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활동

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 한국학연구센터는 7월 20일(수), 제9회 <아산서평모임>을 개최했다. 주제도서는 조긍호 교수(서강대학교)의 《사회관계론의 동∙서 비교: 새로운 심리학의 가능성 탐색》(서강대학교출판부, 2012)이었다. 모임은 정수복 작가의 사회, 저자인 조 교수의 발제로 진행됐으며, 강정인 교수(서강대학교), 김형철 교수(연세대학교)가 지정 토론을 맡았다. 이날 모임에는 전상인 교수(서울대학교), 김기봉 교수(경기대학교), 이선민 선임기자(조선일보) 등 18명의 서평위원이 참석했다.
 

◈ 조긍호 교수=“사회관계론의 동∙서 비교, 유학심리학의 체계 구축을 위한 시도”

조긍호 교수는 본격적인 발제에 앞서, 1980년대부터 유학심리학을 연구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조 교수에 따르면 1879년 독일의 빌헬름 분트가 라이프치히 대학에 심리학 실험실을 설립한 이후, 서구 과학 심리학을 지배해 온 근본적인 연구 자세는 ‘보편주의’의 관점이었다. 즉 인간의 심성과 행동을 지배하는 보편적인 법칙을 찾아서 이론화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의 문화비교연구 결과, 서구심리학, 특히 미국심리학의 보편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고, 많은 사례를 통해 서구 심리학은 보편심리학이 아니라 서구의 문화 토착 심리학이라는 주장이 대두되었다. 이에 조 교수는 “동서의 문화 차가 그 사상적 배경인 자유주의와 유학사상의 인간관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증명하고, 유학의 이론체계에서 심리학적 관련이 깊은 네 가지 이론을 바탕으로 ‘유학심리학’이라는 새로운 체계를 구축하고자 했다”고 연구 동기를 밝혔다.

조 교수는 “일반적으로 유학사상이 동아시아인에게 끼친 영향을 분석하는 선행연구들에서는 유학의 부정적인 측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아니라, 유학의 어떤 측면이 어떤 심리적 과정을 거쳐 현재의 행동을 낳게 됐는지에 관한 분석이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그는 이러한 문제점에서 탈피하기 위해, 이성을 중시하는 서구 자유주의와는 달리 덕성의 관점으로 사회성과 도덕성을 찾는 유학의 긍정적 특성을 강조하고, 유학의 ①인성론, ②군자론, ③도덕실천론, ④수양론을 각각 심리학적 이론 체계인 ①심리구성체론, ②이상적 인간형론, ③사회관계론, ④자기발전론과 연결시켰다. 조 교수는 “이는 유학 경전에서 인간 심성의 구성요소를 이해하는 이론체계를 찾아내 이것과 현대 동아시아인의 행동 특성을 결부시킴으로써, 동아시아인의 행동 특성을 이해하는 개념틀을 구성할 뿐 아니라, 동아시아인에게 끼친 유교문화의 영향을 이론적으로 분석해 보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동∙서 비교’라는 문제 의식 자체에 내재된 한계와 조 교수의 ‘서구-자유주의-개인주의’vs‘동양-유학사상-집단주의’와 같은 지나친 이분법적 비교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았다. 이에 조 교수는 그러한 제한을 극복하기 위해 앞으로 동아시아인의 구체적 행동 특징에 대한 실증적 연구로써 그 타당성을 입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강정인 교수=”동∙서 비교 사회관계론의 기여와 한계”

강정인 교수는 조 교수의 유학심리학 구상, 즉 ①인성론-심리구성체론, ②군자론-이상적 인간형론, ③도덕실천론-사회관계론, ④수양론-자기발전론의 체계화 과정에 대해, “근대 서구학문과 달리 이론과 실천의 합일을 지향하는 전통 학문의 맥을 계승하면서, 유학사상을 심리학적 측면에서 혁신하고 재구조화하려는 독창적인 발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이 같은 동∙서 비교 사회관계론이 지닌 두 가지 한계를 지적했다.

먼저 강 교수는 조 교수가 “유학과 자유주의 사회관계론의 공통분모인 인본주의나 인간중심주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데 그쳐 그 한계를 간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간중심주의는 필연적으로 생태주의나 동물학대 문제를 도외시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그는 자유주의나 유학이 세속주의적이고 합리적인 사상체계임을 강조하며, 이는 사회생활과 인간 내면의 삶을 설명함에 있어 영적 측면이나 초월적 측면을 최소화하는 문제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영적∙초월적∙내세적 측면이 빈약한 사회는 인간의 삶과 경험 및 사회관계를 황폐하게 조형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강 교수는 조 교수가 “유학의 긍정적인 측면과 자유주의의 부정적인 측면을 같은 층위에서 비교했다”며 ‘비교의 비대칭성’을 비판했다. 예컨대 ‘외적 강제력’과 관련, 조 교수는 “공정 교환 규범의 준수를 성원들에게 요구하기 위해서는 외적인 강제력이 필수적으로 요청될 텐데, 이러한 외적 강제력의 효과가 어느 정도나 지속성을 가질까?”라는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배려에 따라 다양한 역할을 쌍무적으로 수행하면서 일상생활에서 도덕성을 실천하는 유학 사회관계론의 경우, 외적 강제력에 의존하지 않고서도 자발적인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식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강 교수는 “유학사상 역시 ‘예악형정(禮樂刑政)’과 같은 외적 강제력에 어느 정도 의존해서 사회관계를 규율해야 한다는 점을 받아들였다”며, “서구의 사회관계론은 외적 강제력에 의존해야 하고, 유학의 사회관계론은 그럴 필요가 없다는 듯한 서술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 김형철 교수=”이분법은 타당한가?”

김형철 교수는 조긍호 교수의 이분법적 비교의 타당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그의 작업을 ‘동∙서 비교’라고 명명하는 것에는 과대포장인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엄밀하게 말하면 이는 ‘선진유학과 서양 근대주의 이후의 자유주의’의 비교, 혹은 ‘집단주의 심리학과 개인주의 심리학’의 비교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 “선진유학과 근대 자유주의 사이에 있는 약 2,000년의 시대적 차이를 무시하고 양자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에도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조 교수가 동양 사상을 유학에만 초점을 맞춰 설명한 것에 대해 “한비자의 법가나 도가 역시 동양 사상의 일정한 축을 담당했다”며, 바로 이러한 한계 때문에 더욱 조 교수의 연구를 동∙서 비교로 보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발제 및 지정토론 후 이어진 자유토론에서 김동하 서강대 교수는, “조 선생님의 ‘유학심리학’을 구성하는 인성론, 군자론, 도덕실천론, 수양론의 내용이 과연 유학만이 가진 고유한 특성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현대 서양의 사회관계론과 도덕철학의 내용을 살펴보면, 유학의 도덕실천론과 마찬가지로 도덕적 실천을 강조하고 인정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책 제목이 《사회관계론의 동∙서 비교》인 만큼, 동양의 사회관계론이 정말 현대 서구의 사회관계론을 넘어서는 독창적인 것을 말하고 있는지, 아니면 그저 서구의 사회관계론을 동양적인 틀에서 반복하고 있을 뿐인지를 구체화하고 명확히 밝혀야만 이 체계가 독창적인 시스템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제9회 <아산서평모임> 세부일정표, 발제문 및 토론문(첨부파일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