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활동


 
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은 2015년 12월 10일(목), 미국 외교협회(CFR) 산하 방지행동센터 소장 겸 ‘존베시분쟁예방(the General John W. Vessy Senior Fellow for Conflict Prevention) 선임연구위원’인 폴 스테어스 박사와 라운드테이블 회의를 가졌다. ‘전략적 통찰력과 위험방지대책: 미래 한국을 위한 활용 가능성(Strategic Foresight and Preventive Planning: Future Uses by the ROK)’을 주제로 한 이번 회의에서 그는 “중견국이 된 한국이 위기관리에 더 능동적인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스테어스 박사는 “대부분의 정책은 근시안적이고 수동적이며 즉흥적으로 이루어진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당면한 위기와 기회를 능동적으로 활용하고 전문적으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사람들은 대체로 ‘사서함의 횡포(tyranny of the inbox)’에 시달리느라 주요 과제에는 제대로 집중하지 못한다. 때문에 정작 실제로 벌어진 사건들에 대처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아 위기상황에 적절히 대응할 수 없다. 그는 단순한 임기응변 대신 확립된 사고와 절차를 지키는 가운데 기회를 더 민감하게 포착하려면 더 나은 ‘전략적 통찰력’과 ‘위험방지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략적 통찰력

스테어스 박사는 전략적 통찰력을 “사건의 발생은 예측 못하지만 미리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라는 본질적인 이해에 바탕을 둔, 미래에 관한 조직적이고 철저한 사고”라고 정의했다. 또 전략적 통찰력은 미래지향적인 신중한 정책을 세우는데 정보를 제공하고 지원함으로써 잠재적 위험을 줄이고 기회를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그는 전략적 통찰력을 기간 또는 초점에 따라 ‘장기-중장기’, ‘광범위/구조적-제한적/구체적’의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전략적 통찰력의 핵심은 그것이 정책결정자들의 정치적 시간표와 맞아 떨어질 때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스테어스 박사는 가장 이상적인 시간을 12–18개월로 꼽고 “이 정도 시간은 정치인들이 전략적 통찰력의 타당성을 깎아 내릴 만큼 먼 미래도 아니고, 벌어진 사태에 대해서 손 쓸 방도가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을 만큼 긴급한 시기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전략적 통찰력을 위한 다양한 기술로써 추세 분석과 타당한 분기 예측, 시나리오 분석, 위험요소와 회복력 평가, 가지(branch) 분석, 크라우드 소싱, 그리고 백캐스팅(정책 결정 과정을 되돌아보고 결과로 이어진 인과 관계를 밝혀내는 기법)을 소개했다.
 

위험방지대책

스테어스 박사는 위험방지대책을 “구체적인 위험 가능성을 낮추거나 예상되는 기회를 활용하기 위한 계획적인 정책 기획”으로 정의하며 비상계획(contingency planning; 특정 비상사태 또는 위협에 대응해 그 충격을 완화하고 사후의 긍정적인 결과를 확보하기 위한 정책 기획)과는 다르다고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위험방지대책은 ‘아주 선행적’이다. 사건에 대비하는 것만이 아니라, 미래에 벌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일이 실제로 발생할 가능성을 낮추고자 현재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구체적으로 고민하는 것이다. 정책 입안자들이 대비해야 하는 경우의 수는 거의 무한대지만, 위험방지대책은 우리에게 가장 큰 위협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이때 ‘위험 매트릭스’는 정책 목표에 우선순위를 정하는 과정을 시각화 하는데 유용하다. 그는 정치시간표와의 조정, 일반적 문제에 적용이 가능한 정책 기술들(예: 교본과 점검표), 현실적인 훈련, 제도화된 학습, 그리고 전문적인 훈련과 역량 개발을 위험방지대책의 다른 필요조건들로 꼽았다.
 

한국에서의 활용 가능성

스테어스 박사는 “정책 입안자들은 정책 수단에 굉장히 얽매여 있는 모습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면서 “그들은 본인의 경험에 기반해 정책을 기획하기 때문에 시야가 좁고, 활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지 잘 모른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이 동아시아와 국제사회에서 더 큰 역할을 희망하는 만큼 더 먼 곳을 보고 통찰력을 갖추려면 더 큰 조리개가 필요하다”고 논평했다. 스테어스 박사는 “현재 한국의 조리개는 북한으로만 향해 있지만 이제는 중국–베트남 관계 또는 동중국해•남중국해 분쟁과 같은 다른 사안들로도 깊게 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에 따르면 변화의 핵심은 긴급 사태에 대한 단순 대응 보다 위기 발생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 방안보다 도발을 예방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기획할 수 있다. 요컨대, 지금까지 한국의 정책 기획을 지배하고 있었던 것은 북한의 침략, 도발, 불안정 그리고 갑작스러운 통일을 포함한 급변사태에 대한 대비였지만,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더 폭넓은 지역적•세계적 위험방지대책을 위한 사고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일시: 2015년 12월 10일(목) 오전 10:00–11:30
장소: 아산정책연구원 2층 회의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