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은 10일(목) 연구위원회 조찬 긴급 간담회를 갖고 미국의 이번 대선 결과를 심층 논의했다. 간담회에선 다양한 질문과 분석이 제시됐다.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에는 하나로 묶을 수 없는 여러 요인이 혼재돼 있다는 점에 의견을 모았다. 또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대외정책이나 한반도 정책이 하나의 방향으로 정리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며 ‘트럼프 쓰나미’에 대한 우려는 현재는 성급하다는 데에도 의견이 모아졌다. 다만 트럼프의 대외정책은 무역정책이든 외교정책이든 일방주의적 성격을 갖게 될 것이라는데 평가가 일치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나온 주요 의견과 분석을 Q&A 형식으로 소개한다.

Q=이번 미 대선은 힐러리 클린턴의 패배인가.

우정엽 연구위원=오바마 당선 때와 비교하면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흑인 및 라티노의 표와 20~40세 표를 훨씬 못 얻었다. 이들의 표는 극소정당인 자유당도 일부 가져갔다.

최강 부원장(수석연구위원)=힐러리는 결국 원래의 한계를 뛰어 넘지 못했고 평소의 비호감을 극복하지 못했다. 비슷한 얘기를 반복했고, 새로운 것이 없었다.

김지윤 연구위원=단순히 힐러리가 매력이 없어서 안 됐다고 말 할 수도 있으나 전체적인 기조는 러스트벨트(rust belt)에서 민심이반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Q=공화당이 거부했던 트럼프가 당선되고 민주당에선 버니 샌더스가 돌풍을 일으켰는데 이는 정당정치의 붕괴를 의미하는가.

우정엽=정당정치 붕괴로 보기 어렵다. 민주당이 조금 더 유리한 듯했던 상원선거에서도 공화당이 자리를 지켰다. 이를 감안하면 기성 정치에 대한 반란이라고 말하기에는 설명 안 되는 부분이 많다. 트럼프가 밉지만 그래도 공화당 지지자들이 가서 투표했다. 딕 체니 전 미국 부통령도 트럼프를 지지한다고는 말하지 않았지만 ‘나는 우리 당의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그런 식의 사고가 결집했다고 본다.

위스콘신에서도 민주당 유력 상원의원인 루스 파인골드가 떨어졌다. 민주당의 여러 유력 상원의원들이 패했다. 누구의 덕인지는 알기 어렵다. 트럼프가 공화당에 결집한 덕을 본 건지, 트럼프 덕분에 공화당 의원들이 막판에 덕을 본 건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정당정치가 무너졌다고 표현하기에는 조심스럽다.

최현정 연구위원=대통령 선거와 상•하원선거 모두 공화당이 이긴 것을 보면 정당정치가 붕괴됐다고 하긴 어렵다. 위스콘신이나 미시간 주처럼 민주당이었다가 넘어간 지역들은 전통적으로 제조업 중심이었던 곳들이다. 보호무역주의 등 민주당에서 건드려주지 않았던 것을 트럼프가 딱 긁어줬기 때문에 민심이 표를 주었을 것이다. 민주당이 뺏긴 주도 공화당의 승리이지 트럼프의 승리라고 보진 않는다. 스윙스테이트(swing state, 경합주)도 트럼프를 뽑았다기 보다 공화당이라 뽑아줬다고 본다.

함재봉 원장=정당정치 붕괴로 볼 수 없다. 오히려 정당정치가 살아있음을 보여준다. 전통적인 보수나 공화당의 틀에서 수용되기 힘든 말을 하는 인물도 결국 공화당이 흡수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그런 인물을 정당정치가 포용할 수 있다는 점이 미국 정치의 힘이다. 루즈벨트의 뉴딜도 전통적인 민주당 노선이 아니었다. 이렇게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전혀 다른 움직임이 등장하는데도 양당 정치 속에 다 포용되는 것이 놀랍고, 이는 오히려 미국의 정당 정치가 아주 견고하다는 뜻이다.
 

Q=그렇다면 대선 승리에서 트럼프의 역할은 무엇인가.

함재봉=트럼프의 역할은 아주 크다. 모든 사람들은 힐러리가, 민주당이 싫었다. 그렇다고 공화당이 좋았던 것도 아니다. 그러나 민주당이 더 싫었다. 특히 기성 정치인을 대표하는 힐러리에게는 남편 빌 클린턴이 정권을 잡았던 1992년부터 지금까지 영부인, 상원의원, 국무장관을 하면서 뭘 했느냐는 트럼프의 말이 먹혀 들었다. 당연히 트럼프의 승리다.

주요 산업 지역은 트럼프를 찍지 않았다. 위스콘신, 미시간에서도 디트로이트와 같이 전통적으로 블루칼라인 지역도 모두 힐러리를 찍었다. 도시는 다 민주당이 잡았지만 농촌이 넘어갔다. 농촌 지역 사람들은 원래 보수적인 경향이 강하여 공화당을 지지하지만 항상 북동쪽과 미시간, 위스콘신, 워싱턴, 캘리포니아의 농촌 지역은 전통적으로 리버럴(liberal belt)이었다. 농촌인데도 진보적이어서 험프리 같은 진보주의자도 나오는 특이한 민주당 지역이었다. 그러던 사람들이 이번에는 공화당으로 넘어갔다. 미국의 농촌은 다 트럼프를 찍었다. 놀라울 정도다. 도심에서는 민주당이 항상 이기지만 이번에는 도심에서 얻는 표가 농촌에서 잃은 표를 상쇄하지 못했다.

우정엽=미국 농촌 지역은 무역 때문에 이득을 보는 계층인데도 경제적 이유와 상관없이 움직였다.

함재봉=이들은 계급 이해와 관계없이 움직였다. 앞으로 더 힘들어지고 우리 자식들은 분명히 나보다 더 못 살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일자리를 빼앗길까 걱정하는 사람들이라면 복지정책을 확대하고 의료보험을 도입한 민주당을 찍었어야 한다. 그런데 계층으로 봤을 때 자기와는 상관도 없고 18년 동안 세금도 내지 않은 억만장자 트럼프를 찍었다. 백인이 나와서 히스패닉에게 백인들이 일자리를 뺏긴다고 인종주의 프레임을 제시하자 인종주의로 간 것이다. 자기 자신의 계급 이익에 역행하는 인종주의적 선택을 했다. 트럼프는 진정한 해법이나 대안,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한 것이 없다. 어제 (TV를 보니)당신은 왜 트럼프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하나같이 ‘He’s gonna build the wall!(트럼프가 벽을 세운다잖아요)’이라고 했다. 멕시코 장벽과 불법 이민자 퇴출에 대해서만 말한다. 미국인의 어떤 무엇인가를 트럼프가 제대로 건드렸다.

고명현 연구위원= 이런 문제는 지금까지 건드리면 안 되는 금단의 영역이었다.

우정엽=‘반(反) 이민’이라는 말 자체에 인종주의가 다분히 포함돼 있다. 단순한 노동자들의 분노가 아니다. 도덕적 이유로 여태까지 차마 정치인들이 정치 도구로 사용하지 못했던, 정치적으로 금기(politically incorrect)였던 문제를 건드렸다.

함재봉=트럼프의 이민 발언에서 시작해 멕시칸, 무슬림들이 끌려 들어갔다. 정치적으로 금기시됐던 말들이 난무했다. 미국의 우파는 지난 20년 동안 자유 발언을 막는다며 ‘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를 매우 싫어했다. Political Correctness는 여성, 종교, 인종 등을 건드리는 것은 윤리적으로 잘못된 것으로 간주하는 운동이다. 여성을 비하하거나 특정종교를 테러집단이라고 하고,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하면 극단적 보수에 교육도 못 받아 무식하고 저속하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트럼프가 나타나 그런 소리를 마구 하니까 속 시원하다며 감정적 선택을 했다. 그래서 미국 엘리트들은 어떻게 이렇게 창피한 일이 있느냐고 한다. 일부 유권자들이 본인의 계층이익, 국가이익, 국가이념을 다 져버리면서도 기존체제에 대한 분노 때문에 그 분노를 금기를 깨면서 표현한 트럼프에 투표했다.

최강=Politically incorrectness여서 말하지 못하고 있었던 실제 감정이 쏟아지면서 나온 결과다. 정책의 선거가 아니라 감성의 선거였다. 공화당의 정책도 앞뒤가 안 맞다.

고명현=90년대에도 인종차별주의를 이용했던 패트릭 부캐넌이란 정치인이 있었지만 바람을 일으키지 못하고 사라졌다. 그런데 이번에 트럼프가 선전한 것은 오바마에 대한 반감이 컸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오바마가 외교정책에서는 보수적이었지만 국내 정치에서는 아주 진보적이었다. 특히 종교와 성소수자(LGBT)쪽에서 매우 진보적으로 밀어 붙였다. 트렌스젠더 이슈까지 나오면서 거부감이 좀 있었을 것 같다. 또 흑인들이 백인들이 폭동을 일으킨다, 경찰이 공권력을 남용한다며 시위를 하기 시작하니까 이 영향이 매우 컸을 것으로 보인다.

함재봉=패트릭 부캐넌이 나왔을 때에는 제시 잭슨, Rainbow coalition(무지개연합)과 같이 진보주의가 강했던 시대다.

Rainbow coalition이 들어온 뒤 Reagan coalition(레이건 연합)은 거의 망가졌다. 이 Reagan coalition 안에는 종교, 인종, 여성에 대한 보수적 시각 등 우리가 생각하는 정치적으로 금기시되는 생각이나 사고방식이 그나마 점잖은 형태로 많이 포함돼 있었다. Reagan coalition이 붕괴되고 나니 이런 극단적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방법이 사라졌다. 그러다 이번 선거에서 금기시되었던 말들을 마구 쏟아내는 트럼프에게 다시 뭉쳤다. 이번에는 Rainbow coalition이 무너졌다. 민주당의 Rainbow coalition이 무너지면서 그것이 담아냈던 다양한 목소리와 움직임들이 분열되기 시작했다. 가장 선명하게 무지개연합 때의 아젠다와 이념을 유지한 것이 버니 샌더스였다 오히려 샌더스가 트럼프와 맞섰다면 민주당이 이겼을지도 모른다. 두 사람은 같은 경제적 우려를 언급하면서도 그걸 표현하는 방식이 굉장히 달랐다. 샌더스를 지지했던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클린턴에게 가느냐가 관건이었다. 민주당이 이를 어떻게 re-grouping할 것인지가 문제다.
 

Q=트럼프와 클린턴이 실제로 얻은 표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야하지 않은가.

이기범 연구위원=오바마 2기와 비교하면 클린턴은 500만 표를 못 얻었다. 위스콘신, 미시간, 아이오와 등 다섯 개 주의 농촌 지역 표를 살짝살짝 잃었다. 지난번 오바마도 이 지역에서 대승한 게 아니라 살짝 이겼을 뿐이다. 그런 농촌 지역 표의 임팩트가 있었다. 도시 사람들은 설령 내 감정을 표현해 준 점에 대해서는 속 시원해 해도 국제정세 등을 이성적으로 고려할 수 있었지만, 농촌에서는 속 시원하다, 뭘 만들어준다고 하니 좋은 거다, 하고 투표를 했다.

또 트럼프는 민주당, 공화당을 전부 다 해봤기 때문에 금기시되는 것들을 이야기하는 데에 별 부담을 안 느꼈다. 트럼프는 아무 얘기나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농촌은 인종 문제를 건드리면 표를 얻을 수 있는 지역이다. 거기서 얻은 2~3% 때문에 이렇게 결과가 뒤집어졌다.

이재현 선임연구위원=힐러리와 트럼프의 득표수 차이가 크지 않았다는 점을 보면 힐러리에 대한 반감만으로도 나타난 차이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기범=옳은 지적이다. 이번 선거에서 자유당 게리 존슨이 2% 득표를 했다. 지난 선거에서 존슨의 득표율은 0.9%였다. 경합주의 선거결과를 보면 수만에서 십 만 여 표의 차이에 불과했다.

이재현=그렇다면 트럼프를 당선시킨 것은 미국의 선거제도라는 주장이 가능하다.

함재봉=이번 선거과정에서 힐러리만 아니었다면 민주당에게 이렇게 어려운 선거가 아니었을 것이라는 주장이 처음부터 나왔었다. 힐러리에 대한 반감은 생각보다 컸던 것으로 짐작된다. 힐러리로 상징되는 기득권, 기성정치, 부패 등에 대한 반감이 매우 컸다.

우정엽=젊은 유권자 중에서는 힐러리 후보로 대표되는 기득권에 대한 반감으로 민주당에 표를 던지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오바마가 젊은 유권자층에서 얻었던 지지만큼을 이번에 힐러리가 얻지 못한 것이다.

고명현=힐러리에 대한 반감이 중요했다면 선거전 후반 FBI가 선거에 개입한 것도 중요한 변수였다. 힐러리에 대한 반감이 선거의 패인이라면 FBI의 선거 개입은 향후에 문제가 될 수 있다.
 

Q=트럼프가 승리에 독자적으로 기여한 부분은 무엇인가.

고명현=기존 정치인과는 달리 TV에서 활약한 트럼프는 대중이 듣고 싶어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다른 기존 정치인들보다 잘 간파했다. 기존 정치권의 논의 틀에서 벗어나 관련 발언을 쏟아낼 수 있었다.

최현정=트럼프에겐 아웃사이더의 이점이 있었고 힐러리는 그렇지 못했다. 오바마 정부에 대한 불만은 지난 한국 대선에서 10년 좌파 정권이 이어지다가 이명박 대통령이 쉽게 선거에서 승리한 경우와 비슷하다. 하지만 이런 식의 논리에 따르면 현 대통령의 인기가 낮아야 하는데 실제론 오바마 지지율이 높다. 그 반동으로 트럼프에 대한 지지가 높았다는 논리는 설명이 잘 안 된다. 왜 오바마 대통령의 인기가 높은데도 보수화가 됐는지를 봐야 한다.

고명현=오바마에 대한 지지는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지만 선거는 투표에 참여를 해야 하므로 투표율과 관련된다. 따라서 오바마 지지율이 높은 상황에서도 트럼프의 당선을 설명할 수 있다. 여론조사에서 오바마를 지지하는 유권자가 반드시 진보진영에 대한 투표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우정엽=오바마의 인기가 높은 반면에 출구조사를 보면 ‘이 나라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답변은 70% 이상이 아니라고 했다.

함재봉=선거에 앞서 있었던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는 대통령의 자질도 없다’는 응답이 높았다. 대부분 트럼프의 자질에 대해 의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당선됐다. 결국 그 점이 투표로 이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트럼프가 좋아서 투표를 한 게 아니라, 트럼프로 상징되는 대안이 그들의 정서를 표현하는 통로가 됐다. 트럼프가 능력과 자질이 뛰어나서 유권자의 지지를 얻은 것은 아니다.
 

Q=인종 문제가 이번 선거에서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함재봉=인종문제는 미국 사회에서 가장 기본적인 틀이다. 인종적으로 보면서 의식적으로는 이를 극복하자는 주장이 주류다. 인종은 성소수자 보다 더 강한 요인으로 미국 사회에 깊게 깔려 있는 핵심적인 인식의 틀이다. 다만 Rainbow coalition의 경우에는 서로 다른 인종적 차이를 인정, 수용하며 평등하게 지내자는 것이 핵심 주장이다. 어떤 시기에는 서로 잘 지내보자는 형태로 나타나고, 또 어떤 때는 동일한 인종 문제를 이용해 서로의 차이를 부각시켜 반감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미국 사회에서 인종을 기준으로 한 구분은 항상 존재한다. 오바마에 대한 인종적 구분을 보더라도 오바마를 흑인으로 인식한다. 1%라도 흑인의 피가 섞이면 한 방울 규칙(One-drop rule)에 의해 백인이 아닌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인종에 대한 인식 즉 저변에 깔려있는 이러한 인식은 어느 순간 인종관련 자극에 의해 잠복해 있다가 작동하기도 한다. 트럼프가 이번 선거에서 이를 잘 작동을 시킨 것이다.

흑인에 대한 대우가 과거에 비해 달라지지 않았다.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면서 착시현상을 만들었다. 오바마 집권기에도 흑인인권운동(Black Lives Matter)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인종차별 문제가 완화됐다는 인식은 잘못됐다. 인종 문제로 보면 미국 사회를 전혀 다르게 보게 된다. 이민자들이 마주하는 유리천장을 보더라도 이는 동일하게 적용된다. 소수인종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에 대한 반발이 존재한다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미국에는 인종 문제가 상존하고, 갈등으로 분출될 가능성도 내재해 있다. 히스패닉의 인종적 구분이 문제가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명현=트럼프 지지자는 진정한 미국 대통령은 어쨌든 백인이어야 한다고 봤기 때문에 표를 줬을 것이다.

최강=이번 선거에선 미국 국민들 내면 깊숙이 자리잡고 있던 인종의 문제가 불거져 나온 것이다. ‘성난 백인들’이라는 말이 맞다 본다.

우정엽=히스패닉에 대한 인종적 분석이 나오면서 히스패닉 내에서도 정치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예를 들면, 영어구사 히스패닉이 주류가 아니지만 공화당 비율이 훨씬 높다는 결과가 그것이다. 히스패닉을 동질적 집단으로 보는 것이 잘못됐다는 것이 핵심이다.

함재봉=미국 인종사에서 다양한 인종구분이 존재했으나, 현재는 흑백 구분만 남아있다.
 

Q=트럼프의 대외 정책은 어떻게 될까

우정엽=트럼프가 시대정신을 기초로 자신만의 정책을 고집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서의 삶을 즐기려 든다면 의회와 마찰하면서 국정운영을 할 이유가 없다. 본인 외는 향후 트럼프가 어떤 정책을 펼칠지 예측하기 어렵다.

최현정=그런데 민주당이 의회에서 다수를 차지했다면 전망이 달라지겠지만 공화당이 양원을 모두 이끌 수 있는 구조가 됐기 때문에 의회의 목소리가 잘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의 정책 의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트럼프 자신이 관심이 있는 몇 가지 의제를 중심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다른 의제는 충분히 의회를 통해 관리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몇 가지 우려가 되는 것은 반 이민, 보호무역, 에너지, 기후변화 등의 정책 분야다. 트럼프는 반 오바마 정책을 펼 것이다.

고명현=의제는 있지만 긍정적 의제(positive agenda)가 아니라 부정적 의제뿐이다.

우정엽=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TP)는 이제 더 이상 추진될 수 없게 됐다. 소위 말하는 아시아 중시 정책도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 과거 어느 대통령이든 미국 우선주의는 기본 기조였다. 그 동안 정책의 우선순위가 유럽, 아시아로 바뀐 셈인데 이 점이 트럼프 정부에서는 어떻게 될 것이며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최강=전반적으로 미국의 대외정책은 고립주의로 갈 것이다.

고명현=그러나 과거 고립주의와는 다르다. 서로 윈윈(win-win)이 아니라 앞으로는 미국이 가져가는 이익이 더 커질 것이다.

우정엽=미국 통상의 기본적 방침은 일방주의다. 통상을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무역에서는 무역을 줄이는 보호무역이 아니라, 무역의 조건을 미국에 유리하게 가져가겠다는 의미다. 미국 중심의 무역 질서 재편성은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라는 다자간 틀을 통해 뭔가를 이뤄가는 것이 아니라, 양자 간 협상을 통해서 미국이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겠다는 뜻이다. 물론 그런 경향이 오바마 때에도 존재했지만, 트럼프가 집권하면 이런 경향이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 전문가는 앞으로 우리나라에는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중요한 상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무역대표부가 통제하기 어려운 집단이다. 우리나라는 미국무역대표부와 협상을 통해 이뤄내는 것이 아니라, 국무부 등을 통해 정치적 논리를 바탕으로 의회결정권자에 우리의 의사를 전달하면서 미국무역대표부 보다 완화된 입장을 도출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미국무역대표부와 협상을 통해 뭔가를 얻어내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안보에서는 고립주의가 더 맞다. 더 이상 개입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안보에서는 고립주의, 무역에는 일방주의가 적절해 보인다.

최현정=트럼프가 언급한 아젠다가 몇 개 없다. 언급한 몇 가지는 강하게 이끌어갈 것이고, 행정부도 대통령 수반이기 때문에 그렇게 준비될 것이다. 보호무역 등 몇 가지 점에서는 명확히 달라질 거라는 신호는 강하다. 보호무역주의 때문에 분명히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자유무역협정(FTA) 등 각종 무역협정을 재협상 하자고 할 것이다.

그러나 국방 문제에 대해서는 단편적인 발언만 있었지 큰 그림이 없었다. 즉 외교안보정책에는 큰 그림이 없다. 그래서 국무성 등 관료집단의 색이 오히려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고고도미사일체계(THAAD, 사드)도 원래 미군을 보호하기 위해 들어오는 것이기 때문에 그건 국방부 의지대로 갈 것이다. 남중국해 문제도 마찬가지다. 트럼프가 의지를 갖고 세부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다. 그런 면에 있어 국방부나 국무부의 관료가 끌어가지 트럼프가 목소리를 낼 거 같지는 않다. 트럼프가 목소리를 낼 것은 명확하게 무역과 기후변화 등이다. 특히 에너지, 기후는 완전히 뒤엎을 것이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장치가 있다. 기후변화는 오바마의 눈에 띠는 아젠다였다. 의회 권력이 무서워서 다 행정명령으로 해뒀다. 즉 의회 필요 없이 대통령이 다 바꿀 수 있다는 거다. 또 트럼프가 에너지에 굉장히 관심이 많다. 분명히 에너지 정책은 달라진다. 행정명령으로 둔 것은 명확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면 국방, 한반도 문제는 단편적인 지식으로 언급했기 때문에 자신이 끌고 갈 것인지는 의문이다.

이재현=미 국방부에서 센카쿠나 남중국해 문제에 관여해야 한다고 이야기 하는 것과 트럼프가 계속해서 말해온 큰 그림이 충돌되는 것을 어떻게 해결하게 될 것인가가 문제이다.

우정엽=트럼프 본인이 유권자를 겨냥해 한 발언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 실제로 안보 문제 보좌를 받기 시작하면 선거전 때 했던 말을 실제 정책으로 옮기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안보 등의 무형의 이익들을 계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위비 관련 이야기는 트럼프에 앞서 미국 의회가 계속 지적해 왔다. 2013년에도 미 의회에서는 방위비 분담 구조를 바꾸는 것이 미국에게 유리하다는 입장들을 제시했다. 트럼프가 유일하게 그 주장을 한 사람은 아니다. 다만 이 주제가 의회, 국방부를 넘어 대통령의 아젠다가 됐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
함재봉=트럼프는 방위비 문제를 비즈니스 딜 하듯이 다룰 것이다.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주한미군 철수가 미국에 득이 되는지 실이 되는지에 대해 광범위한 의견이 나올 것이다. 그 때까지가 문제다.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야 한다. 그것이 핵심이다. 지금은 아무것도 모른다. 아무것도 결정된 바가 없으므로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역효과만 불러일으킨다.

최현정=아시아 국가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는 것에 대해 가장 반대가 심했던 나라가 우리나라다. 트럼프 지지율이 8%로 가장 낮았던 만큼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최강=우리가 트럼프 인맥을 말하지만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정책의 내용을 가지고 승부를 할 생각을 해야지 인맥을 거론하는 것은 구태다.

우정엽=트럼프가 자기 의사대로 인사를 임명하게 되면 의회에서 인준이 나지 않을 것을 뻔히 알고 있을 것이다. 인맥이 없다고 불안해 할 일은 아니다.

함재봉=우리의 입장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견이 있어야 하고, 그 입장을 행동으로 옮기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

최강=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실질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트럼프의 방위비 분담에 대한 문제는 분명 수면으로 떠오르겠지만 2018년까지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우정엽=미국 쪽에서 가장 먼저 꺼낼 카드는 FTA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가 이행을 잘 하지 않고 있다는 부분에서 미국이 큰 불만을 가지고 있다.

이기범=FTA에는 우리의 대응 논리가 별로 없다. 우리나라 건국 이래 미국으로부터 이익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Q=대북 정책은 어떻게 될까?

우정엽=정부가 바뀌면서 정책 검토(policy review)를 하게 될 것이다. 오바마 정권이 해온 일들에 대한 공화당 인사들의 불만이 있었기 때문에 그 정책 검토 과정에 우리의 아젠다를 잘 전달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가 어느 쪽으로 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예단하지 말자.

함재봉=미국 역사를 보면 아웃사이더 대통령이 자기 사단을 백악관에 입성시켜도 2년 이상 버틴 적이 없다. 인준 청문회부터 시작해서 어떻게든 쫓아낼 것이다. 아웃사이더들이 워싱턴에 와서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우정엽=대통령이 됐다고 해서 다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미국의 국무부와 국방부도 있으며, 우리도 역할을 할 수 있다.

최강=대북 정책엔 아직 그림이 없다. 그 외에도 여러 이슈가 있지만 침착하게 대응해야 한다. 기정사실화 해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구체적인 정책은 지금부터 만들어질 것이기 때문에 추후 정책의 내용으로 미국에 승부를 걸면 된다.

확정된 것은 없다. 침착하게 대응해 나가자. 트럼프가 지금까지 이야기 해온 것들은 서로 상충되는 것들이 많다. 지금부터 세련된 정책을 만들어 나가면 된다.

우리가 일차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대응할 문제는 FTA다. 방위분담 협상은 아직 시간이 남아있다. 북한 문제는 아직 그려진 그림이 없다. 한때는 북한과 협상한다고 했고, 한때는 압박한다고 했으니까 이 역시 우리가 끌고 나갈 수 있는 부분이다. 미중관계도 어떻게 나아갈지 모른다. 통상 측면에서 접근했을 때 미중관계가 어렵게 갈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한국이 선택을 강요 당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이슈에 대해서 한국 정부는 거래를 해야 한다. 트럼프는 비즈니스맨이기 때문에 거래관계를 생각해야 한다. 정책적인 건의를 가지고 미국을 끌어나가는 입장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일대일 매칭이 아닌, 하나를 주면 하나를 받는 복합적인 방법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전반적인 기조는 무역에서는 일방주의, 안보에서는 신(新)고립주의다. 과거와 같은 세계 경찰 역할은 하지 않고 제한된 경찰 역할을 하겠다는 거다. 전혀 새로운 형태의 고립주의이기 때문에 과거의 고립주의와는 다르다.

아시아 피봇(Pivot)은 없어졌다. 제 2의 닉슨 독트린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리세팅 해나갈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미국을 설득하려면 국내정치적 안정이 필요하다.

* 정리=강충구 선임연구원, 권은율 연구원, 정노주 행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