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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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박근혜 대통령의‘통일대박론’은 지난해 초부터 언론에 회자되며, 북한·통일에 대한 한국인의 관심을 환기시켰다. 그럼에도,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지난 10월 초에는 아시안 게임 폐막에 맞춰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으로 한때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하지만, 대북선전 전단지 등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면서 10월 말로 예정되었던 2차 고위급회담이 무산되었다. 이처럼 남북관계는 긴장과 갈등을 반복하며,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조사결과, 한국인의 대북·통일인식도 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북한에 대한 인식은 전반적으로 부정적이었다. 북한을 안보 위협으로 인식하는 경향‘( 북한’하 면 떠오르는 것: 전쟁·군사·핵무기 37.5%)이 한국인 사이에 널리 퍼져 있었다. 또 북한 주민에 대한 관심은 56.0%로 북한(67.0%) 자체 보다 낮았다.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문제가 중요 이슈로 부각되고 있음에도, 북한 주민에 대한 관심은 높지 않았다. 동일한 경향성은 북한 주민에 대한 친밀감에서도 드러났다. 한국인의 북한 주민에 대한 친밀감은 평균 5.47점(0점‘매우 멀게 느낌’, 10점‘매우 가깝게 느낌’)으로 미국인(6.25점), 중국인(5.55점) 보다 낮았다. 이 조사결과는 북한을 같은 민족으로 보는 시각이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인은 남북관계에도 무관심했다. 남북관계 및 안보에 대한 관심은 북핵사태, 개성공단 중단과 같은 사건이 일어난 직후에만 일시적으로 높아졌다. 교착상태에 있는 남북관계에 대한 전망도 부정적이었다. 최근 남북관계가 악화되었다는 의견은 76.5%나 되었고, 향후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비관적이라는 의견이 43.3%였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한국인의 평가도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대북정책에 만족하는 한국인은 지난해 10월 32.2%에 그쳤고, 불만족 의견은 47.7%로 절반에 육박했다. 불만족은 30대(62.7%), 40대(60.2%), 20대(50.3%)의 순으로 높았고, 50대(41.8%)와 60세 이상(24.6%)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향후 대북정책 방향은 “현재처럼 유지해야 한다”와 “더 강경해야 한다”가 각각 23.9%, 22.2%로 강경노선에 대한 선호가 높았다. 대북 경제지원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다. 북한의 태도변화 없이는 대북지원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71.2%로 압도적이었다.

남북간 현안 즉 5.24 조치 해제에 대해서는 44.4%가 입장을 유보했다. 이는 일반 대중이 5.24 조치 자체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와 대조적으로, 비정치 분야인 금강산 관광 재개(63.1%), 이산가족 상봉(72.0%)에 대한 지지는 높았다. 또 한국인의 81.7%는 남북정상회담이 필요하다고 봤다. 답답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두 정상이 만나야 한다고 본 것이다.

북한, 대북정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통일인식 변화와 맞물려 있다. 남북관계에 대한 전망이 부정적임에도, 통일에 대한 관심은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이후 줄곧 80% 초반을 유지했다. 하지만, 유독 20대는 통일에 무관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대의 무관심은 올해 28.2%로 50대(10.1%), 60세 이상(8.3%)보다 3배 또는 그 이상 높았다.

한국인은 통일이 필요한 이유로 민족동질성 회복과 경제효과를 들었다. 같은 민족이라서(32.2%), 이산가족문제 해결(7.6%)의 이유로 통일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경제성장(23.0%), 분담비용 감축(14.7%)를 합한 경제적 관점에서 통일이 필요하다고 본 비율과 비슷했다. 50대 이상이 여전히 민족의식(같은 민족+이산가족문제 해결)을 이유로 통일 필요성에 공감한 것과 달리, 20~40대는 경제효과(경제성장+분담비용 감축) 즉 현실적 관점에서 통일을 봤다.

통일에 대한 민족의식은 약해지고 있었다. 민족의식의 관점에서 통일이 필요하다고 본 비율은 2007년 59.5%, 2008년 64.7%에서 2014년 40.8%로 뚝 떨어졌다. 민족의식 약화는 전 세대에 걸쳐 나타났는데, 특히 40대 이상에서 두드러졌다. 비교적 민족의식의 관점에서 통일을 바라봤던 노년층의 의식 약화도 유의할 만하다(2007년 대비 하락 폭(%), 40대: 22.2%, 50대: 31.8%, 60세 이상: 24.0%).

통일 이후, 경제상황 악화에 대한 우려도 컸다. 경제가 나빠져도 통일을 빨리 해야 한다는 답은 45.5%였다. 앞서 통일의 필요성에 공감한 비율이 86.6%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수가 판단을 바꾼 것이다. 통일을 경제적으로 접근하는 시각은 세금부담 의향에서도 뚜렷이 나타났다. 통일세에 찬성한 비율은 48.1%로 여전히 통일이 필요하다고 본 한국인의 비율(86.6%)에 미치지 못했다. 통일세에 대한 거부감은 세대별로 차이를 보였다. 50대(28.8%)와 60세 이상(28.7%)은 저항이 낮은 반면, 30대(57.7%)와 20대(54.4%)는 절반 이상이 통일세에 반대했다.

박근혜 정부가 통일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변화한 한국인의 통일인식에 부합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책입안 과정에서 50대 이상은 민족동질성 회복, 2040세대는 경제적 편익에서 통일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교착상태에 있는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를 정상회담에서 찾은 여론에도 귀를 기울어야 한다.

 

About Experts

김지윤
김지윤

연구부문

김지윤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여론연구프로그램 선임연구위원이다. 주요 연구분야는 선거와 재정정책, 미국정치, 계량정치방법론 등이다. 주요 연구실적으로는 “Cognitive and Partisan Mobilization in New Democracies: The Case of South Korea”(with Jun Young Choi and Jungho Roh, forthcoming, Party Politics), “The Party System in Korea and Identity Politics” (in Larry Diamond and Shin Giwook eds. New Challenges for Maturing Democracies in Korea and Taiwan. 2014. Stanford University Press), “기초자치단체에서 사회복지비 지출의 정치적 요인에 관한 연구” (이병하 공저 의정연구, 2013), 『국회의원 선거결과와 분배의 정치학』 (한국정치학회보, 2010), 『Political Judgment, Perceptions of Facts, and Partisan Effects』 (Electoral Studies, 2010), 『Public Spending, Public Deficits, and Government Coalitions』 (Political Studies, 2010) 등이 있다.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UC 버클리대학에서 공공정책학 석사를, 미국 MIT대학에서 정치학 박사를 취득했다. 캐나다 몬트리올 대학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지냈다.

강충구
강충구

연구부문

강충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책임연구원이다.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사회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대화문화아카데미에서 객원연구원으로 "정책소통지수 개발" 연구에 참여했고, 연구 관심분야는 양적연구방법, 조사설계, 통계자료 분석 등이다.

Karl Friedhoff
Karl Friedhoff

여론・계량분석센터

Karl FRIEDHOFF is a program officer in the Public Opinion Studies Program at the Asan Institute for Policy Studies. Prior to joining the Asan Institute, he was a program assistant at the Institute for Global Economics. He earned an M.A. in international commerce at Seoul National University and a B.A. in political science at Wittenberg University. His writing has appeared in the Korea Herald and the Joongang Daily.

이의철
이의철

여론・계량분석센터

이의철은 아산정책연구원의 여론연구센터 연구원이다. '아산 데일리 폴'과 '아산 연례조사' 등 여론조사 실무와 분석을 맡고 있다. 연구 관심분야는 여론조사, 국내정치, 선거연구 등이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