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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I PeaceNet 2013-05-23

“시리아 사태와 중견국가 한국의 전략”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연구센터

2011년 초 튀니지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반 독재 민주화 혁명이 발발하면서 주변국 시리아에도 ‘아랍의 봄’이 시작되었다. 시리아의 혁명이 점차 내전으로 변해갈 때도 많은 이들이 바샤르 아사드 대통령 역시 튀니지, 이집트의 독재자와 마찬가지로 곧 부와 권력을 포기하고 물러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적어도 내전이 본격화되면 리비아의 카다피처럼 반군에 의해 최후를 맞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시리아의 부자 세습 체제는 의외로 강고했다. 시민혁명이 시작된 지 2년이 지나고 사망자가 8만 명을 넘고 있으나 아사드 정권이 언제 몰락할지, 몰락한 후의 시리아는 어떤 모습일지 오리무중이다.

시리아의 독재 정권이 정확히 언제 무너질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특별한 전조 현상 없이 돌연 붕괴할 것은 확실하다. 아사드 정권은 본질적으로 매우 취약하며 폭발 직전의 불안정을 일시적으로 억눌러 현재의 내구성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이는 안정은 인위적인 탄압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아사드 정권의 내구성과 시리아 내전 장기화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강권기구를 장악하고 있는 집권 엘리트가 정권의 생존을 위해 강한 응집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970년 하페즈 아사드가 바아스(Baath)당 내부 권력투쟁 과정에서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이래 지배 엘리트는 한 번도 지도자를 선출해본 적이 없다. 따라서 이들은 불확실한 미래보다 현재 바샤르 아사드가 이끄는 세습 독재를 선호한다. 도시 비즈니스 엘리트도 실현가능한 대안을 찾기 못했기 때문에 현 정권을 지지하고 있다. 사실 대표적 반 아사드 야권 세력인 자유시리아군(Free Syrian Army)은 탈영한 정부군 사병이나 군 경험이 전혀 없는 민간인으로 이루어져 오합지졸에 가깝다.

둘째, 중국, 러시아, 이란이 아사드 정권을 꾸준히 지원해온 것에 비해 반 아사드 국제연대의 자유시리아군 지원은 체계적이지 못하다. 역내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가 무기와 자금을, 터키가 난민 거처를 지원하고 있으나 대상이나 경로를 둘러싸고 혼선을 빚고 있다. 또한 미국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의 피로감으로 인해 아시아 중시정책(‘pivot to Asia’)을 천명한 후 뒤에서 이끌겠다(‘leading from behind’)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유럽 역시 재정 위기 때문에 시리아 사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지휘 체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반군을 지원하는데 드는 노력과 비용은 아무리 무너져가는 정권이라 할지라도 현 정권의 유지에 비해 훨씬 크다.

하지만 아사드 정권은 분명히 붕괴할 것이고 그 시나리오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아사드 정권 내부 엘리트 간의 분열로 인해 쿠데타가 일어나는 것이다. 국가는 이미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하고 국제적 압력이 계속되는 현 상황에서 시간은 집권 엘리트의 편이 아니다. 둘째, 자유시리아군이 외부로부터 대대적인 무장 지원을 받고 전투력을 정비하여 수도 다마스커스를 함락하는 것이다. 셋째, 반 아사드 국제연대가 아사드 정권에 대한 압박 수위를 즉각적인 군사개입 선까지 높여 퇴진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시나리오가 가능하려면 소극적인 미국과 유럽 대신 역내 국가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하다. 최근 지역 리더인 터키,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의 4개국 공조 없이는 시리아 사태의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다만 문제는 이란에게 아사드 정권 지지를 중단하고 세 국가와 함께 포스트-아사드 체제를 구상하는 협상 테이블에 참여하도록 유인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가능한 유인책으로는 아사드 이후 시리아에 급진 순니 정권을 세우지 않겠다는 약속 정도가 될 것이다.

글로벌 중견국으로 15년 만에 유엔안보리에 돌아온 한국이 이사국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국제 리더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시리아 사태에 대해 다자주의, 인도주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 2013-2014년 임기를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의장국이 된 우리나라는 긴박한 중동 현안을 중심으로 안보리를 이끌었다.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 ‘무력분쟁 하에서 민간인 보호’에 대한 의장 성명을 채택하여 전시 민간인 보호가 안보리의 주요 책임임을 공표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사바(Al Sabah) 쿠웨이트 국왕이 공동 개최한 인도적 지원 고위급 회의에서는 시리아 난민 지원을 위한 총 15억 불 모금액 중 300만 불 제공을 약속했다. 이로써 우리나라의 시리아 난민 지원 규모는 총 500만 불에 달하고 있다. 큰 액수는 아니지만 매우 고무적인 변화이다.

이러한 다자주의, 인도주의 정책을 보다 효과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강대국 편승 전략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는 종종 한반도 의제와 한미 공조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국제무대에서 우리의 행동반경을 스스로 좁혀왔다. 하지만 우리가 중견국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한다고 해서 한미 공조가 약화될 일은 없다. 오히려 아랍 독재정권을 비호하여 민심을 얻지 못했던 미국 대신 우리가 중동에서 독자적인 중견국의 역량을 인정받으면 한미 공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도덕적 권위를 중시하는 중재자 역할을 수행하여 국제무대에서 입지를 강화하면 한반도 의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다룰 수도 있다.

최근 대표적인 중견국으로 급부상하며 시리아 사태 해결에서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는 터키와 공조는 매우 효과적인 전략이다. 터키는 ‘주변국과 아무런 문제없이 지내겠다(‘zero problems with neighbors’)’는 독자 노선을 표명하며 강대국과 확연히 구별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시리아 사태 초기에는 아사드 대통령과 수차례 대화를 통해 조기 해결을 시도했고 현재는 아사드 정권의 계속되는 민간인 학살에 항의하며 난민에게 인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또한 걸프협력회의국 가운데 유일하게 소프트 파워를 보유한 카타르도 협력 대상국이다. 카타르는 알 자지라 방송국을 설립하여 중동의 독립적인 시각과 목소리를 키우는데 기여해왔다. 아랍의 봄 직후 리비아 내전에서 반 카다피 시민군을 후원했고 현재 자유시리아군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물론 터키와 카타르는 미국의 우방으로 건재하며 동시에 이란 핵문제 협상의 중재자로도 활약하고 있다.

* JPI PeaceNet에 게재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의견으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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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향

지역연구센터 / 중동연구프로그램

장지향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지역연구센터 중동연구프로그램 선임연구위원이다. 외교부의 정책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문학사, 정치학 석사 학위를, 미국 텍사스 오스틴 대학교(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연구 분야는 중동 정치경제, 정치 이슬람, 비교 민주화, 국제개발협력 등이 있다. 저서로 클레멘트 헨리(Clement Henry)와 공편한 «The Arab Spring: Will It Lead to Democratic Transitions?» (Asan Institute 2012, Palgrave Macmillan 2013), 주요 논문으로 “혁명의 우발성과 다양성: 2011년 ‘중동의 봄’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아산정책연구원 이슈 브리프, 2011), “세계화 시기 자본의 민주적 함의: 이슬람 자본의 성장에 따른 무슬림 포괄 정당의 부상에 대한 이론적 고찰” (국제•지역연구, 2010), “Islamic Fundamentalism” (International Encyclopedia of the Social Sciences, 2008)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파와즈 게르게스(Fawaz Gerges)의 «지하디스트의 여정» (아산정책연구원, 2011)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