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칼럼

Brendan McDermid ⓒREUTER

Brendan McDermid ⓒREUTERS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는 2016년 3월 2일 만장일치로 대북제재 결의(Resolution) 2270을 채택했다. 이번 제재가 전례 없이 강력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국내외에서 잇달아 나왔지만 실상은 다르다.

결의 채택 직후 주유엔 미국대사 사만다 파워(Samantha Power)는 “북한 당국은 그들이 찾을 수 있는 구멍을 찾아 트럭을 몰 것이다. 그러나 이 결의는 매우 탄탄하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은 “범위와 수준에 있어 전례 없는 대북제재 결의”라고 평가했다. 우리 외교부도 “70년 유엔 역사상 비군사적 조치로는 가장 강력하고 실효적인 제재 결의”라며 환영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제재의 성패가 중국에 달려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중국이 대북제재를 확실히 이행한다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국 배치를 너무 서두를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주장도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중국도 한국을 향하여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

냉정하게 따져보면, 결의 2270은 최고 수준의 대북제재가 아니며 충실히 이행된다 하더라도 이 정도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막을 수 없다.

유엔 안보리는 평화를 위협 또는 파괴하거나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 행위가 발생할 경우 유엔 헌장 제7장에 따라 ‘비군사적’ 조치(제41조) 또는 ‘군사적’ 조치(제42조)를 취할 수 있다. ‘비군사적’ 조치에도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포괄적(comprehensive) 제재이고 다른 하나는 표적(targeted) 제재다. 해당 국가의 무역 전체를 제재하는 경우가 포괄적 제재이고 제재 분야나 대상을 특정하는 경우가 표적 제재다. 적용 범위가 무차별적인 포괄적 제재가 당연히 표적 제재보다 강력하다.

포괄적 제재의 대표적인 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를 제재하기 위해 1985년 7월 26일 채택된 결의 569다. 이 결의는 유엔 회원국들로 하여금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모든’ 신규투자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또 다른 예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이후 1990년 8월 6일 이라크를 대상으로 채택된 결의 661이다. 이 결의는 유엔 회원국들로 하여금 이라크 또는 쿠웨이트가 원산지인 ‘모든’ 생필품 및 상품의 수입을 전면적으로 금지토록 했다. 사담 후세인 등 당시 이라크 지도부보다 일반 국민들이 더 큰 고통을 받았기 때문에 결의 661은 ‘무식한 제재(dumb sanctions)’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지만, 그 어떤 표적 제재보다도 강력했던 것은 분명하다. 결의 569와 결의 661의 예만 보더라도 결의 2270은 지금까지 안보리가 만든 가장 강력하고 실효적인 비군사적 조치라고는 할 수 없다.

결의 2270의 기본 프레임은 2006년 10월 14일 통과된 결의 1718에서 비롯되었다. 안보리는 결의 1718을 기초로 결의 1874(2009년 6월 12일), 결의 2094(2013년 3월 7일)를 채택하며 대북제재의 그물망을 더욱 촘촘히 엮어 왔다. 결의 2270은 결의 1718의 토대 위에 헌장 제7장을 원용한 네 번째 대북제재 결의다. 결의 1718은 제재 분야를 무기, 핵 ∙ 미사일 개발 관련 물자, 사치품으로, 제재 대상을 핵 개발 및 외화벌이와 관련이 있는 기관 또는 개인으로 한정하는 대북제재 프레임을 구축하였다. 이러한 프레임은 이번 결의 2270에서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결의 2270에서는 이전 결의보다 무기금수 품목이 증가하였고, 컴퓨터와 같이 무기생산에 전용될 수 있는 모든 물품의 거래를 불허하는 ‘catch-all’ 제도가 회원국들에게 의무화 되었으나 제재 분야가 무기로 한정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기존 제재의 프레임을 벗어나 정말 강력한 제재를 가하려 했다면 ‘모든 공산품의 수출입 금지’와 같이 제재 분야를 확대했어야 했다.

많은 언론들은 이번 결의 2270이 ‘북한행 또는 북한발 화물 전수조사’를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핵 ∙ 미사일 개발 관련 물질 또는 설비를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미 결의 1718을 통해 북한의 핵 ∙ 미사일 개발에 기여할 수 있는 모든 물질 또는 설비 등의 이전은 제한되어 있었다. 다만 이러한 물자의 ‘검색’과 관련하여 결의 2094는 북한행 또는 북한발 화물 중 핵 ∙ 미사일 개발 관련 물자가 포함되어 있다는 ‘믿을 만한 정보’를 회원국들이 입수한 경우 화물 전수조사를 시행하도록 했고, 이어서 이번 결의 2270은 그러한 정보가 없더라도 북한행 또는 북한발 화물은 ‘무조건’ 전수조사의 대상이 되도록 하였다. 즉, 검색의 정도가 강화되고 있을 뿐이다.

결의 1718에 있는 사치품에 대한 제재의 틀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결의 2094가 진주, 귀금속, 요트, 고급승용차, 경주용차 등을, 결의 2270이 고급 손목시계, 2천 달러가 넘는 스노우모빌 등을 제재 분야로 열거함으로써 결의 1718이 만들어 놓은 사치품 금수라는 틀 안에서 구체적인 목록을 조금씩 늘려나가고 있을 뿐이다.

제재 대상도 결의 1718의 틀을 유지하고 있다. 결의 2270은 제재 대상으로 핵 개발 및 외화벌이와 관련이 있는 원자력공업성, 국가우주개발국, 정찰총국, 39호실 등 12개 기관 및 관련자 16명을 열거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제재 내용을 보면, 여행금지, 자산동결과 같은 결의 1718의 프레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더 강력하게 하려면 북한 밖에 위치하고 있는 다른 회원국 금융기관의 북한 관련 ‘모든’ 계좌도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 등을 검토했어야 했다.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북한이 결의 2270을 우회해 핵 실험 또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필요한 자금과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대답은 “그렇다”다. 결의 2270의 대표적인 허점으로 여러 언론들은 ‘sectoral ban’을 들고 있다. ‘sectoral ban’이란 특정 경제 부문을 제재하는 것인데 이번 결의 2270은 북한의 ‘광물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북한의 광물 수출을 제한함으로써 북한이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는 창구 하나를 막을 수는 있으나 북한은 이미 노동력 해외 파견이나 섬유류 수출과 같은 다른 경제 부문에서 핵 개발에 필요한 자금과 자원을 획득하고 있다. 이번 결의가 노동력 해외 파견 또는 섬유류 수출 ‘sector’를 제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북한이 핵 실험 또는 미사일 발사에 필요한 자금과 자원을 확보할 길이 여전히 열려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의 2270의 제재를 우회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선박의 국적을 다른 국가에 등록해 국적을 세탁하는 ‘편의치적(flag of convenience)’ 제도를 이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동강’이라는 이름을 가진 북한 소유 또는 운용 선박이 캄보디아 해운당국에 등록되어 있는 경우 이 선박이 어떤 유엔 회원국에 입항하게 되면 그 회원국은 선박의 이름이 북한과 관련이 있다는 의심 아래 결의 2270에 따라 화물 전수조사를 실시하고자 할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선박 이름을 ‘Grand Princess’로 짓는다면 해당국이 외형상 캄보디아 국적을 가진 선박을 아무런 이유 없이 북한 소유 또는 운용 선박으로 의심하여 화물 전수조사를 실시할 가능성은 낮다. 북한은 이처럼 편의치적을 통해 화물 전수조사를 피하면서 핵 실험에 필요한 물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결의 2270은 유엔 회원국들에게 북한이 소유하거나 운용하고 있는 선박에 대한 ‘등록취소(deregister)’를 ‘요청(call upon)’하고 있을 뿐 이를 강제하지는 않고 있다. 유엔해양법협약도 선박의 국적은 각국의 법령에 따라 자유롭게 부여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편의치적을 법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 따라서 북한은 현재 북한에 등록되어 있는 선박의 등록국을 변경하거나 새롭게 보유할 선박을 처음부터 다른 국가에 등록해 북한행 또는 북한발 화물 전수조사를 피해갈 가능성이 높다.

결의 2270은 이행구조에 있어서도 결의 1718이 만들어 놓은 무력함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북한이 허점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는 사만다 파워 대사의 예상과 달리 구조적인 허점으로 인해 북한이 핵 개발에 필요한 자금과 자원을 획득할 수 있는 길이 여전히 열려 있다. 결의 1718은 회원국들이 제공하는 관련 정보를 검토하고 금수물자의 구체적인 목록을 만드는 등 행정적인 업무를 처리하는 제재위원회 설치를 규정하고 있다. 안보리 15개 이사국들로만 구성된 제재위원회는 유엔 사무국의 행정적인 지원 속에 겨우 운영되고 있다. 안보리는 이 제재위원회에 결의 2270의 이행을 위한 행정적 과제를 ‘지시(direct)’할 뿐이다. 무력한 제재위원회가 안보리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할 역량을 갖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제재위원회는 2015년 겨우 다섯 번의 비공식 협의를 했을 뿐이다.

제재위원회의 한정된 역량으로 인해 대북제재 이행의 신속성과 이행의 질이 문제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제재 대상에 포함된 북한 노동당 39호실이 539호실로 이름을 바꿀 경우 관련 정보가 신속히 업데이트 되어 회원국들에게 전파되어야 제재의 실효성이 유지될 것이다. 하지만 제재위원회는 역량의 한계 때문에 39호실이 539호실로 이름을 변경했다는 사실을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파악하거나 아예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다.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북한의 32개 단체와 28명의 개인이 페이퍼 컴퍼니 또는 가명으로 활동하는지 여부를 집요하게 추적하고 감시할 필요가 있지만 현재의 제재위원회 체제로는 이를 수행하기 어렵다. 만약 외화벌이 일꾼으로서 여행금지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 인사가 이름을 바꾸어서 자유롭게 해외를 돌아다녀도 이에 대한 정보가 업데이트 되지 않는다면 그 인사에 대한 제재는 무력화 되는 것이다.

요컨대 결의 2270은 북한의 핵 ∙ 미사일 개발을 불편하게 만들거나 속도를 늦출 수는 있어도 이를 근원적으로 봉쇄할 수는 없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결의 2270이 채택된 지금 이 시점에서 두 가지 차원의 노력을 해야 한다.

우선 결의 2270이 유엔 회원국들에게 ‘결의 채택 90일 내에 구체적으로 취한 조치를 안보리에 보고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 최대한 많은 회원국들이 제재조치를 이행하고 이를 안보리에 보고할 수 있도록 외교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2015년에 단지 3개국만이 대북제재 이행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했다는 것은 대북제재 결의 채택과 제재조치 이행 사이의 간극이 매우 크다는 것을 증명한다. 새로운 결의가 채택되었으니 이제는 한국, 미국, 중국 등이 개별적으로 제재를 가하고 이를 이행하는데 진력하면 된다는 정도의 인식으로는 부족하다. 우리 정부 주도로 EU, AU, ASEAN 등 소속 회원국에게 법적 또는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역기구들이 참여하는 ‘북한제재협의위원회(가칭)’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우리 정부는 결의 1718이 구축한 제재 표적을 확대하는 새로운 차원의 안보리 결의 채택을 시도하여야 한다. 제재 분야가 무기, 핵 ∙ 미사일 개발 관련 물자, 사치품으로, 제재 대상이 핵 개발 및 외화벌이와 관련이 있는 기관 또는 개인으로 한정되어 있는 기존 프레임을 뛰어 넘는 대북제재를 추진해야 한다. 결의 1718부터 결의 2270까지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는 철도 및 통신 등의 단절은 무기, 핵 ∙ 미사일 개발 관련 물자, 사치품에 한정된 지금까지의 제재 분야를 근본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철도의 단절은 중국 및 러시아와의 연결을 끊음으로써 북한의 노동력 해외 파견을 어렵게 할 것이다. 통신의 단절은 북한과 중국의 인터넷 연결 통로를 차단해 북한 내부 인트라넷에 외부 정보가 유입되는 경로와 김정은 등 일부 북한 지도부가 사용하는 해외 네트워크를 차단하게 된다. 외부 정보가 차단되면 북한이 군사외교 정책을 만드는데 어려움을 겪게 되고, 사이버테러와 같은 공격적 행동을 할 수 없게 된다.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의 최종 목적은 북한이 핵 ∙ 미사일 개발을 포기토록 하여 동북아시아에 평화를 구축하는 것이다. 기존 안보리 결의 1718이 구축한 프레임에 갇혀서 단순히 제재의 그물망을 더욱 촘촘하게 만드는 수준으로는 북한의 핵 ∙ 미사일 개발을 근본적으로 막기 어렵다. 결의 1718의 프레임을 고수한 채 특정 제재 분야 내의 제재 강도만 강화하고 제재 대상의 목록만 추가하고 있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채택의 주기적인 반복은 이번 결의 2270으로 끝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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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범
이기범

글로벌 거버넌스센터 / 국제법 및 분쟁해결프로그램

이기범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글로벌 거버넌스센터 국제법 및 분쟁해결프로그램 연구위원이다. 연세대학교 법과대학에서 법학사,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석사, 영국 에딘버러대학교 로스쿨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법학박사 학위 취득 후 연세대학교, 서울대학교, 가톨릭대학교, 광운대학교, 전북대학교 등에서 국제법을 강의하였다. 주요 연구분야는 해양경계획정, 국제분쟁해결제도, 영토 문제, 국제기구법, 국제법상 제재(sanctions) 문제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