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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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 나온 숨은 돈 양곤엔 차 넘쳐 도로 감당 못 해

개혁ㆍ개방 2년의 현장, 미얀마 르포

정부, 방법 없어 수입차 통관 늦춰
1인 GDP, 한국의 5% 수준이지만
물가 서울 수준, 부동산값 일본 뺨쳐
세인 정부 출범 후 7%대 고도성장
중국ㆍ일본 X자 형태 물류 사업

양곤=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아세안 담당) jaelee@asanist.org, 안성규 편집 전문위원 askme@asaninst.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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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곤시 레단 거리에 있는 정션 스퀘어. 서울의 중급 쇼핑몰 정도지만 미얀마에선 단연 최고다.

 

지난달 6일 정오쯤. 미얀마 제2의 도시 양곤의 중심 레단 거리에 있는 4층짜리 쇼핑몰 정션 스퀘어를 들렀다. 2013년 5월 개장된 이곳은 서울의 중급 쇼핑몰 정도지만 미얀마에선 최고다. 여성 샌들이 최고 2만 짯(한국 돈 약 2만 원. 짯은 미얀마 화폐로 원화와 달러 공식 환율이 비슷하다. 짯의 한국 표준말 표기는 차트다.), 핸드백 2만3000짯, 보시니 청바지 3만 짯, 조르단노 난방 4만9000짯, 핸드폰 삼성 갤럭시 노트 3이 67만 짯. 여성 루주 2만 짯. 시티몰의 식품점에서 닭 한 마리가 7047짯, 계란 한 꾸러미가 1300짯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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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곤시내에 2013년 5월 들어선 ‘가장 화려한’ 레단 거리. 물가가 서울을 뺨치지만 젊은이들은 유쾌하게 쇼핑한다. 미얀마에 진출한 롯데리아의 상호가 보인다.

 

건물 옆엔 미얀마 1호 롯데리아가 있다. 메뉴판에서 불고기 버거 세트와 새우버거 세트를 시켰다. 각각 3900짯인데 세금 포함 8085짯이다. 시내 중심가의 샤브샤브 식당 세카옹, 중식당 골든 덕엔 저녁이면 자리가 없는데 1인당 1만5000짯에 맛있게 먹는다. 시내 AGD뱅크 건물 7층 헬스 센터는 월 120달러를 낸다.

서울과 큰 차이가 없어 가격에 저항감이 없다. 그러나 미얀마는 2013년 1인당 국민소득(GDP)이 1000달러를 막 넘은 나라다. 한국 1인당 GDP의 5% 수준인 이 나라의 물가가 서울과 비슷한 것은 이상한 일이다. 그뿐 아니다.

이날 오전 숙소인 세도나 호텔에서 아웅산 국립묘지로 가는데 교통 체증에 꽤 막혔다. 매연을 뿜는 50년 된 차와 깨끗한 도요타ㆍ니산 같은 일제 차들이 뒤섞여 도로를 점령중이다. 람보르기니, 페라리ㆍ벤틀리도 보인다. 주말인 7일도 시내 네거리는 꼬박 막혔다.

현지 한국인은 “2년 전부터 자동차 수입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수입이 금지됐던 자동차는 3년 전쯤부터 15년 된 중고차부터 수입되다 지난해부터 완제품 수입이 허락됐다. 주로 일제다. 차 수요는 도로 수용 능력을 넘을 만큼 폭발했다. 그래서 정부가 통관 수속을 늦추고 있으며 지금 항구엔 수만 대가 대기중이란 말도 있다. 국산 EF소나타의 가격이 한때 1억 원으로 치솟다가 지금은 3만 달러 정도다.

부동산 값도 치솟는다. 현지인 BㆍC씨는 ”일본보다 비싸다”고 말했다. 월 300달러였던 100㎡(30평) 아파트 임대료가 1000~2000달러. 5000달러나 되는 곳도 있다. 시내 사쿠라 타워의 60㎡(20평) 사무실의 월 임대료는 7000달러다. 신공항이 들어선다고 소문난 시내 북부 바고 지역의 땅 값은 에이커(약 4000㎡)당 한국돈 30만 원쯤에서 호가 1000만 원으로 치솟기도 했다.

양곤에선 돈이 춤을 춘다. 동남아 최빈국 미얀마에서 2012년부터 나타난 이런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1차적으론 국내에 축적된 ‘얼마인지 모를 많은 돈’이 민주화, 개혁ㆍ개방을 계기로 급속히 양성화되는 것이란 분석이 있다. 2011년 3월 미얀마에 떼인 세인 신정부가 출범한 뒤 제한적 민주화 정책을 펴면서 서방의 경제 재재도 해제됐고 경제 분야에도 개혁ㆍ개방이 시작됐다. 그 뒤 연 7%의 GDP 고속 성장세를 보였다. 2014년 예상은 7.75%다. 정부는 10년 뒤 1인당 GDP를 2000달러로 두 배 끌어올린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이런 흐름이 소비를 자극했다는 것이다. 그 소비 파워를 겨냥해 시티마트,오션마트,오렌지마트,루비마트,세힘 기아 같은 5개 대형 마트 체인이 시내 여러 곳에 들어섰다.

이 나라에선 인구의 70%가 농업ㆍ수산업ㆍ임업에 나머지가 초기제조업에 종사한다. 그걸 보면 ‘돈을 펑펑 쓰는 계층’이 있다는 게 이상하게 들린다. 한 현지 거주 한국인은 “중산층이 없는 미얀마엔 부자ㆍ가난뱅이ㆍ외국인만 있다는 자조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다른 한국인 B씨의 의견은 좀 다르다. “과거 미얀마의 풍부한 자원이 수출되면서 많은 자금이 지하로 들어갔다. 이 돈이 개혁ㆍ개방 뒤 구매력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한다. C씨는 “금융이 발달 안 된 이 나라엔 집마다 금고가 있고 방 전체를 금고로 만들기도 해 돈과 금을 쌓아두는데 이 자금이 차를 사고 쇼핑하는데 몰린다”고 분석했다. 아산 정책연구원의 6일 ‘한ㆍ미얀마 관계의 미래’ 세미나에 참석한 60대의 미얀마 학자가 “교통 체증은 민주화의 결과”라고 냉소한 것은 이런 인식을 반영한다.

게다가 요즘 미얀마가 ‘큰소리치며’ 받아들이는 외국 투자도 큰 영향을 준다. 미얀마 투자위원회에 따르면 2014년 4월말 기준 누적 외국 투자는 464.9억 달러다. 국가별로 중국이 142억 달러로 최대이며 이어 태국(101억 달러),홍콩(65억 달러),싱가포르(47억 달러),영국(31억 달러),한국(30.7억 달러) 순이다.

투자 이유론 1차적으론 ‘자원을 노리는 것’으로 설명된다. 미얀마는 ‘자원 백화점’이라 불리는 나라다. 천연가스 매장량은 23조 입방피트. 루비는 전세계 생산량의 99%다. 보석이 많아 아시아의 진주로 불린다. 광물은 2012년 기준으로 철광석은 7.2억t, 석탄 3.9억t, 구리 11억t, 우라늄 40만t 매장으로 조사됐다. 그동안 선진국의 경제 제재와 투자 회피로 개발이 안 됐는데 이제 상황이 좋아져 투자된다는 것이다.

중국은 남진 정책 차원에서 주력한다. 중국에 미얀마는 서남아 연결의 길목이자 태평양과 인도양을 잇는 지정학적 요충이다. 그래서 투자 외에도 6억 달러 차관도 제공하겠다고 한다. 주로 자국으로 가져가기 위해 가스파이프,쿤민 연결 철도, 댐 건설 같은 것을 한다. 북서부를 집중 공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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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80억 달러를 들여 건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띨라 공단. 공사장 한 입구에 일장기가 펄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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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1996년 건설해 미얀마에 준 사쿠라 건물, 20층 발코니에서 본 양곤 시가지.

 

일본은 2012년 4월 미얀마의 대일 부채 3000억 엔을 , 2013년 2000억 엔을 탕감한 뒤 400억 엔을 무상 원조하고 510억 엔의 신규차관을 제공했다. 80억 달러를 들여 양곤 인근 띨라에 공단조성을 해주고 있다. 일본은 1996년 시내 20층 규모 사꾸라 타워를 무상 건축해 미얀마에 준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신조 총리는 2013년 취임 뒤 상반기에 미얀마를 포함한 아세안 10개국을 순방했고 하반기에는 10개국 정상을 초청했다. 아시아 회귀 정책을 펴고, 중국의 대양 진출을 견제하려는 미국이 배후라는 분석도 있다. 일본은 미얀마 동남부에 집중한다. 2대전 때 미얀마를 잠시 지배했던 일본은 이번엔 중국이나 베트남에서처럼 한국에 선수를 뺐겨서는 안 된다는 듯이 뛴다고 한다.

미얀마는 국제 물류망의 허브가 될 수도 있다. 중국이 가스ㆍ송유관을 따라 무상 건설하는 철도ㆍ고속도로는 서남-북동 방향이다. 아시아 하이웨이 차원에서 건설되는 고속도로는 인도 서부에서 미얀마를 거처 태국 동쪽으로 들어간다. 서북-동남 방향이다. 두 물류망은 미얀마를 X자 형태로 가로지르며 미얀마를 미래의 교통ㆍ수송등 물류의 허브로 등장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가. 물론 뛰고 있다. 대우 인터내셔널이 시행사, 포스코가 시공사가 돼 롯데가 운영할 30층 규모의 호텔과 11층 규모의 레지던스 호텔이 양곤에 건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주 미얀마 이백순 한국 대사의 한국 활동에 대한 평가는 높지 않다. 그를 만나봤다.

-미얀마가 왜 중요한가.
“ 미얀마는 지정학적으로도 중요하다. 북한이 한국의 북방 경제권 연결을 막듯 폐쇄된 미얀마도 동남아-서남아 경제권의 연결을 막는 걸림돌이었다. 그런데 개혁 개방 뒤 사정이 달라졌다. 인도-미얀마-태국을 잇는 아시안 하이웨이 사업이 진행중인데 인도와 태국이 각각 동서 100km안까지 건설해준다. 그러면 물류가 동남아-서남아 사이에 바로 흐를 수 있다. 이 도로는 중국이 건설하는 철도와 함께 미얀마를 X자로 가로지르며 동남아-서남아 경제권을 연결하는 물류망을 만든다. 미얀마 주변엔 20억이 넘는 인구가 있다. 그래서 인건비가 싸고 노동력도 양질인 이곳에 생산 기지 만들면 한국에 좋다. 그럼에도 한국은 미얀마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어떻게 부족한가.
“대부분 한국인은 미얀마를 캄보디아ㆍ라오스ㆍ수준으로 인식한다. 국회의원을 비롯한 대부분 출장자가 캄보디아ㆍ라오스를 거쳐 미얀마 오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다. 사실 국민소득은 비슷하거나 밑이다. 그러나 장래성ㆍ발전성을 보면 다르다. 5~10년이면 베트남ㆍ태국과 어깨를 겨룰 수도 있다. 내가 현지 대사라고 그러는 게 아니다. 지난 2년 반 개혁ㆍ개방의 속도가 빠르다. 관리들은 베트남이 7-8년 이룬 성과를 2년 반 만에 했다고 한다.”

-과장 아닌가.
“이 나라를 자주 드나드는 기업인들, 외교 관계로 출장오는 이들은 ‘3개월 마다 변화가 피부로 느껴진다’고 한다. 2년 전 발령받은 어떤 대사는 ‘미얀마는 전기사정은 나빠도 교통혼잡은 없다’는 말을 들었다는데 지금은 완전히 바뀌었다. 장단점이 역전됐다.”

-사실 거리에선 활력이 있어보인다.
“2013년 미얀마 1인 GNP가 1000달러를 넘었다. 최빈국이라 하겠지만 양곤시내는 그게 아니다. 은행이 발달하지 않은 이나라엔 지하에 축적된 부가 있다. 방 하나를 통째로 금고로 쓰며 돈과 금붙이를 쌓아두기도 한다. 그것이 개방 개혁 뒤 구매력으로 표출되고 있다. 숨은 부가 이 정도인 줄 몰랐다고 정부 관리들도 놀란다. 인구 6000만 중 잠재 구매력이 있는 사람이 많다. 양곤의 중상위층은 나름 상당한 소비구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계층이다. 중국 물건이나 소화되는 최빈국 시장이 아니다.”

-일본과 중국은 진출 양상은.
“중국은 미얀마 북서부를, 일본은 동남부를 장악하는 형태로 경쟁한다. 일본은 철도ㆍ도로ㆍ항공에 중국은 자국과의 가스 파이프, 철도의 연결, 전기 생산을 위한 댐 건설에 집중한다.

중국은 자국 석유 수송로인 말래카 해협이 미ㆍ일에 봉쇄될 가능성을 걱정한다. 게다가 말레이 반도 밑으로 돌아가는 물류는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크다. 그래서 중국 남부 도시 쿤밍으로 연결되는 가스 파이프를 건설했고 원유 파이프 사업도 진행중이다. 고속도로도 함께 만든다. 북서부의 시트웨이는 심해항구로 개발중이다. 50% 정도 투자를 했고 인도도 관심을 갖는다. 개발되면 허브가 될 수 있다. 중국은 미얀마에 필사적이다.

일본은 범정부 차원으로 나서고 있다. 미얀마 남서 국경지역인 다웨이와 태국의 방콕을 잇는 철도도 건설한다. 일본은 2차대전 때 미얀마를 잠시(약 2년) 지배했다. 잠재 가치를 높이 평가해 범정부 차원서 진출한다. 그 이면엔 중국이나 베트남에서처럼 한국 기업에 선수를 뺏길 수 없다는 각오가 있다. 일본은 큰 프로젝트를 한다. 일본은 통을 크게 접근하는데 언젠가 일본 대사에게 ‘한국이 1년에 주는 ODA를 당신은 한 달에 쓰고 있다. 미얀마의 산타클로스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미얀마 지도부는 중국 종속을 걱정한다고 한다.

“중국이 36억 달러를 들여 북서부에서 진행하던 댐 건설 프로젝트들을 중단시킨 것이 한 사례다. 환경,농토 보존,주민 보상 같은 문제를 이유로 댄다. 원유 파이프 건설도 주민 반대 등을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 중국은 고위급 보내 문제 해결을 위해 애를 쓴다.

-미얀마가 한국엔 어떤 의미인가.
“중요한 경협파트너가 될 수 있고 우리 제품 진출에도 중요하다. 미얀마 주변 경제권 인구가 20억 명이다. 방글라데시, 인도 북동부, 중국ㆍ베트남ㆍ라오스ㆍ태국 같은 나라가 있다. 중국ㆍ베트남을 거쳐 이제 남은 지역이 미얀마다. 미얀마의 싸고 양질인 노동력을 활용해 생산 기지 만들어 공급하면 된다.

미얀마는 한류의 원조국가다. 2002년 가을 동화를 공전의 히트 치면서 미얀마인들이 한국 드라마에 빠지기 시작해 10여년 째 한국 드라마를 골든 타임에 방송한다. 한국 상품 지명도도 높고 구매욕구도 강하다. 결혼식도 한국 패턴대로 하는 게 유행이다.

국가 발전 모델도 한국이다. 떼인 세인 대통령을 비롯해 심층적 연구를 많이 한다. 이들은 한국 발전사에 대해 정통하다. 지난해 새마을 운동 본무에서 출장을 왔는데 현지인들이 새마을 운동에 관한 박정희 대통령 어록을 다 외워서 당황했다고 한다. 새마을 관련 도서를 필독 도서로 만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