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천영우 고문, 함재봉 원장,
최강 수석연구위원, 고명현 연구위원, 안성규 전문위원

 

박근혜 대통령이 2월 16일(화) 국회연설을 통해 대북 정책의 근본적 변화를 제시했다. 햇볕정책 이후 유지돼 온 대북 포용 기조의 전면적 전환이다. 이런 대북 정책 변화의 배경은 무엇이며 앞으로 남북 관계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아산정책연구원은 천영우 고문, 함재봉 원장, 최강 수석연구위원(연구부문 부원장), 고명현 연구위원과 긴급 대담을 했다.

 

적극적인 反 병진정책으로 병진정책 실패 유도
북 ‘변화’의 기준은 경제의 변화가 아닌 핵 위협 감소로 해야
체제 피로감 높이는 방법 강구할 필요
한국의 ‘핵심이익’은 북한의 비핵화라는 것을 중국에 명확히 해야
북한이 핵무장 아무리 해도 국지 도발하면 승산 없음 보여줘야
미국 전략자산 한반도 영구배치 고려할 필요

 

사회 안성규 전문위원=이번 박근혜 대통령 국회연설의 핵심을 어떻게 봐야 하나. 발표 중에 ‘북한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근본적인 해답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이를 남북 관계가 대화에서 압박으로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까.

천영우 고문=박근혜 정부의 ‘신뢰프로세스’는 방향성이 혼란스러운 정책이었다. 이번 대통령 연설은 그 동안의 혼란을 완전히 정리하고, 상황의 심각성과 엄중함을 제대로 인식하여 근본적인 방향을 새로 잡은 계기가 됐다고 볼 수 있다.

함재봉 원장=1998년 햇볕정책으로 시작된 북한 포용 정책이 20년이 다 되어간다. 그 전까지 지속돼 온 대립 상황이 1998년 크게 방향을 전환해 이후 20년 가까이 실험을 해온 셈이다. 북한의 많은 도발에도 불구하고 성공의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있다고 봤기 때문에 보수 정권이 들어선 뒤에도 이 기조를 지켜왔다. 경제 지원이나 평화 교류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할 수 있다고 예상했었다. 그러나 이제 다시 한 번 근본적인 방향 전환을 하려고 하고 있다. 대북 포용 정책이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말하자면 다시 대립과 압박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본래 포용 정책이 비핵화를 목표로 했던 것인 만큼, 이런 정책 선회에는 평화적 협상을 통한 북한의 비핵화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한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근본적인 큰 전환이다.

최강 수석연구위원=이상적인 대북 정책에서 현실적인 대북 정책으로 전환한 것이다. 그 동안 일각에서 북핵과 남북 관계를 분리하는 정책을 추구했던 것에서 벗어나 핵 해결 없이는 남북 관계 진전이 없음을 명백히 했다. 이전까지 가장 중요한 북한 비핵화의 수단으로 인센티브를 강조했었다면 이제는 북한이 실질적인 대가를 치르게 함으로써 북한의 전략적 계산을 바꾸고 결단을 유도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적극적인 반(反) 병진 정책’이다. 북한이 추구하는 핵, 경제개발 병진 정책을 실패로 유도해 핵을 포기하게 만든다는 근본적인 전환이다.

고명현 연구위원=박근혜 정부 내에서 대북 정책이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4차 핵실험 이전까지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였지만 큰 의미는 없었고, 중점은 중국을 통한 북한 문제 해결에 있었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컸다. 그런데 4차 핵실험 이후 중국의 반응이 우리가 원하는 수준에 못 미치면서 이를 폐기하고 강경한 정책으로 변화했다고 볼 수 있겠다. 대북 정책에 있어 ‘중국’과 ‘포용 정책’이 사라졌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사회=3차 핵실험 때까지는 가만히 있다가 왜 갑자기 이 시점에 이렇게 변하나? 과잉대응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

천 고문=2013년 3차 핵 실험 때 이렇게 했어야 했다. 그런데 그걸 못하고 3년이나 더 북한을 포용하고 개과천선하게 만들어 핵을 포기하게 하겠다는 비현실적인 정책을 취해왔다. 이제 정신을 차린 거다. 4차 핵 실험이 그 동안 해온 대북 정책이 얼마나 비현실적이었는지를 깨치게 해주는 계기를 제공했다. 3차 핵 실험과 4차 핵 실험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기 보다는 4차 핵 실험이 우리를 미망에서 깨우는 하나의 촉진제 역할을 한 거다.

함 원장=중국 변수가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3차 핵 실험 때까지만 해도 우리와 중국이 지난 20여 년 간 쌓아온 관계가 있으니 중국이 어떤 역할을 해주리라는 희망을 가졌었다. 그래서 중국에 경도된다는 우방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가면서도 박 대통령이 중국의 전승절 행사에도 참석했다. 그런 중국이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뭔가를 해줄 능력과 의지가 없다는 점이 이번에 확실해졌다.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평화적으로 북한 비핵화를 유도한다는 프로세스의 가능성이 없어졌다.

고 연구위원=박근혜 정부가 중국에 크게 의존했던 것 자체가 비정상적이고 비이성적이었다. 표면적으로 보자면 날카로운 분석을 통해 새로운 전략을 세우지 않고, 중국 정상과의 개인적 친분을 통해 중국의 전략을 수정할 수 있다는 기대를 품었다. 그래서 4차 핵 실험 이후 이 기대가 깨지자 중국을 완전히 배제해 버리는 흑백 논리가 나오는 것 같다. 그러나 여전히 중국이 중요한 국가라는 점에서 우려 된다.

천 고문=사실 3차 핵실험 때 이미 중국은 북한 비핵화를 위해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할 생각이 없음이 분명히 드러났다. 북한의 핵 무장을 방조하고 북한이 사실상 핵 무장을 할 수 있게 안심시켜 주었다. 그런 가운데 새로 들어선 박근혜 정부는 ‘내가 나서서 다른 방법으로 중국을 설득하면 달라지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가지고 매달렸다. 그러다 이제 현실을 맞닥뜨리자 구름 위에서 땅 위로 내려왔다.

최 수석연구위원=이 정부 출범 초기 핵 실험과 미사일 실험이 있었을 때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 했어야 했지만 정치적 상황 때문에 대선 과정에서 활용했던 프레임에 그대로 갇혀있었다. 이제 그 분위기를 떠났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바뀌었어야 할 프레임을 3년이 지난 후에야 바꾼 셈이다. 그 동안 드레스덴 선언이나 통일대박론을 내세우면서 이상적으로 남북 관계와 핵 문제 해결에 접근해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갈 데가 없다.

함 원장=그 사이에 우리가 시간을 잃은 건 확실하다. 그러나 국내 정치 프로세스를 보면 3차 핵 실험 때 한 번 참은 뒤 이제 이런 논의를 하게 되니까 그나마 이 내용이 수용된다고 볼 수 있다. 3년 전에 오늘과 같은 연설을 국회에서 했다면 야당에서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며 국제사회의 반응도 좋지 않았을 것이다. 정치적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

천 고문=지난 3년 간 세운 대중·대북 정책의 참담한 실패가 확인되어야 정책 변경이 가능하다. 그 동안은 성공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에 바꿀 수 없었다. 기존 정책이 완전히 실패했고 앞으로도 성공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인식함으로써 정책 변환의 출발점이 된 것이다.

 

사회=근본적인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했는데, 북한 붕괴와 압박이 연상된다.

천 고문=결국 북한의 핵 무장의욕과 병진 정책 변화가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게 안될 경우 정권 교체가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우선 북한의 전략적 계산 공식을 바꿀 수 있는 수준으로 핵 무장에 대한 코스트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솜방망이식의 부분 제재에서 나아가 북한이 핵을 가지고 버틸 수 없을 만큼의 폭 넓고 아픈 제재가 필요하다. 하지만 제재만으로 되는 건 아니다. 근본적으로 북한의 사회 변화, 북한 주민들의 의식 변화가 뒷받침 되어야 하므로 그를 위한 더 공세적인 대북 심리전, 대북 공작이 같이 진행돼야 한다고 본다.

함 원장=인센티브에 치우친 정책에서 벗어나 코스트를 가중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비핵화에서 정권 교체까지 내다봐야 된다. 중국은 북한 정권을 뒤흔들 수 있는 제재는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제 우리는 북한 정권이 흔들리는 한이 있더라도 제재를 가해 핵을 먼저 없애는 게 중요하고, 중국에게도 한반도 비핵화가 1순위여야 한다는 입장을 주지시켜야 한다. 중국이 이에 동참하면 바람직하고 그게 안되면 우리와는 기본적인 전략 목표가 다르다는 선언까지도 해야 한다. 평화 교류,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 다 좋지만 최우선순위인 비핵화가 안 되면 어떤 것도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최 수석연구위원=우리는 북한의 실질적 변화의 지표로 경제 정책의 변화, 대외 정책의 변화를 언급한다. 그러나 이는 착시현상이다. 북한 변화는 우리에게 가하는 안보 위협의 변화, 즉 실질적으로 북한 핵무기의 위협이 얼마나 줄어드는가로 평가해야 한다. 특히 경제 분야에서 6.28 조치 등의 국지적인 조치를 변화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다. 근본적인 경제 체제적 변화가 있어야지, 경제 조치적 변화를 변화라고 볼 수 없다. 사회 통제 시스템에 있어서 다양성을 추구하느냐 안 하느냐를 판단의 근거로 해야 한다.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음을 이해하고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북한의 피로감을 높이는 작업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우리가 취한 조치들로 북한 정권의 피로감을 높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무력시위 등을 더 다양화하고 강도와 빈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군사훈련의 경우 우리가 언제 어떤 연습을 할 것인지 스케줄을 미리 공표하기 때문에 북한도 여기에 대비를 한다. 비정기적으로 강도 높은 군사훈련을 다양하게 실시함으로써 북한의 군사 피로함을 높여야 한다. 그러면 일반 경제 활동도 제대로 못하게 된다. 안보에는 안보로 대응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 연구위원=북한의 핵 도발은 근본적으로 북한 정권이 살아남느냐 아니냐의 문제이기 때문에 해법도 그만큼 절체절명한 사안이다. 해답은 북한 정권의 변화일 수밖에 없고, 정권 교체밖에 없다. 그러면 그걸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 북한의 핵 도발 자체가 비대칭 도발이다. 우리는 핵 개발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우리의 대응 방안도 당연히 비대칭이어야 하고, 우리가 잘하는 정보·문화적인 측면, 정치적 개방성을 통한 국제적 연대가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갖지 못한 국제적 연대를 강화해 나감으로써 군사적 피로도뿐 아니라 외교적 피로도도 높여가야 한다. 북한이 신경을 안 쓰는 듯 하지만 인권 문제 등에 굉장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그런 쪽의 피로도도 높일 필요가 있다.

 

사회=그럴 경우 국내의 피로도가 높아지지 않을까?

최 수석연구위원=국내 피로도는 개성공단에 진출한 124개 업체에 국한된 문제이다. 진보 진영에서 평화 논리를 전개할 때나 나올 이야기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들 124개 기업이 아니라 5천만 국민의 안보다. 국내 피로도는 낮다. 박 대통령 국회연설의 핵심은 현재 우리는 심각한 안보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국민들이 이런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도록 만드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국민들이 위기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으면 또 대화론과 평화론이 나올 것이다.

함 원장=정부가 위기 의식을 느끼는 만큼 이를 국민에 정확히 전달하고 공감대를 만드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이며 그걸 잘 하는 것이 정부의 능력이다.

고 연구위원=지금까지의 대북 정책에 대한 피로도가 높았던 이유는 남북 관계의 긍정적인 측면만을 대상으로 평가하면서 기대치를 높였기 때문이다. 정부가 북한의 누구를 만난다 어떤 진전이 있었다라는 것을 끊임없이 말했기 때문에 기대치가 높아졌었다. 그러다 남북 관계가 악화되면서 피로와 실망이 쌓였다. 앞으로 박근혜 정부의 남은 2년 임기 동안 남북 관계에는 이런 이벤트가 없게 되는데 국민들의 갖고 있는 기존의 의식 때문에 경색된 남북 관계는 국민들의 피로도를 높일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기존의 프레임을 바꿔 국민의 기대치를 낮추는 정치적 작업을 해야 한다. 그게 없으면 국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평화론, 대화론이 다시 대두 될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당장 지금부터 강구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

 

사회=국제 제재와 국제 공조가 필요하고 중국이 중요하다. 중국에겐 어떤 원칙과 자세를 가져야 하는가.

최 수석연구위원=질문의 전제는 중국이 북한 문제 해결에서 역할을 한다는 것인데 이번 4차 핵실험을 통해 그 전제가 깨졌다. 더 이상 중국의 역할론은 기대할 수 없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자국의 평화와 안정, 체제 유지를 가장 중시한다. 그러므로 중국에 대한 입장은 우리의 기본 목적에 중국이 얼마나 부합하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중국 역할을 강조할 필요가 없다. 4차 핵실험을 통해 중국의 의중이 확실히 드러났다. 정부는 중국의 대북 역할론을 강조하기 보다는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국제사회의 흐름에 얼마나 동참하고 협력하는지를 통해 중국이 대국의 자격을 판단 받을 것이라는 점을 전달해야 한다. 한중 관계를 통해 북한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생각은 현실적이지 못하다. 그러므로 국제사회에서의 중국의 역할을 신장하는 문제로 구도를 전환시켜야 한다.

천 고문=문제의 핵심은 한국과 중국의 안보 이해관계가 합치될 수 없다는 점이다. 한국의 안보 이익이 중국 안보 이익에는 부정적일 수 있다. 이것이 한중 안보 이해 구조의 본질이다. 그래서 중국과 북핵 문제, 동북아 안보 문제에서 협력할 수 있는 여지는 아주 작다. 안보 협력은 공통의 이해관계가 있어야 이루어지며 대립될 때는 이루어지기 힘들다. 지금까지 정부는 이러한 현실을 무시하고 한중 우호 관계를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 중국이 보여준 태도는 그런 기대가 허황되었음을 입증한다. 우리 정부는 중국이 북한의 핵무장을 두둔할 경우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한중 관계가 경색될 경우 발생할 경제적 손실을 걱정하는데, 그렇게 되면 우리뿐 아니라 중국도 경제적 부담을 느끼게 된다. 북한 문제는 우리의 사활이 걸려 있는 안보 문제이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다. 가능성은 적겠지만 중국이 우리에게 경제적 압박을 가한다면 단기적 경제 이익을 희생할지라도 대한민국의 생명과 안전 즉, 안보 이익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최 수석연구위원=중국은 핵심이익을 건드리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핵심이익은 무엇인가? 핵심이익의 본질은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한국의 핵심이익의 본질이 한중 관계, 미중 경쟁 구도 속의 한국 입지로 이동했다. 이러한 프레임은 부적절하다. 문제의 성격 규정을 분명히 해야 한다. 북한 4차 핵 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통해서 우리가 중국에게 취할 수 있는 태도는 ‘북핵 문제는 국제사회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며,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중국이 긍정적 역할을 해야 대국으로서 자격을 갖추는 것이다’라는 점을 분명히 전하는 것이다.

4차 핵 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계기로 미국 정치권에서 북한 문제에 다시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환경이 마련됐음을 의미한다. 우리 정부는 이런 환경을 잘 이용해야 한다. 또한 북한 문제에 대해 미국뿐 아니라 유럽, 동남아와 협력하여 북한 문제 해결에 다각화가 필요하다.

함 원장=지금까지 대중 관계가 우호적이었기 때문에 중국이 북한 문제도 해결해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핵 실험에 대한 중국의 태도가 그 기대가 틀렸음을 증명했다. 향후 대중 정책은 경제이익과 안보이익 사이에서 결정돼야 한다. 경제보다 안보가 중요하다면 안보 중심으로 나아가는 결단이 필요하다. 중국이 이 문제 때문에 우리와 무역 전쟁을 하려 해도 중국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다. 중국이 스스로 stakeholder로서 자청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정치적 문제와 경제 문제를 연결시키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명분 없는 자해행위다.

최 수석연구위원=국내 일각에서 잘못된 방향을 제시한다. 병자호란이니 마늘전쟁이니 하며 중국 공포심을 국내에 퍼뜨리는데 방향을 잘못 이끄는 것이다. 마늘전쟁이 있던 지난 2000년과 오늘날 중국과 한국의 경제 관계가 본질적으로 다르다. 목숨과 안전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각오를 하고 안보 문제 해결을 위해 접근해야 한다. 중국에 우리의 핵심 이익이 무엇인지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 핵심이익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양보할 수 없다.

고 연구위원= 지금까지의 국제 공조는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루는데 크게 성공했다. 국제사회의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는 메세지는 비핵화다.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북한의 비핵화를 원한다. 정권 교체 혹은 정책 변화를 통해 비핵화를 이루겠다는 메시지를 다양한 루트를 통해서 전달해야 한다.

함 원장=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미국은 북한이 자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위협의식을 체감하고 있다. 미국 의회가 움직이는 것은 미국 스스로 북한의 위협을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는 남북 문제가 아니다. 북핵은 북-일 문제이며 미국의 안보 문제, 중국의 안보 문제라는 점을 인식시켜 국제 공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천 고문=북한 압박은 금융과 물자에 대한 제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무역(보이는 것)과 금융(보이지 않는 것) 제재를 통해서 북한의 자금을 막는 것이 김정은 정권의 고통 수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이런 국제 공조의 걸림돌이 개성공단이었다. 개성공단은 우리나라가 국제공조를 할 의지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개성공단 폐쇄를 통해서 우리가 모랄 하이 그라운드(Moral high-ground)를 마련했고 국제 공조의 물길을 텄다.

최 수석연구위원=개성공단이 13년간 북한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 주었는지 평가해야 한다. 변화된 것이 없다. 북한 노동자 5만 명을 고용했다지만 크게 보면 북한 사회에 변화는 없었다. 오히려 우리는 개성공단의 인질이 되었다. 개성공단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었다. 개성공단 폐쇄는 착시현상을 교정할 수 있는 기회이다.

천 고문=개성공단을 통해서 들어가는 자금이 북한 근로자 개인한테 주는 돈이 아니고 북한 정부에 들어갔다면 핵 개발을 위한 재정 능력이 늘어나는 것이다. 자금이 들어가는 통로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사회=중국의 지원 없이도 북한 제재가 가능한가?

천 고문=중국 지원 없이 할 수 있다. 유로 시스템이나 SWIFT 같은 국제 송금 시스템을 통하면 북한과의 거래내역이 다 드러난다. 거래금액의 한도를 정하고 그 이상 거래하는 중국 기업은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으로 삼으면 된다. 또한 미국 특별법에서는 북한을 laundering concern(주요자금세탁우려대상)으로 지정하려 하고 있다. 주요자금세탁우려대상으로 방코델타아시아(BDA) 같은 특정 기관을 지정하는 것과 국가를 지정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북한을 주요자금세탁우려대상으로 지정하면 북한과의 거래가 불가능해진다. 북한을 국제송금시스템에서 완전히 차단하면 북한은 금융시스템을 통한 거래는 할 수 없다. 미국 재무성이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올 수 있다.

최 수석연구위원=북한 내에는 여러 불법 행위가 있다. 그 동안 국제사회는 북한의 마약 거래 같은 것들을 충분히 제재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런 것들이 약한 제재 같지만 북한 외교관들이 갖는 피로감은 상당히 높다. BDA 같은 경우 상당히 효과적이었다. 우리가 이런 부분을 더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함 원장=제재가 시작되면 북한과의 거래를 앞두고 누구든 한 번 더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 과연 우리가 투자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하게 하는 것 자체가 북한에 리스크를 높여준다.

최 수석연구위원=그 동안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 관계 때문에 세컨더리 보이콧을 주저하고 특히 미국 재계에서 거부감을 가질 거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미국 내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미국 재계의 입장도 중국을 압박해야 한다는 쪽으로 돌아섰다. 그들이 핵심으로 지적하는 문제가 일반 기업에 대한 해킹, 시장 접근에 대한 불공정성, 환율 조작, 지적 재산권의 침해다. 미국의 재계-정부-의회가 거의 동일한 입장을 취하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고 연구위원=북한 입장에서는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이 반가운 일은 아니다. 지금까지는 불가피하게 중국과 무역거래를 해왔지만, 북한은 중국을 제외하더라도 동남아나 유럽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무역·경제 활동을 하고 있다. 이것만이라도 제재한다면 당장은 큰 고통이 없겠으나 장기적으로는 북한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북한이 중국에 수출했던 석탄의 가격이 떨어지면서 제재와 비슷한 효과가 나오고 있으니 중국과의 석탄 거래가 제재를 받게 되면 더 효과가 커질 것이다. 한편 중국 국민들의 60%가 북핵을 큰 위협으로 생각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런 의견이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가 중국 정권과 국민을 동일선상에 놓지 말고, 이들을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장기적으로 볼 때 중국 인민이 북한에 등을 돌리는 것이 우리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에 우리는 그런 방향으로 어필해야 한다.

 

사회=앞으로 남북 간에 군사적 갈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현재 미국은 한국에 전략자산을 대거 파견하고 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 배치도 논의 중이다. 그런데 이런 확장억제에 따른 미국의 전략적 자산 지원은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고 상황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북한이 이런 상황을 이용해 다시 핵 실험 같은 도발을 할 것이다. 이런 악순환을 중단 시키려면 우리도 군사적인 대비태세를 갖춰야 하지 않겠나.

최 수석연구위원=가장 중요한 건 북한 상황에 대한 판단이다. 한반도 내 정보자산이 24시간 운용될 수 있어야 한다. 사태가 엄중하기 때문에 미국의 정보자산이 한반도에 고정배치 될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그게 안 된다면 적어도 한-미 또는 한-미-일 간의 실시간 정보공유 시스템이 시급히 갖춰져야 한다. 이런 체제가 없이는 우리가 어떠한 판단을 할 수가 없다. 필요시 전략자산이 이동 배치하는 수준을 넘어 고정 배치하도록 해야 한다. 아직도 정부가 제대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걸 보면, 북한 위협이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며 우리는 어떤 군사대비태세를 갖춰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내지 못한 것 같다. 사드 이상 언급된 것이 없다. 근본적인 국방태세의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문제지만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없다.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한다.

천 고문=북한은 핵 무장을 하게 되면 도발해도 남한이 못 대들 거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그래서 국지도발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아무리 핵 무장을 해도 북한에겐 승산이 없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더 과감히 대응해 국지도발을 막아야 한다. 미국은 우리의 안보 불안을 안심시키고 동맹국으로서 신뢰를 높이기 위해 전략자산을 파견하는 지원을 하는데 그것보다는 실제로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기 전에 선제공격에 사용할 수 있는 재래식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영구 전진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B-52 전략 폭격기의 출격은 북한의 내성만 높여준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민국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 못지않게, 우리 국민의 우리도 핵 무장하자는 목소리를 우려해 지원 해주는 측면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런 측면을 넘어 한국을 제대로 지키는데 필요한 재래식 첨단 전략자산들을 한반도에 배치하도록 미국에 요구할 필요가 있다.

함 원장=결국은 미국이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 지금 미 의회 움직임이 보여주듯 미국이 직접적인 위협을 느끼게 되면 현재 일본에 배치돼 있는 항공 모함 같은 여러 전략적 자산을 한국으로 이동해 고정 배치 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 위협이 심각하다면 우리가 말려도 미국은 여러 방편을 고려할 것이다. 어느 단계가 되면 미국이 조지 워싱턴호나 로널드 레이건호 같은 항공모함의 서해 훈련을 (중국의 반대를 무릅쓰고서라도) 우리에 제안할 수도 있다.

천 고문=한국 정부가 원하는 것을 분명하게 제시해야 미국 내 논의가 가능해진다.

최 수석연구위원=지금까지 미국이 취한 조치는 대북억지가 아니라 한국에 대한 assurance다. 북한 관점에서 정말 위협이 되는 전략자산을 고정 배치하지 않으면 한반도에 전략적 안정은 어렵다. 이런 차원에서 볼 때 고정 자산의 배치가 필요하다. 미 해병대의 한반도 이동 배치도 바람직하다.

고 연구위원=미 본토가 북핵의 직접적 위협에 직면할 때에도 미국이 과연 서울을 방어하기 위해서 자국민을 핵 위협에 노출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한국 사회내에 팽배하다. 어쩌면 북한 또한 같은 인식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미국은 냉전 때 서유럽을 방어하기 위해 소련이 침공할 경우 핵선제공격을 하겠다고 위협했다. 따라서 북한의 핵 위협, 또는 한국 영토에 핵폭발로 인한 방사능이 감지되면 자동적으로 북한을 핵 공격하는 자동개입조항 같은 것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대담정리: 권은율∙이성원 연구원, 정노주 행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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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우
천영우

아산정책연구원

천영우 전(前)청와대외교안보수석은 2014년 1월부터 아산정책연구원 고문으로 있으며, 2013년 6월 사단법인 한반도미래포럼을 설립하여 이사장 직을 맡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임기 후반 2년 반 동안 청와대외교안보수석을 역임하였으며(2010.10-2013.2) 그 이전 약33년간 직업외교관으로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외교부 본부에서는 제2차관(2009-2010),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6자회담 수석대표(2006-2008), 외교정책실장(2005-2006)등 요직을 두루 거쳤으며, 재외공관 보직으로는 주(駐)영국 대사(2008-2009), 주(駐)유엔한국대표부 대사(차석)(2003-2005) 등을 역임하였다. 부산대학교에서 불어를 전공하고(1977), 미국 Columbia University에서 국제학 석사(MIA)를 취득하였다(1994).

함재봉
함재봉

이사장 겸 원장

함재봉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이사장 겸 원장이다.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1992-2005)와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 사회과학국장(2003-2005)을 역임했다. 미국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한국학연구소 소장 겸 국제관계학부 및 정치학과 교수(2005-2007)와 RAND 연구소 선임정치학자(2007-2010)로 재직했다. 미국 Carlton College에서 경제학 학사학위(1980)를, Johns Hopkins 대학에서 정치학 석·박사학위(1992)를 취득하였고 International Forum for Democratic Studies 방문연구원(1999-2000), Duke, Princeton, Georgetown 대학교 교환교수(2002-2003)를 역임했다.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1994-1997)을 역임하였고 현재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2010-현재)으로 활동 중이다. 저술로는 “South Korea’s Miraculous Democracy”(2008, Journal of Democracy), “The Two South Koreas: A House Divided”(2005, The Washington Quarterly), Confucianism for the Modern World (Daniel A. Bell과 공저, 2003, Cambridge University Press), 『유교, 자본주의, 민주주의』(2000, 전통과 현대), 『탈근대와 유교: 한국적 정치담론의 모색』(1998, 나남) 등이 있다.

최강
최강

연구부문 부원장 ; 외교안보센터

최강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연구부원장이자 수석연구위원이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국립외교원에서 기획부장과 외교안보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동 연구원에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교수로 재직하며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미주연구부장을 지냈다. 또한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아태안보협력이사회 한국위원회 회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했다. 한국국방연구원에서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국제군축연구실장, 2002년부터 2005년까지는 국방현안팀장 및 한국국방연구 저널 편집장 등 여러 직책을 역임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기획부 부장으로서 국가 안보정책 실무를 다루었으며, 4자회담 당시 한국 대표 사절단으로도 참여한 바 있다. 1959년생으로 경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고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구분야는 군비통제, 위기관리, 북한군사, 다자안보협력, 핵확산방지, 한미동맹 그리고 남북관계 등이다.

고명현
고명현

여론・계량분석센터 / 사회정보관리연구프로그램

고명현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여론·계량분석센터 사회정보관리연구프로그램 연구위원이다. 컬럼비아대학교 (Columbia University)에서 경제학 학사, 통계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Pardee RAND Graduate School에서 정책분석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UCLA의 Neuropsychiatry Institute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주요 연구분야는 사회 네트워크, 복잡계 사회적 상호작용, 질병의 지리공간 모델링 등이다.

안성규
안성규

편집전문위원

안성규 전문위원은 아산정책연구원 편집실의 주간이다. 중앙일보에서 30년 가까이 정치부ㆍ국제부 등에서 취재를 했으며 통일ㆍ외교팀 팀장, 중앙일보 일요판 신문인 중앙SUNDAY의 외교ㆍ안보에디터 등을 역임했다. 모스크바 특파원을 지냈고 이후 독립국가연합(CIS)의 순회 특파원도 했다. 기자 초기에 북한의 국가 형성 과정을 집중 취재한 기획 시리즈에 동참했다. 그 시리즈는 학계의 북한 연구에도 크게 기여했으며 그 취재 내용을 담아 『비록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1992, 중앙일보)을 공저로 출판했다. 故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아들 김정남을 인터뷰한 유일한 한국 기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