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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올해는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이다. 그러나 한일관계는 개선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관계 개선을 위한 양국의 접점 찾기가 실패를 거듭해서다. 수교 50주년(6월 22일)을 계기로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보였던 한일관계가 또 다시 수렁에 빠졌다. 한일 양국이 일본 근대산업 시설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합의했지만, ‘강제노역’을 부정하는 일본 정부의 주장이 나오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한일관계 개선이 요원해 보이는 이유다.

수교 50주년 직후 일시적으로 조성된 화해 분위기로 연내 정상회담 성사 등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지만, 갈등의 핵심인 역사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 해법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이처럼 한일관계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한국인이 ‘일본’을 어떻게 보고, 향후 한일관계가 어떻게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살펴봤다.

조사결과, 한국인은 한일관계에 매우 현실적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역사 문제로 갈등의 골은 깊지만 협력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실제로 다수의 한국인은 일본에 대한 반감이 높고 복잡한 역사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고 봤지만, 관계 개선을 위해 한일정상회담이 개최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역사 문제와 별개로 산적한 현안에서 한일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한국인은 ‘일본’하면 주로 ‘후쿠시마 원전사태(31.3%)’, ‘식민지배, 군국주의(24.1%)’, ‘아베 총리 등 정치인(22.6%)’을 떠올렸다. 최근까지 악화일로에 있던 한일관계가 한국인의 인식에 영향을 준 것이다. 한국인은 미국인(5.82점), 중국인(5.06점)보다 일본인(3.74점)을 덜 친밀하게 느꼈다(0= 매우 멀게 느낀다~10점= 매우 가깝게 느낀다). 일본 문화와 상품 등에 대한 호감도는 음식(4.41점), 관광(4.14점), 공산품(3.87점), 대중문화(2.71점)의 순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20대에서 일본인 친밀도와 일본 호감도가 다른 연령대보다 높았다는 점이다. 한국의 20대는 일본의 식민지배에 대한 기억이 희미하고, 경제대국 위상이 확고했던 20여 년 전 일본에 대한 기억이 없다. 이러한 사실이 한국의 젊은 세대로 하여금 일본에 대한 경계심이나 적대감을 덜 갖게 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6월 호감도(0= 전혀 호감이 없음~10점= 매우 호감이 있음) 조사에 따르면 반일(反日) 정서는 일본(2.91점), 일본인(3.74점)보다 아베 총리(1.36점)에게 더 강하게 나타났다. 집권 전부터 민족주의 성향을 보인 아베 총리가 집권 후 ‘다케시마의 날’ 정부주관 행사로 격상, 야스쿠니신사 참배, 위안부 강제성 부인 발언 등으로 한국인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한일관계에 대해서는 평가와 전망이 모두 부정적이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최근 몇 년간 더 나빠졌고(‘나빠졌다’: 80%대 후반), 앞으로도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나빠질 것’+’차이 없을 것’: 70%대)이 짙었다. 또 양국간 갈등이 부각되면서 한일관계를 경쟁(競爭)으로 본 한국인도 올해 6월 70%까지 늘었다.

식민지배에 대한 직· 간접 경험이 있는 한국인은 일본의 우경화에 우려(72.8%)를 표시했다. 우려하지 않는다고 한 응답은 11.7%에 그쳤다. 역사 문제 중 한일관계 발전을 저해하는 현안으로는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37.3%)와 ‘독도 영유권 문제’(36.1%)가 지목됐다. 최근에는 과거사 사과와 배상 문제가 본격 논의되면서 ‘위안부 사과 및 배상 문제’(19.8%)를 걸림돌로 보는 한국인이 늘었다. 이는 전반적으로 인권문제에 관심이 많은 20대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로 향후 위안부 문제가 한일관계에서 중요한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한국인은 위기에 처한 한일관계가 정상화되어야 한다고 봤다. 역사인식 차이로 대립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고 했다. ‘8월 아베 담화에서 역사 문제에 대한 반성이 미흡하더라도’라는 조건을 제시했음에도, 정상회담 개최 찬성이 56.3%로 반대(38.5%)보다 많았다. 일본에 대한 반감, 역사 문제에 대한 강경한 입장, 일본의 우경화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많은 한국인은 왜 일본과의 정상회담을 지지하고 있을까? 주된 이유는 과거사와 별개로 한일협력을 강화(65.2%)해야 한다는 인식이 컸기 때문이다. 이는 역사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다소 비관적인 전망에서 비롯되었다. 아베 총리의 종전 70주년 담화에서 과거사 반성 문구를 넣어야 한다는 의견(88%)이 압도적이었으나,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사과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82.6%) 역시 지배적이었다. 또 일본 정치인과 국민 중 과거사를 반성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많다고 본 한국인의 비율은 각각 11.6%, 30%에 불과했다.

이 조사를 통해 한국인이 일본과의 관계에 매우 현실적인 시각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긴박하게 전개되는 동북아 정세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이해를 공유하는 현안에 협력하는 데 동의했지만, 이것이 일본과의 껄끄러운 역사 문제들을 묻어두고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역사 문제에 있어 일본과의 갈등을 일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한국과 일본은 한일관계를 보다 현실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역사 문제가 노력한다면 해결될 것이라는 ‘오해’를 풀고, 서로가 필요한 존재라는 ‘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국가간 외교 관계가 철저하게 자국과 자국민의 이익을 위해 움직여야 한다는 기본적 사실을 감안하면, 양국 정상의 우정이나 불화가 이를 좌우한다는 것은 넌센스다. 서로가 좋아하거나 싫어할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국익일 뿐이다. 한국인은 그 점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About Experts

김지윤
김지윤

여론・계량분석센터 / 여론연구프로그램

김지윤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여론・계량분석센터 여론연구프로그램 연구위원이다. 주요 연구분야는 선거와 재정정책, 미국정치, 계량정치방법론 등이다. 주요 연구실적으로는 “Cognitive and Partisan Mobilization in New Democracies: The Case of South Korea”(with Jun Young Choi and Jungho Roh, forthcoming, Party Politics), “The Party System in Korea and Identity Politics” (in Larry Diamond and Shin Giwook eds. New Challenges for Maturing Democracies in Korea and Taiwan. 2014. Stanford University Press), “기초자치단체에서 사회복지비 지출의 정치적 요인에 관한 연구” (이병하 공저 의정연구, 2013), 『국회의원 선거결과와 분배의 정치학』 (한국정치학회보, 2010), 『Political Judgment, Perceptions of Facts, and Partisan Effects』 (Electoral Studies, 2010), 『Public Spending, Public Deficits, and Government Coalitions』 (Political Studies, 2010) 등이 있다.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UC 버클리대학에서 공공정책학 석사를, 미국 MIT대학에서 정치학 박사를 취득했다. 캐나다 몬트리올 대학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지냈다.

강충구
강충구

여론・계량분석센터

강충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여론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이다.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사회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대화문화아카데미에서 객원연구원으로 "정책소통지수 개발" 연구에 참여했고, 연구 관심분야는 양적연구방법, 조사설계, 통계자료 분석 등이다.

이지형
이지형

외교안보센터

이지형은 아산정책연구원의 외교안보센터 선임연구원이다. 미국 퍼시픽 포럼(Pacific Forum) CSIS Young Leader로 활동하고 있다. 연구 관심분야는 동북아시아 안보, 미국 외교정책, 북한 문제, 경제제재이다. 미국 다트머스 대학교(Dartmouth College)에서 정치학(Government)을 전공했으며,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