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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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북한이 자행한 것으로 추정되는 일련의 무인항공기 도발사태는 지난 3월 24일 파주에 추락한 무인항공기가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국민을 가장 불안에 떨게 하고 있는 뉴스거리가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같은 원의 고명현 박사는 “무인항공기로 본 북한의 도발 의도와 전략”이라는 긴급 현안보고에서 “북한은 매우 작은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내는 비대칭 전략을 꾸준히 수립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지난 4월 6일 강원도 삼척에서 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무인항공기가 다시 발견되었다. 우리 합참은 잇따라 발견된 무인항공기가 북한 소행으로 최종 확인될 경우 “영공 침범”에 대한 법적 군사적 조치 등 여러 조치를 강력하게 취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법적 조치가 무엇인지가 명확하지 않지만 “영공침범”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보아 분명 국제법과 관련한 조치를 예상해 볼 수 있다.1 그러나 법 위반을 논의하고 주장하는 이면에는 이미 발생한 사실에 대해 위반의 책임을 묻는 측면과 앞으로 발생할 수도 있는 추가 도발의 예방이라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적용 가능한 관련 국제법에 대한 검토를 통해 어떤 측면을 부각할 것인지는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선택이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도발 주체가 북한이라는 것이 확정되었을 경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며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난 자체가 전략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 논의하여 과연 현 도발에 대한 실효적 대응책이 무엇인지를 조명해 보고자 한다.

2. 군사적 용도의 무인항공기의 발전과 관련국제규범의 공백상태

법은 성격상 매우 보수적이어서 사후약방문의 성격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 보니 기술의 발전을 규제하는 법은 현실적인 기술 발전을 따라 가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무기나 군사적 기술의 발달 역시 규범을 앞지르는 현상이 나타나는 대표적 분야라 할 수 있다. 무인항공기를 둘러싼 규범적 논쟁 역시 관련 국제규범의 공백상태가 현저한 분야라 할 수 있다.

무인항공기의 영문 표현은 Unmanned Aerial Vehicle로 UAV라 약칭되고 있으며 국제문서 등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표현이다. 이외에도 무인항공기는 원격조종비행체(RPV, Remotely Piloted Vehicle), 드론(drone), 무인기(pilotless aircraft)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중에서 테러리스트의 표적사살(targeted killing)을 목적으로 미국의 CIA가 사용한 공격용 무인항공기의 명칭이 드론이다 보니 드론은 특히 공격용 무인전투기를 지칭하는 것으로 일반인에게 인식되고 있다. 무인항공기는 성능에 따라 분류되기도 하고 크기에 따라 분류되기도 하지만 통일된 분류체계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무인항공기의 운용은 이미 1차세계 대전까지 거슬러 올라 갈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전쟁터에서 전투역량으로 평가되며 운용된 사례는 미군이 한국전쟁에서 처음 사용하였고, 보다 체계적으로는 베트남 전쟁에서 사용한 예라고 한다.2 그러나 이 경우 무인항공기의 임무는 ISR(Intelligence, Surveillance and Reconnaissance)이라 약칭되는 정보, 감시 및 정찰 활동에 한정되어 있었다.

일반적으로 무인항공기는 유인정찰기로 임무를 수행하기에 위험한 지역으로 결정된 곳에 전개되었으므로 방공이나 폭격임무는 당시 기술력으로서는 현실적이지 못하였기 때문에 1970년대 중반까지 무인항공기의 무기운송능력은 간과되었다. 그러나 2001년 하반기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무인항공기 공격을 감행한 이후 국제사회에서 무인항공기 분류체계는 자연스럽게 ISR목적의 무인항공기와 공격용 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소위 무장전투능력을 갖춘 무인항공기로 양분하는 경향이 두드러졌고, 후자는 무인전투항공기(UCAV, Unmanned Combat Aerial Vehicle)라는 새로운 명칭으로 통용되기에 이른다.3

무인항공기가 공격용 임무에도 사용되는 등 비약적으로 발전하자 무인항공기를 둘러싼 국제규범의 최근 논의 동향은 ISR임무의 합법성 여부에 대한 논의는 아예 대상에서 제외되어가는 추세이며, 국제사회의 모든 관심이 무인항공기에 의한 공격의 합법성 여부에 대한 논의로 초점이 바뀌어 버렸다. 2001년 이후 테러리스트에 대한 표적사살을 위해 무인항공기가 지속적으로 활용되자 국제사회의 논의는 자연스럽게 “교전상태가 아닌 비전투장에서 무인항공기의 공격으로 인한 민간인의 피해”라는 매우 지엽적인 문제로 논의가 한정되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결국 1970년대 중반 이후 일부 국가들의 군사적 수요로 인해 무인항공기를 이용한 공격 가능성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공격용 무인전투항공기의 개발이 미국과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졌고, 따라서 성능이나 크기에 의한 분류보다는 전투능력의 구비여부에 의한 구분이 매우 중요해졌다. 그러나 이러한 구분이 과연 규범적 측면에서 정말 중요한지는 의문이다.
현재 ISR 임무 중 특히 정찰을 주된 임무로 하는 무인항공기는 무려 70여개국에서 운용되고 있다.4 무인항공기의 정찰임무는 장기간의 감시능력이 중요한 UN 평화유지활동(PKO)에서도 증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2013년 UN 안전보장이사회가 콩고민주공화국에서의 평화유지활동인 MONUSCO를 위한 감시용 드론(drone)의 계약을 승인했을 때 큰 국제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5 물론 UN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 특히 UN헌장 제7장상의 조치에 의한 ISR임무 수행은 합법성 여부의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이에 비해 개별국가의 일방적 행위 즉 어떤 국가가 자국의 안보적 이익 때문에 타국의 영공을 임의로 침범하여 평시에도 광범위하게 ISR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세계에서는 위반을 결정할 수 있는 국제법은 존재하지만 실재로 위반이 발생했을 때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 지와 관련해서는 국가들간에 합의된 국제법적 대응책이 존재하지 않아서 무질서에 가까운 보복(retaliation)의 법에 의존하고 있을 뿐이다.

사실 유인정찰기의 경우 강제 착륙을 시도하여 조종사를 체포해서 기소하거나 격추시킴으로써 영공 침범 등 국제법 위반에 대한 대가를 상징적이나마 치르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인정찰기의 경우 격추를 통해 기껏해야 정찰기의 제조가격에 해당하는 금전적 피해만 발생시키고 영공 침범 등 국제법 위반이라는 상징적 피해를 보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물론 국가책임법에 따르면 위반사실의 공표를 통해 만족(satisfaction)을 달성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 만족이 진정으로 피해국에게 심리적 만족을 가져다 줄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따라서 가해국의 측면에서는 무인항공기 도발만큼 인명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상대에게 심리적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전략적 기술은 없을 것이다. 결국 피해국의 측면에서 볼 때 방어적 대응책인 격추는 결국 심리적 상징적 피해를 충분히 보상받을 수 없어서 결국 유사한 보복이라는 복수법(復讐法)에 호소할 수 밖에 없게 된다는 점은 평시 국제법의 기본 목표와 평화의 안전과 유지라는 점에서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결국 평시 무인항공기를 통한 도발은 규범적 측면에서 볼 때 피해국이 분해도 참지 않는 한 분쟁이나 갈등을 보다 심화시킬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평시 무인항공기를 통한 도발은 보다 신중을 기해 자제해야 할 옵션 중 하나이다.

국제법은 크게 양분하면 전시에 관한 법과 평시에 관한 법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전시에 관한 법은 다시 전쟁을 개시할 때의 법(jus ad bellum)과 전쟁 중일 때의 법(jus in bello)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무인항공기를 통한 평시 ISR활동은 전시에 관한 법과 관련하여 전쟁을 개시할 때의 법 즉 개전의 권리를 원용할 수 있는 권리를 피해국에게 발생시킬 수 있을 만큼 중대하고 심각한 도발행위인가? 이에 대한 물음에 대해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 그렇다라고 답하는 국제법학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정찰임무를 넘어서 무인항공기를 이용한 공격(armed attack)의 경우에도 물론 공격이 전면적이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아니한 경우 피해국에게 개전의 권리가 발생한다고 보는 학자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무력공격에 대해서는 비례성의 원칙에 입각한 자위권(right of self-defense)의 원용이 가능하다.

3. 북한 무인항공기 도발과 대응의 문제점

그러나 북한 무인항공기 도발은 국제법의 잣대를 적용하더라도 우리의 군사적 대응전략뿐만 아니라 외교적 대응전략과 관련해서 복잡한 문제점을 야기시킬 수 있다.

다른 도발과 마찬가지로 이번 도발은 회원국의 영토적 단일성 보전을 명시하고 있는 UN헌장 제2조 4항과 정전협정의 양립성에 관해 딜레마를 야기시키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 평가할 수도 있다.

일단 무인항공기 도발은 다른 도발과는 달리 인명피해 없이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북한정권으로서는 매우 유혹적인 도발방편이라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 인명 피해에 대한 리스크 없이 수행할 수 있는 현실적이며 가장 대표적 도발방편으로는 무인항공기를 이용한 정찰 혹은 공격이나 사이버 공격(cyber attack)이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사이버 공격은 사이버 공간이라는 특성상 영토적 관념을 관철시키기에는 적합하지 못한 도발수단이다. 이에 비해 무인항공기 도발은 북한의 영토 범위를 명확히 하여 주관적 관계에서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국가의 외교정책에 혼선을 가져다 주는 수단으로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 우리 헌법 제3조는 우리의 영토를 한반도와 부속도서라고 명기하고 있지만, 북한 헌법은 우리와 같은 영토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이러한 도발을 통해 국제사회에 우리 헌법의 영토조항의 비현실성을 알리는 동시에 북한 영토의 범위를 보장받으려는 의도가 있다는 측면도 무시해서는 안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도발에 대한 우리 정부의 레토릭(rhetoric) 중 “영공 침범”이라는 주장은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국내적으로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영공 침범”이 아니라 “방공망 침범”이라는 레토릭을 일관성있게 사용해야 한다.

우리 헌법 제3조를 고려해 볼 때 “영공 침범”이란 레토릭은 국내적으로 분명 잘못된 레토릭이다. 국제적으로 남북한 모두 UN 회원국이며 UN헌장 제4조 1항에 따르면 국가만이 UN회원국의 지위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객관적으로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한간의 주관적 관계와 관련해 국제법에서는 국가승인제도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에 객관적으로는 북한이 국가로 성립되었다 하더라도 주관적 관계 즉 남북한의 관계에서는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명시적으로 특정국을 국가로 승인하지 않더라도 포괄적 양자조약의 체결이나 국기나 국가(國歌)에 대해 예를 갖추는 등의 행위는 묵시적으로 국가를 승인하는 행위가 되기 때문에 북한과의 관계에서 국가를 대표하는 기관은 자신의 특정 행위가 묵시적 승인이 되는지에 대해 주의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남북한간의 관계는 국가간의 관계가 아니라 정전협정의 규율을 받는 교전당사자의 관계에 있다고 보는 것이 우리의 헌법에도 반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교전과 관련한 국제법의 적용이 가능하다.

물론 묵시적 국가승인에 관해 유수의 국제법 교과서가 국제법 위반과 관련한 제소는 묵시적 국가승인이 아니라고 서술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한 교과서적 사고방식으로 이번 도발과 관련해 영공 침범을 주장하면서 북한을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하여도 묵시적 국가승인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국제법 위반의 제소가 묵시적 국가승인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국제법 위반의 제소는 국가를 반드시 전제로 하지 않을 수도 있어서 이런 경우에만 묵시적 승인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인지 다시 한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교전당사자 간에 체결된 정전협정의 위반을 주장할 경우에는 국가로 전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묵시적 국가승인의 논란에서는 자유롭다. 따라서 무인항공기를 통한 도발에 대해 “영공 침범”이라는 레토릭을 통해 우리의 영공의 범위를 좁게 해석할 수 있는 뉘앙스를 풍김으로써 헌법상의 영토조항을 포기하고, 우리의 명확한 영공의 범위가 어디이며 무인항공기가 어느 지점에서부터 우리 영공을 침범하였는지를 입증해야 하는 국제 포럼에서 국가를 전제로 한 “영공 침범”의 레토릭으로 북한을 비난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가지고 간다는 것은 실익의 차원에서 올바른 산법이라 할 수 없다.

요컨대 북한과의 관계에서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위반 사실에도 불구하고 국제법적 논쟁을 굳이 하고자 한다면 교전당사자가 체결한 정전협정의 위반을 원용하는 방법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북한을 국가로 전제하지 않고 교전상대자로서 정전협정 제2조 12항6과 16항7의 위반을 직접적으로 원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전협정의 사문화 내지 폐용(desuetude)8을 주장하면서 정전협정의 원용은 실효적 수단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이러한 주장을 완전히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정전협정이 대체될 수 있는 절차에 관해 명문의 규정이 존재하고 있는 경우9에도 불구하고 사문화 내지 폐용의 주장이 가능한지는 의문이다.

정전협정 위반의 주장과 제기는 사실 확인이라는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비록 실효성이 없다 하더라도 위반의 사실관계를 확인 받는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절차라 할 수 있으며, 이는 행위자의 추후 처벌과 관련해 추정력을 지니고 있는 중요한 증거자료의 축적행위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다른 한편 국제법 위반 문제제기와 관련한 행위에 대해 실효성이라는 측면으로 비판하는 것은 자칫 도발에 대한 응징이라는 보복조치의 중요성을 지나치게 부각시킬 수 있다. 이는 갈등을 보다 심화시키는 것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말보다는 행동의 중요성을 부추기며 북한의 소행으로 확정된 순간 복수법의 원용을 통한 우리 무인정찰기의 북파를 권장하는 근거가 될 수 있으며 정찰의 성공여부를 공개하라는 이상한 결론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국제법상 보복조치에는 복구(reprisal)와 상응조치(retorsion)10가 존재한다. 복구라는 보복조치는 상대방의 위법행위에 대해 위법행위로 대응하는 것이고, 상응조치(retorsion)라는 것은 위법행위에 까지는 이르지 않았지만 유해한 행위(noxious act)를 자행했을 경우 상대방도 유사한 유해 행위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전통적으로 복구는 무력공격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UN헌장이 채택된 이후 특히 제2조 4항11으로 인해 무력의 위협이나 행사의 경우 다른 국가의 영토적 단일성이나 정치적 독립을 해하지 않거나 유엔의 목적과 양립해야 한다는 제약이 따른다. 이번 도발행위가 북한의 소행이라면 정전협정 2조 16항의 명백한 위반이므로 위법행위에 대해 위법행위로 대응할 수 있는 복구의 권리가 우리측에게 발생한다. 물론 보다 정확하게는 정전협정의 타방 당사자인 UN군 사령부에게 발생하기 때문에 미국과의 합동 정찰행위의 가능성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정전협정의 위반이라는 공식적 문제제기는 당장에는 실효성이 없더라도 보복조치를 수행하는데 있어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다만 궁극적으로 보복조치를 실행에 옮기는 문제는 보다 신중한 평가가 필요하다. 특히 보복조치가 갈등의 에스컬레이션에만 도움이 될 뿐인지에 대한 면밀한 평가에 기초해야 한다. 따라서 이런 갈등이 발생했을 때 복수법에 호소할 수 밖에 없는 현 국제법질서는 평화와 안정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았을 경우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무인항공기를 둘러싼 관련 국제법의 공백, 나아가서는 사이버 공격을 둘러싼 관련 국제법의 공백, 더 나아가서는 로봇이나 사이보그를 이용한 전투수행과 관련한 국제법의 공백은 진정한 국제평화와 안전을 위해 반드시 논의되고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다.

4. 무인항공기 및 무기기술의 발전과 이에 관한 규범적 윤리적 논란

미국이 무인항공기를 테러리스트의 표적사살을 위해 활용하기 시작한 이래 활발하게 전개된 규범적 논쟁은 이미 UN인권이사회를 중심으로 여러 차례 수행된 바 있다. 가장 최근에는 UN 총회에서 “대테러 활동 시 인권과 근본적 자유의 향상 및 보호”에 관한 특별보고자의 보고서가 채택된 바 있다.12 이 보고서는 무인항공기를 이용한 공격행위가 발생시킬 수 있는 민간인 피해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높임으로써, 컨센서스가 형성되지 못한 영역에서 여러 문제점이 인권의 차원에서 부각될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준 선례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가 전시상태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논쟁으로 오해되어서는 곤란하다.

분명 전시에는 교전행위를 규율하는 전시인도법이 적용되는 영역이다. 즉 무인항공기의 군사적 이용자체의 적법성 논란보다는 교전행위인 이용의 방식에 관한 문제에 대한 논란으로 바뀐다. 이는 전투가 발생하지 않는 비전투장에서 테러리스트의 표적사살과 관련된 무인항공기의 군사적 이용 자체가 적법한가의 논란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한편 비록 보복조치와 관련해서는 비례성의 원칙이 완화된다 하더라도 단순한 정찰활동을 한 행위에 대한 보복조치로 당해 무인정찰기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무인항공기를 이용해 타국의 영토나 교전당사자의 지배하에 있는 공간에 대해 공격행위를 하는 것은 규범의 차원을 떠나 윤리적 차원에서도 용납될 수 없을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무인항공기나 사이보그, 나아가 로봇을 활용한 무력사용뿐만 아니라 군사적 목적의 정찰활동이 심각한 윤리적 딜레마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주장에 경청할 필요가 있다.13

무인항공기와 관련한 윤리적 논쟁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무인항공기의 이용이 윤리적으로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펼치는 입장은 자국민 보호 중심적 사고에서 출발한다. 즉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특히 자국을 방어하기 위한 전투가 아닌 타국의 전투에 참전하는 형식의 전투에서는 자국민을 설득하는데도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무인항공기나 사이보그, 로봇은 가치중립적이고 감정이 개입되지 않는다는 점을 부각한다. 예를 들어 프로그램 된 것에 따라 정확하게 명령을 수행하고, 인간의 상황에 따른 감정의 변화로 인한 개입이 차단되어 전시인도법에 반하는 과격한 행동을 불가능하게 하므로 전시인도법에 부합하는 전투수행에 있어서는 최적일 수도 있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더구나 무인항공기를 통해 공격을 수행할 경우에는 한 사람이 작전을 수행할 수 없으므로 다수의 팀원이 서로를 체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장기간 정찰 활동을 통해 주변에 테러행위와 아무런 관련성이 없는 민간인이 없는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민간인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전투를 수행하는 방법 즉 전투원과 비전투원을 구별하라는 전시인도법의 원칙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전투기술이라는 주장도 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 역시 만만치는 않다. 우선 무인항공기를 이용하는 측에서는 인명피해가 없지만 도발을 당하는 상대방의 경우 기술적 문제로 추락하는 등의 사고의 발생으로 민간인 피해가 우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이유로 비판하고 있다. 또한 무인항공기나 사이보그, 로봇은 감정이 개입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기술적으로는 인간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자율적 무인항공기, 사이보그, 로봇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은 인간이 통제력을 행사하는 셈이므로 통제력을 가진 인간의 감정 이입을 완전히 차단할 수 없다는 주장을 한다. 또한 과연 기술력이 완전해져 100%의 표적 구별이 가능해진 무인전투수단이 개발된다면 사살율이 100%라는 무기 획득을 의미하므로 이는 윤리적으로 더 큰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또한 공격의 상황에서는 무인항공기를 통한 공격이 신중성을 제고할 수도 있겠지만 정찰임무의 경우에는 도발을 하는 측에서는 전혀 자신의 구성원의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도덕적 해이에 빠져 작전상 불필요한 상황에서도 정찰임무를 수행하려 할 것이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더구나 군사적 목적은 물론 적 지도부의 사생활에 대한 감시 등 인권침해의 유혹에도 쉽게 빠져 들어 결국에는 교전당사자 사이의 갈등을 쉽게 무력충돌 즉 전쟁으로 전화시키는 파괴력을 지닐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러한 논란과 관련해 현재 국제사회에서 무인항공기의 ISR임무 수행과 공격임무수행을 두고서 네 가지 시나리오가 제안되고 논의되고 있다. 1) UN의 위임작전이나 법적으로 정당한 전투의 경우가 아닌 경우 정찰활동은 물론 공격임무 모두에서 무인항공기의 사용을 금지하자는 제안, 2) 법적으로 선포된 전쟁지역 밖에서의 무인항공기 공격이용만 금지하자는 제안, 3) 비전투원의 우연한 사망, 상해, 손실에 대한 법적 책임을 함께 논의하면서 비무장 전투원과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금지하자는 제안과 4) 전면적인 금지 보다는 무인항공기에 의한 공격을 특정한 조건으로 제한만 하자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안과 관련해 정찰활동은 현재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무인항공기의 군사적 이용자체를 전면 금지하는 규범의 가능성은 희박하고 제한(restrictions)을 부과하는 방식이 현실성이 있다는 평가가 존재한다.14 과연 잠재적 군사적 갈등이 상존하는 우리의 현실에서 어떤 제안이 우리에게 궁극적으로 바람직한지에 대한 규범적이고 현실적 검토가 이번 무인항공기 도발을 계기로 공개적으로 이루어져 우리의 입장을 정리해 둘 필요성도 존재한다.

5. 결론

앞서 언급한 법적 공백과 규범적, 윤리적 논쟁을 감안하여 이번 도발에 대해 우리 정부와 국민에게 제언을 하면 다음과 같다.

대응책 마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실관계는 북한이 법적 공백과 윤리적 논란 때문에 갈등을 조장할 수 밖에 없는 무인항공기를 저급한 기술력이지만 우리에게 사용했다는 점이고 이에 대해 우리는 북한의 전력과 위협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수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는 대응책의 일환으로 우리의 기술력으로 제작된 무인항공기를 공개하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전시행정에 불과하며 군사 기밀사항을 공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비판은 우리의 기술적 우월성을 알림으로써 추가적 도발에 대한 경고적 예방적 효과를 달성 할 수 있다는 점을 평가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방공망이 철저하게 유린당한 점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우리의 방공망이 어떠한 도발에 대해서도 대응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재점검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국제법 위반 사실에 대한 문제제기가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은 자칫 방법론적 차원에서 국제법상 보장된 보복조치 카드를 활용하라는 압력이 될 수도 있다. 윤리적 논쟁에서 보았듯이 우월한 기술력을 통한 보복조치는 경우에 따라 상호간 무인항공기의 남용으로 이어져 실질적인 무력충돌의 빌미를 줄 수도 있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사실확인과 위반사례에 대한 증거 축적이라는 차원에서 정전협정 위반에 대한 군사정전위원회를 통한 항의와 북한의 위반사례를 적시한 통신문의 UN 회원국 및 안보리 이사국으로의 회람은 보복조치의 관점에서 당연히 해야 할 절차적 행위이므로 이러한 행위를 폄하해서는 곤란하다.

복수법에 기초한 보복은 억지주장을 하는 상대에게는 매우 중요한 경고이자 억제수단이며 국제법상 부여받은 권리로서의 측면을 분명 지니고 있다. 따라서 보복조치의 구체적 실행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서게 되면 침범당한 우리 방공망에 대한 심리적 상징적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무인기 정찰활동을 은밀하고 단호하게 수행해야 한다.

이번 도발과 관련해 군이 해야 할 일과 국민이 해야 할 일은 분명 다르다. 갈등의 에스컬레이션을 생각하면서 국민은 우리 정부와 군에게 반드시 행동을 보여달라고 요구하기 보다 북한의 전력과 위협에 대한 명확한 평가체제 정비에 목소리를 높여야 할 것이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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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를 들어 UN헌장 제2조 4항 위반을 근거로 UN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자는 의견도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다. 한국일보,[뻥 뚫린 방공망] “영공 침범 국제법 위반인데…” 정부는 후속대응 카드 고심 (2014.4.4);
    http://news.hankooki.com/lpage/politics/201404/h2014040421042391040.htm참조.

  • 2

    Maj. Christopher A. Jones, USAF, “Unmanned Aerial Vehicles (UAVs): an assessment of historical operations and future possibilities”, Research Paper AU/ACSC/0230D/97-03, Federation of American Scientists, http://www.fas.org/irp/program/collect/docs/97-0230D.pdf. 저자는 한국전쟁에서 미군이 사용한 드론의 구체적 모형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그러나 베트남 전쟁의 경우 사용된 드론과 관련해서는 AQM-34 Ryan Aeronautical “Lightening Bug”라는 무인항공기를 사용했음을 명시하고 있다.이와 관련해서는 동 저서 4페이지를 참조하라.베트남 전쟁이 끝난 후에도 Lightening Bug는 정보임무에서 큰 공을 세웠는데,그 예로 1) 북베트남의SA-2 미사일 사진 증거 확보, 2) 북베트남에서의 소련제 MiG-21D/E기의 사진 확보, 3) 북베트남에서의 소련제 헬기 사진 증거 확보, 4) SA-2 미사일 기폭장치 사진촬영, 5) Linebacker II 작전기간 동안 B-52공격의 최저고도 폭격피해평가 제공 등을 적시하고 있다. 동 저서 10페이지 참조.

  • 3

    물론 무인전투항공기는 공격용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ISR능력을 함께 갖춘 것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 4

    Mary S. Bell and Steve Bunting, “Reconciling Use of Unmanned Air Vehicles for International Security with International Law”, ODUMUNC 2014 Issue Brief for the GA First Committee: DISEC, p. 3 참조.

  • 5

    John Karlsrud & Frederik Rosen, “In the eye of the beholder? The UN and the use of drones to protect civilians,” Stability, Vol. 2, No. 2 (2013), http://www.stabilityjournal.org/article/view/sta.bo/84 참조.

  • 6

    “적대 쌍방사령관들은 육해공군의 모든 부대와 인원을 포함한 그들의 통제하에 있는 모든 군사력이 한국에 있어서의 일체 적대행위를 완전히 정지할 것을 명령하고 또 이를 보장한다…”

  • 7

    “본 정전협정은 적대 중의 일체 공중군사력에 적용되며 이러한 공중군사력은 비무장지대와 상대방의 군사통제하에 있는 한국지역 및 이 지역에 인접한 해면의상공을 존중 한다.”

  • 8

    국제법상 사문화 내지 폐용의 개념이 명확한 것은 아니다. 쉽게 설명하면 용불용설과 마찬가지로 당사자가 어떤 법적 문서를 지속적으로 위반할 경우 그 문서는 더 이상 법적 구속력이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관념으로 국제법상 폐용이라는 관념이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컨센서스가 형성된 것은 아니다.

  • 9

    정전협정 제61항은 “본 정전협정에 대한 수정과 증보는 반드시 적대 쌍방 사령관들의 상호 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62항은 “본 정전협정의 각 조항은 쌍방이 공동으로 접수하는 수정 및 증보 또는 쌍방의 정치적 수준에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적당한 협정 중의 규정에 의하여 명확히 교체될 때까지는 계속 효력을 가진다”라는 명시적 규정을 체계적으로 해석할 경우 이를 제외한 사문화나 폐용의 논의는 무의미한 것으로 판단된다.

  • 10

    Retorsion에 대한 적절한 우리말 번역이 없어서 상응조치라 표현하였다.

  • 11

    “모든 회원국은 그 국제관계에 있어서 다른 국가의 영토보전이나 정치적 독립에 대하여 또는 유엔의 목적과 양립하지 아니하는 어떠한 기타 방식으로도 무력의 위협이나 무력행사를 삼간다.”

  • 12

    UN General Assembly doc. A/68/389 (18 September 2013), “Promotion and protection of human rights and fundamental freedoms while countering terrorism”

  • 13

    이에 대한 가장 흥미로운 논쟁은 Patrick Lin (ed.) Robot Ethics: The Ethical and Social Implications of Robotics (2014) 참조. 이 책의 편집자인 Patrick Lin가 쓴 짧은 보고서인 “Drone-Ethics Briefing: What a Leading Robot Expert Told the CIA”은 무인항공기의 윤리적 논쟁과 관련하여 매우 흥미로운 시사점을 제공해주고 있다. http://www.theatlantic.com/technology/archive/2011/12/drone-ethics-briefing-what-a-leading-robot-expert-told-the-cia/250060/.

  • 14

    Mary S. Bell and Steve Bunting, “Reconciling Use of Unmanned Air Vehicles for International Security with International Law”, ODUMUNC 2014 Issue Brief for the GA First Committee: DISEC, p. 7 참조.

 

About Experts

신창훈
신창훈

글로벌 거버넌스센터

신창훈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글로벌 거버넌스센터 국제법 및 분쟁해결프로그램, 핵정책기술프로그램 연구위원이다. 서울대에서 전기공학사, 법학 석사,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법학 박사를 수여받았다. 주요 연구분야는 국제법 일반이론, 해양법, 분쟁해결절차, 국제환경법, 국제인도법, 대량살상무기 관련 국제조약 등이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국제해사기구(IMO)에서 투기에 의한 해양오염방지를 위한 런던의정서에 의해 설립된 준수그룹의 위원으로도 활동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