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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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 한국학연구센터는 1월 20일(수), 제6회 <아산서평모임>을 개최했다. 주제 도서는 조경란 교수(연세대학교)의 『현대 중국 지식인 지도: 신좌파∙자유주의∙신유가』(글항아리, 2013)였다. 정수복 작가의 사회로 진행된 모임에서 저자인 조 교수가 발제를 했으며, 이문기 교수(세종대학교), 임상범 교수(성신여자대학교)가 지정 토론을 맡았다. 이날 모임에는 이근관(서울대학교) 교수, 박명호(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이한우(조선일보) 선임기자 등 18명의 서평위원이 참석했다.

◈조경란 교수=“숭중(崇中)과 혐중(嫌中)을 넘어 연중(硏中)과 비중(批中)으로”

조경란 교수는 현대 중국의 지식인을 다음의 세 유파로 분류했다. 1) ‘신좌파’; 1990년대에 중국공산당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던 이들로 21세기에 들어와 ‘중국모델론’을 지지하면서 국가의 하위 파트너 역할을 맡고 있다. 중국모델론은 중국의 현대성을 서방화의 보편서사에서 이탈시켜 ‘중국요소’(사회주의 경험, 유가 전통 등)로 새롭게 해석하고, 중국의 체제가 사회적 보편성을 대변하며 신자유주의 체제를 종식시킬 수 있는 대안적 주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2) ‘자유주의’ 유파; 정치체제 개혁을 주장하고 다양한 형태의 민간 사회운동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유파로 국가와의 관계가 불편하다. 3) ‘대륙 신유가’; 중국의 굴기는 유가문명이 기독교 문명보다 우월하다는 증거라고 주장한다. 조 교수에 따르면 암암리에 국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신좌파’와 ‘대륙 신유가’에 비해, ‘자유주의파’의 세력은 매우 미미하다.

조 교수는 특히 대륙 신유가의 ‘유교중국’과 신좌파의 ‘중국모델론’은 중국 정부의 소프트파워 구상을 중심으로 결합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중국에서 공자는 20세기 내내 죽고 살기를 반복했다”며 “당국이 매번 다른 정치적 목적에 따라 공자, 유교를 상징적으로 활용한다”고 주장했다. 또 조 교수는 이러한 ”‘유교중국’ 기획은 ’아비투스’로서 중국 사회 저변에 깔려 있는 유교적 삶의 방식이 호응함으로써 성공적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부르디외의 개념인 ‘아비투스(Habitus)’는 사회화 과정을 거치는 동안 개인이 획득하는 영구적인 하나의 성향체계를 가리킨다. 한 계급 내의 사람들은 어떤 분류, 전유(appreciation), 판단, 인지, 행동 양식들을 공유하기 때문에 아비투스는 곧 유사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집합무의식(collective unconscious)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조 교수는 중국이 우리에게 압도적 현실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중화제국 해체 이전부터 지금까지 중국에 대한 인식이 숭중(崇中)과 혐중(嫌中)을 넘어서지 못하는 한국 학계를 비판하며, “한국∙동아시아의 인문학자들은 중국을 엄밀한 연구 대상으로 보고 ‘숭중’과 ‘혐중’을 넘어 중국을 객관적으로 연구(硏中)하고 비평(批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문기 교수=”중국 학계, 근대성에 대한 발본적 성찰과 자본주의 대안 제시 능력 부족”

이문기 교수는 “중국 지식인들에게는 근대성에 대한 근본적 성찰과 대안 모색 능력이 부족하다”며 “세계적 근대성은 물론 중국 자체의 근대성에 대한 고민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이 교수는 “마오쩌둥 시대의 유의미한 경험들을 계승하자고 주장하는 신좌파는 서구좌파와는 무관한, 매우 중국적인 유파”라며 “그 본질은 사회주의도 공산주의 혁명 경험도 아닌 민족주의”라고 주장했다. 그는 “덩샤오핑 역시 개혁개방과 자본주의를 수단으로 이용했을 뿐 본질은 민족주의의 흐름을 따랐으며, 중국이 강대국화 되면서 중화민족주의는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교수는 오늘날 보수적인 강권통치에 저항하는 중국 지식인이 나타나지 않는 데에는 1)전체주의 경험, 2)시장의 부재라는 두 가지 원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진시황대의 분서갱유보다 더 참혹했던 문화대혁명 시기의 지식인 사회 초토화, 그리고 개인의 권리 문제를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는 시장경제 시스템의 부재로 인해 중국 사회에서 지식인의 독립적인 영역이 형성되는 데에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상범 교수=”중국 지식인들의 ‘상상의 중화’”

임상범 교수는 “국가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위치를 고수하려는 지식인이 등장하기 어려운 중국의 정치 환경과 그들의 지식인관을 고려할 때, 중국 지식인들이 선전하려는 가치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된다”며, “중국의 굴기를 경계하는 서구인들의 목소리가 높아질수록 이에 자극 받은 중국 지식인들은 중국의 전통∙중국적 색채∙중국의 가치 등을 높이 드날리려는 초조감을 더욱 느끼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또 임 교수는 “중국모델론 논쟁, 새로운 중화 질서모델, 제국 중국에 대한 논의는 중국공산당과 지식인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일종의 ‘상상의 중화’”라고 비판했다. (임상범, 「대국굴기의 미래, 제국 중국?」, <중국학보> 71권, 한국중국학회, 2015)

덧붙여 그는 “중국몽(夢)에는 보편성이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앞으로 중국이 새로운 물질적 삶의 조건에 직면하고, 그에 따른 문화적 충격을 경험하면서 개인과 공동체 각각의 의미를 재정립하고 상호관계를 재구축하게 되면 지구적, 보편적 차원의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제6회 <아산서평모임> 세부일정표, 발제자료 및 토론문 (첨부파일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