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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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지난 4월 25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은 3번째 정상회담을 하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이후 그간 4차례 한국을 방문했고,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가장 많이 한국을 방문한 대통령이 되었다.

북한의 핵 위협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개최된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북핵 문제에 관한 한미공조 강화, 미사일 방어 관련 상호 운용성 증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 재검토, 한미원자력협력협정 개정 관련 한국의 입장과 비확산의 필요성을 고려한 해법 마련, 한미 FTA 이행을 위한 노력 강화, 한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 agreement, TPP) 참여 환영 및 높은 수준의 TPP 달성을 위한 한미 간 협력 등의 의제를 다루면서 향후 한미동맹을 발전시켜 나가는 데 중요한 성과를 거두었다. 또한, 오마바 대통령이 공동기자회견에서 위안부 문제를 ‘끔찍한 인권침해(terrible violation of human rights)’라고 언급하면서 역사에 관한 올바른 인식의 중요성을 지적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된다.

앞으로의 관건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검토 문제, 북핵 및 북한 문제 공조, 그리고 한일관계 등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작권 전환 문제 재검토를 계기로 우리는 북한의 군사위협과 능력을 무력화할 수 있는 확고한 안보태세를 갖추는 노력을 배가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 북핵과 북한 문제 현안 대응 중심이 아닌 통일이라는 목표하에 입체적이고 포괄적인 장기 대북정책 및 통일정책의 그림을 그리고 협력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한일관계 개선과 한•미•일 안보협력 문제에서도 실익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확인하고 실천하여 우리의 이익에 부합하는 상황을 만들어 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2. 한미 정상회담의 주요 성과와 의미

1)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검토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는 2015년 12월로 예정되어 있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시기가 아닌 조건을 기준으로 하는 접근방식을 검토하기로 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작권 전환 문제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 제기되어 왔던 문제였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개최한 제45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ROK-US Security Consultative Meeting, SCM)에서 김관진 한국 국방장관과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은 13개 항으로 이루어진 공동성명을 채택하면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 등으로 악화되고 있는 한반도 안보 상황에 주목하고,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과 전작권 전환 검증계획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한 바 있다. 그러나 공동성명은 전작권과 관련해서 2010년 제42차 SCM에서 승인 및 서명한 ‘전략동맹 2015’를 논의의 기초로 삼은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시기 연장에 대해서는 선을 그은 것과 다름없었다.

미국 정부는 이후로도 북한 위협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증가함에도 전작권 전환 시기 연기에 대해서 유보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물론 2013년 이후로 미국 내 일부 인사들이 한미연합사가 북한의 위협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제이므로 이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2015년 12월로 예정된 전작권 전환 시기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는 하였으나, 그것은 매우 소수의 의견에 불과했다. 더욱이 2011년 예산통제법의 제정에 따른 국방예산 감축은 물론 추가적으로 자동예산삭감(sequestration)이 추진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동맹 유지와 업그레이드에 대한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 전작권 전환 재연기에 대해 더욱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 왔던 것도 사실이다. 나아가 일부에서는 한국 정부가 자신은 적정 수준의 국방비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미국에 부담을 떠넘기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쉽지 않은 여건 속에서 전작권 전환 문제 재검토에 관한 미국 측의 이해와 합의를 얻어낸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성과이다. 기본적으로 특정 시간을 목표로 설정하고 접근하던 방식 대신, 조건을 설정하고 이러한 조건이 충족될 때 전환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은 최근 연평도 포격과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위협 등의 잇따른 대남도발 등 한반도 주변의 안보상황을 고려한 매우 현실적인 접근이며 북한의 오판을 방지하는 데 기여한다고 볼 수 있다. 핵심은 이번 합의로 우리에게 전작권 전환을 위한 준비시간이 더 주어졌지만, 이것이 안보태세 강화 노력을 소홀히 해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전작권 전환의 구체적인 조건을 설정하고 이러한 조건 달성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새로운 과제가 한국에 부과되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또한 작년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한국이 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준비를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발언했듯이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의 주도적인 역할에 대해서도 고려해보아야 할 것이다.

2) 북핵 및 북한 문제 관련 한미 공조 재확인

북한의 제4차 핵실험 가능성이 대두된 가운데 개최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양 정상은 북핵 문제에 대해 북핵 불용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 한미 양국이 긴밀히 공조해 나갈 것을 다짐하는 동시에 중국의 역할을 평가하고 강조한 점을 높이 살 만하다.

한미 정상회담이 개최되기 이전에 일각에서는 북핵 문제에 대해서 미국의 입장이 조금 더 유연한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와 전망을 제기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한미 간에 북핵 문제에 관해서 이견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이란 핵 문제, 중동 평화협상, 크림반도 사태 등으로 인해 북핵 문제에 대해 미국의 관심이 이전 같지 않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예상과 달리 오바마 대통령은 북핵 불용 원칙과 과거 부시 행정부 때부터 미 정부가 유지해 온 ‘전략적 인내심(strategic patience)’을 재차 확인해주었고, 북한 문제 해결에서 한미공조의 중요성과 중국의 역할을 다시 한 번 강조하였다. 같은 맥락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는 점과 동북아 지역에서의 핵 관련 군비경쟁(핵 도미노)의 위험을 지적하면서 중국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을 촉구하는 강한 메시지를 보냈다.

북핵과 북한 문제에 관한 새로운 제안이나 메시지가 없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동북아 지역에서의 핵 도미노 가능성을 들어 북핵 문제의 심각성을 확인함과 동시에 그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방안 모색의 필요성에 양국 정상이 공감하였다는 점은, 미국이 북한 문제를 처리함에 있어서 단순히 관리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보다 높은 수준의 관심이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과 함께 적극적인 해결을 모색하는 기반을 공고히 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특히 한미 양국 사이를 이간질해 공조를 약화시키고 한미동맹에 대한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고자 하는 북한의 전략이 오히려 부작용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밝힘으로써 북한이 전략적 고민을 하도록 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중국의 역할에 대해서 과거 어느 때보다 높은 강도로 강조하였다는 점 역시 평가할 만하다.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봐야 할 또 하나의 문제는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 인권 문제를 직접 지적하였다는 점이다. 이는 앞으로 미국이 북한 인권 문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제기하면서 주요 의제로 다룰 가능성이 크고, 이와 관련하여 한국과 미국이 어떻게 보조를 맞추어 갈 것인지가 대북정책의 큰 틀을 짜는 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임을 의미한다. 특히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 왔던 한국으로서는 부담스러운 부분이 될 수도 있다.

3) 역사 및 위안부 문제 관련 미국의 이해 확보

우리 정부 외교의 또 하나의 성과는 역사 문제와 위안부 문제에 관한 미국 측의 이해를 확보하였다는 점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 중 위안부 문제는 ‘끔찍한 인권 침해’라고 지적함으로써 이 문제에 대해 한국의 손을 들어 주었다. 또한 과거사 문제와 관련하여 “아베 총리와 일본 국민들은 과거는 진실하고 성실하게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언급함으로써 올바른 역사 인식의 중요성을 간접적으로 지적하였다. 이는 과거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강조해 온 한국 정부의 입장과도 일치하는 것이며, 한일관계에서 중립적 입장을 취하면서 미래를 위해 한국과 일본이 공동 가치에 기반을 두어 협력해야 함을 강조해 왔던 미국의 기존 입장과는 다른 면을 보여준 것이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이 과거는 물론 미래도 함께 지적했다는 점에서 한국과 일본의 손을 모두 들어 주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그러나 위안부 문제를 인권침해의 문제로 간주한 점은 기존 미국의 입장과는 분명 차이가 있으며, 한일관계에서 솔직하고 공정한 역사 인식의 중요성을 지적한 것은 한국보다는 일본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과거뿐만 아니라 미래를 바라보며 협력을 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은 과거 문제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한국에 전달한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한일관계를 어떻게 진전시켜 나갈 것인가에 대한 우리 나름의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3. 향후 과제

1)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한 노력 경주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전작권 문제를 새로운 차원, 즉 시간이 아닌 조건 중심으로 접근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다만 이는 단지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번 것이지 전작권 문제가 종결된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므로, 우리는 지금부터 전작권 전환 준비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전작권 전환 재검토 문제와 관련하여 정부는 특정 조건이나 목표를 설정하고, 그 충족 여부를 점검하는 절차를 마련해 검증하여 전환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접근방식을 택할 것이다. 특히 세부 조건과 관련하여 주로 특정 무기체계 중심의 군사력 확보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한다. 문제는 어떠한 군사력과 방위체제가 필요한지에 대한 판단의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의 군사위협(능력과 전략•전술•작전)에 대한 정밀하고 포괄적인 분석과 평가가 요구된다. 우리는 그동안 북한의 위협을 평가할 때 그때그때 발생하는 사건에 따라 쏠림 현상을 보여왔다. 또한 우리의 북한 위협 평가는 북한의 물리적 군사능력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북한이 자신들의 군사력을 어떠한 형태와 수준으로 사용할 것인가 하는 군사력 운용에 관한 분석은 미흡하였다. 이러한 군사력 운용에 관한 분석이 부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북한의 군사도발에 대한 선제 대응은 앞으로도 요원할 것이다.

북한 위협에 대한 면밀하고 지속적인 평가와 분석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우리가 앞으로 어떠한 준비와 노력을 해야 할지를 정확히 알 수 없고, 우리의 노력이 어떠한 성과를 도출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확신할 수 없다. 따라서 전작권 전환의 조건을 설정하는 작업을 추진할 때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것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북한의 위협에 대한 포괄적인 평가와 전망이어야 한다.

북한 위협 평가의 가장 핵심은 역시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이다. 현재로써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매우 낮고 오히려 핵과 미사일 능력을 향상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다면 북한 위협의 핵심에는 핵과 미사일이 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기존 위협분석의 틀과 범위를 벗어나 재래식 전력과 대량살상무기 전력이 결합한 동태적인 위협분석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두 번째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과 작전을 구상하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 북한의 도발로 인해 Fight Tonight, Tailored Deterrence(이전에는 Proactive Deterrence), Kill-Chain, 그리고 4D(Detect, Defend, Disrupt, and Destroy) 등과 같은 개념과 목표들이 제시되었다. 이러한 개념들은 특정한 형태의 도발이나 위협에 대응하는 성격이 매우 강하고, 전술적 수준에 머물고 있거나 대응의 성격을 규정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받고 있다. ‘Fight Tonight’의 경우도 높은 수준의 군사대비 및 대응태세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우리의 전략목표라기보다는 전략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조건에 해당하는 제한적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맞춤형 억제(Tailored Deterrence)’ 역시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된 개념이기 때문에 적용범위가 매우 제한적이다. ‘4D’도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전략으로서 제시되었을 뿐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개념들이 어떻게 상호 연관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도 모호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위협에 대한 평가와 전망에 근거하여 유사시 우리가 어떠한 전략목표로 어떻게 싸울 것인가 하는 포괄적이고 입체적인 새로운 전략과 작전을 구상하는 일이 매우 절실하다. 물론 한국과 미국은 정례적으로 북한 위협을 평가해 작전계획을 수정하고 발전시켜 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러한 작업은 기존의 틀이나 기본 가정사항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추진되어 온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기회를 계기로 대증적(對證的) 조치를 넘어서 우리의 안보•군사전략에 대한 근본적이고 전반적인 재검토를 통해 현존하는 북한의 위협과 도전은 물론 향후 예상되는 것에 대해서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국방 및 군사전략을 강구하고, 이를 전력발전의 지침으로 삼아야 한다.

세 번째, 위와 같은 군사전략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능력과 체제를 판단하고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여 적극적으로 군사력 건설을 추진해야 한다. 현재 정부는 국방개혁 기본계획을 마련하고 추진하고 있다. 핵심 내용은 군 구조 분야에서는 지휘 구조, 병력 구조, 부대 구조, 전력 구조 개편 등이며, 국방운영 분야에서는 교육•훈련, 인사관리, 동원체제 개선, 예비군 정예화, 군수운영 혁신, 국방과학기술 발전, 그리고 군 복지 향상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국방개혁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또한 개혁과제의 우선순위에도 문제가 있다. 특히 북한의 변화하는 위협과 도전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 및 체제 확보와 관련된 것은 대부분 장기과제로 편성되어 있는 데 반해 단•중기 과제는 합참 개편, 동원사단 개편, 민‧군작전부대 편성, 동원체제 개선, 물류 개선, 복지 향상 등 군 구조 개편이나 국방운영과 관련된 것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을 중심으로 군사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투자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급변하는 우리의 안보상황을 고려할 때 이러한 과제 선정과 편성이 타당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국방부는 국방개혁 기본방향을 북한의 비대칭 위협, 국지도발 그리고 전면전 등에 동시에 대비할 수 있는 능력 구비라고 강조했으나, 국방부가 제시한 단•중•장기 과제를 볼 때 이러한 국방개혁의 기본방향과는 일치하지 않는다. 이러한 과제 편성은 우리 국방예산이 한정되어 있고, 북한 위협의 실체와 우리의 대응전략에 대한 충분한 사전연구가 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역설적이지만 전작권 전환 재검토에 대한 한미 정상 간 합의는 이러한 문제점을 시정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앞으로 진행될 전작권 전환 관련 한미 간 협의에서는 현존하는 북한의 위협뿐만 아니라 미래의 북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 어떠한 능력과 체제를 확보하여 전작권 전환의 조건을 충족시킬 것인지가 핵심이 될 것이다. 이러한 협의 과정에서 우리가 자체적으로 확보해야 할 군사 역량, 한미 간 통합적으로 확보하거나 운영해야 할 능력과 체제, 그리고 미국이 지원하거나 담당해야 할 부분도 논의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이 한국에 보다 적극적으로 군사력 건설과 개선사업 추진을 요구할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이 국방력 구축에 대한 적극성을 보이지 않을 경우 미국 내에서 ‘안보 무임승차론’이 제기될 것이고, 한국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형성되고 또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이는 한미동맹의 발전에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따라서 우리는 현실성 있는 국방개혁을 구상하고 과제 간 우선순위를 조정하여 제한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함으로써 전작권 전환을 위한 조건을 충족하는 데 노력을 경주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추가적인 예산을 배정하고 집행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2) 포괄적•입체적 장기 대북정책 수립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추진해 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1월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대박론을 내놓았고, 지난 3월 말 독일 국빈방문 중 드레스덴 공대에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 연설을 통해 남북 간 인도적 문제 해결, 공동 민생 인프라 구축, 남북 주민 간 동질성 회복이라는 3대 제안을 담은 드레스덴 구상을 제안하였다. 정상회담 이전에 미국 워싱턴 DC에서는 드레스덴 구상을 일면 이해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우려를 하고 있었다. 미국은 북핵 문제를 포함해 북한의 상황이 변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위협을 가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왜 한국 정부가 ‘관여(engagement)’의 성격이 강한 드레스덴 구상을 제시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를 배경으로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통일대박론 그리고 드레스덴 구상을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하였다는 것은 나름 의미 있는 외교적 성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대북정책이 미국의 대북정책과 엇박자를 낼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미국 대북정책의 핵심은 핵 문제로 시작하여 이제는 미사일 문제가 추가된 상황이다. 또한 미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 인권문제를 들고 나왔다. 이에 반해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핵 문제 해결을 전제로 하고 있기는 하나, 기본적으로는 관여의 성격을 띠고 있고, 또한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따라서 미국의 대북정책과 한국 정부의 대북 및 통일정책이 궤를 같이하도록 조정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부터 통일에 이를 때까지의 포괄적이고 장기적인 대북정책의 밑그림을 한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작성하고 함께 행동하도록 해야 한다. 달리 말해 통일이라는 목표에 대한 장애요인과 촉진요인을 구별하고, 한반도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어느 단계에서 어떠한 문제들을 어떠한 수단을 동원하여 해결할 것인지, 그리고 이를 위해서 한미 양국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또한 주변국들의 협력과 협조는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등에 대한 협의와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균형 잡히고 조화로운 대북•통일정책 마련을 위해서는 어느 한 측면에 집중하기보다는 정치, 안보, 경제, 사회(인권 및 인도적 문제 포함), 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정부뿐만 아니라 다양한 행위자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이제는 그때그때 발생하는 문제와 도전에 대응하는 임시방편에 가까운 형태를 넘어서 과거 김대중 정부가 미국 및 일본과 협의해서 만들었던 ‘페리 프로세스’를 벤치마킹하여 새로운 한반도 공동구상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또한 이를 주관할 수 있는 새로운 협의체를 만드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요컨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과 미국 간 협의를 통해 새로운 대북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추진하여 현재 상황을 관리하는 일에서부터 통일에 이르기까지 한국과 미국이 통일의 동반자로 함께 나아가는 틀과 기초를 다져야 한다. 또한 이를 토대로 중국을 비롯한 관련국과 주요 국제기구들을 통일의 협력자로 끌어들이고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토록 만들어야 한다.

3) 한일관계 개선 및 한•미•일 안보협력에 대한 입장 정리

미국은 지속해서 한일관계 개선과 한•미•일 3국 공조를 강조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따라서 향후 한일관계를 어떻게 풀어 갈 것인지가 중요한 외교과제로 다가오고 있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한일관계 개선의 관건은 과거사에 대한 일본 정부 및 지도층의 올바른 인식과 행동, 그리고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라고 지적해 왔다. 이러한 한국의 입장에 대해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은 어느 정도 이해를 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미국은 한국이 과거 문제에 집착한 나머지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지 않고 있으며 미래를 위한 협력에 소극적이라는 점에 대해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일본은 워싱턴 DC를 비롯하여 세계 각지에서 매우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활동을 통해 현재 일본이 추구하는 대외정책을 홍보하면서 지지 확보를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으며, 이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미국은 명분보다는 실익차원에서 일본의 ‘집단자위권(collective self-defense)’ 행사를 지지 및 환영하고 있으며, ‘적극적 평화주의(proactive pacifism)’도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요약하면 이번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일본과 관련된 발언으로 한국이 도덕적 우위를 점하고 있기는 하나, 전반적인 상황이 반드시 한국에 유리하지만은 않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한국이 추구하고자 하는 대북정책이나 지역 정책에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해서 박근혜 정부가 역사문제와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지금까지 견지해 왔던 입장을 쉽게 바꿀 수 없다는 점은 분명히 고민거리다.

이와 같은 분위기와 상황을 고려할 때, 한국은 대응방안으로서 일종의 ‘양면 접근(two track approach)’ 방식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즉 한편으로는 일본에 대해 따질 것은 강력히 따지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대화할 것은 대화하고 협력할 것은 협력하는 접근방식을 추진해볼 수 있겠다. 예를 들어 북핵 문제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과 대화하고 협력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또한 동북아 혹은 동아시아 지역협력문제에 대해서도 일본과 논의를 해 볼 만하다.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동북평화협력구상(Northeast Asia Peace and Cooperation Initiative, NAPCI)’이 그 대상이 될 수 있고, 이러한 구상을 통해 한국과 일본이 협력할 수 있는 분야와 이슈를 발굴하는 것도 추진해 볼 만하다. 지구적 차원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도전에 관한 협력을 통해 한일 간 직•간접적 협력을 모색하는 것도 대상이 될 수 있으며,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ODA), 환경 및 기후변화, 식량 안보, 수자원, 에너지, 재난 시 탐색 및 구조•구난 등과 같은 비전통적이고 초국가적인 인간 안보 문제들이 중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은 좀 더 시간을 갖고 추진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지난 4월 워싱턴에서 한•미•일 3자 국방대화(Defense Trilateral Talks, DTT)가 개최되었고, 최근에는 한•미•일 3국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또한 미국은 한•미•일 3국 간 미사일 방어와 관련된 협력을 희망하고 있다. 미•일 양국 정상은 이미 작년 2월 22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를 감시하고 추적하는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미군의 고성능 엑스 밴드 레이더(X-band radar)를 교토 북부의 항공 자위대 산하 교가미사키 기지에 추가 배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우리 군과 일본 자위대 간의 협력은 차치하더라도, 확실한 대북 미사일 활동 감시를 위해서는 일본에 배치된 미군 자산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자명하다. 따라서 2006년과 2013년에 일본 본토에 배치된 두 대의 미군 엑스 밴드 레이더를 포함한 미•일 동맹의 감시자산을 북한 도발 억제 및 한반도 안정 유지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한‧미‧일 3국 간 국방협력이 어떠한 형태로든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은 중국의 반응과 일본의 우경화 및 일본의 안보 역할 확대에 대한 한국 내 비판과 우려로 현시점에서 추진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다. 한•미•일 3국 간 안보협력의 필요성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 사실이다. 특히 북한 문제를 둘러싸고 대북 감시 및 정보수집에서 일본이 상당히 기여할 수 있기 때문에 제한적인 협력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지역 차원의 문제보다는 지구적 차원의 문제를 중심으로 협력을 모색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또한 전략대화를 통해 주요 현안이나 이슈에 관해서 서로의 생각과 입장을 확인하여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는 것도 필요하며, 정부 간 대화가 어려울 경우 민간차원의 대화를 활성화하여 대화 부재의 상황을 관리하고 정부 간 대화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도 대안으로서 고려해야 한다. 다만 지난 이명박 정부 당시 밀실논란을 일으킨 한일 간 군사정보보호협정(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 GSOMIA) 국무회의 비공개 처리와 서명 무산과 같은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추진 과정을 대중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양국 간 협력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일 그리고 한•미•일 관계에서 지킬 것은 지키면서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협력을 추진하는 유연성을 발휘해 실익과 명분을 축적하는 것이 요구된다.

4. 결론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는 만족할 만한 실질적 성과를 거두었다. 물론 미국이 우리나라의 TPP 참여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 없이 ‘한국의 TPP 참여와 관심을 환영한다’는 정도의 언급을 하는 데 그치고 회담 이후에 눈에 띄는 후속조치나 논의가 없는 점은 아쉽다. 양국이 한미 FTA가 올린 성과 이상의 정치‧경제적 이득을 양측에 보장해줄 성공적인 TPP를 위한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더 깊은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한미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사항과 관련하여 구체적인 방안 마련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이견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염두에 두어야 한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전작권 전환 재검토 문제는 한국이 바라던 바대로 시기가 아닌 조건에 기초한 접근으로 바뀌게 되었지만, 다른 한 편으로 우리는 정상회담 이후 더 큰 숙제를 안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어떠한 조건을 설정하고 어떻게 이러한 조건을 달성할 것인가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전작권 전환 시기 재검토 및 연기는 확고한 안보태세를 구축하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계속해서 미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충분한 전력과 대응체계가 갖춰지기 전까지 전작권 전환을 서두를 필요는 없으나, 그렇다고 무한정 연기할 수도 없는 문제라는 것을 우리 정부와 군은 결코 망각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의 위협 평가와 전망, 실효적•포괄적•입체적 군사전략과 전술 강구, 정확한 소요 판단과 능력 확충을 위한 노력 등을 통해 전작권 전환의 조건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해 나감으로써 우리의 안보를 공고히 하고 더욱 굳건한 한미동맹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도 한•미 혹은 한•미•일이 공동으로 추구할 수 있는 장기적인 대북 및 통일정책을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 경제•사회적 측면에 집중된 기존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넘어 정치, 안보, 경제, 사회, 그리고 문화를 아우르는 포괄적이고 균형 잡힌 접근법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북한 인권문제를 어떻게 다루어 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하고 그 답을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대북 및 통일정책 추진에 유리한 주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대외적 노력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한일관계에서 위안부 등의 올바른 역사문제 인식을 요구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원칙을 준수하면서 따질 것은 따지되 실익을 챙기는 차원에서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대화하고 협력하는 양면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또한, 한•미•일 3국 안보협력에서도 지구적 차원의 문제나 북한 문제와 관련한 사안에 대해서는 협력 가능한 과제를 찾은 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About Experts

최강
최강

원장

최강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원장이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국립외교원에서 기획부장과 외교안보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동 연구원에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교수로 재직하며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미주연구부장을 지냈다. 또한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아태안보협력이사회 한국위원회 회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했다. 한국국방연구원에서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국제군축연구실장, 2002년부터 2005년까지는 국방현안팀장 및 한국국방연구 저널 편집장 등 여러 직책을 역임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기획부 부장으로서 국가 안보정책 실무를 다루었으며, 4자회담 당시 한국 대표 사절단으로도 참여한 바 있다. 1959년생으로 경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고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구분야는 군비통제, 위기관리, 북한군사, 다자안보협력, 핵확산방지, 한미동맹 그리고 남북관계 등이다.

김기범
김기범

외교안보센터

김기범 연구원은 아산정책연구원 연구부원장실 및 외교안보센터 연구원이다.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에서 국제정치를 전공해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 언어정보연구소 전문연구요원과 (재)국제정책연구원 인턴연구원으로 재직한 바 있으며, 연구 관심분야는 동아시아 지역안보, 다자안보협력, 취약국가, 인간안보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