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동아일보] 2010-08-21

″얼마나 정의에 목말랐기에… 4500명 몰린 ‘샌델 신드롬’″

 ■ ‘정의란 무엇인가’ 저자 내한강연 성황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의 저자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57)가 20일 오후 7시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정의’를 주제로 강연회를 열었다. 

‘샌델 신드롬’은 거셌다.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의 저자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57)가 20일 오후 7시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정의’를 주제로 강연회를 열었다.

아산정책연구원 주최로 열린 이날 강연은 4500여 석을 채울 만큼 성황을 이뤘다. 강연장 주변에는 인기가수의 공연장처럼 강연 2시간 전부터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주최 측은 당초 강연장을 1800석 규모의 다른 장소로 예정했지만 인터넷 신청을 받은 3일 하루에만 1000여 명이 몰리자 장소를 바꿨다.

그는 특유의 습관대로 양복 바지주머니에 한쪽 손을 집어넣은 채 계속 걸어 다니며 1시간 30분가량 강연을 이어갔다. 강연은 그가 질문을 던지고 청중이 답을 하면 다시 그 의미를 묻는 식으로 진행됐다. 청중은 대부분 대학생이었고 중간 중간 학부모와 함께 온 중고교생도 눈에 띄었다. 경기 파주시의 한 어학원에서는 중고교생 40여 명이 책을 읽고 단체로 참석했다.

그는 ‘정의란 무엇인가’에 등장하는 17세기 영국의 식인 사건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는 이 행위가 과연 옳은지를 물었다. 한 학생이 손을 들고 “자기방어를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말하자 교수는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는 어떤 일을 해도 좋은가”라고 되물었다.

샌델 교수는 또 “2020년 하버드대가 평양에 캠퍼스를 열 것을 결정하고 여러분이 총장이라면 좀 더 어려운 여건에서 공부한 학생을 뽑는 소수우대정책을 운영할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참석자들은 “기회의 평등에 어긋난다”는 반대와 “사회적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찬성 의견으로 팽팽히 맞섰다.

그는 강연을 마무리하며 “근대 정치가 정의나 공공 선(善)과 같은 도덕적 문제들을 다루지 못하고 있다”며 “더 나은 정치를 찾아가는 길은 이런 도덕적 가치에 대한 이견을 두려워 않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연이 끝난 뒤에도 열띤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그는 ‘정의를 왜 굳이 실천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강자가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정의일 수는 없다”며 “우리가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은 가장 힘이 센 사람의 의견대로 하는 것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라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그렇지 않으면 힘이 옳다는 점만 남게 된다”고 답했다.

한국 정치에 대한 직접적인 질문도 나왔다. 그는 ‘한국에서 정치 불신이 높은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국을 비롯해 급속하게 발전한 국가의 경우 정치가 부의 증대 등 지나치게 경제적인 부분에 집중해 정의와 같은 문제를 소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980년 27세에 최연소 하버드대 교수로 임용돼 20여 년간 하버드대 학생들 사이에서 최고의 강의로 손꼽힌 그의 강연에 쏠린 관심은 뜨거웠다.

서울 서초동에서 온 이석용 씨(69)는 “샌델 교수의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아 직접 강연을 듣기 위해 왔다”며 “이곳에 와 보니 젊은 사람이 많아 깜짝 놀랐다. 젊은이들이 정의의 문제에 관심이 많은 걸 보니 우리 사회가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고속버스를 타고 광주에서 올라온 오석준 씨(전남대 1년)는 “샌델 교수가 세계 최고의 강의를 하는 교수라고 해 강연을 들으러 왔다”면서 “풍부한 지식과 논리적인 접근법으로 좌중을 휘어잡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국내에서 5월 출간된 후 33만여 부가 팔리며 인문서적으로는 이례적으로 대형 서점에서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한국 사회에 정의란 화두를 던진 그는 22일 출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