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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아직 푹푹 찌는 폭염이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8월 23일 처서가 지나고 나니 밤에는 아주 약간 선선한 바람도 부는 듯하다. 그런데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열고자 했던 8월 23일 밤에 롯데타워가 다시 사라졌다고 한다. 롯데타워에 대한 여러 논란은 일단 접어두고, 멀리서도 눈에 띄는 그 높이 때문에 인근지역에서는 롯데타워가 보이는지 여부가 미세먼지 심각도의 지표가 되곤 한다. 롯데타워가 뚜렷하기 보이는 날은 대기질 맑음, 사라지면 미세먼지 심각.

무더위에 에어컨을 틀지 말지 고민하는 이유와 미세먼지로 창문을 열지 말지 걱정하게 하는 원인은 모두 전력과 관련이 있으나 서로 반대 입장에 서 있다. 여름철 최대 전력수요를 늘리지 않으려는 취지로 고수하고 있는 전기요금 누진제로 인한 고통은 전력생산을 위한 발전소를 늘려야 해결할 수 있다. 반면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미세먼지를 더하는 것은 서해안에 즐비한 화력발전소이다. 이 지역에서는 우리나라 화력발전의 절반 이상을 생산한다.  우리나라는 2014년 기준 38%의 전력을 석탄화력을 통해 얻었으며 원자력이 30%, LNG 22%, 신재생에너지가 2.8%를 각각 담당했다.  전력 단가가 비싼 LNG와 신재생에너지를 제외한다면 석탄화력발전소를 늘리거나 원자력발전소를 추가 건설해야 한다.

석탄화력발전 비율을 늘리기에는 대기질 문제도 심각하고 이산화탄소 감축도 우려된다. 원자력발전소 건설은 이미 부지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은 지 오래다. 국가안보가 달린 문제인 사드배치도 부지결정이 쉽지 않은 현 상황에서 추가 발전소 부지확보가 제대로 진행될 리 없다. LNG는 석탄보다도 발전단가가 두 배 이상 비싸고 신재생에너지는 발전용량과 발전단가 측면에서 모두 대규모 확대가 불가능하다.

도시의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전기자동차를 장려한다지만 전기자동차는 화석연료를 전기로 바꾸고 저장하여 다시 동력으로 사용하는 단계를 거쳐야 하므로 화석연료를 바로 동력으로 사용하는 것보다 에너지 효율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즉, 2차적으로 사용되는 전기는 공해를 유발하지 않지만 전력을 어떤 방식으로 만들 것인가에 따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전기자동차 충전장치를 전국 71개 아파트에 설치하고 100원/ kWh의 요금을 책정했다. 산업용 영업용 구분을 떠나 내가 쓰는 똑같은 전기인데도 한여름 에어컨을 틀기 위해서는 전기자동차 충전보다 7배 이상의 요금을 내야 하는 셈이다.

2012년 본 연구원에서 실시했던 여론조사에서 70% 이상이 원자력발전을 포기할 경우 불가피한 전력요금 상승을 수용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수십만원의 전기요금폭탄을 맞고 난 이후에도 동일한 결과가 나타날까?

국민들은 환경을 위해, 혹은 산업발전을 위해 일부 비용을 감당할 각오는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만이 커지는 이유는 전기요금 체계가 합리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괴롭지는 않을 만큼 전기를 사용하고 싶으며, 다음 세대를 위해 깨끗한 환경도 물려주고 싶고, 지속적으로 번영할 수 있는 산업경쟁력도 갖추고 싶다. 이 모든 것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이 합리적인 전기요금이 책정되는 지점일 것이다. 시대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전력수요 증가를 인정하고, 용도에 따른 요금책정을 다시 검토한 이후 설비를 늘릴 것인지 수요를 줄일 것인지 등에 대한 합리적 방향과 정책이 필요하다.

* 본 블로그의 내용은 연구진들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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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영
박지영

글로벌 거버넌스센터 / 과학기술정책프로그램, 핵정책기술프로그램

박지영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글로벌 거버넌스센터장이며 과학기술정책프로그램, 핵정책기술프로그램 선임연구위원이다. 서울대학교에서 핵공학 학사와 석사, 미국 University of Michigan에서 핵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서울대학교 정책학 석사학위도 취득하였다, 2000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재직하였으며 R&D 타당성조사 센터장을 역임하였다. 주요연구분야는 핵정책, 근거중심 과학기술정책, 과학기술과 안보정책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