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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적 자위권에 관한 일본의 정치 상황

호소야 유이치(Hosoya Yuichi), 게이오 대학 국제 정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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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opics of the Month August 11, 2014
2) Topics of the Month September 12, 2014
3) Topics of the Month October 21, 2014

 

2014년 5월 15일 오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총리관저의 회견장으로 들어섰을 때, 많은 일본 기자들이 역사적인 순간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를 포함한 ‘안전 보장을 위한 법적 기준의 재구축에 관한 간담회’ 멤버들도 ‘정부가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한 헌법의 기존 해석을 수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최종 보고서를 제출하기 위해 배석했다. 예상대로 이 보고서는 극심한 정치적 논란을 일으켰고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전 외무성 부장관 야나이 슌지 간담회 의장이 총리에게 보고서를 제출했다. 아베 총리가 2007년 4월 간담회를 구성한지 7년 만이었다. 당시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한 헌법 해석을 바꾸려 했던 아베 총리의 원래 계획은 무산됐고 2008년 지병을 이유로 그는 총리에서 물러났다. 후임 후쿠다 야스오 총리는 이 이슈를 받아들이는데 주저했다. 야스오 총리의 우선 순위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있었기 때문이다. 또 1981년 내각 법제국에서 공식화한 헌법 해석을 바꾸기에는 장벽이 많았다. 하지만 문제는 리더십이었다. 2012년 다시 총리가 된 아베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며 2013년 2월 간담회를 재소집했다. 나는 2013년 9월 간담회 멤버로 합류해 보고서 작성에 힘을 보탰다.

아베 총리는 보고서 제출에 감사하며 ‘안전 보장을 위한 최상의 법적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모든 간담회 멤버들이 수년 동안 소중한 의견을 많이 내고 강도 높은 토론을 해준 것’에 대해 사의를 표하는 간단한 성명을 발표했다. 아베 총리는 마침내 중요한 목표를 달성한 뒤라 만족스럽고 편안해 보였다.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헌법 해석을 바꾸려는 아베 총리의 야망은 정치권에 극심한 갈등을 불러왔다. 일본 신문들은 이 이슈를 거의 매일 보도했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반대하는 시위대는 연일 총리관저 주위로 몰려들었다. 아베 총리와 스가 히데요시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제시하고 헌법 재해석을 둘러싼 의문을 해소해야 했다. 헌법 재해석 문제로 인해 일본 정치권과 언론은 둘로 나뉘었다. 보수 언론인 요미우리 신문과 우익 성향의 산케이 신문은 니케이 신문과 함께 아베 총리의 헌법 재해석 추진을 분명하게 지지한 반면, 진보 언론인 아사히 신문과 마이니치 신문은 이를 격렬하게 비난했다.

몇몇 예외는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자민당은 헌법 재해석에 대해 아베 총리를 지지했다. 하지만 연립 내각의 한 축인 공민당은 이를 급격하게 추진하는데 반대했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분열돼 당론을 결정하지 못했다. 집단적 자위권 문제는 정치적 폭풍을 몰고 왔으며 이는 일본 정치권을 휩쓸었다.
상황은 극도로 복잡해졌다. 자민당과 공민당의 연립 정권은 한층 더 복잡한 문제를 떠안았다. 양측 모두 많은 타협과 양보를 해야 했다. 그러므로 간담회가 제출한 보고서 내용이 무엇인지, 또한 내각이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분명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간담회의 멤버였던 나는 간담회가 보고서를 통해 진정으로 무엇을 의도했는지 밝히고자 한다.

간담회의 역할

2013년 7월 자민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후 정부는 잠시 중단됐던 간담회 활동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2013년 9월부터 2014년 5월까지 총리관저에서 여섯 번 간담회가 열렸다. 아베 총리는 헌법 재해석 문제를 자신의 중요한 정치 의제로 삼아 매번 참석하며 적극적으로 토론에 임했다. 그는 자신의 저서에 이렇게 썼다. “일본의 미래는 정부가 헌법 9조에 대한 해석을 수정하여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있습니다.” 동아시아의 전략적 환경이 지난 7년간, 주로 중국 군사활동의 급격한 팽창으로 인해 악화되었기 때문에 총리는 간담회 멤버들에게 일본의 안전 보장을 위한 법적 기준을 재검토하는 보고서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이를 목표로 간담회 토론이 이어졌다.

간담회의 기본 역할은 안전 보장에 관한 법적 기준과 관련된 여러 이슈를 토의하는 것이었다. 그 중 하나가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헌법 재해석 문제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헌법 해석 수정이 간담회의 유일한 목적이라고 오해했다. 이 외에도 첨예한 문제들로 ‘그레이 존(gray zone, 핵ㆍ재래식 위협이 동시에 존재하는 중간지대)’ 사태에 대한 법적 준비와 유엔 평화유지군 활동 중 무기사용 문제가 포함돼 있었다. 총리는 ‘국제 협력을 통한 적극적인 평화 기여’라는 문구를 자주 사용했는데 이는 간담회가 다루는 범위가 사람들의 예상보다 훨씬 더 넓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와 간담회 모두 일본의 안전 보장을 위한 법적 기준은 일본 안보 환경의 최근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반인들이 간담회의 보고서의 제안 내용을 전부 이해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언론보도에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일본 신문들은 이념적으로 편향되어 있고 양측은 극심하게 대립한다. 그래서 언론보도가 사실을 오도(誤道)할 수도 있다.

불안정한 여론

언론사에 따라 여론 조사 결과가 크게 달라서 일본 국민이 헌법 재해석을 거부하는지 아닌지를 쉽게 알 수 없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격렬히 반대하는 아사히 신문이 4월 19일에서 20일 사이에 실시한 여론 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27%만이 헌법 재해석을 지지한 반면, 56%는 반대했다. 반대로 요미우리 신문은 5월 9~11일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72%가 헌법 재해석을 지지했으며 25%만 반대했다고 보도했다. 이 차이를 보면 응답자들은 설문 문구에 따라 답을 다르게 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일본에서는 대부분 주요 언론사가 여론 조사를 하는데 각 언론사는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강조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교묘하게 조작한다. 분명한 사실은 전통적인 반전주의자로 남기를 원하는 일본인들이 많지만 대부분 이렇게 어려운 법적 안보 문제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간담회가 제안한 내용이 광범위하고 복잡한데도 아사히 신문은 “아베 총리가 일본 헌법의 주요 원칙인 반전사상을 급진적으로 훼손한다”며 논쟁을 단순화시켰다. 이런 비판을 계속 접한 사람들은 아베 총리가 전쟁을 지향하는 듯한 ‘위험한’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 당연히 불안감을 가지게 된다. 한편으로 일본 안보 전문가는 이를 통해 국제 평화와 안정에 일본이 적극적으로 더 광범위하게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본이 광범위한 기여를 하기 위해 간담회 보고서가 실제 무엇을 제안했는지 명확하게 알 수 없기 때문에 혼란이 생겼다.

간담회 보고서와 각료회의 결정

보고서 서문엔 “간담회가 이전 보고서를 낸 이후 몇 년도 안된 사이에 일본을 둘러싼 안보 환경이 급격하게 변했다”고 쓰여있다. “이런 이유로 국제 사회에서 평화를 구축하고 유지하기 위한 일본 안보 정책을 심각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이어진다. 보고서는 안전 보장을 위한 법적 기준이 일본을 둘러싼 안보 환경 변화에 따라 바뀌어야 하므로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기존의 헌법 해석이 반드시 수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고서의 섹션 II에서 간담회는 ‘헌법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를 분명하게 밝히며 정부가 각료회의에서 실질적인 결정을 한 후 국회에서 자위대 관련 법안이 수정될 것을 기대했다. 새 법안에 따르면 자위대는 이전에 허용되지 않았던 분야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된다.

보고서는 또한 ‘군사적 수단을 요구하는 유엔의 집단적 안전 보장 조치에 자위대가 참여할 것’을 권고한다. 보고서에 언급된 또 다른 분야로서 ‘유엔 평화유지군 같은 활동에 대한 협조와 무기사용’ ‘군대 공격을 동반하지 않은 침략에 대한 대응’이 있다. 이들은 집단적 자위권 문제와 직접 연관되지 않는다. 첫 번째 분야는 평화 유지군 활동에, 두 번째는 개별적 자위권에 관련된다. 간담회는 현재 안보 상황에 맞게 자위대 관련 법안을 여러 면에서 개정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공민당은 간담회 제안을 모두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다. 야마구치 나쓰오 공민당 대표도 자당이 일본의 전후 평화 방침을 포기하는 행위로 여기는 헌법 재해석을 마땅치 않게 생각했다. 공명당의 종교적 기반인 불교 창가학회(법화 계열의 신 종교로 1964년 공명당을 결성했다-옮긴이)는 국제 사회의 평화와 안보에 대한 일본의 광범위한 관여를 비판하는 좌익 성향의 정치 이념을 띠고 있었다. 간담회 보고서를 제출한 뒤 야마구치 대표는 “자위대가 외국과의 전쟁에 개입할 수도 있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정부가 절대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계속 주장했다.

2014년 5월과 6월 사이 자민당은 정부가 각료회의 결정을 어떻게 공식화할지를 놓고 공민당과 협상을 했다. 이 협상에서 공명당 측을 대표하는 기타가와 가즈오 당 부 대표는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일본의 존립에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 혹은 헌법에 규정된 일본 국민의 생명권, 자유권, 행복 추구권이 근본적으로 침해받은 경우’로 제한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공민당은 새로운 헌법 해석에 적합한 문구를 찾기 위해 내각 법제국과 협력했다. 이런 방법을 통해 전후 평화주의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공명당에게 전후 평화주의는 근본적으로 ‘일본의 방위 정책을 개별적 자위권에 한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 정부는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요건으로 첫째, 일본의 존립에 명백한 위험이 있거나 혹은 헌법에 규정된 일본 국민의 생명권, 자유권, 행복 추구권이 근본적으로 침해 받은 경우, 둘째로 외부 공격으로부터 일본과 일본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을 경우, 셋째는 무력 사용은 필요한 최소 수준으로 제한한다는 세 가지를 제시했다. 이 세 요건을 모두 갖추었을 경우 정부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할 수 있다. 물론 공민당은 분명히 자위권 행사 가능성을 더욱 제한할 것이다.

각료회의 결정의 핵심

이러한 각료회의 결정은 주로 공민당이 개별적 자위권에 대해서만 결정해야한다고 주장한 결과이다. 각료회의 결정은 기뢰 제거 작전을 제외한 집단적 안보 활동과 외국에서의 전쟁 참여를 못하게 했다.

2014년 7월 1일, 일본 정부는 ‘일본국의 존립을 다하고 국민을 지키기 위한 흠집 없는 안전 보장 법제의 정비에 대한 각료회의 결정’을 공표했다. 주로 공민당의 주장을 반영해 만들어진 간담회 보고서와 각료회의 결정의 큰 차이는 각의 결정이 집단적 안전 보장 활동에 일본이 참여할 수 없도록 한 점이다. 이 결정에 따르면 일본은 1991년 걸프전,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2003년의 이라크 전쟁 같은 외국 전쟁에 자위대를 파견할 수 없다. 이런 전쟁에서 일본의 역할은 주로 후방 수송 활동 등으로 제한된다.

각료회의 결정은 새로운 법 제정으로 자위대가 활동할 수 있는 세 가지 안전 보장 활동을 언급한다. 첫 번째 부분은 ‘군대 공격을 동반하지 않은 침략에 대한 대응’에 관한 것이다. 이는 개별적 자위권에 관한 문제이다. 지금까지 자위대는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무력 공격을 받았을 때만 동원될 수 있었다. 일본 본토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도서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군대 공격을 동반하지 않은 침략’에 대해서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부분은 ‘국제 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더 많은 기여’이다. 새로운 법 제정으로 일본 정부는 후방 지원업무 분야에서 국제 사회에 좀 더 많이 기여할 수 있게 된다. 1997년 이래 각료 법제국은 ‘군사력 사용과 일체화’라는 개념을 내세워 국제 연합군에 대한 후방 지원을 대부분 금지했다. 헌법의 기존 해석을 수정하면 일본은 후방 지원업무 분야에 대한 기여를 확대할 수 있다. 이 부분에 국제 평화유지 활동과 관련된 무력 사용 제한이 완화돼야 한다는 언급이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자위대가 위험하고 불안정한 지역에서 효과적인 활동을 하기 어렵다.

세 번째 분야는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헌법 9조에서 허용된 자위에 관한 조치’와 관련된다. . 여기서 각료 회의는 “헌법에 대한 기존 해석이 수정되어야 한다”고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이는 제한된 상황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라며 이렇게 언급했다. “정부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일본에 대한 군사 공격이 일어났을 때뿐만 아니라,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다른 나라에 대한 군사 공격이 일어나서 그 결과, 일본의 존립을 위협하고 국민의 생명권, 자유권, 행복 추구권을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명백한 위험이 있을 때, 그리도 또 공격을 물리치고 일본의 존립을 확보하고 국민을 지켜낼 수 있는 다른 적절한 방법이 없을 때, 현재 정부 견해의 기본 논리에 따른 최소 한도의 무력 사용은 헌법이 자위를 위한 조치로 허용한 것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영원 하라, 전수방위!

각료회의 결정 문건에서 보듯이, 정부는 분명히 헌법에 대한 기존 해석을 아주 제한된 범위에서 수정했다. 아사히 신문 같은 언론은 각의 결정으로 인해 일본의 안전 보장 정책이 급격하게 바뀌게 될 거라고 주장하면서 이를 맹비난했다. 하지만, 안보 전문가들은 대부분 헌법 재해석이 상당히 제한적이고 점진적이라는 사실에 동의한다. 마이클 그린(Michael Green,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 선임국장,편집자주) 과 제프리 호릉(Jeffrey Hornung)은 다음과 같은 적절한 표현을 했다. “일본 정책은 여전히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전수방위에 필요한 최소한의 무력만 보유한다는 기준에 기반을 둘 것입니다.” 제임스 쇼프(James Schoff) 는 또 이렇게 말했다. “헌법 재해석이 미국이 원했던 만큼 급진적이지는 않지만 양국 군대가 끊임없이 함께 계획하고 훈련하고 작전을 펼칠 수 있는 탄탄한 길을 열어 줄 것입니다.”

헌법 재해석을 통해 미일 동맹 관계는 더욱 강화될 수 있다. 양국 정부는 이제 17년 만에 처음으로 방위협력지침의 개정을 논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은 미국이나 동맹국 군대에 좀 더 폭 넓은 후방 지원을 할 수 있다. ’이 달의 토픽‘에서 계속되는 일련의 기고문을 통해 일본에 대해 좀더 살펴보고 헌법 해석 수정이 미일 동맹 관계와 앞으로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볼 것이다. (이 글은 2014년 8월 11일 작성됐다.)

◆호소야 교수는 2014년 9월 12일 다음 글을 추가했다.

‘이달의 토픽’ 시리즈 첫 글에서 쓴 것처럼, 일본 정부의 집단 자위권에 대한 헌법 재해석은 일본에서 큰 정치적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비록 헌법 재해석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6월과 7월 내내 총리관저 주위에 몰려들었지만, 일반인은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법적 이슈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아베 총리가 2014년 9월 3일 개각했을 때, 요미우리 신문이 실시한 여론 조사에 의하면 아베 내각 지지율이 13% 상승하여 64%에 이르렀다. 고이즈미 전 총리를 제외하고 일본 총리가 20개월 동안 그렇게 높은 지지율을 유지한 적은 거의 없다. 이를 통해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헌법 해석을 수정하는 각료회의 결정은 아베 총리의 인기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각료회의 결정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Trans-Pacific Partnership)과 미일 동맹 강화에도 반대한다. 나는 일본 여론이 안전 보장 정책에 대해 ’국제주의자‘와 ’고립주의자‘로 나누어졌다고 생각한다. 아베 총리의 기본 원칙은 ‘국제 협력을 통한 적극적인 평화 기여’이기 때문에 그는 일본의 안전 보장 정책을 국제화하려고 노력한다. 이런 목적으로 아베 총리는 고립주의적인 기존의 헌법 해석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반대자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는 일본이 외국과의 전쟁에 말려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다. 그들은 일본 국민이 결코 이런 전쟁에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섬나라 특유의 평화주의를 헌법 9조에 규정된 가장 소중한 가치로 여긴다. 일본의 좌익 성향 평화주의자들은 헌법 9조의 정신을 세계에 전파하면 전쟁이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런 사고 방식은 종종 많은 이들에게 ‘미스터리’하게 보인다.

기존 헌법 해석 수정에 강력하게 반대하는 모습을 통해 안보 이슈와 관련된 일본사회의 두 가지 중요한 현상을 볼 수 있다. 첫째, 평화주의 전통이 일반인의 생각보다 훨씬 더 강하다는 점이다. 일본 사회는 전쟁을 끔찍하게 싫어하고 외국과의 전쟁에 개입하는 것을 싫어한다. 많은 일본인들에게 평화주의는 가장 소중한 가치로 남아있다. 이는 일본의 국제 사회 평화와 안정에 대한 기여 확대를 강하게 반대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런 사고방식은 대부분 일본이 평화주의 헌법을 가지고 있는 한 결코 침략당하지 않는다는 전제에 기반을 두고 있다.

둘째, 일본에서는 소수의 안보 전문가가 안보 정책을 만들고 일반인은 보통 안보 이슈에 별 관심이 없었다. 일본 주요 대학에 안보 과목은 없고 일본인 대부분은 군사문제를 낯설게 여긴다. 일본의 평화주의 안보 위협에 대한 이성적인 사고가 아니라 주로 이런 위협에 대한 비이성적인 무관심에 바탕을 둔다.

아베 총리와 스가 히데요시 관방장관은 이제 국민에게 안보 정책에 대해 더 세심하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본 정부는 인접 국가들에게 세계 평화와 안정에 대한 일본의 더 많은 기여가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는 점도 설명해야 한다. 일본 정부가 여전히 평화주의의 주요 원칙을 고수하고 아태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갈망한다는 사실을 언급하면 어렵지 않다. 문제의 핵심은 일본의 더 많은 기여로 인해 전쟁 가능성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정부가 국내외 여론에 설득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아베 총리를 포함한 일본 지도자들은 계속해서 이런 주장을 해 왔으며 여론 동향을 보면 일반 국민은 대부분 일본의 세력 강화가 어떤 형태로든 다른 국가에 위협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국내외에 상황을 좀 더 설득력 있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여러 가능성 중 다음 네 가지가 모든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일본과 국제 사회의 많은 국제주의자들은 지금처럼 민감한 시기에는 특히 역사적인 수정론을 회피함으로써 군국주의를 당당하게 반대하고 평화와 안정을 명백하게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둘째 일본의 학계와 싱크탱크 집단은 우익인사들이 급진주의자들을 악으로 묘사하여 결국 상황을 냉전시대로 되돌리려고 하는 선동에 참여하는 대신 안전 보장과 관련된 과목을 개설하고 언론에 정부를 지지하는 기고문을 보내서 긍정적인 메시지를 적극 지지할 필요가 있다. 셋째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에 대해 중국이 비난을 멈출 가능성이 거의 없으므로 결국 자국 안보와 관련돼 있음에도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회의적으로 보는 한국의 우려를 완화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일본과 한국 국민에 대한 설득은 제한적이지만 안정된 연합 방위 목적을 가진 미국, 호주 등의 국제 공조를 통해 가장 잘 이룰 수 있다.

급진 미디어의 맹공과 헌법 재해석에 반대하는 시위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의 인기가 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일본 국민의 사고 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긍정적인 표시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만에 빠질 때는 아니다. 고립주의자들을 선동할 결정적인 이슈들이 2015년 TPP, 미일방위협력지침, 집단적 자위권을 용인하는 법 제정이 논의될 때 한꺼번에 터져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 때가 일본의 광범위한 국제주의를 전반적으로 다룰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시기가 될 것이다.

◆ 이 글에 대해 마이크 모치즈키(Mike Mochizuki)가 반론을 펼쳤다.

길버트 로즈먼 교수는 호소야 교수의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일본의 정치상황 분석에 관해 언급하면서, 국제 전문가들이 이해하기 힘든 점으로 아베 정부가 안보 정책의 법적 기준을 바꾸려는 노력에 대해 일본 국민이 반대하는 것을 지적했다. 호소야 교수는 국민이 반대하는 배경을 두 가지 요소를 들어 이를 설명했다. 첫째 그는 일본의 전후 평화주의 전통이 두드러지게 부활되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둘째로 호소야 교수는 일본인은 보통 ‘안보 이슈로부터 동떨어져’있었고 안보와 군사문제에 대해 대학에서 배울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일본의 평화주의는 ‘안보 위협에 대한 이성적인 사고가 아니라 주로 이런 위협에 대한 비이성적인 무관심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하지만 나는 호소야 교수가 너무나 쉽게 일본의 평화주의를 ‘비이성적 무관심’의 결과로 단정짓는다고 생각한다. 일본이 전후 평화와 갈등문제에 관한 많은 연구를 통해 전통적으로 국제 관계의 갈등에 무력을 사용하는 것을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았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 같다. 사실 철저한 평화주의자가 아니더라도 무력 사용이 안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오히려 더 악화시킨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미국의 무력 개입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서구의 유명한 학자와 이성적인 현실주의자들도 다수 있다.

호소야 교수가 “문제의 핵심은 일본의 더 많은 기여를 통해 전쟁 가능성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정부가 국내외 여론에 설득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일본의 더 많은 기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런 기여가 실제 로 어떻게 전쟁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해 더욱 구체적이고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요즈음 일본 안보 정책 발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단순한 구호처럼 전쟁 억제 이론을 피상적으로만 적용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유능한 안보 전문가들에 따르면 전쟁 억제 정책의 한계, 상대국이 안보 딜레마에 빠질 위험, 또 국제 관계의 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신중하면서도 용기 있는 외교력의 중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정당화하기 위해 강조한 몇몇 예들은 안보 문제에 이성적이고 전문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억지스럽게 보인다. 자주 언급되는 상황으로, 미국 본토를 향한 탄도 미사일을 일본이 요격해야 하는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무엇보다 일본이 그 임무를 수행할 능력을 조만간 갖출 수 있을지 상당히 의문스럽다. 다음으로 한 국가가 미국 본토를 향해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려고 하는 급박한 긴장 상황에서 미국은 미사일을 격추하는데 집중하고 일본은 일본 본토와 일본에 주둔한 미군 기지를 방어하는데 주력하는 것이 훨씬 더 나아 보인다. 일본의 이러한 임무는 개별적 자위권 행사만으로도 수행할 수 있다.

아베 정부가 집단적 자위권을 정당화하기 위해 언급한 또 하나의 설득력 없는 사례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한반도에서 일본 국민을 탈출시키는 미국 함정을 보호하는 임무가 꼽힌다. 이 경우도 미국이 일본 해상 자위대 함정의 보호를 받으며 탈출 임무를 수행하는 상황을 가정하기보다 일본이 직접 자국민 탈출에 먼저 책임지는 것이 훨씬 더 이성적인 생각이 아닐까?

아베 정권이 안보 문제를 대하는 방법에서 또 하나 알고 싶은 내용은 한국과의 관계이다.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도 있는 많은 시나리오가 한반도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볼 때, 아베 총리가 한국과 과거사 문제에 대한 화해를 시도하거나 한국의 이해를 구하고 일본의 헌법 재해석에 대한 지지를 구하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당황스럽게 느껴진다. 이 또한 일본의 평화에 대한 적극적인 기여의 일부분이 돼야 하지 않을까?

위와 같은 염려가 있지만, 나는 오랫동안 일본이 UN의 집단적 안전 보장 임무수행에 큰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해 왔다. 이 주장을 한 큰 이유는 일본이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처럼 해외에서 군사력을 사용하게 되기를 원해서가 아니다. 대신, 일본의 헌법 재해석을 지지하는 이유는 일본이 보여준 무력 사용에 대한 회의적인 태도와 2차 대전 이후의 평화주의를 존중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의 목소리가 적법한 무기 사용이 언제 필요한지에 관한 국제 사회의 신중한 논의에서 강화되기를 바란다.

◆ 호소야 교수는 모치즈키의 글에 대해 2014년 10월 21일 반론을 제기했다.

마이크 모치즈키가 일본인이 최근의 안보 정책 변화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한 코멘트, 즉 “요즈음 일본 안보 정책 발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단순한 구호처럼 전쟁 억제 이론을 피상적으로만 적용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유능한 안보 전문가들에 따르면 전쟁 억제 정책의 한계, 상대국이 안보 딜레마에 빠질 위험, 또 국제 관계의 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신중하면서도 용기 있는 외교력의 중요성이 있기 때문이다”는 맞는 말이다. 일본 정부가 ‘신중하면서도 용기 있는 외교력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된다는 말에도 동의한다. 하지만, ‘신중하면서도 용기 있는 외교력’은 중국도 발휘해야 한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중국 정부가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국제 관계의 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신중하면서도 용기 있는 외교력의 중요성’을 얼마나 존중하느냐에 달려있다. 중국이 그럴 의사가 없다면 일본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일본의 안보 정책을 맹렬하게 비난하는 사람들은 종종 인접 국가에 불확실성을 조장하는 중국의 독단적인 무력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 2014년 4월에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65%의 아세안이 ‘일본을 더 중요한 파트너로 여긴다’고 답한 반면, 48%만이 중국을 파트너로 꼽았다. 이는 더 많은 아세안이 이제 아베 총리의 평화와 안정을 향한 접근 방법을 환영하며, 점점 심해지는 중국의 독단적인 행태 때문에 중국을 더 중요한 파트너로 여기는 아세안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일본을 향한 비판이 상대적으로 균형을 잡아야 한다. 데이비드 웰치(David A. Welch)는 이렇게 주장한다. “일본은 아이슬란드를 제외하고 내가 아는 가장 군국주의적이지 않는 국가이다.” 그의 주장은 마이크 모치즈키가 “일본의 전후 평화주의 전통이 두드러지게 부활되었다”라고 한 말과 일치한다. 모치즈키의 주장처럼 이제 ‘이런 기여가 실제 어떻게 전쟁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나의 기본적인 주장은 아베 총리가 때로는 국가주의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하지만 일본의 평화주의와 ‘전쟁가능성을 억제’하려는 노력을 계속 유지할 의지가 있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무너뜨리는 전쟁을 계획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의혹은 데이비드 웰치가 지적한 대로 ‘위험하고 그릇된 두려움’에 불과하다. 아베 총리는 국제 사회 갈등은 법의 원칙에 따라 해결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한다. 「포린 어페어」지와의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는 분명히 말했다. “첫 번째와 현재 총리 재임기간 동안 여러 번에 걸쳐 일본이 많은 국가 특히 아시아 국가 국민에게 상처와 고통을 준데 대해 나는 깊은 회한을 가지고 있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일본이 회복한 평화주의는 일본뿐만 아니라 국제 여론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일본은 아직 국제 평화와 안정에 충분히 기여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받는다. 모치즈키는 자신이 “오랫동안 일본이 UN의 집단적 안전 보장 임무수행에 큰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해왔다”며 ‘일본의 무력 사용에 대한 회의적인 태도’와 ‘2차 대전 이후의 평화주의’를 존중한다고 말한다. 그런 ‘무력 사용에 대한 회의적인 태도’는 각료회의 결정에서도 나타난다.
공민당과 내각 법제국의 역할에 일정 부분 영향을 받아 7월 1일 발표된 ‘일본국의 존립을 다하고 국민을 지키기 위한 흠집 없는 안전 보장 법제의 정비’에 대한 각료회의 결정은 ‘일본의 무력 사용에 대한 회의적인 태도’를 반영했다. 나는 ‘이 달의 토픽’ 처음 기고문에 이렇게 썼다. “각료회의 결정은 주로 공민당이 각의 결정을 개별적 자위권에 대해서만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 결과이다.” 왜냐하면‘각료회의 결정은 기뢰 제거 작전을 제외한 집단적 안보 활동과 외국에서의 전쟁 참여를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이 국제 사회 평화와 안보에 더 폭 넓게 기여하기를 원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각료회의 결정에 실망했다.

마이크 모치즈키는 아베 내각의 헌법 재해석이 ‘일본의 전후 평화주의 전통’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확신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각료회의 결정은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일본을 둘러싼 안보 환경의 변화에 대처하고 책임을 다하기 위해 정부는 무엇보다도 우선해서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국제 사회 환경을 조성하고 모든 기관의 능력을 동원한 활발한 외교 활동을 전개하여 위험한 상황을 사전에 막아야 한다. 또한, 국제법에 따라 법의 원칙을 강조하여 평화적 분쟁 해결을 추구해야 한다.” 이게 바로 마이크 모치즈키가 일본에 바라던 바가 아닐까? 아니면, 이게 과연 일본의 위험한 군국주의 부활이라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