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활동


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 한국학연구센터는 7월 15일(수), 제3회 <아산서평모임>을 개최했다. 3회 모임의 주제도서는 이숙인 교수(서울대학교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의 『정절의 역사: 조선 지식인의 성 담론』(푸른역사, 2014)이며 정수복 작가의 사회로 저자인 이숙인 교수가 발표, 김정경 교수(서강대학교), 백상현 교수(한국프로이트라캉칼리지)가 지정 토론을 맡았다. 아산정책연구원 2층 회의실에서 진행된 이날 모임에는 전상진(서강대학교 사회학과)교수, 한자경(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교수, 이남희(원광대학교 한국문화학과) 교수 등 22명이 참석했다.

◈ 이숙인 교수 발제=“정절 인식과 실천은 유교 체계와 조선의 역사가 빚어낸 산물”

이숙인 교수는 “정절은 기본적으로 애정을 바탕으로 한 배우자의 상호 의무 개념이나, 조선에서는 아내의 일방적 의무 개념으로 전개되었다”며 “풍속과 교화의 정치를 표방한 조선에서는 정절녀를 발굴하는 정려 사업을 활성화했고, 절의節義의 정신을 표방한 사림들이 학문과 정치를 주도하게 되면서 정절이 최상의 도덕적 좌표로 설정되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조선은 특히 왜란과 호란의 두 차례 전란이 초래한 국가적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여성의 정절을 사회통합의 주요 수단으로 강조했다. 정절은 단순한 도덕 원리가 아니라 가부장적인 통치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강조된 체제 이데올로기의 성격이 강했다. 이어 이 교수는 “조선 사회는 정절 여성을 포장하는 한편, 실행녀失行女로 지목된 여성을 감시하고 검열하는 시스템을 가동시켜 당사자는 물론 그 남성 가족과 자손들에게도 관직 진입 봉쇄라는 불이익을 줬다는 점에서 정절은 곧 국법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조선의 정절과 관련한 모든 논쟁은 지식 권력, 정치 권력을 가진 사대부 남성이 전유했다”고 한계를 지적하며, “여성의 실제 삶에 주목하고 구체적인 현실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목적을 가졌다기보다 상층부 지식인들의 이데올로기 논쟁의 성격이 강했다”고 비판했다.

◈ 김정경 교수=“『정절의 역사』는 ‘전통의 향기’ 꿈꾸는 이들 불편하게 할 책”

김정경 교수는 『정절의 역사』의 미덕으로 이숙인 교수의 글쓰기 방식을 꼽았다. 김 교수는 “이 책은 조선시대의 양반 남성 혹은 국가 권력이 정절 이데올로기를 기제로 여성들을 억압한 구체적인 사례들을 객관적으로 나열한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오히려 독자가 스스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게 한다는 점에서 저자가 직접적인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것보다 대상의 모순을 더욱 효과적으로 드러낸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 책은 ‘정절이 무엇이다’ 식의 정의를 내리는 게 아니라, 한 사회가 정절을 어떻게 서사화하고 서술했는지를 보여주는 ‘정절의 담론화’ 역사서로서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교수는 조선 여성사 연구의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로 조선 후기 ‘서학’의 유입을 들며, 조선의 여성들이 늘 억압받는 존재였던 것만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세 서양에서는 봉건적 사상으로 하위자를 억압했던 천주교가 조선 사회에서 반봉건, 해방의 종교로 등장해 여성들에게 평등 사상을 전파하게 된 것은 매우 특징적이다”라며 “서학을 받아들인 18~19세기 초의 여성들은 자신의 육체적 욕망을 주체적으로 관리하며 페미니즘적인 에너지를 분출했다”고 설명했다.

◈ 백상현 교수=“오늘날 한국 사회, 조선과 조금도 다르지 않아”

백상현 교수에 따르면 조선뿐만 아니라 서구 문명권에서도 ‘정절’ 혹은 ‘순결’을 강제하며 여성을 억압하고 통제해왔다. 그는 “문명의 입장에서 ‘여성성’은 곧 통제를 벗어난 무제한적인 욕망을 의미하고, 따라서 자신의 욕망을 주체적으로 드러내는 여성은 마녀와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로 간주했기 때문”이라며 “여성의 성을 통제하는 것은 문명이 살아남고 유지되기 위한 하나의 방책이었다”고 설명했다.

백 교수는 “그렇다면 오늘날의 사회는 어떠한 방식으로 여성을 통제하고 있는지, 또 억압받는 여성들이 누구인지를 고민해 보는 것이 『정절의 역사』를 현실과 연결시켜 가장 생산적인 방식으로 독해하는 것”이라며 “오늘날의 사회는 조선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우리 사회는 봉건적 잔재로부터 벗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유교가 활용한 억압의 기제를 다른 방식으로 사용하며 하위자를 배제하는 주체, 즉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인해 여전히 사회적 약자들이 억압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자본주의는 아름다운 여성, 능력이 있지만 남성과 경쟁하지 않으려는 여성 등 ‘상품 가치를 지닌 여성’에 포함되지 않는 여성들을 억압하고, 또 그 여성들이 스스로를 억압하도록 한다. 과거 조선에서 유교 이데올로기가 작동한 방식을 그대로 사용하며 오늘날의 사회의 권력 구조를 유지시킨다”고 말했다.

※ 제3회 <아산서평모임> 세부일정표, 발제자료 및 토론문 (첨부파일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