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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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테러는 국제안보에 대한 최대 위협 중 하나이며, 강력한 핵안보 조치는 테러분자, 범죄자, 기타 권한 없는 행위자의 핵물질 획득을 방지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2010년 워싱턴 핵안보 정상회의 성명에서)

1. 핵안보 정상회의 개최 배경

2012년 4월 서울에서 국내 최대 규모 정상회의인 ‘핵안보 정상회의(Nuclear Security Summit)’가 열린다. 또한 핵안보 정상회의는 군축비확산 분야에서 세계 최대 규모 정상회의이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제창으로 열린 2010년 4월 워싱턴 핵안보 정상회의는 당초 ‘핵물질 안보’라는 제한적인 목표를 위한 1회용 행사로 기획되었으나, 2012년 2차 서울 정상회의 개최가 결정됨에 따라 향후 발전방향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이 유례없는 핵안보 정상회의를 소집한 배경에는 9.11 테러(2001) 이후 ‘핵테러’ 위협이 부각된 것 이외에도 핵안보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각별한 개인적 관심이 있다. 초선 오바마 상원의원이 발의한 최초 법안은 구소련 지역의 핵물질 안보 지원을 위한 ‘협력적 위협 감축(Cooperative Threat Reduction: CTR)’ 관련 법안이며, 상원의원으로서 최초 해외 순방지도 구소련의 핵무기 해체 작업장이었다.

미국 핵안보 정책의 기원은 미 정부가 탈냉전기 들어 구소련의 핵무기 폐기와 핵물질 보안을 지원하기 시작한 CTR 프로그램(1991)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프로그램은 원래 이 법안을 발의한 상원의원의 이름을 따라 넌-루거(Nunn-Lugar) 프로그램으로 불리며, 오바마 대통령은 샘 넌 상원의원이 은퇴한 이후 뒤를 이어 CTR의 후원자로 활동한 셈이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은 2002년 CTR를 확장하여 ‘대량살상무기 방지를 위한 G-8 글로벌파트너십’을 발족시켰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10년간 200억불을 들여 구소련 지역 내 핵무기 해체와 핵무기 기술자의 전직훈련을 지원하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4월 프라하 연설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 구상을 제시하였다. 이는 조지 슐츠와 헨리 기고문에서 주장한 ‘핵무기 없는 세상’ 비전을 계승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핵무기 없는 세상’을 실현하기 위한 3개 축(핵군축, 핵비확산, 핵안보)의 하나로 ‘핵안보’를 제기하고, 나아가 “4년 내 모든 취약 핵물질의 안보 확보”를 이행목표로 제시하고 이를 위해 ‘핵안보 정상회의’를 개최할 것도 제안하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9월 유엔안보리 결의 1887호를 통해 핵테러 방지를 국제사회의 공동 아젠다로 전환하였다.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유엔 안보리는 만장일치로 2010년 핵안보 정상회의 개최, 4년 내 취약한 핵무기용 핵물질의 보안 확보, 고농축우라늄의 민수용 이용 최소화, 핵테러 방지를 위한 국제협력 강화 등을 결의하였다.

마침내 워싱턴 핵안보 정상회의가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명박 대통령 등 47개국 정상과 유엔, 국제원자력기구(IAEA), 유럽연합(EU) 등 3개 국제기구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2010년 4월 12~13일 워싱턴에서 열렸다.

워싱턴 정상회의에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등 ‘사실상 핵국’이 참석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들은 NPT 체제 밖 핵보유국으로서 종래 일체의 국제 비확산 레짐과 원자력협력에 참여가 배제되었으나, 핵안보의 실질적인 성과를 위해 특별히 초청되었다. 그러나 북한, 이란 등 소위 ‘불량’ 핵확산국은 초청 대상에서 제외되었는데, 미 정부가 이미 NPT 체제의 통제 하에 있는 ‘국가’의 핵확산 문제보다 ‘비국가행위자’에 의한 ‘핵테러’ 문제에 집중하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2. 2010년 워싱턴 핵안보 정상회의 성과와 과제

워싱턴 핵안보 정상회의는 핵테러 방지를 목적으로 핵물질의 안보, 즉 핵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조치에 합의하였다. 여기서 ‘핵안보’는 일반적으로 “핵물질의 절도, 사보타지, 불법적 접근·이전·활용 등 불법적 행동에 대한 방지, 탐지, 대응행위” 등을 말한다. ‘핵물질’은 ‘핵분열물질(fissile material)’과 ‘방사성물질(radiological material)’을 포함하나, 핵안보 정상회의는 핵무기용 ‘고농축우라늄’과 ‘분리 플루토늄’ 등 ‘핵분열물질’에 집중하였다. 현재 세계적으로 핵무기를 포함하여 핵분열물질 재고량은 고농축우라늄 1,600톤, 분리 플루토늄 500톤으로 각각 추정된다.

핵안보 정상회의는 공동성명에서 아래와 같은 핵안보 조치에 합의하였다. 첫째, 개별 국가 내 모든 핵물질과 핵시설에 대한 효과적인 방호를 유지하고 비국가행위자가 핵물질을 악용하기 위한 정보와 기술의 획득을 방지하는 것이 국제의무에 따른 국가의 책임임을 재확인하고, 이를 집행하기 위한 국내 입법과 규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둘째, 핵무기에 사용되는 고농축우라늄과 분리 플루토늄의 관리를 위해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핵물질의 보안·계량·통합 조치를 촉진한다. 또한 경제적·기술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고농축우라늄용 원자로를 저농축우라늄용으로 전환하고 고농축우라늄의 사용을 최소화할 것을 권고한다.

셋째, 기술개발, 인적자원 개발, 교육훈련 등을 통해 핵안보 문화(nuclear security culture)와 핵안보 역량을 강화하고, 이를 위한 양자·지역·다자적 국제협력을 촉진한다.

넷째, 핵안보에서 민간분야와 원자력산업계의 역할을 평가하고, 방호, 물질계량, 안보문화를 보장하기 위해 산업분야와 협력한다.

워싱턴 핵안보 정상회의의 결과를 보면, 다음과 같은 특징과 과제가 있다. 첫째, 정상들이 핵테러 위협의 긴급성에 대한 공감대를 구축하였다. 정상회의 첫 세션인 4월 12일 업무만찬의 주제는 ‘핵테러 위협 평가’인데, 여기서 정상들은 핵테러가 현재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최대의 실제적인 위협이며, 세계 모든 국가가 핵테러의 대상이 되거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였다. 사실 미 정부는 9.11 테러 이후 줄곧 핵테러를 “최대 국제안보 위협”으로 규정하여 왔으나 이에 대한 국제적 인식의 부족으로 국제법적 의무가 부여된 대책 수립과 집행이 미진한 상태였다.

둘째, 현재 핵물질 관리의 기본책임이 개별국가에 있고 또한 불이행 또는 위반 국가에 대한 강제수단이 미비하여, 핵안보 정상회의의 합의사항이 권고에 그치는 한계가 있다. 이번 정상회의 공동성명과 작업계획은 이런 현실을 인정하고 참여국 전원 합의를 확보하기 위해, 단순히 목표를 제시하거나, 조건부 조항을 두거나, 자발적 이행을 요구하는 등 신중하게 접근하였다.

핵물질의 국가관리 책임은 NPT 체제 하에서 IAEA가 핵물질의 전용(轉用)을 통제하는 국제통제 시스템과 대조된다. 아직 핵물질 안보를 위한 ‘글로벌 거버넌스’가 극히 초기 단계에 있어, 이를 위한 핵안보 정상회의의 역할이 주목받는다. 또한 향후 핵안보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할을 강화하려는 노력과 이에 반발하는 세력 간 갈등이 예상된다.

셋째, 정상성명과 작업계획에서 핵안보 역량 및 핵안보 문화 강화를 강조하였는데, 이는 종래 국가주도 비확산체제의 한계를 인식하여 국경 없는 세계화 시대의 핵안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방법이다. 또한 이것은 최근 인적 교류와 기술 이전을 통한 핵확산 위협이 급증함에 따라 유엔안보리 결의 1540호, 국제수출통제체제 등에서 기술통제, 지식통제 등을 강조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넷째, 워싱턴 정상회의의 특징으로 민간부문의 참여가 있다. 핵안보 정상회의는 핵안보에 있어 전문가와 산업계의 역할을 인정하여, 부대 행사로 정책 전문가와 산업계가 참여한 회의를 각각 열었다. 특히, 핵안보와 핵비확산 전문가가 대거 참여한 ‘핵분열물질실무그룹(Fissile Material Working Group)’은 전문가 NGO 회의를 주관하였으며, 정책건의서 작성, 핵안보 분위기 조성, 핵안보 문화 확산 등에 기여하였다.

3. 2012년 서울 핵안보 정상회의와 한국의 준비

서울 핵안보 정상회의는 2012년 4월 개최 예정이다. 워싱턴 정상회의의 전례를 따르면, 1일차에 정상 만찬이 있고 2일차 전일 회의가 열릴 것이다. 또한 워싱턴 회의의 전례에 따라, 부대행사로 전문가 회의와 산업계 회의가 각각 개최될 예정이다.

참석국 범위는 1차 정상회의와 동일하거나, 다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정상회의에 북한의 참석 여부가 주목되고 있는데, 서울 정상회의가 결정된 직후 이명박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2010~2012년 2년 동안 6자회담을 통해 핵을 포기하는 확실한 의지를 보이고 NPT에 가입하여 관련 합의 사항을 따르면 기꺼이 초대할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그러나 북한이 핵포기 의지를 확실히 보이거나 NPT에 재가입할 가능성이 매우 낮아 북한의 서울 회의 참가 가능성도 낮다.

1차 정상회의에서 ‘핵테러’에 집중하기 위해 북핵 문제가 의제에서 배제되었듯이, 2차 정상회의에서도 ‘북핵 문제’가 공식의제로 채택될 가능성은 낮다. 다만 북한, 이란 핵문제 등 다양한 형태의 국가에 의한 핵확산 문제가 집단적으로 논의된 가능성은 열려 있고, 의제 채택여부와 관계없이 정상회의 안팎에서 북핵 문제가 다양하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정상회의의 의제는 기본적으로 핵테러 방지를 목표로 한 워싱턴 정상회의의 기본 취지를 계승하지만, 국제사회의 공감대와 지지를 확대하기 위해 논의 주제와 대상을 확장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다. 예를 들면, 대부분 국가는 ‘핵무기’를 사용한 핵테러보다 방사성물질과 재래식 폭탄을 결합한 ‘더티밤(dirty bomb)’ 위협을 더욱 현실적으로 느끼고 있어 이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또한 북한, 파키스탄 등 국가의 핵물질과 핵무기의 해외이전 가능성도 보다 심각하게 논의되어야 한다.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하여 원전이 급속히 확장되는 상황에서 민간 원자력시설에 대한 사보타지와 공격을 금지하는 방안도 강구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서울 핵안보 정상회의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우리는 북핵 문제뿐만 아니라 국내의 평화적 원자력 이용 확대, 원전수출 등 다양한 핵과 원자력 문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서울 핵안보 정상회의를 활용하여 이런 문제의 해결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우선 서울 정상회의를 계기로 서울을 동아시아에서 비확산 관련 외교, 국제협력, 연구개발 활동의 허브로 발전시킨다. 한국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과 비확산·핵안보 규범 준수의 세계적인 모범사례이므로 동아시아 비확산 허브로서 자격이 있다. 또한 이런 노력은 우리나라가 ‘성숙한 세계국가’를 지향하여 국제규범의 창출에 기여하려는 국정목표와 부합한다.

다음, 한국의 비확산 역량을 강화하고 2차 핵안보 정상회의의 준비를 위해 외교통상부에 국제안보비확산실을 설치한다. 이 조직은 핵군축, 핵비확산,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핵안보, 국제테러 등에 대한 긴급대응과 비확산 국제규범 창출에 기여할 것이다. 또한 국내에서 아직 비확산 전문가가 소수에 불과하여 연구역량이 부족하므로, 외교안보연구원 등 복수의 연구기관에 ‘비확산 연구센터’를 설립한다. 일본은 일본국제문제연구소(JIIA)에 ‘군축비확산촉진센터(1996)’을 두고 중국도 국제문제연구소(CIIS)의 부설기관으로 ‘군비통제군축협회(2001)’를 두어, 활발한 비확산 활동을 추진 중이다.

또한 범정부 차원에서 정부 내 다양한 원자력과 국제안보 관련 부서의 조정을 위해 미국 NSC 내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에 상응하는 비서관을 대통령실에 둔다. 핵비확산과 핵안보, 원전 수출, 수출통제, 원자력 연구개발, 한·미 원자력협력 등과 관련하여, 외교통상부, 지식경제부, 교육과학기술부, 국방부 등 다양한 기관이 관련하여 효과적인 정책조정체계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서울 정상회의에서 한국의 기여를 보장하기 위해 ‘한국형’ 핵안보 의제를 개발한다. 1차 정상회의가 오바마 대통령의 직접적인 주도로 가능하였다면, 2차 정상회의의 성공을 위해서 한국의 강력한 리더십과 국제사회가 공감하는 의제의 개발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과 비확산·핵안보를 병행하는 ‘한국형’ 모델을 개발하여 신흥 및 중진 원자력국에 제시하고, 사용후핵연료의 다자처리 방안을 제시하여 핵물질 안보를 강화하는 방안도 있다. 평화적 원자력 이용과 핵비확산의 모범사례로서 ‘한국 모델’을 제시한다. 한국은 가장 활성화된 평화적 원자력 프로그램을 가동하지만 이번 핵안보의 주대상인 핵분열물질과 생산시설을 전혀 보유하지 않아, 평화적 원자력 이용국의 모범사례이다. 한국은 핵연료의 안정적 공급과 사용후핵연료의 처리 문제가 대두됨에 따라,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더불어 다양한 다자적 접근방안과 핵확산저항성 기술을 연구개발 중이다. 이것은 프랑스, 일본, 영국 등 원전 활성화국이 핵확산 위험성이 높은 재처리에 의존하는 것과 차별화된다.

*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

About Experts

전봉근
전봉근

외교안보연구원

전봉근 박사는 현재 외교안보연구원 안보통일연구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울대학교에서 외교학 학사학위와 석사학위를 취득하였고 미국 University of Oregon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중점 연구분야는 국제안보, 남북관계, 북핵문제이며 주요저서로 『경수로사업지원백서』(공저, 2007), 『통일대계탐색연구』(공저, 2009)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