최하는 모든 국제적 행사에 한국의 참여를 줄이기 위해 워싱턴과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서방이 러시아를 제재하는 와중에 한국 기업들이 서방이 떠난 영역을 차지하는 백필(backfill)을 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조언하고 있습니다. 나아가서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인도주의적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는 이러한 세 가지 기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국민과의 더 적극적인 협력의 문제를 놓고 보면 명백하게 러시아 국민과 함께 일해야 할 필요성과 러시아라는 국가에 대한 국제 제재에 동참해야 할 필요성 사이에 모순이 발생합니다. 우리는 상호 충돌하는 두 요구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합니다. 저는 남북이 화해로 나아가는 데 있어서 그리고 궁극적으로 동북아에 평화구조를 구축하는데 있어서 러시아가 한국의 중요한 파트너임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동북아 평화협력구상과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러시아의 중요성은 간과되어서는 안됩니다. 그러한 관점에서 우리는 두 가지 고민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합니다.”

▶참석자 F=“역사를 비교하면서 두 가지 질문을 제기하고자 합니다. 매우 성공적이었던 노태우 대통령의 북방외교 (Nordpolitik) 이래 이번 이니셔티브는 한국정부가 채택한 가장 야심적인 외교 이니셔티브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1989년 당시 저는 부산에 살고 있었습니다. 몇 년 뒤 그곳을 떠날 때 부산에는 러시아 총영사관과 중국 총영사관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러시아 선박이 들어오면 러시아 선원들이 부산 국제시장에서 러시아산 모피를 한국의 청바지 및 기타 소비재와 교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매우 이례적인 성공이었습니다. 닉슨 대통령이 미국을 중국에 개방한 것과 유사하게 노대통령은 한국을 러시아에 개방했는데 이는 소련이 한국 항공기를 격추시킨지 불과 몇 년 뒤의 일입니다. 그러는 사이 중국과 ‘입술과 이’처럼 가까운 동맹이었던 김일성은 평양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아무도 이러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주로 한국 정부의 독자적인 행동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물론 조지 부시 정부도 데땅트(detente) 시대였던 세계적 분위기 덕분에 격려를 보냈습니다. 그 결과 한국은 UN에서 완전한 회원국이 되었습니다. 중국은 한국dml 제 1 교역 파트너로 성장하였고, 보리스 옐친대통령은 한국전쟁의 역사 일부를 밝히기 위해 소련의 기록보관소를 개방하였습니다. 나아가서 시진핑 주석은 얼마 전 서울을 방문하였습니다.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은 한국이 단독으로 추진하는 이니셔티브가 아니라는 점에서 다릅니다. 이제까지 우리는 동북아에 지역구조가 없다고 말해왔습니다. 지금 분위기는 노태우 대통령 재임 시와 같지 않습니다. 당시에 베를린 장벽도 무너졌습니다. 앞서 한 참석자는 일본을 다른 참석자는 러시아에 대해 물었습니다. 저는 평양과 베이징의 관계를 질문하고 싶습니다. 지난 10월 1일 중국의 국경절에 평양 측에서 보낸 축전을 보면 과거에 비해 상당히 차가웠습니다. 게다가 아시아 지역으로 권력의 중심축을 이동하자(Pivot to Asia)는 선언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들은 중동과 유럽으로 중심축을 이동하고 있습니다.

내 질문은 지금 시점의 이러한 분위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동북아에 유럽과 같은 지역 구조가 없으며 심지어 아세안과도 다르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논쟁의 여지는 있지만 한국과 일본 관계의 긴장, 러시아 사태의 복잡함, 그리고 베이징과 평양 사이의 경직된 관계 때문에 보이는 것보다 상황은 더 나쁩니다. 또한 베이징, 타이페이가 내놓은 제안, 현재 진행중인 트랙2 대화 및 다른 구조에 대한 제안과 경쟁해야 할 경우 이러한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어디에 중점을 둘 것인지요. 이와 관련해서 이런 모든 요인들을 고려할 때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은 어떻게 구현될 수 있을까요.”

▶조 차관=“아세안과 EU같은 다자간 기구들은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시작되어 성장해 왔습니다. 이는 이들이 신뢰가 부족한 가운데 성장했음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저는 역설적이게도 신뢰가 부족하다는 단순한 사실 혹은 역내 국가들 사이의 불신 때문에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평화 혹은 신뢰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이런 유형의 공세적인 아이디어를 추진해야 할 필요성을 재확인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가시적인 진전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비전통적인 연성 이슈들에 초점을 맞추고자 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저는 동북아시아의 전반적 분위기나 정치 전망이 NAPCI구상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오히려 평화의 이니셔티브를 추진해야 한다는 더 큰 사명감을 갖게 됩니다.

지난 7월 하순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논의하기 위해 베이징에 갔을 때 저는 5시간에 걸친 긴 토론에 참여하였습니다. 중국측 학자들은 이 구상에 관심이 매우 많았습니다. 저녁식사 동안 음식을 전혀 먹을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5시간 내내 질문에 대답하면서 진지한 토론을 하였고, 그 과정에서 중국측 학자들은 새로운 아시아 안보 개념(New Asian Security Concept)에 대하여 언급하였습니다.

중국이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에 가지는 관심은 아시아의 안보 개념을 어떻게 해석하고 보느냐와 관련이 있음이 명백합니다. 시진핑 주석이 정권을 잡았을 때, 중국은 힘을 키우면서 최적의 시간을 기다리는 신중한 태도에서 필요한 경우에는 자신들의 근육을 과시할 수도 있는 주도적이고 단호한 입장으로 옮겨가는 중이었습니다. 시진핑 정부의 입장에서 이는 매우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정책입니다. 그들은 전략적인 이니셔티브를 선택하는데 매우 공격적이었고 새로운 아시아 안보 구조 혹은 개념은 그러한 노력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저는 단지 미국의 입장에서 아시아 정책에 대한 균형 회복을 보고 있습니다.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이 아태지역에서 커가는 중국의 역할과 관련, 균형을 회복하고자 하는 전략적인 이니셔티브의 일종으로 언급되는 반면 ,제가 볼 때, 미국은 공세적인 외교 이니셔티브를 많이 취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은 아태지역의 질서를 바꾸고자 하는 중국의 공격적이고 전략적 이니셔티브에 대하여 미국이 균형을 회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중국 이니셔티브와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함께 일할 수 있는 한 분야입니다.”

▶이상현 교수=“동북아에 유럽에 비견할만한 지역 구조가 없는데 어떻게 한국이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추진할 수 있느냐는 질문은 타당합니다. 동북아에 오래 존속할 지속 가능한 지역 메커니즘이 없다는 점은 늘 우려의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관점을 조금만 바꾼다면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이 장기적으로 지역 구조를 만드는데 기여하거나 이를 위한 도구로 간주될 수 있다고 봅니다. 몇 가지 지역 규범이나 협력기구를 만드는 데서 시작,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은 역내 협력을 촉진하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아시아에는 수많은 좋은 제안들이 이미 나와 있습니다. 일본은 아시아 공동체(Asian community) 아이디어를 오래 주창해왔습니다. 베이징도 제안을 테이블에 올려놓았습니다.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이 어떻게 그들과 경쟁할 수 있을 지의 질문에 답하자면, 제 생각에는 주요 강대국들이 내재하는 라이벌 관계와 경쟁의식 때문에 쉽게 먼저 주장하지 못하는 틈새 분야가 있습니다. 중국, 러시아, 일본 혹은 미국이 내놓는 제안에 항상 어떠한 형태로든 다른 국가가 반대하는 이유입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는 자유가 조금 더 많으며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이 바로 그런 경우에 적용됩니다.”

▶참석자 G=“이번 토론 내내 협력이라는 단어가 적어도 십여 차례가 넘게 언급되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대단한 행동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우리는 작은 일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 일례로 과학 진보를 위한 미국과학진흥협회(American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라는 단체의 구성원으로서 제가 했던 경험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과거 수년간 우리 우선순위 중 하나는 과학외교였는데 이 과정에서 관계가 좋지 않았던 국가들과도 함께 일했고 실질적인 과학활동을 통해 교류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 중 한 국가는 북한이었는데 북한과 실제로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는지에 놀랐습니다. 우리는 평양 과학기술대학(PUST)의 과정에 참여했는데 그 학교는 놀라웠습니다. 북한 최고 계급 남학생 백 여명이 졸업해서 지금 북한 경제 시스템의 어딘가에 포진해 있습니다. 그들 중 한 그룹은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영국에서 한 학기를 보냈습니다. 이들은 놀라운 기관이었지만 제정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또 백두산이 수년 전 지진으로 흔들렸고 일련의 작은 지진들이 있었던 이유로 우리는 백두산 연구를 위해 북한정부의 지진관련 부처와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백두산이 수 천년 전처럼 폭발해서 전체 지역을 파괴하지 않을까 매우 우려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북한과 함께 백두산의 북한 쪽 지역에 지진계를 설치했습니다. 이처럼 많은 일을 할 수 있지만 자금이 항상 문제입니다. 북한과 일하려면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합니다. 북한은 아무것에도 돈을 지불하지 않으므로 북한과 일을 하려는 사람이 모든 것을 부담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북한과의 교류에 신념을 가지고 기관들과 신뢰를 천천히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이는 과학외교에 있어 일종의 근본원칙입니다.

일본 과학계도 납북자 이슈에 대한 북한의 보고서에 진전이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미국과학진흥협회는 11월에 과학 외교를 주제로 일본과학자들과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며 일본 과학자들도 협회가 관여한 과학외교 이니셔티브에 참여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어쨌든 여기에는 잠재력이 있으므로 이번 토론을 통해 작은 이슈와 작은 문제에서 신뢰를 구축하는 문제가 강조되어야 합니다.”

▶조 차관=“그 점이 바로 박대통령이 독일 방문 시 드레드덴 공대 연설에서 제안한 내용입니다. 박대통령은 쉬운 이슈, 작은 사안으로 시작하여 통일과 같은 큰 이슈로 나아감으로써 한반도 미래를 위한 비전을 성취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드레스덴 이니셔티브라고 불리는 이 아젠다는 인도주의, 공동 번영 및 그 둘의 궁극적인 융합을 강조합니다. (그러나) 한국은 작은 것들로부터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 교수=“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은 신뢰, 평화와 협력관계를 구축함으로서 평화와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이들은 바람직한 가치입니다. 동북아 국가들이 이러한 기본적인 가치에 동의한다면 미래는 밝을 것입니다. 2014년은 박근혜 정부의 2년차가 되는 해이고 앞으로 3년의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저는 정부가 이 아이디어를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또한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도 이 아이디어에 동의하기를 희망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여러 합의에 기반하여 하나씩 쌓아나간다면 동북아의 미래는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