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활동

한국인의 ‘대중국 인식’은 발전중이다. 중국은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중국 자체와 중국 지도자에 대한 호감이 급상승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가. 호감의 뒷면엔 그렇게 말하기 어려운 요소가 쌓여 있다. 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앞두고 지난 23ㆍ24ㆍ25일 중국의 칭화대학을 비롯한 여러 연구 기관과 외교ㆍ안보 현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이 점은 분명히 드러났다. 아산정책연구원은 24일 베이징에서 칭화대학과 ‘한중관계 20년, 도전과 기회’라는 주제로 공동 세미나를 개최했다.

현안에 대한 한중인식의 ‘같음과 다름’

20여 개 현안에서 다름 인식이 압도적
中,北에 동정심…혼란시 南의 北진입 반대
그러나 통일 지지하고,붕괴 논의엔 동의

김한권ㆍ리팅팅 박사,진병남 연구원

세미나 과정에 등장한 주제는 거의 20개로 다양했다. 그 속엔 한중의 ‘다름’이 ‘같음’을 압도했다. 특히 안보 이슈가 그랬다. 핵심 이슈인 북한 문제를 둘러싸고는 중국의 무엇이 변했는지 단정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변화가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북한을 답답해 했고, 북한 붕괴에 대비한 논의의 필요성을 인정했으며 통일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한국인이 몰라주는 점을 서운해 했다. 통일 뒤 주한미군의 존재에 대한 열린 자세도 엿보였다. 아산정책 연구원과 중국 연구기관의 논의에 드러난 ‘다름과 같음’을 짚어본다.

◇한국과 중국의 ‘다름’

▶북한관=한국과 중국이 가까워지고 있으며, 북한의 중국 비난 목소리가 높아도 중국의 마음 밑바닥엔 북한을 위한 자리가 여전히 탄탄히 자리 잡고 있다. 칭화대학 참석자는 “중국엔 북한 상황에 대한 동정심이 남아 있음을 염두에 둬야한다. 도와줄 필요가 있다. 대학 졸업학생들이 베이징 식당서 중국 대학생도 안하는 웨이트리스 일을 한다.그래서 인민을 돕는 인도적 지원을 해야한다”고 했다. 또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 포기를 밀어붙이는 것을 주저한다”고 했다.

▶남북한의 가치=한 중국 참석자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남북의 가치가 다 올라간다”고 했다. 이에 대해 아산측 참석자는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훨씬 높아간다”고 지적했다.
▶북한 위협 인식=역시 달랐다. 한국 측 참석자는 “중국은 일본을 최대 위협으로 여기지만 한국의 최대 위협은 북한이다. 서로 위협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중국 측은 “북핵 문제 중요도에 대한 인식이 이렇게 다르니 어떤 일을 함께 할 수 있는지 논의해야한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 해결=다른 인식은 북핵 문제 해결 방안의 차이로 이어진다. 중국은 여전히 6자회담 재개를 강조했지만 한국은 부정적이었다. 중국 측은 “대화를 전제로 한 패키지 해결이 중요하다. 한국은 대화를 먼저 하라”고 했다. 협상도 하기 전에 한국에 북한에 뭔가를 중지하라고 어떻게 요구하느냐고 물었다.
▶미사일방어망(MD)=인식 차이가 극명한 주제였다. 한 중국 참석자는 미국이 포괄적 군사안보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한국에 MD 가입을 강요한다고 주장했다. 북한 미사일의 사거리를 생각하면 PAC-2 정도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한국이 MD에 가입하면 한국이 중국을 적으로 삼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는 발언까지 나왔다.

그러나 한국 측은 달리 지적했다. 북한 미사일의 능력은 스커드와 같은 단거리를 이미 넘었다. 노동 미사일은 고고도(高 高度)로 상승하고 사거리도 700~800㎞다. 따라서 중거리 미사일 방어망인 THAAD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적도 아닌 미국의 MD를 강력 반대하면서 한국이 적국인 북한 미사일 방어를 위해 THAAD를 도입하는 데 반대한다면 한국 안보 현실을 아예 무시하는 것이란 지적을 했다.

▶북한 붕괴시 한국 개입=중국은 남북이 모두 주권 국가이므로 UN의 인정 아래 일이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은 ‘남북 기본합의서에 따라 상호 주권국가가 아닌 특수 관계를 인정했으므로 한국은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반박했다. 붕괴시 북한에 인도적 비상 사태가 벌어지게 돼 한국군은 자동 개입할 수 밖에 없으며 합의서 해석에 따라 안정화를 위한 한국 지상군 개입도 가능하다고 했다. 그래서 한중이 공통 이익과 이해를 발견해야한다고 한국 측 참석자는 지적했다.
▶북한의 현재 상태에 대한 인식=중국 측 참석자는 “중국은 북한이 ’생존~번영 사이‘에 있으며 한국은 ’붕괴~생존‘사이에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역사 이해=중국 측 참석자는 역사(고대사)와 관련,“중국 교과서는 늘 한국을 도왔다고 쓰지만 한국 역사책은 늘 중국이 한국을 침략했다고 쓴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회적 교류를 강화해야 서로에게 따스한 감정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서로 다른 정치적 가치가 양국 정부와 사회에 불신을 가져다 준다고 했다.

◇중국의 ‘중립’ 이동
▶북한 컨틴전시 플랜=중국 측 참석자들은 북한 붕괴의 가능성에 에 대비해야하며 한중이 이 문제를 논의해야한다는 인식을 보였다.
▶비상사태시 북의 개입 요청=북한이 중국에 군사적 지원을 요청한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이 있다. 이라크 정부가 미국에 군사 개입을 원했을 때 오바마는 주저했다. 시진핑은 오바마와 다르다고 본다. 중국은 파병하지 않을 것이다. 파병은 중국의 오랜 철학과 정책을 위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 비상사태시 미군 개입=핵이나 대량살상무기문제로 진입한다면 유엔 허락 아래 움직일 수 있다고 중국 측은 말했다.
▶통일=중국 측 참석자들은 중국이 통일에 반대한다고 여기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통일뒤 주한미군 주둔=중국 측 참석자는 ‘미중 관계가 좋다면 문제가 아니다’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또 북한의 버퍼존(완충지대)기능에 대해 전엔 미군의 압록강 진출을 걱정했지만 지금은 중국을 상대로 미국이 공해전(air-sea battle)을 할 수 있어 버퍼존의 전략적 의미가 줄었다는 게 중국 의견이라고 언급했다.

◇새로운 문제 ‘미중관계’
중국의 관심이 큰 주제였다. 중국은 미일 양자 동맹이 지역 동맹으로 변질되고 있다. 더 군사대결적으로 나온다. 이에 중국은 장기적으로 서태평양에 공군을 배치하려한다. 동북아엔 ‘한미일 vs 북중러’라는 질서가 ‘북미일 vs 한중러’ 구도로 변하는 기미도 엿보인다고 했다.
또 미국이 동아태지역에서 지휘관 역할을 하려하지만 중국은 이 지역을 협력의 코뮤니티로 본다. 이런 다른 논리 때문에 미중 양국의 행동은 다르다. 미국은 지휘관으로 태평양을 감시하려 하고 중국은 역내 협력 분위기를 조성하려한다. 지금 미국의 실력이 더 강해 중국은 대항할 수 밖에 없다는 논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동아시아에서 양자구조가 아닌 다자구조로 가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 국측은 이 문제와 관련 미중 사이에는 동아시아 미래에 대한 공통 이해와 비전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commandership은 동력을 잃어가고 있어 행사가 어렵다. 한국은 그래서 오히려 이 지역의 미국의 리더십 유지를 걱정하며 일본의 재군사화도 바로 이런 틈새를 이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타 논의
중국측 참석자는 시진핑 주석의 한국 방문에 대해 “이번 방문은 다른 나라를 거치지 않고 한국만 1회에 걸치는 것이며 박근혜 대통령과의 개인적ㆍ화학적 융합을 위한 것이다. 시주석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도 화학적 결합을 추구했지만 오바마는 인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한ㆍ중관계의 첫 20년은 미ㆍ중, 중ㆍ일 관계 첫 20년보다도 좋았다. 향후 20년의 관계는 지역, 북한,경제적 요소라는 세가지 요소의 측면에서 봐야한다”는 평가도 나왔다.
북일 접촉에 대해 중국 측 참석자는”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비하기 위해 일본이 미국의 이해 아래 움직였다‘는 취지의 주장을 제기했다. 중국은 일본과의 영토분쟁에 대한 한국의 의견을 듣기를 원했으나 한국측은 문제해결 과정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제 부분에선 한중FTA 체결의 중요성이 언급됐다. 그러나 TPP에 대해선 부정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