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동아시아에서 영토·영유권 분쟁의 파고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일본은 러시아와 쿠릴열도를 두고 오랫동안 갈등을 보이고 있으며, 한국과는 독도문제로 대립하고 있다. 중국은 얼마 전까지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과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분쟁을 벌이다가 최근에는 일본과 조어도(센카쿠) 갈등에 휩싸이고 있다. 동아시아의 영토분쟁은 ‘미래의 100년’이 아닌 ‘과거의 100년’에 발목을 잡힌 한·중·일 3국의 반목과 갈등의 역사를 대변하는 듯하다. 이 글에서는 최근 동아시아 영토분쟁의 핵심 이슈로 등장한 중·일간 조어도 갈등의 배경과 파급영향을 살피고자 한다.

조어도(센카쿠) 영유권 갈등 배경

조어도 영유권 갈등의 배경은 크게 다음의 네 가지로 요약될 수 있겠다. 우선 조어도 분쟁의 배경에는 ‘해양자원 확보’라는 경제적 요인이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조어도’ 영유권 분쟁의 촉발시점이 국제기구의 자원탐사 이후라는 것을 통해 알 수 있다. 중·일간 조어도를 둘러싼 영토분쟁은 1968년에 진행된 ‘아시아 근해지역 광물자원 공동탐사조정위원회(CCOP)’의 조사결과가 발표되면서 촉발되기 시작했다. 당시 CCOP는 동중국해 일대에서 해양탐사를 진행하였고, 조사결과 조어도 주변 해저에 석유와 천연가스의 매장 가능성을 발표하였다. 사실 중국과 일본은 자원매장 가능성 발표 이전까지는 이 지역에 대한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으며, 조어도에 대한 지도표기와 지리 교과서 영유권 표기를 실시한 것도 CCOP의 해저자원 탐사결과 발표 이후 1970년대에 들어서부터이다.

다음으로 지난 2010년 이후 최근 다시금 조어도를 둘러싼 영토분쟁이 격화되고 있는 배경에는 동아시아 패권을 둘러싼 중·일 간 경쟁구도가 작용하고 있다. 중국이 추구하는 ‘세계강국(global power)’ 전략은 먼저 동아시아에서 ‘지역강국(regional power)’지위를 확보하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은 중국의 지역패권 전략에서 구조적 경쟁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반드시 딛고 넘어서야 할 상대이다. 조어도 분쟁과 같이 양보할 수 없는 주권․영토문제에서의 승리는 중국이 일본을 누르고 지역패권의 지위를 확고히 다질 수 있는 주요한 분기점(turning point)의 하나로 간주된다.

셋째, 중·일간 조어도 분쟁에는 동아시아 국가들에서 새롭게 발현되는 ‘민족주의(nationalism)’가 주요한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민족주의는 개혁개방 이후 새로운 국가지향을 모색하면서 더욱 강화되는 추세이다. 즉, 힘을 잃고 있는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를 대신하여 ‘애국주의적 민족주의’가 경제성장 및 강대국 부상을 위한 구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역시 1990년대 이후 경제침체가 계속되면서 ‘강한 일본’ 건설이라는 구호가 강력한 호소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보수우익’이 조어도 분쟁에 기름을 붓고 있다.

넷째, 최근 격화되는 조어도 분쟁에는 중국의 지도부교체와 일본의 총선거 등 국내정치적 요소들이 주요한 배경의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은 오는 가을 후진타오(胡錦濤)시대를 마감하고 시진핑(習近平)체제로 개편되는 18차 중국공산당 대표대회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지도부 인선을 둘러싼 내부 갈등 및 개혁개방 과정에서 심화되는 각종 모순과 불만을 은폐하기 위해 조어도 분쟁을 이용하는 측면이 있다. 일본 역시 금년 11월 예정인 총선거를 앞두고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 중심의 내각이 보수세력의 표를 모으기 위해 센카쿠(조어도)의 ‘국유화’ 등 과거와 다른 강경조치를 취함으로써 분쟁의 격화를 초래하였다.

조어도(센카쿠) 영유권 갈등 전망

중국과 일본이 군함과 초계기까지 동원하며 대립하던 조어도 갈등은 최근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도 냉랭한 분위기는 여전하며 언제든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할 수 있다. 그럼에도 단기적으로 조어도 분쟁은 협상과 타협을 통한 ‘정치적 해결’로 일단락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외전략으로 ‘평화발전(和平發展)’을 강조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조어도 문제를 파국적 상황으로 몰아가기에는 현실적 한계와 부담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중국은 조어도 분쟁뿐 아니라 ‘남사군도’를 둘러싸고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각국과 분쟁중이란 점에서 섣부른 무력해결은 중국의 국제적 이미지를 크게 훼손할 수 있다. 또한 중국이 사태해결을 위해 무력을 동원할 경우 미국의 강력한 개입을 불러올 수밖에 없으며, 이는 중국이 미국과의 직접 충돌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외교적 해결을 모색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아울러 일본 역시 조어도를 분쟁지역화 하기 보다는 조용한 외교적 해결을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외교적 해결을 모색하는 과정에서도 일본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다양한 외교·경제적 ‘압박수단’을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지난 2010년 첨단제품 생산에 필요한 ‘희토류’ 수출 중단으로 일본을 압박한 사례가 있으며, 이미 일본산 제품의 통관을 지연하는 등 간접적인 경제적 압박을 시행중이다. 중국은 이외에도 사태추이에 따라 일본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전국적으로 무기한 확대해 나갈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은 일단 외교적 해결을 통해 문제를 봉합한 뒤, 조어도 지역에 대한 어선파견 및 해상순찰 행위를 강화함으로써 일본의 실효지배를 무력화시키고, 조어도 지역을 국제적 ‘분쟁지역화’ 하는 방향으로 나갈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군사력을 이용한 국제분쟁 해결에 신중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무력행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중국이 ‘핵심이익(core interest)’으로 규정하고 있는 주권과 영토의 보전, 공산당 1당 독재 등에 관해서는 단호히 대처할 공산이 크며, 조어도 문제는 주권과 영토완정에 관한 문제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만일 일본이 자국의 영해로 간주하고 있는 조어도 12해리 수역에 중국 선박이 들어갔다가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할 경우 무력충돌 가능성은 한층 제고될 것이다. 특히 중국의 경우 조어도 영유권 분쟁에 관한 국내 비판여론이 공산당을 향하고 지도권을 위협할 정도로 커지면 여론의 향방을 돌리기 위해서 조어도에 대한 무력행사를 실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조어도 분쟁을 둘러싼 중·일간 무력충돌에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것은 중국의 ‘민족주의’와 일본의 ‘우경화’요인으로서 양국정부가 이를 어떻게 ‘관리(control)’해 나가느냐 하는 것이 관건으로 작용할 것이다.

동북아 정세에 미치는 영향

조어도를 둘러싼 중·일간 분쟁은 단순히 양국간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정세에도 상당한 파급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조어도 분쟁의 당사자인 중국과 일본은 세계 2위와 3위의 경제대국일 뿐 아니라 세계적 수준의 군사대국이기도 하다. 더욱이 한국의 인접국인 중국과 일본이 영토문제로 격렬한 분쟁상태에 돌입한다면 동아시아 전체의 정치, 경제, 안보는 요동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조어도를 둘러싼 분쟁의 근본 성격이 양보하기 힘든 주권과 영토에 관한 문제로서 단기간 내에 해결되기 어려운 사안이며 언제든 동아시아의 안정을 뒤흔들 수 있다는 점이다.

첫째, 금번 조어도 분쟁은 중국의 지역패권 공고화를 가시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조어도 분쟁으로 촉발된 중·일간 대결구도는 단순히 양국 간의 영토분쟁 문제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 전역에서 중국의 ‘공세적 외교’가 보편화되고, ‘지역패권’이 공고화되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과거 동아시아는 중국과 일본의 경쟁구조로 유지되어 왔으나 최근 들어 ‘힘의 균형’이 급격히 중국 쪽으로 기울고 있는 추세이며, 금번 조어도 분쟁을 통해서 이러한 힘의 불균형이 고착화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둘째, 조어도 분쟁은 한·중·일 3국을 비롯한 지역협력의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은 센카쿠분쟁 발생 직전 북한과의 접촉을 중재해 달라는 일본의 요구를 거부한 바 있으며, 중·일분쟁은 북핵 6자회담 등 다양한 사안에서 동북아 각국의 협력을 방해할 수 있다. 특히 조어도 분쟁의 격화 과정에서 일본이 미국의 지지와 개입을 적극 요청하고, 만일 미국이 일본의 편을 드는 모양새를 보이거나 일본과 연합할 경우 동북아협력은 ‘사상누각’으로 전락할 수 있다.

셋째, 조어도 분쟁은 일본의 군비증강과 미국의 아시아개입 강화를 불러올 수 있다. 일본은 최근 수년간 『국방백서』에서 지속적으로 중국의 위협을 거론해 왔으며, 특히 해상에서의 중국군사력 증강을 주목해 왔다. 따라서 조어도 분쟁을 계기로 일본은 우경화와 더불어 군사대국화에 박차를 가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미국은 2011년 9월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 개입’의지를 천명한 바 있으며, 금번 조어도 분쟁을 계기로 중국견제에 본격적으로 나섬으로써 역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

끝으로 조어도 분쟁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아직도 회복단계에 있는 동아시아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조어도 분쟁의 확대는 직접적으로 중일 관계의 경색을 가져오고 정도를 달리하는 경제적 압박은 동아시아 경제회생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조어도를 둘러싼 지역은 동북아 국제해상교통로에 위치하고 있으므로 분쟁이 격화되어 무력충돌로 치달으면 해상무역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인 일부 국가들은 막대한 손실을 피할 수 없다.

한국의 고려사항

금번 조어도 분쟁의 해결방식과 결과는 동아시아정세뿐 아니라 한국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으로 다가올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은 조어도 분쟁의 전개과정을 주목하면서 국가이익의 수호를 위한 철저한 대응을 모색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영토문제에 있어서는 관련 각국 정치권의 자제와 인내가 절실한 상황이며, ‘배타적 민족주의’를 무기로 서로를 때리는 ‘우(愚)’를 계속할 경우 어느 일방도 득을 볼 수 없다는 합의가 필요하다. 한국은 이러한 점을 강조하면서 한·중·일 정상회의를 비롯한 다자외교무대에서 주권 및 영토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지속적으로 강조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한·중·일 3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각국이 함께 참여하는 해양영유권관련 학술토론의 장을 마련하는 등 외교력 증대의 기회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한국은 독도(獨島)와 이어도(離於島) 등 한․일, 한․중 간에 존재하는 현실적, 잠재적 영유권 분쟁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일본은 조어도 문제가 일단락 된 뒤, 독도 수역에 어선과 해양감시선을 파견하는 등 독도의 분쟁지역화 및 한국의 실효지배를 무력화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들을 노골화 할 수도 있다. 만일 일본의 민간선박이 독도 주변의 영해 침범을 일삼으며 우리 측 순시선의 과잉대응을 유도하거나 일본의 극우단체에서 독도상륙을 시도하다가 충돌사고라도 발생하면 사안은 매우 복잡하게 전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편 한·중 양국은 2006년 이어도(離於島)를 ‘암초’로 규정하여 양국 간 영토문제가 없다고 합의했지만 최근 들어 이어도에 대한 중국의 행동 역시 공세적으로 변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2007년 말 국가해양국 웹사이트에 이어도를 중국영토로 기술했다가 우리정부의 항의로 삭제한 경우가 있으며, 금년 3월에는 이어도가 자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에 위치하므로 정기적 순찰 대상에 포함됨을 선언한 바 있다. 중국은 21세기 들어 적극적 해양전략을 바탕으로 해군력 증강에 힘쓰고 있으며, 이어도 부근 수역에서 중국잠수함과 항공모함 등의 작전이 실시될 경우 한국의 영유권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이어도를 비롯한 남방수역에서의 국익보호를 위해서는 현재 추진 중인 ‘제주해군기지’의 조속한 건설이 필수적이며, 이를 국가안보의 핵심 사안으로 간주하고 국민적 합의와 지원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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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광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소

박병광 박사는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민주평통 상임위원 및 대한민국공군 정책자문위원으로, 북중관계, 한중관계, 동아시아안보 등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 서울대학교에서 박사후 연구원, 동경대학교 동양문화연구소 연구원, 대만정치대학 방문학자 등을 지냈으며, 최근 논문으로 “동북아시아의 우주군사화와 한반도 안보”(「국방연구」2012), “중국의 항공모함 건조에 관한 소고”(「국가전략」2011), “후진타오시기 중국의 대북정책기조와 북핵인식”(「통일정책연구」2010), China-North Korea Economic Relations during the Hu Jintao Era"(International Journal of Korean Unification Studies, 2010) 등 다수가 있다. 단국대학교를 졸업하고, 복단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