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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의 배경: 2차세계 대전 이후 영국의 경제는 빠르게 성장하는 유럽의 단일시장과 깊숙이 연결되었고 이러한 경제적 인센티브가 영국이 유럽연합에 가입한 가장 중요한 이유였다. 그래서 1975년 유럽연합 잔류 첫 찬반투표 때 보수당의 마가렛 대처가 유럽연합 잔류를 적극 호소했던 것이다. 하지만 2008년 경제위기 이후 가속된 유럽연합의 통합정책은 영국의 전통적 보수세력을 다른 면에서 자극하였다. 영국이 비록 독일과 프랑스와 국력 면에서는 대등하나 유럽연합 내 영향력에서는 분명히 아래에 위치하고, 역사적으로 미국과 보조를 맞추며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위상을 유지했던 영국의 입장에서 볼 때 독일과 프랑스가 강력하게 추진하는 통합정책은 말이 통합이지 사실상 유럽으로 흡수와 미국과의 “특별한 관계” 상실을 의미하였다. 이번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지지한 주요 세력과 반대한 주요 세력이 모두 보수당 내 세력이라는 점이 이를 대변한다.

브렉시트의 의미: 영국 국민이 유럽연합 탈퇴를 선택한 이유는 국경뿐만 아니라 국가의 주권 영역을 축소하여 “더 긴밀한 통합 (an ever closer union)”을 지향하는 유럽연합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보아야 한다. 무분별한 이민과 EU 분담금은 영국의 서민층을 크게 자극하였고, 엘리트들 또한 미국과의 동맹을 바탕으로 하는 영국의 대외정책이 빠르게 유럽대륙으로 기우는 것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러한 정통 제도권과 포퓰리즘간의 결합은 브렉시트이라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했던 선택으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브렉시트 성공은 한편으로 영국 독립당 (UKIP) 의 나이젤 패러지 (Nigel Farage) 가 대표하는 인종주의와 국수주의적인 극우세력과, 뉴욕에서 태어나고 2015년까지 미국 국적을 유지했던 보리스 존슨 (Boris Johnson) 전 런던 시장 같은 미국에 더 비중을 두는 주류세력의 대서양주의자 (Atlanticist)들 간의 연대 없이는 설명될 수 없다.

브렉시트 이후 전망- 경제: 일단 단기간 정치적-경제적 피해는 영국이 혼자서 고스란히 떠안게 될 가능성이 높다. 영국은 아무리 늦어도 2년 후 EU라는 단일시장에 대한 접근이 자동적으로 차단되게 된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에도 스위스나 노르웨이와 같은 단일시장에 참여하는 비회원국으로 남으려고 한다. 하지만 추가 탈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EU 수뇌부는 영국의 단일시장 접근을 허락하지 않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단일시장을 대체하기 위한 기타 시장과 영국간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또한 쉽지 않을 것이다. 탈퇴 지지세력은 미국과의 빠른 FTA 협상이 가능하다고 믿지만 실제로 그렇게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아래 그래프는 미국 피터슨 국제경제 연구소 (PIIE)가 조사한 미국이 상대국과 FTA 협상을 마치고 의회가 협정을 비준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조사한 결과이다1.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FTA 협상과 비준까지 걸리는 시간이 80년대에 비해 매우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가장 최근 사례인 한미 FTA의 경우 협상하는데 13개월이 걸렸으나 의회를 통과하는데는 57개월이 걸렸다. 한미 FTA가 발효되는데 까지 걸린 시간은 도합 70개월로서 무려 6년 가까이 걸렸다. 이마저도 96개월과 90개월이 각각 소요된 콜롬비아와 파나마 FTA 경우에 비하면 2년 가까이 빨랐던 셈이다.

그림1

오늘 당장 영국이 미국과 FTA 협상에 임하더라도 FTA 발효 시점이 점차 늦어지는 최근 추세라면 영미 FTA가 발효되기까지 6-8년이 걸릴 수 있다. 2년 후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자동적으로 탈퇴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 기간 동안 영국은 FTA 없이 국제무역을 해야 한다.

중국과의 빠른 FTA 타결 가능성 또한 높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은 13억 인구의 세계 제2규모 경제이지만 영국은 이제 인구가 6천4백만명 밖에 되지 않는 중견 국가일 뿐이다. 중국은 영국과의 FTA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크지 않다고 보고 협상을 서두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변수가 존재한다.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이 극심한 경기 침체를 겪을 경우 국제경제는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으며, 그 경우 EU 단일 시장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된다. 영국 경제가 심각한 불황에 빠지는 경우를 막기 위해 유럽연합은 영국이 원하는 탈퇴 방식에 동의해 주고 미국과 중국이 영국과 비교적 빠르게 FTA를 체결할 가능성도 상당하다.

브렉시트 이후 전망- 정치: 현 시점에서 볼 때 브렉시트 이후의 영국은 그 미래가 암울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스웨덴과 네덜란드 등이 연쇄 탈퇴하고 이를 막기 위해 유럽연합이 통합 움직임을 중지한다면 영국의 향후 상황은 좀 더 나아질 수 있다.

다만 연쇄 탈퇴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현재 네덜란드, 스웨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과 프랑스에서도 반 통합 정서가 확산되고 있으나 이는 반이민자 정서를 대변할 뿐이지 발전된 국정철학이 아니다. 이들 국가들의 제도권 정치세력은 친 유럽연합 성향을 띄고 있다. 스웨덴과 덴마크를 제외하고는 유로화 사용국가들이기 때문에 파운드화를 사용하는 영국의 탈퇴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유럽연합 탈퇴 시 경제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따라서 영국의 경우처럼 제도권 정치세력의 분열하지 않는 이상 이들 국가의 연쇄 탈퇴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와 더불어 영국 탈퇴 이후 독일과 프랑스가 주축이 된 유럽연합 수뇌부는 추가 탈퇴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민자와 난민정책을 보수적으로 운영하며 극우세력의 부상을 최대한 막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 회권국의 주권 보호를 강조하는 영국이 탈퇴하고, 영국과 이해를 같이 하는 중소 회원국이 만약 추가 탈퇴하면 유럽연합은 앞으로 독일과 프랑스 중심의 핵심유럽 (Kerneuropa)으로 개편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작지만 더욱 긴밀하게 통합된 유럽연합이며, 단일 연방국가로 한걸음 더 다가감을 의미한다.
 
* 본 블로그의 내용은 연구진들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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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현
고명현

여론・계량분석센터 / 사회정보관리연구프로그램

고명현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여론·계량분석센터 사회정보관리연구프로그램 연구위원이다. 컬럼비아대학교 (Columbia University)에서 경제학 학사, 통계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Pardee RAND Graduate School에서 정책분석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UCLA의 Neuropsychiatry Institute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주요 연구분야는 사회 네트워크, 복잡계 사회적 상호작용, 질병의 지리공간 모델링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