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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 남중해 문제에 대해 중국이 보이는 태도를 보면서 중국이 우리의 포괄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인지를 의심케 한다. 중국 내에서 한국에 대한 제재 이야기가 매일 나오고 있다. 남중국해 관련 중재재판소의 결정은 휴지조각이라며 무력시위에 나서고 있다. 어쩌면 국교 수립이후 지난 20여 년간 보아 왔던 중국의 모습은 허상이고,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모습이 중국의 진짜 모습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더욱 불길한 것은 이런 중국의 힘 자랑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지금 이런 중국과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심각히 고민하고 답을 찾아야 한다. 지난 수개월, 길게는 수년간 중국이 보여준 행동을 되돌아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 중국 스스로 주장하는 평화공존 5원칙과는 달리 중국은 국제규범, 관례 그리고 절차가 아닌 물리적 힘을 숭상한다. 중국은 상대방의 취약한 곳을 찾아 집중 공략해서 취할 것은 취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상대방이 강하고 상대방을 절실히 필요할 때는 매력공세(charm offense)를 해왔다. 한마디로 약한 국가에는 강하게, 강한 국가에는 약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국의 행태이다.

이런 중국을 상대하는 답은 우리 안에 있다. 우리 스스로 힘을 길러 중국의 쉽고 약한 상대가 아닌 강한 상대가 되어, 중국의 도전을 헤쳐나가야 한다. 일부에서는 한국이 중국의 강한 상대가 되면 한중관계가 파국에 이르고 우리만 피해를 볼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이 중국의 강한 상대가 된다고 해서 한중관계가 파탄나거나 대결과 갈등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역설적이지만 강해질수록 협의와 협력의 기회가 늘어나고, 자제와 조율의 가능성이 증가할 것이다. 강한 상대를 함부로 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한국이 중국의 강한 상대가 될 수 있을까? 먼저 우리 스스로 “중국 공포”에서 벗어나야 한다. 마늘파동을 겪어본 우리는 아직도 중국의 보복을 두려워한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라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마늘 파동 때와 지금의 한중관계는 다르다. 한국이 중국을 필요로 하는 만큼 중국도 한국을 필요로 한다. 비대칭적이기는 하지만 한중간 무역의 상호의존도도 높아졌다. 요즘 우리가 중국에 수출하는 것의 상당한 부분은 중간재이다. 한국으로부터의 중간재 수입이 차단되면 중국의 대외수출도 영향을 받게 된다. 더욱이 저성장과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과거와 같은 무역보복을 하기는 쉽지 않다. 이를 증명하듯 중국에서 나오고 있는 한국에 대한 압박과 제재 이야기에도 무역보복은 없다. 물론 중국은 관광객을 통제하는 것과 같은 무역이 아닌 다른 부분에서 한국을 압박할 것이나, 오래 지속할 수는 없다. 중국을 대함에 있어서 자신감을 가져도 되는 여건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접근해야 한다.

북한문제와 관련해서 “중국 역할론”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우리가 중국 역할을 강조할수록 중국의 대(對)한반도 영향력을 키워주는 결과를 낳는다. 중국은 이를 한국이나 미국에 대한 전략적 지렛대로 활용할 것이다. 북한문제와 관련하여 “중국 역할론”이 아닌 “중국 책임론”을 생각해야 한다. 즉 북한이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이 해야 할 바를 하지 않고 방치한 결과이기도 하다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 북한이 가지고 있는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는 중국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간 것이다. 중국은 북한주민의 삶에 해가 되는 제재는 하지 않겠다며 북한이 아프게 느낄만한 경제제재를 하지 않고 있다. 중국에 대해 과도한 기대를 가지기 보다는 안보와 통일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바를 당당히 그리고 적시에 하면서 중국이 우리와 같은 길을 걸어가는 동반자인지를 스스로 입증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한반도를 넘어 동아시아 지역평화와 안전에 관한 한국의 역할과 기여를 강화, 확대해 한국의 전략적 가치와 중량감을 높여야 한다. 우리는 그간 중국 눈치를 보면서 지역안보문제에 대해 소극적이었다. 그 결과 “한국의 중국 경사론”이 나오기도 했다. 이제 규범에 관한 문제에 있어서 원칙을 가지고 당당히 나서야 한다. 우리와 직접 연관되는 않은 문제라고 회피하거나 방관해서는 안 된다. 또한 양자차원에서 주요 안보 문제 해결에 필요한 지역국가들의 능력 배양(capacity building)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우리의 국력에 맞게 환경, 보건, 마약, 인신매매, 재해재난 등과 같은 초국가적 인간안보문제에 관한 다자협력에 참여와 기여를 확대해야 한다.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지역 평화와 안전에 관한 한국의 역할 확대는 한미관계에서 한국의 입장을 강화한다. 대미관계에서 한국의 목소리 강화는 중국이 한국을 대함에 있어서 압박보다는 협력의 가능성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가져 온다.

사드 배치와 남중국해 판결을 계기로 새로운 대중 외교전략을 짜야 한다. 새 외교전략은 두려움이 아닌 당당함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 지역문제에 대한 보다 적극적 참여와 기여 확대를 통해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자. 이를 통해 지역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고, 고양된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활용하여 중국을 대해야 한다.

* 본 블로그의 내용은 7월 19일자 동아광장에 기재된 글을 수정/보완한 것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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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최강

연구부문 부원장 ; 외교안보센터

최강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연구부원장이자 수석연구위원이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국립외교원에서 기획부장과 외교안보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동 연구원에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교수로 재직하며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미주연구부장을 지냈다. 또한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아태안보협력이사회 한국위원회 회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했다. 한국국방연구원에서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국제군축연구실장, 2002년부터 2005년까지는 국방현안팀장 및 한국국방연구 저널 편집장 등 여러 직책을 역임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기획부 부장으로서 국가 안보정책 실무를 다루었으며, 4자회담 당시 한국 대표 사절단으로도 참여한 바 있다. 1959년생으로 경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고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구분야는 군비통제, 위기관리, 북한군사, 다자안보협력, 핵확산방지, 한미동맹 그리고 남북관계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