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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30일 유엔 안보리 결의 2321 채택

2016년 11월 30일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제5차 핵실험에 대하여 결의 2321 채택으로 답했다. 북한의 제5차 핵실험은 지난 2016년 3월 2일 채택된 결의 2270을 놓고 우리 외교부가 “유엔 역사상 비군사적 조치로는 가장 강력하고 실효적인 제재 결의”라고 평가했던 것이 올바른 평가가 아님을 보여주었다. 대북제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결의 2321은 결의 2270보다 더 강력한 제재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일부 국내 언론은 정부 당국자의 발언을 인용하며 이번 결의 2321이 북한의 유엔 회원국 자격 문제도 거론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결의 2321에 담긴 내용에 대한 오해이다. 더 나아가 안보리가 결의를 채택하여 회원국을 제재하는 법적 구조에 대한 이해 부족을 드러낼 뿐이다.

 

유엔 회원국의 제명 문제가 아닌 권리와 특권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결의 2321

결의 2321이 북한의 유엔 회원국 자격 문제를 거론한 것처럼 오해될 수 있는 내용은 제19항에 나온다. 제19항은 “안보리의 방지조치 또는 강제조치의 대상이 된 회원국은 총회가 안보리의 권고에 따라 회원국으로서의 권리와 특권의 행사를 정지시킬 수 있고, 이러한 권리와 특권의 행사는 안보리에 의해 회복될 수 있음을 ‘상기하며’(recalls)”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결의 2321 제19항은 유엔헌장 제5조의 내용을 그대로 복사했을 뿐이다. 유엔헌장 제5조는 유엔 회원국의 권리 또는 특권, 예를 들어 유엔에서의 발언권, 투표권 등이 안보리의 권고에 따라 이루어지는 총회의 결의에 의해 영향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런데 유엔 회원국 자격 문제, 즉 ‘제명’ 문제는 유엔헌장 제6조에 나와 있다. 다시 말해, 회원국의 권리와 특권 문제와 제명 문제는 관련이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유엔헌장에서도 다른 조항에 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덧붙여 결의 2321 제19항이 ‘상기하며’(recalls)라는 동사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에도 주의해야 한다. 이는 북한의 석탄수출 제한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제26항이 ‘결정하며’(decides)라는 동사를 사용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즉, 제19항은 유엔헌장 제5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환기시키고 있을 뿐이다. 만약 일부 국내 언론 또는 정부 당국자가 이러한 유엔헌장 제5조와 제6조의 차이 그리고 안보리 결의가 세심하게 사용하고 있는 동사의 차이를 경시했다면 이는 안보리 결의 내용에 대한 오해를 낳을 수밖에 없다.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유엔 회원국 자격 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이유

결의 2321이 북한의 유엔 회원국 자격 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이유는 북한이 ‘회원국’이어야 북한에 대하여 결의 채택을 통해 ‘직접적인’ 제재를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엔헌장 제25조는 “회원국은 안보리의 결정을 이 헌장에 따라 수락하고 이행할 것에 동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유엔헌장 제25조는 안보리 결의가 회원국에 대하여 법적 구속력을 가지게 되는 근거이다.

만약 북한이 유엔으로부터 제명된다면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는 직접적으로 북한에게 의무를 부여하지 못하게 된다. 쉽게 말해, 안보리 결의로 북한에게 더 이상 핵실험을 하지 말라는 결의를 할 수 없다. 오로지 다른 회원국이 북한과 거래하는 것 등을 금지하는 방식, 즉 ‘간접적인’ 방식으로만 북한을 제재할 수 있을 뿐이다. 이는 제재의 효과 또는 정당성을 현저히 떨어뜨리게 된다.

간접적인 방식으로만 제재하는 경우 (유엔 비회원국인) 제재의 대상이 되는 국가가 느끼는 압박감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며, 유엔이 자신과 무관한 비회원국, 다시 말해 유엔헌장상 의무를 지킬 법적 이유가 없는 국가를 제재한다는 정당성 문제도 제기된다. 결국 제재의 대상이 되는 국가를 유엔 회원국으로 남겨 두어야만 한다는 결론에 이르는 것이다.

결의 2321이 북한의 유엔 회원국 자격 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것은 안보리가 제재의 대상이 되는 국가의 회원국 자격을 문제삼지 않고 제재 결의를 채택하는 안보리 ‘실행’(practice)의 전형적인 예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16년 9월 유엔 총회에서 북한의 유엔 회원국 자격 문제를 거론했다. 그런데 이는 우리 정부가 제재의 대상이 되는 국가를 회원국으로 남겨둔 채 제재 결의를 채택하는 안보리 실행을 다소 무시한 발언이었다. 오히려 이번 결의 2321이 북한의 유엔 회원국 자격 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것에 대하여 우리 정부는 우리가 안보리 제재 실행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지를 되돌아 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안보리는 결의 2321을 통해 우리 정부가 안보리 제재 실행에 대한 오해로 유엔 회원국 자격 문제를 거론했던 것에 대하여 정답이 무엇인지를 상기시킨 것이다.

* 본 블로그의 내용은 연구진들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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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범
이기범

글로벌 거버넌스센터 / 국제법 및 분쟁해결프로그램

이기범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글로벌 거버넌스센터 국제법 및 분쟁해결프로그램 연구위원이다. 연세대학교 법과대학에서 법학사,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석사, 영국 에딘버러대학교 로스쿨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법학박사 학위 취득 후 연세대학교, 서울대학교, 가톨릭대학교, 광운대학교, 전북대학교 등에서 국제법을 강의하였다. 주요 연구분야는 해양경계획정, 국제분쟁해결제도, 영토 문제, 국제기구법, 국제법상 제재(sanctions) 문제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