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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주변 상황을 암울한 생각이 들고 탄식이 앞선다. 어디를 둘러봐도 희망을 갖게 하거나 안심이 되는 곳이 없다. 지난 7월 8일 사드 배치 결정이 발표된 이후 한중관계는 1992년 8월 24일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 관영 언론에서는 연일 한국에 대한 보복을 말하고 있고, 이미 일부에서는 보복이 실행되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이 한국을 압박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한국을 너무 압박할 경우 중국이 가장 원하지 않는 한·미·일 3국 안보동맹의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음 달 초 항조우 G20 회의를 계기로 한중관계가 점차 복원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 본다. 그렇다고 한중관계가 사드 배치 결정 이전의 밀월관계로 돌아가지는 못할 것이다. 어찌 보면 비정상적이라고 할 정도로 좋았던 한중관계에서 거품이 빠진 좀 더 냉철한 관계, 철저한 손익계산에 입각한 한 관계로 진화하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눈을 돌려 한미관계를 보면 녹녹치 않아 보인다. 현재 한미관계가 최상의 관계라고 하지만 차기 미 행정부와의 관계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한국과 미국간에 조율하고 조정해야 할 사항들이 있고, 그 과정에서 이견과 마찰이 있을 수 있다. 이미 잘 알려진 방위비 분담 문제가 대표적인 것이다. 한국이 방위비 분담을 더 해야 한다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후보만의 주장은 아니다. 미국 조야에서는 한국이 균형된(equitable) 방위비 분담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더욱이 미국의 경제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한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 압박은 증가할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미국 내에는 한국이 적정 수준의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는 지에 대해서 의문을 갖고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이 있다. 물론 미 정부 인사들은 이런 말을 대놓고 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이면에서는 불만을 토로하곤 한다. 현재 한국의 국방비는 GDP 대비 약 2.7%의 수준이다. 이는 한국이 처한 안보현실과 경제력에 비해 부족한 것으로 평가한다. 전력 현대화의 속도와 폭도 기대에 못 미친다고 보고 있다. 이것이 방위비 분담문제와 결합하여 한국의 안보무임승차론의 또 다른 원인이 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문제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 안보문제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나아가 미국은 한국이 지역안보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기여하기를 원하며,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제도화하기를 원한다. 대표적인 것이 한일 정보보호협정(GSOMIA: 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과 군수지원협정(ACSA: Acquisition and Cross-Service Agreement)일 것이다. 중국과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에 있는 한국으로서는 피하고 싶은 문제이겠지만 언제까지나 피할 수 없는 문제이다. 지역안보문제에 관한 논의를 회피하고, 미국의 동맹과 우방국들간의 협력에 주저할수록 한국에 대한 의혹의 눈초리는 증가하고 한미동맹의 중요성은 감소한다. 지난 6월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의 샹그릴라 대화 연설에서 한국이 빠진 일, 7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도 한국을 제외한 미국, 일본, 호주 3국 외무장관들만이 자리를 같이 한 일은 미국이 한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 지를 보여주고 큰 전략적 논의에서 한국은 배제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게 하는 일들이다.

소원해진 중국과의 관계에 더하여 안보의 근간인 한미동맹이 흔들리는 것은 최악의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한국은 중국을 넘어 미국을 보며 입체적이고 포괄적인 외교 전략을 짜야 한다. 지금 당면하고 있는 중국문제에 가려 더 큰 전략적 자산이자 우리 안보의 핵심중 하나인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이미 늦다. 그리고 해결에 더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들게 된다. 아직 늦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이 적기일 수 있다. 지금부터 미 의회, 학자·전문가, 언론, 그리고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한 전방위적인 대미 공공외교를 전개해야 한다.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예를 들어 북한문제에 대한 입장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궁금해 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는 문제와 기대하고 있는 것에 대한 답을 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 본 글은 8월 20일자 동아광장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About Experts

최강
최강

원장

최강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원장이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국립외교원에서 기획부장과 외교안보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동 연구원에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교수로 재직하며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미주연구부장을 지냈다. 또한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아태안보협력이사회 한국위원회 회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했다. 한국국방연구원에서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국제군축연구실장, 2002년부터 2005년까지는 국방현안팀장 및 한국국방연구 저널 편집장 등 여러 직책을 역임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기획부 부장으로서 국가 안보정책 실무를 다루었으며, 4자회담 당시 한국 대표 사절단으로도 참여한 바 있다. 1959년생으로 경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고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구분야는 군비통제, 위기관리, 북한군사, 다자안보협력, 핵확산방지, 한미동맹 그리고 남북관계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