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 한미동맹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최근 한미 양국은 포괄적 전략동맹을 지향하며, 다방면에서 협력을 늘려가고 있다. 그러나 한미동맹을 낙관적으로만 보기에는 어려운 이유도 있다. 전작권 전환, 한미원자력협력협정 개정, 방위비 분담금 등에서는 한미 간 불협화음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두 나라가 공통 현안을 해결하고, 보다 발전적인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한미관계에 대한 국민 여론을 파악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근래 미국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은 긍정적이었다. 2010년부터 2014년 3월까지 한국인의 미국 호감도는 10점 만점에 보통 이상인 5점대 중후반으로 나타났다. 함께 조사한 중국 호감도가 평균 4점대, 일본과 북한의 호감도가‘호감이 없다’에 가까운 2~3점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미국에 대한 평가는 우호적이었다. 미국을 협력대상으로 본 한국인의 비율도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80%대를 유지해, 중국을 협력대상으로 본 한국인이 50%대에 머문 것과 대조됐다. 일본을 협력대상으로 본 한국인은 20%대에 불과했다.
한국인은 한미동맹에 높은 지지를 보냈고, 양국이 포괄적 동맹관계로 발전하는 것에도 찬성했다. 93%의 한국인은 앞으로도 한미동맹이 필요하다고 봤다. 또 경제적 부담이 가중돼도 한미동맹이 필요하다고 한 한국인은 83%, 통일 이후에도 한미동맹이 필요하다고 답한 한국인은 66%였다. 미국의 요청에 따라 재난구호활동과 해외파병에 동참해야 한다고 본 한국인 역시 각각 87%와 65%로 과반을 넘었다. 이처럼 한미동맹에 대한 한국인의 지지가 높았지만, 한미 양국은 몇 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첫 번째는 다수의 한국인이 한미관계를 불평등하다고 평가했다는 점이다. 65%의 한국인이 한미관계가 불평등하다고 봤다. 한미관계가 불평등하다고 본 한국인 사이에서는 통일 이후 한미동맹이 필요하지 않다고 보는 시각과, 한미 FTA에서 미국이 더 이득을 봤다고 여기는 경향이 뚜렷했다. 한미관계를 평등하다고 본 응답자의 14%만이 통일 이후 한미동맹이 필요치 않다고 답한 것에 비해, 한미관계가 불평등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통일 이후에 한미동맹이 필요하지 않다고 답한 비율이 37%나 됐다. 또 한미관계를 평등하다고 본 응답자 중 다수인 68%가 한미 FTA가 양국 모두에 이익이라고 한 반면, 한미관계를 불평등하다고 본 응답자는 한미 FTA가 미국에 더 이득이라는 비율이 52%로 가장 높았다. 많은 한국인이 한미관계를 불평등한 것으로 인식한 점은 한미동맹에 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양국 정부는 미국에 대한 한국인의 신뢰를 높이는 데 힘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향후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한 한국인 사이에서 협력해야 할 국가로 미국보다 중국을 선택하는 경향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많은 한국인은 미국과 중국의 향후 정치?경제부문 영향력 평가에서, 앞으로 중국이 정치와 경제 모두에서 지금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가질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인은 향후 정치적으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국가로 45%가 미국을, 39%가 중국을 꼽았다. 향후 경제적으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국가로는 67%가 중국을, 22%가 미국을 선택했다.
주목할 점은 향후 정치적으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국가로 중국을 선택한 한국인중 43%가 한미일 안보협력 대신 한중 안보협력을 해야 한다고 답한 점이다. 미래에도 미국의 정치적 영향력이 가장 클 것으로 본 응답자 중에서 한미일 안보협력 대신 한중 안보협력을 해야 한다는 비율은 28%에 불과했다. 같은 경향이 미국과 중국의 갈등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더욱 협력해야 할 국가를 묻는 질문에서도 드러났다. 상당수 한국인이 국제 정세의 변화에 따라 협력국가를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동북아 지역에서 현재 수준의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미국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대(對) 아시아 정책에서 일관성을 보이며, 한국인이 미국의 리더십을 신뢰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세 번째는 미국이 한일 갈등 중재에 실패하면 그 여파가 한미관계에까지 미칠 조짐이 보였다는 점이다. 한일 갈등에 있어 미국의 대응을 부정적으로 본 한국인은 미국의 대응을 긍정적으로 본 응답자에 비해, 한미일 안보협력 대신 한중 안보협력(긍정: 28%, 부정: 39%)을 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이들은 한일 갈등에서 미국의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에 비해, 미중간 갈등상황에서 중국(긍정: 24%, 부정: 41%)을 선택하는 경향도 보였다.
또 미국이 일본을 우리나라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본 응답자는 미국이 한국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본 응답자에 비해, 한중 안보협력(한국: 28%, 일본: 38%)과 중국과의 협력(한국: 21%, 일본: 42%)을 강화해야 한다고 봤다. 한일 갈등 조율에 있어 미국이 보인 태도에 실망한 일부 한국인이 미국보다 중국과 협력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미국이 앞으로도 한일 갈등 조율에 실패하고, 일본에 치우친 모습을 보인다면 한미일 안보협력에 대한 한국인의 지지가 줄어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이 요구하는 한미일 안보협력의 정당성 마저 잃게 될 수 있다. 양국 정부는 일본의 과거사 도발이 미래지향적 한일관계와 한미일 협력 모두를 저해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이를 해소해 나가야 한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 예고, 지역 국가 간 군비경쟁 심화 등으로 높아진 국민들의 안보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미국과의 협력관계를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상당수 한국인 사이에 존재하는 미국에 대한 부정적 정서와 불신을 낮추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또 다수의 한국인이 한미일 안보협력체제가 우리의 안보에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면서도, 주변국 정세에 따라 이에 대한 태도를 달리했다는 점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 국민의 한미동맹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면서도, 주변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