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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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4일(목) 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은 美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자 프리맨스포글리 국제학연구소 수석 연구위원인 래리 다이아몬드 박사를 초청해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다. 다이아몬드 박사는 ‘민주주의는 쇠퇴하고 있는가?’를 주제로 국제사회에서 민주주의가 어떤 과정을 거치고 있는지 설명하고, “민주주의는 지난 10년간(2005~2014년) 전반적으로 후퇴했다”고 주장했다. 그가 제시한 프리덤하우스 자료에 따르면 2005년에 전 세계 국가의 61.5%에서 민주주의 상승곡선이 정점을 찍었지만, 이후 9년간 자유지수는 계속 하락했으며, 민주주의 실패 국가의 수가 성공 국가 수를 넘어섰다.

다이아몬드 박사는 민주주의를 가장 낮은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선거민주주의’와 그보다 높은 수준의 ‘자유민주주의’로 구분했다. 최소 수준에 해당하는 선거민주주의는 유권자들이 의미 있고 공정한 선거를 통해 지도자를 선택하거나 대체할 수 있도록 한다. 그보다 높은 수준의 자유 민주주의는 ‘다수결 원칙, 소수의 권리, 양질의 거버넌스(governance)’를 보장한다. 다이아몬드 박사는 프리덤하우스 자료를 토대로 한 차트를 제시하며 평균 자유도는 1980년대부터 세계적으로 확대돼 2014년에 62%로 정점을 찍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이 수치가 그럴싸해 보이지만, 진정한 민주화 수준을 알 수 있으려면 최근의 상황을 반영해 자료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예컨대 몰디브와 코소보를 ‘완전히 민주화된 나라’로 분류한 자료는 신뢰도를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또한 다이아몬드 박사는 인구와 선거민주주의의 상관관계를 강조하면서 전체 인구가 백 만 명 이하인 작은 나라일수록 자유민주주의 국가일 가능성이 두 배 이상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다이아몬드 박사는 “인구가 백만 이하인 나라를 제외하고 큰 나라들만 보면 민주 국가의 수가 줄어들고 자유민주주의가 침식되고 있음을 명확하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러시아, 나이지리아, 베네수엘라, 필리핀처럼 크기가 크고 중요도도 높은 나라들에서 민주주의가 와해되고 있는데, 2000년 이후에 이 나라들에서 민주주의가 와해되는 속도는 그 전 12년간의 속도의 2배에 이른다.

이어 다이아몬드 박사는 민주주의의 후퇴에 영향을 주는 다른 요소로 라틴 아메리카 지역에서 벌어지는 민주주의의 와해, ‘아랍의 한파(Arab Freeze)’, 그리고 ‘권위주의의 부활’을 꼽았다. 그가 말하는 ‘권위주의의 부활’이란 억압, 미디어 및 인터넷에 대한 검열 강화, 외국으로부터의 기부 불법화, 권위주의 정권들 간의 협력, 권위주의적 소프트파워 투영 등을 일컫는다. 다이아몬드 박사는 민주주의가 위험에 처하게 된 주요 근거로 다음 5 가지를 들었다.

1) 허약한 법의 지배
2) 권력층의 권력남용(executive abuse of power)
3) 인종, 종교, 사상, 계급, 신분(identity)의 극심한 양극화
4) 권한이 약하고 비효율적인 정치제도
5) 빈약한 경제 성과(이는 가난하고 불평등하며 불공정한 좋지 못한 거버넌스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이아몬드 박사는 긍정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아직 ‘제3의 역류(a third reverse wave)’는 오지 않았다”며’ “‘제3의 물결(the third wave)’ 시기에 부상한 민주주의를 개혁하고 공고히 하는 것이 (제 3의 역류를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단기 목표”라고 지적했다. 그는 “제3의 물결 당시부터 지금까지 민주주의 형식을 유지하고 있는 국가들은 사실상 더 이상 민주주의라고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대다수는 여전히 자유를 침해하는 불안정한 상태”라며 “민주주의가 확립된 국가의 민주적 국민들이 믿음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실제로 다소 후퇴하고 있다 하더라도 민주주의는 여전히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추구하고 열망하는 가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공고해지는 추세, 필리핀의 정치 개혁, 인도와 인도네시아의 선거 개혁, 디지털 시대에 시민사회의 역량 강화를 민주주의 부상에 희망적인 요소로 꼽았다.

다이아몬드 박사는 마지막으로 “중국이 현재 경제적 모순과 부패로 인해 권위주의 정권이 흔들리는 ‘정치적 전환기(political transition zone)’에 접어들었다”며 “중국은 현대 세계(modern times)에 적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현재 1인당 국내총생산은 한국이 경험한 전환기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다. 다이아몬드 박사는 “경제 및 사회발전, 세계화, 국제적 압력을 고려하면 중국이 현재와 같은 권위주의를 유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시: 2015년 11월 4일(목), 오전 11:30 – 오후2:00
장소: 아산정책연구원2층 회의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