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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Donald Trump) 당선 미국의 대외정책이 어디로 갈지 분석하느라 모두 바쁘다. 동남아도 예외는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 아세안/동남아 정책에 대한 예측이 쏟아지고 있다. 며칠전부터 한 아티클이 눈에 띈다. “트럼프가 아세안을 무시할 수 없는 여섯 가지 이유 (Six Reasons why Trump cannot ignore Asean)”라는 짧은 글이다. 많은 지역 언론이 언급하고 있다. 너무 장밋빛 낙관으로 가득 차 있다. 아세안의 미래 잠재력에 트럼프 정부가 끌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여기서 필자는 동남아 국가와 아세안이 트럼프의 당선에 긴장해야 하는 여섯 가지 이유를 주장한다. 동남아를 비하하거나 폄훼하려는 게 아니다. 현실을 직시해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첫째, 아세안 10개국 중 7개국은 미국과 무역에서 흑자를 크게 보고 있으며, 이 7개국 무역 흑자를 합치면 중국에 이어 제 2위의 무역 흑자국이 된다. 미 상무부 통계로 2015년 3,600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트럼프의 중국 불공정 무역에 대한 비난, 무역 압박이 동남아 국가에게 강 건너 불구경이 될 수 없다. 동남아 국가 중 대미 무역 흑자 1위인 베트남은 더 긴장해야 한다.

둘째, 트럼프가 기반한 공화당 정부는 다자 보다는 양자, 동맹우선의 외교정책을 편다. 오바마 정부 하에서 아시아 다자협력 (ARF, EAS, ADMM+) 등은 큰 주목을 받았다. 미국의 적극적 다자주의 관여 때문이다. 이런 지역 다자협력에서 중심을 차지한다고 주장하는 아세안 (ASEAN Centrality)의 역할도 덩달아 중요해졌고 많은 주목을 받았다. 트럼프 정부의 지역 다자 관여는 잘해야 G.W. 부시 행정부 수준이 될 것이다. 지역 다자에 쏟아진 관심과 지역내 아세안의 역할이 함께 위기에 처해 있다.

셋째, 트럼프 정부가 동맹, 양자관계를 중시한다고 한다 해도 동남아 국가에 희소식은 아니다. 동남아에서 미국의 동맹국가는 필리핀과 태국이다. 2014년 이후 군정하의 태국이나 예측 불가능한 두테르테 (Rodrigo Duterte)가 이끄는 필리핀 모두 긴밀한 동맹을 꾸려 가기 쉽지 않다. 더욱이 동맹 파트너의 더 많은 기여를 기대하는 트럼프의 눈에 재정적으로, 군사적으로 동남아의 두 동맹국가가 기여할 수 있는 바는 제한적이다. 그리 매력적 동맹국가가 아닐 수도 있다.

넷째, 오바마 (Obama) 정부와 달리 트럼프 정부 하에서 남중국해 문제는 중요한 안보 과제가 아닐 수 도 있다. 남중국해 문제는 미-동남아 안보협력의 가장 중요한 고리이다. 무역, 경제문제에서 미-중간 타협이 일어나고 이 타협이 지정학적, 지전략적 영역으로 확대된다고 가정해보자. 미국의 경제적 요구를 들어준 반대 급부로 아태 지역 일부에서 중국의 헤게모니 혹은 영향권을 미국이 인정한다면 중국은 여기에 남중국해를 반드시 포함할 것이다. 미국의 남중국해 방기 (abandon)이다.

다섯째, 테러리즘 분야에서 미-동남아 협력의 여지를 보기도 한다. 일면 일리가 있다. 트럼프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테러리즘 문제에 대해 단호하고 강력한 대처를 주장했다. 그런데 트럼프가 테러리즘=이슬람이라는 전제를 하는 한 테러리즘 관련 협력은 어렵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테러리즘 협력 대상국 인구 절대 다수는 무슬림이다. 이미 G. W. 부시 정부하에서 테러리즘 협력을 놓고 마찰을 겪을 만큼 겪었다.

여섯째, 트럼프는 오바마가 아니다. 정반대다. 오바마는 냉전 종식 후 최초로 동남아 국가들을 미국 대외정책의 주요한 사안으로 끌어 올렸다. 적어도 아시아 피봇 (Pivot to Asia) 정책의 핵심은 동남아 였고, 아시아 피봇은 오바마의 가장 중요한 외교적 이니셔티브였다. 트럼프의 정책은 이런 ‘오바마 지우기’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동남아에 대한 미국 대외정책의 관심은 급속히 식을 수 있다.

긍정적 낙관은 미래의 희망을 위해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감이 결여된 혹은 반대 논리를 고민하지 않은 긍정적 낙관은 냉철한 판단을 그르친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예상되는 미-동남아 관계는 좀 더 현실적 평가가 필요하다. 지난 오바마 8년 동안 매우 좋았던 미-동남아 관계가 트럼프 정부를 맞아 현실에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말이다.

* 본 블로그의 내용은 연구진들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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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이재현

지역연구센터 / 아세안-대양주 연구프로그램

이재현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지역연구센터장이며 아세안-대양주 연구프로그램 선임연구위원이다.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정치학 학사, 동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고, 호주 Murdoch University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위 이후, 한국동남아연구소 선임연구원을 거쳐 외교통상부 산하 국립외교원의 외교안보연구소에서 객원교수를 지냈다. 주요 연구분야는 동남아 정치, 아세안, 동아시아 지역협력 등이며, 비전통 안보와 인간 안보, 오세아니아와 서남아 지역에 대한 분야로 연구를 확장하고 있다. 주요 연구결과물은 다음과 같다. “Transnational Natural Disasters and Environmental Issues in East Asia: Current Situation and the Way Forwards in the perspective of Regional Cooperation" (2011), “전환기 아세안의 생존전략: 현실주의와 제도주의의 중층적 적용과 그 한계“ (2012), 『동아시아공동체: 동향과 전망』(공저, 아산정책연구원, 2014), “미-중-동남아의 남중국해 삼국지” (2015), “인도-퍼시픽, 새로운 전략 공간의 등장”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