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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도입의 당위성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도입이 결정되면서 국내외적으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선 예상했던 대로 중국의 반발이 거세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이번 결정 이전에도 수 차례 사드 도입을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혀왔고 중국 인민해방군 부 참모장은 지난 6월 싱가포르의 샹그릴라 대화에서 사드의 도입을 “과도한 (excessive)” 조치라고 주장하였다. 이번 결정 직후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사드 배치는 한반도의 방어 수요를 훨씬 초과하는 것”이라면서 결정을 비판하였다. 국내의사드 반대론자들도 중국의 반발에 초점을 맞추면서 이번 결정이 중국과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킨다고 비판 한다. 반대론자들은 사드를 도입하게 되면 한중관계가 경색되고 심지어는 중국이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을 하거나 북한의 확실한 후견국으로 돌아설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국내의 사드 도입 반대론자들이 사드가 중국과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사드가 실제로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지키는데 무용지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이 사드의 한국 배치가 ‘과도’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사드가 중국의 핵전력을 무력화시킨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드의 배치는 과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막는 데는 효과가 없는 것인가? 사드는 과연 중국의 핵전력을 위협하는 것인가?

사드 반대론자들은 북한이 만약 한국을 공격한다면 스커드와 노동 등 중-단거리 미사일을 주력으로 삼아 공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중-장거리 미사일을 요격하는 사드는 불필요하고 북한의 위협에 비하면 과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의 주장은 미사일 방어체제의 원리와 최근 북한의 무수단 발사 성공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애써 외면하기 때문에 나오는 말이다. 미사일 방어체제란 단 하나의 완벽한 요격 수단에 의지하기 보다는 다수의 요격 수단을 다층 (layered) 으로 구성하여 방어 성공률을 최대한 끌어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은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제의 일환으로 패트리엇 PAC-2를 이미 실전 배치하였고, 곧 PAC-3도 도입, 배치할 예정이다. 그 후에는 자체 개발 중인 L-SAM 을 배치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세 종류의 미사일 방어체제를 다 갖춘다 해도 여전히 상대적으로 저고도인 25km~60km에서만 적의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기존에 배치되었거나 개발중인 미사일 방어체제들은 스커드와 노동 같은 단거리 미사일만 요격할 수 있을 뿐 수백 킬로미터의 고고도에서 마하 10-15 이상의 속도로 낙하하는 KN-08 ICBM(대륙간 탄도탄)이나 무수단 (북한명 화성-10호) IRBM (중거리 탄도탄: Intermediate Range Ballistic Missile)의 요격은 어렵다.

북한은 무수단을 이미 실전 배치하였다. 지난달에는 무수단 미사일을 성공적으로 발사 실험하였다. 한국은 현재 무수단에 대한 방어 수단이 전무한 상태이다. 더구나 이번 무수단 실험의 내용을 살펴보면 사드 도입이 얼마나 시급한지 알 수 있다. 북한은 최근 실험에서 미사일 발사에는 여간 해서 사용하지 않는 고각도로 무수단 발사를 시도해서 성공했다. 이처럼 고각도로 발사실험을 한 것은 사정거리를 400km 내로 극단적으로 줄이고 탄두 재진입 속도를 극대화하여 ICBM으로 개발된 무수단 탄도미사일을 한국을 공격하는데도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고 보아야 한다.  요격고도가 100km가 넘는 사드 없이는 한국은 무수단과 KN-08등의 위협 앞에서 무방비 상태로 놓이게 된다. 사드의 장거리 레이다 없이는 무수단과 KN-08의 동향을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렵다. 사드를 도입할 때 한국은 비로소 북한의 다양한 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다층적 미사일 방어 체제를 갖추게 된다.  사드 도입이 시급한 이유다.

중국의 입장

중국이 사드 도입에 대해 반대하는 이유는 사드의 한국 배치가 중국의 핵전력을 무력화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중국은 특히 사드 시스템의 고성능 감시체계인 X-band 레이더로 인해 중국 내 전략 자산이 노출 된다고 한다. 그러나 사드로 인한 자국의 핵전력 약화를 우려하는 중국의 주장은 공개된 정보만으로도 쉽게 반박될 수 있다. 우선, 중국 전략미사일 대부분은 X-band 레이더의 유효거리 밖인 중국 남부와 서부에 배치되어 있다. 게다가 중국을 감시할 수 있는 장거리 레이더망은  사드를 도입하지 않더라도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제인 KAMD가 언젠가는 보유할 수 있는 능력이다. 한국은 사정거리가 900km에 육박하는 이스라엘제 슈퍼그린파인 (Super Green Pine)을 도입해 놓은 상태이다. 슈퍼그린파인 레이더의 경우 현재 이스라엘이 사정거리를 더 늘리는 업그레이드를 준비 중이다. 한국은 사드 없이도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의 핵전력을 감시할 수 있는 능력을 이미 갖추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중국이 이러한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는데 있다. 그렇다면 중국이 사드의 배치 결정에 그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다른데 있다. 중국은 사드의 한국 배치가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 구축의 일환이라고 의심한다. 미국이 북핵을 이용해 자국에 대한 포위망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도 물론 북한의 핵무장이 외교 안보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실현 가능성은 낮지만 북핵으로 인해 동아시아 지역에 핵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고 일본이 핵무장을 할 가능성에 대해 중국은 우려한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과 중국은 북핵 문제에 대해 상당부분 같은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의 핵에 대처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미국과 근본적인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강력한 대북제재를 통해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의 대북제재 2270과 미국 단독의 2차제재 강화, 김정은의 인권유린으로 인한 제재대상자 지정 등이 이를 보여준다.

하지만 중국은 정권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북한 정권 압박을 통한 핵문제 해결이라는 어려운 선택보다는 대중 경제의존도가 높은 한국을 영향권 안에 두어 한반도 전체를 “안정화”하려는 쉬운 길을 택해왔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한국에 많은 공을 들여 왔다. 한국경제의 대중 의존도가 커지고 한중관계가 발전하여 박 대통령이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게 되자 중국은 한국이 미국과의 안보관계에 대해 재설정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지나친 기대를 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만약 사드를 거부했다면 동아시아에서 미국과 경쟁 중인 중국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안보적 성과로 여겨졌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은 결국 중국의 이러한 한반도 전략이 실패하였음을 보여주었다. 특히 한국과의 관계 증진에 많은 공을 들인 시진핑의 친한정책이 실패한 것으로 평가될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책임소재를 외부로 돌리고 내부 단속을 위해 한국에 대한 일정한 보복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사드를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한국의 군사적 대응으로 보지 않고 미국과의 대결 구도의 틀 속에서 확대해석 하려는 이유다.

중국의 반발

중국의 반발에 관련한 가장 큰 우려는 사드 도입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이 북한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 즉 중국이 북한의 “확실한 후견국가”로 부상하는 것이다.  이는 동아시아 내 신냉전 구도의 정착이며, 아마도 북한이 내심 가장 바라는 결과다. 중국은 이미 북한정권이 경제적으로 무너지지 않도록 지원해 주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 입장에서 볼 때 중국에게 바라는 가장 큰 지원은 무엇일까? 아마도 북한의 핵무장 용인일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핵개발은 북중 관계에서 가장 큰 마찰 요인이며, 중국은 북한의 핵개발을 반대한다고 여러 번 공개적으로 천명한 상태이다. 그렇다면 사드 배치는 과연 중국의 대북 압박 이완이나 심지어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데까지 이어질까?

답은 “아니다”이다. 북핵과 사드는 한국의 입장에서 볼 때는 직접적으로 연관된 문제이지만 중국의 입장에서는 별개의 문제다. 앞에서 이미 언급하였듯이 중국이 북핵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동아시아 지역 내 핵도미노 가능성 때문이지 한중관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서가 아니다. 따라서 중국이 이 둘을 현 시점에서 연관시킬 가능성은 낮으며, 북핵을 용인하는 전략적 실수를 범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사드 관련해서 어떠한 조치를 취할 것인가? 일단 북핵은 북핵대로 유엔안보리 차원에서 제재하면서 기타 부분에서 북한과 협력하는 모양새를 취할 수 있다. 다만 김정은이 사드 국면을 활용해 새로운 북중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중국 지도부가 김정은을 불신하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북한에 대한 대대적 경제원조는 김정은의 병진정책을 지지하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에 중국은 대북지원을 늘리는데는 상당히 조심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중국은 한국에 실질적 피해를 주기 보다는 한국을 불편하게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 내 반한 현상은 뚜렷해 질 것이며 비관세 장벽을 적극 활용해 한국 기업들의 활동을 방해할 것이다. 한중관계 발전의 대표적 결실로 평가되어온 한류와 관광업이 일차적 표적이 될 것이며, 중국 내 한국기업의 신규투자 등이 불허될 가능성도 높다.

다만 중국의 대응이 적정 수준을 넘을 경우 중국 자신이 입을 피해 또한 상당할 수 밖에 없다. 3-4년 전과는 달리 현재 중국은 최대한 경제에 대한 외부충격을 피해야 하기 때문에 대대적 경제보복 조치를 내리는 것은 힘들다. 이는 한국과 중국이 경제적으로 매우 밀접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한국이 우려하고 있는 무역 보복 조치는 실현될 경우 중국의 WTO 회원자격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고려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의 입장에서도 사드 배치 때문에 한국을 지나치게 압박하여 한국이 중국에게 적대적으로 돌아서는 것을 원치 않는다.

사드 배치 이후

한국의 사드 배치는 북한이 핵으로 인해 확보할 수 있는 이득보다 비용이 더 크도록 하여 북한 스스로 대화에 나오게 하는 압박정책의 일환이다. 북한이 한반도에서 군비경쟁을 촉발한다면 그 군비경쟁에서 패배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다.

중국이 사드를 반대하는 이유가 군사적 측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배경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에 알맞은 대응을 해야 한다. 중국은 미국이 대중 포위망을 한반도에까지 구축하고 있다는 인식 아래서 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배치가 한국이 중국에 적대적인 자세로 전환한 것이 아닌, 북한의 급신장하는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한시적인 조치, 즉 북핵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만이라는 것을 중국측에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그리고 중국이 추진하는 AIIB 와 RCEP에도 적극 참여하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이번 사드 도입을 통해 중국에게 한국은 경제적 이익 보다 안보를 선택한다는 분명한 메세지를 보낸 것은 큰 소득이다. 중국은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위해 진정한 노력을 기울이기 보다는 경제를 지렛대로 한국을 중국 쪽으로 끌어들이는 더 쉬운 선택을 했다. 이번 사드 배치를 통해 한국은 안보주권을 행사하고 중국에게 올바른 선택을 요구할 수 있게 되었다.

사드 문제로 한중관계에 균열이 생길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한중관계는 서로에 대한 비현실적 기대를 바탕으로 하였다. 중국은 한국이 경제적 의존 때문에 안보 이익을 소홀히 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한국은 중국이 한중관계를 위해 대북제재에 동참한다는 착각을 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한중간의 반응이 확연히 달라지면서 양국은 현실에 눈을 뜨게 되었다. 이제 한중 양국은 현실을 직시하며 공동 위협에 대한 이해를 같이 해야 할 때다. 그래야만 한중관계가 진정한 파트너쉽으로 거듭날 수 있다.

*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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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현
고명현

여론・계량분석센터 / 사회정보관리연구프로그램

고명현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여론·계량분석센터 사회정보관리연구프로그램 연구위원이다. 컬럼비아대학교 (Columbia University)에서 경제학 학사, 통계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Pardee RAND Graduate School에서 정책분석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UCLA의 Neuropsychiatry Institute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주요 연구분야는 사회 네트워크, 복잡계 사회적 상호작용, 질병의 지리공간 모델링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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