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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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 한국학연구센터는 3월 16일(수), 제7회 <아산서평모임>을 개최했다. 주제도서는 김성국 교수(부산대학교)의 《잡종사회와 그 친구들: 아나키스트 자유주의 문명전환론》(이학사, 2015)이었다. 모임은 정수복 작가의 사회, 저자인 김 교수의 발제로 진행됐으며, 강정인 교수(서강대학교), 서병훈 교수(숭실대학교)가 지정 토론을 맡았다. 이날 모임에는 전상진(서강대학교) 교수, 김상준(경희대학교) 교수, 이선민(조선일보) 선임기자 등 20명의 서평위원이 참석했다.
 

◈ 김성국 교수=“동아시아 아나키즘과 개인주의∙자유주의의 재인식 통해 한국발 사회이론 구축해야”

김성국 교수는 집필 동기에 대해 “20세기 중반에 등장한 칼 포퍼의 《열린사회와 그 적들》, 그리고 미제스와 하이에크가 추구한 자유주의 정신을 계승하되, 이를 탈근대 21세기라는 변화된 상황에서 개인주의적·동아시아적 아나키즘(anarchism, 무정부주의)과 잡종화하여 ‘아나키스트 자유주의’로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아나키스트 자유주의란 ‘위험한 급진사상으로 알려진 아나키즘에서 실용주의적-개혁주의적 전통을 강조하고, 보수화하고 있는 자유주의로부터는 국가해결주의와 독점자본주의에 대한 철저한 비판의식을 도축하여, 기존 좌우파 혹은 보수와 진보를 넘어설 수 있는 새로운 이념적 지평’이다.

이어 김 교수는 기존 서구중심주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동아시아적 논리와 가치를 이념의 토대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회의 다섯 가지 핵심 기능인 경제적 적응, 정치적 목표 달성, 사회적 통합, 문화적 동기, 종교적 기능을 음양오행(陰陽五行)의 오행(목화토금수)과 연결시키고, 나아가 이를 유가의 오덕(五德)인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에 상응시킨다. 이는 결과적으로 ①정치→인(仁)→타협적 탈국가주의, ②경제→의(義)→절제적 탈물질주의, ③사회→예(禮)→협동적 개인주의, ④문화→지(智)→상대적 허무주의, ⑤종교→신(信)→현세적 신비주의라는 도식을 만들어 내는데, 김 교수가 주장하는 아나키스트 자유주의 잡종사회란 곧 이 다섯 가지가 모두 제 핵심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추동되는 사회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개인 중심의 잡종 사회학’으로의 전환을 촉구하며 “맑시즘의 설득력이 퇴색한 오늘날, 대안 이념으로 유불도선에 내장된 동아시아 아나키즘을 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으로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강정인 교수=”아나키스트 자유주의 비전, 현재로서는 실현가능성도 설득력도 없어”

강정인 교수는 주제 도서에 대해 다음의 두 가지 사항을 지적했다. 먼저 강 교수는 “김 교수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를 유교의 인의예지신에 연결한 것은 직관에 의한 것으로 치밀하고 논리적인 추론이 아니다”라며 논증이 생략된 유비추론(두 대상의 특정 속성이 동일하다는 것을 전제로 나머지 속성도 같다고 결론을 내는 방식)을 비판했다. 예컨대 유가의 인(仁)은 부자지간의 가장 원초적이고 친밀한 감정으로서 가부장적 국가의 간섭과 개입을 요구하고 상당한 수준의 복지국가를 지향할 것이기 때문에, 이를 최소국가를 지향하는 아나키스트 자유주의(타협적 탈국가주의)와 연관시키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김 교수의 주장대로 정치나 국가가 ‘인’을 표상한다면 인은 많을수록 좋은 것인데 왜 최소국가를 지향해야 하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강 교수는 “김 교수가 일부 좌파 진보주의자들의 공동체적 연대에 대한 신뢰를 비판하면서 자신은 유교적 집단주의, 유가적 개인을 강조하는 것이 모순된다”고 주장했다. 저서에서 김 교수는 좌파가 제시하는 이상적 공동체의 허구성과 불가능성을 강조하면서, 잡종사회의 이상적인 ‘개인’ 및 인간 관계를 ‘국가권력을 궁극적으로 개인 권력으로 변형시키려는 나의 탈권력화 프로젝트는 유토피아적인 것 같지만 매우 현실적이다 … 우리는 다시 저 따뜻한 부모 자식관계, 훈훈한 사제지간, 부드러운 상하 관계, 아름다운 선후배 사이를 회복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에 대해 강 교수는 “이는 우리에게 친숙한 이상일 뿐, 현실화되지 않은 사회 모습이며 유가적 이상관계를 제시하는 것은 경험적 근거의 부재를 드러내는 것”이라며 “한국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는 가족 간의 패륜적 학대, 직장이나 학교에서의 성폭력 문제, 위계질서를 악용한 갑질 문제 등을 볼 때 유가적 이상관계를 제시하는 것은 한국사회의 실상과도 전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 서병훈 교수=”’잡종적 접근’의 최대 미덕은 절충과 흡수, 구체적 근거 부재는 아쉬워”

서병훈 교수는 “김성국 교수의 잡종적 접근은 모든 측면과 가능성에 열린 태도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100%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이 책은 이념들 사이의 절충과 타협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이념들의 화해와 화합을 주창한다. 우리가 절대진리의 존재에 대해 확신하기 어렵다면 이런 자세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잡종적 접근의 최대 미덕은 절충과 흡수”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서 교수는 ‘개인주의가 자유롭게 전개되면 자발적이고 조화롭게 이타적-공동체적 집합주의로 확대될 수 있다’는 김 교수의 주장에는 의문을 제기했다. 김 교수는 이기심에서 이타심으로, 개인에서 연대로의 전환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으며, 이외에도 책의 여러 부분에서 자신의 선언을 구체적 근거로서 논증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이 책은 아나키스트 자유주의의 근본 지향을 선명하게 드러내 보이는 반면, 많은 독자들이 관심을 가질 대목, 즉 그 구체적 작동 원리는 여전히 미지의 세계로 남겨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 제7회 <아산서평모임> 세부일정표, 발제자료 및 토론문 (첨부파일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