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금년 2월에서 5월 사이 북한의 행보와 최근의 대화국면 전환 움직임을 비교해 보면, 이것이 과연 같은 행위자에 의해 구사되는가 의문이 생길 정도다. 북한은 2월 12일 3차 핵 실험을 강행한 이후 채택된 UN 안보리결의안 2094호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면서, 이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기존의 남북불가침합의를 전면 폐기하겠다고 선언하였다. 또한, 3월 31일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은 “자위적 핵무력을 강화·발전시켜 나라의 방위력을 철벽으로 다지면서 경제건설에 더 큰 힘을 넣어 사회주의 강성국가를 건설하겠다.”라는 의지를 밝혔다. 북한은 3월부터 시작된 키 리졸브(Key Re-solve) 훈련, 독수리 훈련 등 한·미 간의 연합훈련을 빌미로 이러한 강경노선을 가속화하 였고, 4월에 들어서는 개성공단에서의 북한 근로자 철수, 무수단 중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 징후 노출 등을 통해 한반도에서의 긴장이 정점에 이르는 상황을 조성하였다.

5월 들어 무수단 미사일 발사 움직임 철회로 인해 한반도 정국 경색이 소강상태로 접어 든 가운데, 북한은 5월 17일 이지마 이사오(飯島勳) 일본 내각 관방참여와 김영남 최고 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간의 평양 회동을 이끌어냄으로써 모종의 국면전환을 암시하였다. 6월 6일에는 개성공단 문제 해결을 위한 실무접촉을 우리 측에 전격 제의하였다. 우리 측의‘장관급 회담’ 逆제의를 북한이 수락함에 따라 고조되었던 남북대화 재개 분위기는 회담대표의‘격’을 둘러싼 입장차로 인해 결국 무산되었다. 이후 대화 결렬의 책임을 우리 측에 전가하며 다시 대남 비난 수위를 높이던 북한은 6월 16일, 이번에는‘국방위원회 대변인 중대담화’를 통해 미·북 대화를 제의하였다. 한·미가 북한의 대화에 대한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인식을 공유함에 따라 북한의 대화 제의는 성사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북한은 최룡해의 중국 방문, 김계관의 중국과 러시아 방문 등 대화국면을 이어왔으며, 이와 같이 상반기 중 구사된 북한의 강·온 양면 전술은 여러 면에서 함의하는 바가 크다.

물론, 군사적 긴장 고조와 대화 제의를 교차적으로 구사하는 북한의 전술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작년과 올해에 거쳐 한반도와 주변국의 정부가 모두 교체된 미묘한 시점에서 북한의 행보는 향후 한반도 비핵화와 신뢰프로세스의 실질적 구현, 그리고 나아가 동북아시아의 평화·협력에 대한 남북 간의 치밀한 수읽기 싸움이 이미 시작되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누가 판의 큰 흐름을 먼저 정확히 읽고, 전체적인 추세를 이끌어갈 조치를 취하느냐에 따라 남북한 관계와 주변국의 대한반도 정책 역시 변화할 것이다.

‘수읽기’의 주요 고려요소

1.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

이명박 정부 이래 대북정책에 대한 한·미 공조는 그 어느 때보다도 탄탄하다. 이미 한·미 양국은 2008년 한미동맹을 ‘21세기 전략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을 선언했다. 이 후 반복된 미국의 ‘확장억지(Extended Deterrence)’ 공약을 통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위협에 대한 공동의 대응의지를 천명하는 등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이 파고들 수 있는 틈새를 주지 않았다. 금년 5월 7일(미국 현지 시각)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양국은 한·미동맹의 지속적 발전과 미국의 확고한 한반도 방위공약을 재확인하였으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및 평화통일을 위한 노력과 북핵·북한문제에 대한 공동대처 의지를 천명하였다. 6월 북한의 미·북 대화 제의 직후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북한의 진정성이 담겨 있지 않은, ‘대화를 위한 대화’는 의미가 없다는 점에 대해 인식의 공감대를 확인하였다. 일견 북한이 향후 어떠한 대화공세를 전개하더라도 이것이 한·미 간의 이견이나 공조체제의 이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한·미 동맹과 한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미국의 신뢰와 호의적 반응 뒤에는 모두 한국이 한반도와 동아시아 그리고 세계적 차원에서 기존과는 다른, 더 많은 역할을 할 것이며 이것이 미국의 대외정책상의 부담을 상당부분 경감해 줄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있다. 공화당이 하원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미 의회의 세력분포, 국내 경제상황의 유동성 지속, 사회 안전망의 확대 필요성 등 다양한 국내적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대외정책 추진에 투입할 수 있는 자산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따라서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회귀정책(Pivot to Asia)’은 결국 ‘아시아 우방국/동맹국의 더 큰 부담 분담’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한반도 차원에만 국한해서 본다면, 북한이 더 위협적이고 모험적인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관리하는 데 있어 한국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길 원하는 것이 미국의 속마음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은 동맹 파트너인 한국에 분명한 안보적 보장을 제공하면서도, 한반도 상황이 미국의 군사력이나 경제적 부담이 필요한 위기와 같은 형태로 발전하는 것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 한반도 문제에 있어 ‘운전석에 앉은’ 한국이 안정적인 남 북한 관계를 이끄는 한편, 무난하고 원활하게 북한의 비핵화가 추진되고 관리될 수 있는 구도를 만들어내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과 북한의 진정성에 대한 회의론이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서 여전히 높은 상태이기는 하지만, 이것이 미·북의 대화 무용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2012년 북한 비핵화를 위한 미·북 간의『2.29 합의』가 사실상 무산된 이후 미국은 ‘bad cop’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 왔다. 문제는 상황 악화를 방지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누군가는‘good cop’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긍정적 역할이 강조되고는 있지만, 완전한 중국 주도의 상황해결이 미국에게는 바람직하지 만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한·미가 모두 ‘bad cop’인 현 상황에 미국은 불안감을 가질 수 있고, 한국이 ‘good cop’의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는 속내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

많은 분석가들이 북한의 3차 핵실험을 계기로 중국의 대북시각과 정책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지적한다. 일부 학계와 중국 일반인들에 국한되지만, 중국이 기존의 대북지원 일변도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금년 상반기에 들어서는 심심치 않게 언론에 보도되었다. 각종 국제회의에서도 북한의 3차 핵실험과 비타협적인 태도에 대해 ‘사견’임을 전제로 부정적·비판적 의견을 피력하는 견해들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은 금년 들어 2087호(1월)와 2094호(3월)라는 대북 제재결의안이 중국 동의하에 UN 안보리를 통과했다는 점에서도 포착된다. 북한 핵문제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중 3각 공조가 가능하다는 기대가 고조되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에서 진정으로 거대한 흐름의 변화인가에 대해서는 좀 더 면밀히 관찰하고 판단해야 한다. 분명, 중국은 북한의 핵보유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천명한 바 있다. 이는 금년 6월 6일~7일 사이에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개최된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재확인되었다. 중요한 것은 2013년 이전에도 중국이 북한의 핵 및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공개적으로 용인한 적은 없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중국 신지도부가 북한의 핵 개발을 비롯한 모험적 행위를 비판하고 있다는 사실이 곧 중국이 북한 정권에 대한 지지와 지원을 철회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외교적인 관행이라고는 하지만, 중국은 6월초 라오스로 입국한 탈북 청소년들의 북한 강제 송환 조치에 편의를 제공했고, 이에 대해 어떠한 논평도 없었다. 비록 중국이 북한 정권을 옥죄는 제재조치에 동의하였고 기존과는 달리 외교적으로 북한에 냉담한 태도를 보인다고 하더라도, 중국 지도부로서는 이것이 대북 레버리지를 오히려 강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하였다고 인식하였을 것이다.

이러한 대북 경고와 병행하여 중국은 5월 22일 최용해의 특사 방문, 6월 18일 김계관과 장예쑤이(張業遂) 간 북경 회담을 통해 현 상황에서 북한의 움직임이나 메시지를 대외에 전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존재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대외에 과시하였다. 따라서 중국이 금년 초부터 보여 온 달라진 대북접근은 최소한 현재까지는 여전히 근본적인 전략적 변화 보다는 북한을 다루는 데 있어서 전술적 변화의 성격이 더 강한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만일 중국이 북한 정권이나 체제의 위기까지를 야기할 수 있는, 그래서 한국과 미국이 이야기하는 북한의 중요한 변환까지를 수용할 수 있다는 자세를 취한다면, 이 역시 한국의 입장에서는 깊은 성찰과 고민이 필요한 사항이다. 이러한 정책의 근본적 변화에는 분명히 한국에 대해 기대하는 반대급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3. 북한의 대화국면 전환 동기

우리가 향후 수읽기에 있어 또 하나 고려해야 할 것은 현재 나타나고 있는 잇단 북한의 대 화제의를 어떤 관점에서 볼 것인가이다. 이는 김정은 체제가 현재 어떤 상태에 와 있으며,어느 정도의 내구력을 지니고 있는가에 대한 판단과도 직결된다.

최근의 북한 태도변화를 해석하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로 대별될 수 있다. 첫 번째는 대외 적인 고립과 내부적인 불안정에 직면한 북한의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해석이다. 이는 의미 없는 대화, 대화를 위한 대화에 연연하지 않는 우리 정부의 일관된 정책과 중국까지도 동참하는 모양새가 된 대외적인 대북압력, 그리고 내부적으로 김정은 체제의 안정과 직결된 경제문제 해결 필요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결국 북한이 대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었다는 인식에 기초를 둔다. 이런 시각을 따를 경우, 비록 ‘격’을 문제 삼아 장관급 회담을 거부하기는 하였지만, 결국 북한은 대화의 장에 나오게 될 것이며, 정권과 체제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변화를 선택할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따라서 향후 시간과 상황은 우리의 것이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현재의 대북정책에 대한 큰 수정이 없이도 국면을 관리해 나갈 수 있다.

반면, 이에 대립되는 해석도 만만치 않다. 최소한 단기적 측면이라고는 하지만 김정은 후계체제의 안정성이 그리 심각한 상황은 아니며, 경제적인 면에서도 북한이 외부로부터의 자금 유입에 모든 것을 걸만큼 절박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북한 소식통 은 북한이 2010년 이후부터 식량 증산을 위한 일부 개혁조치들에 착수했으며, 이것이 일정부분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1 또한, 중국이 대북제재가 금하고 있지 않은 일반 무역거래는 지속하고 있으며, 금년 4월 말에도 20만 t의 비료를 포함한 약 4억 달러 규모의 식량·비료 거래가 이루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이는 중국이 비핵화 등 일부 문제에 대한 대북 압력의 수위를 높이는 것과는 무관하게, 북한 체제의 안정화를 위해서도 기능을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해석을 따를 경우 북한의 최근 대화국면 전 환은 치밀하게 계산된 대남 전략의 일환으로, 한·미·중 3각 공조의 형성을 미연에 차단 하고, 한·미의 대북정책을 이간하며, 더 나아가 중국과 러시아 등 기존의 지원세력과의 관계를 재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설명도 가능하다.

절충적인 해석 역시 나올 수 있다. 정치체제에 관한 한 북한은 여전히 단기적인 측면에서 는 안정성을 발휘할 수 있다. 주체사상에 입각한 ‘수령제’와 ‘혁명가계론’을 결합할 경우 결국 북한의 최고지도자로서 정통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적자(嫡子)이며, 잠재적 도전세력 중 그 누구도 당장은 이 한계를 넘을 수 없는 만큼, 명목상의 수령이건 실질적 독재자건 간에 김정은의 정치적 생명은 유지될 수 있다. 다만, 북한은 중·장기적으로 현재와 같은 경제적 모순구조의 누적과 대외적 고립하에서는 체제생존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였을 수 있다. 따라서 김정은으로서는 향후의 정권·체제 생명력을 좌우할 미국과의 직거래 관계 구축, 중·러와의 관계 복원, 대북정책에 대한 한국내의 분열 등 다중적 목적을 겨냥한 승부수를 이번 대화 국면 전환을 통해 던진 것으로 해석 할 수도 있다.

향후 북한의 예상 행보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어떤 해석을 택하느냐에 따라 북한의 향후 예상 행보는 판이 하게 나타날 수 있다. 만일 북한의 대화국면 전환이 불가피한 선택이라면, 우리로서는 북한이 한국이 제시한 조건과 틀에 맞춘 변화를 선택하기까지 현재 기조를 유지할 수 있다. 북한의 선전전에 말려들 필요도 없고,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약속을 할 때까지 국제협력과 한·미·중 공조체제를 병행하면서 사실상의 백기투항을 기다리기만 하면 되 는 것이다. 미·중 누구도 이미 수명이 다해가는 북한의 의미 없는 대화제의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고, 북한은 결국 시간이 갈수록 핵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에만 집착하다 가 자멸의 길을 걸을 것이다. 북한의 추가적인 핵실험이나 장거리로켓 발사는 국제적 제재의 강도만을 높일 뿐이며, 주변국 중 누구도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북한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라는 그물 안으로 들어올 것이다.

그러나 만일, 현재의 국면이 북한 나름대로의 치밀한 정세분석에 의한, 또는 최소한 중·장기적 생명력을 확보하기 위한 승부수라면 현재와는 조금 다른 방식의 수읽기가 필요 하다. 천안함과 연평도 그리고 최근의 군사적 긴장조성에 이르는 일련의 도발행위들을 되돌아보면, 북한의 행태가 대화와 도발의 복합전술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진 일종의 ‘맞춤형 도발’로 진화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북한 대남/대외 정책의 청중(audience), 즉 미국과 중국 등 주변국을 다분히 겨냥한 포석이다. 북한의 입장에서 남·북 관계는 미· 북 관계를 개선하고 북·중 관계를 강화할 경우 충분히 통제가 가능한 부차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달리 말하면 북한에게 남·북관계는 미·북 직거래와 관계 개선을 위한 징검다리 혹은 북·중 관계의 강화를 위한 명분으로서의 의미를 지닐 뿐이다.

북한으로서는 대화를 위해 나름의 성의를 보였음에도 한국의 비타협적 대북정책이 문제해결을 가로막고 있다는 인상을 부각시킴으로써 북한에 유리한 여론 조성 혹은 최소한 남북한 양비론(兩非論)을 유도할 수 있다고 계산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이러한 가능성은 분명히 존재한다. 금년 1월부터 5월까지 비핵화 및 한반도에서의 긴장 고조와 관련해 ‘북한 책임론’은 대체적인 대세였다. 러시아가 제재보다는 대화를 통한 문제 해 결을 간혹 주장하기는 했지만, 전반적 흐름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었다. 북한이 5월 잇단 대화국면으로의 전환을 모색한 것은 북한 책임론 일변도의 지역·국제여론을 어느 정도라도 양비론으로 전환시키려는 시도의 일환으로도 볼 수 있다. 북한이 상대방에 대 한 예우 등을 ‘상급 당국자 회담’ 결렬의 명분으로 내세운 것 역시 이의 연장선상에서 파악할 수 있다. 즉, 대화가 일단 진행되면 기존의 틀대로 자신들이 바라는 의제를 계속 제시하면서 한국으로부터의 지원 유도라는 경제적 실리를 얻음과 동시에 미·북 대화 가능 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북한으로서는 대화가 결렬되더라도 양비론의 기반을 점차 쌓아감으로써 언젠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국면의 도래를 기다리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것이다.

나무보다는 숲을 보는 접근이 필요한 시점

이는 무엇보다도 북한이 구사할 수 있는 수가 제한적이라는 해석에 기초한 단선적 접근 보다는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한 대안들을 현 시점부터 발굴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원칙에 입각한 접근을 현 시점부터 전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첫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서울 프로세스’의 개념과 절차, 구체적 수단 등에 대한 보다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구체적으로 기존의 접근과는 어떤 차이가 있으며, 왜 한반도 안정과 평화 그리고 비핵화가 지역 안정을 위한 필수요건인가, 한국의 접근이 어떠한 측면에서 정당성을 지니는가를 우리 자신의 눈높이가 아닌, 주변 국의 언어와 시각으로 재해석해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내적으로 이에 대한 광범위한 공감대와 공통의 인식을 형성하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큰 밑 그림만을 놓고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난무하는 선문답식 정책으로는 대내적인 지지와, 국제 공조를 유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둘째, 어렵게 형성된 대북 공조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서로 대화 국면으로의 선회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우리가 선제적으로 이를 주도해 나감으로써 한반도 주변의 청중들을 감동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한·중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문제에 대한 포괄적 과제(기존 합의의 이행방향, 경제협력 재개 방안, 군사적 긴장완화, 양측 공히 인정하는 대화의 격을 포함하는)를 타결할 만한 특사교환을 제의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 하다. 이는 북한의 수락 여부와 관계없이 중국이 북한을 우회적으로 지원할 명분을 더욱 고갈시키는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미국이 주도적으로 대화를 통한 한반도 문제해결을 시도할 동력이 부족 한 만큼, 남북대화와 무관하게 미·북 대화가 추진되는 것을 반대하지 않으며, 오히려 이를 지원하고 매개할 의사가 있다는 선언 역시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상에서 검토될 수 있다. 얼핏 우리가 양보하는 것 같지만, 이것이 오히려 미·북의 전격적 대화 가능성을 사전 차 단하는 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북한 정권에 대해서도 그들에게 아직 시간이 있으며 한국 정부가 그들의 변화를 기다릴 태세가 되어 있다는, 한국이 현재의 북한 정권과 일정기간 공존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이러한 공존의 메시지에 즉각 호응할 가능성은 낮더라도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우리의 대북정책이 대결이 아닌 공존과 평화를 지향한다는 점을 국제적으로 전파하고 호응을 확산하여 북한의 인식과 태도변 화를 촉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현재 한반도 상황은 한국에게 유리하나, 이러한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에 대해 확신할 수 없다. 북한이 언제 대화공세를 대결로 전환할지, 중국이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협조적 태도를 유지할 것인지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1970년대 남북한 간 ‘선의의 경쟁’ 선언의 21세기판을 통해 남북한 관계의 진정한 판을 ‘주도’할 거시적이고 입체적이며 복합적인 수읽기와 대책이 요구된다.

*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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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 Myong-Hyun, 2013. “Economic Improvement in North Korea,” 아산정책연구원 Issue Brief No.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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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최강

연구부문 부원장 ; 외교안보센터

최강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연구부원장이자 수석연구위원이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국립외교원에서 기획부장과 외교안보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동 연구원에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교수로 재직하며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미주연구부장을 지냈다. 또한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아태안보협력이사회 한국위원회 회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했다. 한국국방연구원에서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국제군축연구실장, 2002년부터 2005년까지는 국방현안팀장 및 한국국방연구 저널 편집장 등 여러 직책을 역임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기획부 부장으로서 국가 안보정책 실무를 다루었으며, 4자회담 당시 한국 대표 사절단으로도 참여한 바 있다. 1959년생으로 경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고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구분야는 군비통제, 위기관리, 북한군사, 다자안보협력, 핵확산방지, 한미동맹 그리고 남북관계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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