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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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원자력발전소, ⓒREUTERS

지난 6월, 산업통상자원부는 고리 1호기 원자력발전소 영구정지를 권고하고 2029년까지 두 기의 원자력발전소를 신규 건설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두 사안은 각각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전자는 여론에 떠밀려 충분한 가동여력이 있는 발전소를 정지한다는 원자력 전문가들의 비난이고 후자는 원전 추가건설을 반대하는 환경론자들의 비난이다.

고리 1호기는 1978년 운전을 시작한 국내 최초의 원전으로 처음 30년 운전 후 10년간 연장 운영을 승인 받아 2017년까지 가동할 계획이다. 최초 10년 연장 운전에 대해서도 많은 논란이 있었다. 사실 원자력발전소의 ‘수명’이란 설계 시 설정한 설계기간(design life)이지 30년 가동 후 원전의 내구수명이 다한다는 뜻은 아니다. 외국에선 면허갱신(license renewal, 미국), 면허연장(license extension, 핀란드) 계속운전(continued operating, 영국) 등의 용어를 사용한다. 그래서 요즘은 ‘계속운전’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

가압경수로(PWR)인 고리 1호기는 교체가 불가능한 원자로 압력용기의 건전성이 계속운전 여부를 결정하는데 중요하다. 이를 위해 압력용기 내부에 장착한 감시시편을 검사해 계속운전 여부를 결정하며, 건전성이 확인되면 계속운전을 해도 기술적 문제는 없다. 미국에선 같은 원자로 모델인 Kewaunee 원전을 연장 운영한 사례도 있다. 현재 신규 원전의 설계기간은 40~60년으로 연장되었으며 80년까지도 논의되고 있으므로 30~40년 운전 후 폐로는 보수적인 판단이다. 따라서 고리 1호기의 경우 압력용기에 대한 건전성 평가가 투명하고 기준에 맞게 진행된다면 계속운전 해도 문제는 없다. 그러나 정부 권고를 받아들인 한국수력원자력은 경제성 등의 이유를 들어 2차 계속운전을 신청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엄밀히 따지면 고리 1호기의 폐로 결정은 경제성보다 사회적 수용성과 정치적 선택을 우선한 결과이다. 기술적 건전성이 보증 된다 해도 두 번이나 연장 운전하기 때문에 노후 원전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있을 것이다. 그동안 원자력발전소 건설과 운영을 둘러싼 크고 작은 비리들도 계속운전에 대한 반대여론을 키웠다. 세월호, 메르스 등 최근의 여러 사회적 재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정부에 대한 불신도 불안을 증폭시켰다. 이러한 사회적 수용성 문제는 지역주민 설득과 보상 등으로 이어져 정부 및 지역사회의 경제적 부담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원자력발전소 한 기의 건설비용을 감안한다면 40년 운전 후 폐로는 아까울 수 있다.

그러나 24기의 원전을 보유한 우리 상황을 볼 때 이러한 경험이 ‘실’만 되는 것은 아니다. 계속운전으로 더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득을 얼마나 포기했는지, 신뢰 저하로 사회적 수용성을 잃게 될 때 얼마나 큰 손실이 초래 될 지를 꼼꼼히 계산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좁은 국토에서 지속적인 건설만 추진해 왔던 원자력발전 정책에 폐로, 해체, 환경복원 같은 마무리 작업이 포함되게 됐다는 사실에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신규 2기 원전을 건설하기로 한 계획에 대해서는 전력수요 과다예측이라는 비난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력수요 예측치를 경제성장률과 과거 에너지 사용 행태를 기준으로 전망한 후 수요관리 목표에 따른 감축효과로 조정한다. 그런데 2년 단위로 수립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10년까지의 전력수요 예측치와 실제치를 비교하면 오히려 과소예측한 면이 있었다. 전력 예비율이 2003년 이후 계속 감소해 2012년에는 5%대까지 하락했고 최근 몇 년간 성장률 둔화, 국내 산업경쟁력 저하 등으로 2014년에는 전력소비량 증가세가 0.6%까지 내려갔으나 이를 근거로 전력수요를 대폭 하향조정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의 전력 수요가 중화학 위주의 산업구조 및 낮은 전기요금으로 인해 과한 것은 맞지만 전력수요예측을 인위적으로 크게 높일 수는 없다. 전력요금 인상, 전력사용 위주의 산업구조 개편 등을 통해 장기적 전력수요를 낮춘다면 예측치도 낮출 수 있으나 현 시점에서 이를 전적으로 반영한 에너지계획을 수립할 수는 없다.

원자력은 환경문제를 고려할 때 화력발전과 마찬가지로 궁극의 에너지원이 될 수는 없다. 기술의 발전추이는 사회를 분산시스템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3D 프린팅 기술의 발전으로 촉발되는 제조업의 혁신은 대량생산 시스템을 분산형으로 변화시키고 있고 유럽의 에너지산업은 이미 분산형 발전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 대규모 전력을 생산해 송전하는 현재의 원전 시스템은 이미 많은 제약을 안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국내 상황에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전력원을 찾기는 불가능하다. 화석연료인 휘발유에 의존하던 운송 시스템이 전기를 쓰는 시스템으로 변화하는 현재는 더욱 그러하다.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로 인해 화석연료 사용은 제한되고,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아직 시기상조다. 정부의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은 수요관리 정책, 분산형 발전시스템으로의 전환 등을 큰 방향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산업통상자원부의 ‘15년 에너지기술개발’에도 신재생에너지 기술 개발와 수요관리 기술 개발에 전체 예산의 3분의 2를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은 2%대에 그치고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도 2029년 구성비를 4.6%로 잡고 있다. 획기적인 기술개발이 일어나지 않는 한 신재생에너지로의 급작스러운 변동은 일어나기 힘들다.

후쿠시마 사고로 원전 제로 정책을 펼쳤던 일본도 센다이 원자력발전소에 핵연료를 다시 장전하고 있다. 중국은 매년 6~7기의 원자력발전소를 새로 건설한다. 현실적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부존자원이 없고 에너지 안보의 위협이 심각한 나라에서는 국가 경제발전에 미치는 영향, 기후변화 협상 추이, 과학기술 발전 속도, 전기에 대한 미래 수요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하여 원자력발전 정책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

2014년 본원에서 실시한 국민의식조사를 보면 원자력발전에 대해 68.9% 찬성, 14.1% 반대로 찬성이 월등하게 높게 나타났다. 신규원전 건설도 찬성 45.1%, 반대 38.3%로 찬성 의견이 많다. 원전 수출도 압도적으로 찬성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안전을 우려하는 의견이 53%를 넘는 등 사업자와 정부에 대한 불신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원자력발전소 수명연장에는 찬성 34%, 반대 46%로 반대 여론이 높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의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결정은 국민 의식의 반영이라고 볼 수도 있다. 아무리 경제적 이익이 있고 필요성이 커도 민주주의국가에서 일방적 정책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썩는데 수 백 년이 걸리는 플라스틱을 편리하다는 이유로 아직 포기하지 못한다. 대신 썩는 플라스틱, 바이오 플라스틱 등을 끊임없이 개발해 대체하고자 한다. 매년 반복되는 항공기 사고를 목격하면서도 여전히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한다. 대신 안전장치들을 더 만들고 더 안전하게 운항하기를 요구한다.

원자력발전도 마찬가지다. 전력소비를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조금은 마음에 들지 않아도 당분간은 원자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대신 끊임없는 감시로 안전성을 확보하고 사업자에 신뢰 회복을 요구해야 한다. 건설에서 폐로, 환경복원까지의 전 과정을 국민들이 보고 신뢰하도록 만드는 것이 사업자와 정부가 해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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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영
박지영

글로벌 거버넌스센터 / 과학기술정책프로그램, 핵정책기술프로그램

박지영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글로벌 거버넌스센터장이며 과학기술정책프로그램, 핵정책기술프로그램 선임연구위원이다. 서울대학교에서 핵공학 학사와 석사, 미국 University of Michigan에서 핵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서울대학교 정책학 석사학위도 취득하였다, 2000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재직하였으며 R&D 타당성조사 센터장을 역임하였다. 주요연구분야는 핵정책, 근거중심 과학기술정책, 과학기술과 안보정책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