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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했던 일이 현실로 다가왔다. 예상을 뒤엎고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사실에 세계가 놀라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에 빠지고 있다. 한국은 어쩌면 다른 국가들에 비해 더 어려운 상황에 있는지도 모른다.
 

‘미군 철수’ 트럼프 당선에 충격

대통령 선거 유세 중 트럼프 당선자는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에 대해 방위비 분담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하며 ‘안보 무임승차론’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도 언급했다.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한국은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이익을 혼자 차지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과도 대화할 수 있고, 한국과 일본의 독자 핵무장도 허용할 수 있다는 말도 했다. 물론 대선 기간에 했던 말과 공약은 표심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말들이 평소 트럼프 후보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성향을 반영하고 있으므로 가볍게 넘길 수는 없고 철저한 대비와 대응이 절실하다.

먼저 미국 내 정치·사회적 상황을 잘 고려해야 한다. 이번 선거를 통해 미국 사회의 분열과 갈등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트럼프 후보의 당선은 기득권 세력에 대한 반발, 세계화 및 개방에 대한 거부감, 중산층의 몰락과 상대적인 박탈감 등의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현안은 대외정책이 아니라 국내 문제, 특히 경제 문제가 될 것이다.
 

美 이익 우선 대외관계 추구 전망

이러한 국내적 여건과 정책 우선순위는 차기 미 행정부가 고립주의와 보호주의 색채가 짙은 대외정책을 추구할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케 한다. 대외정책의 관심 사항은 역시 돈, 일자리와 관계된 문제일 것이고 이러한 측면에서 대외정책에 접근할 것이다. 전통적인 외교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사건이나 위기가 발생하지 않는 한 관심이 낮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의 경찰로서 공공재(pubic goods)를 제공하는 역할도 축소하고, 동맹과 우방에 대해 더 많은 책임 분담과 기여를 요구할 것이다. 한마디로 ‘미국 우선의 신고립주의(America First Neo-Isolationism)’를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어떤 사람들이 주요 직위에 가느냐 하는 것이 고립주의와 보호주의 성향을 완화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관료들이 대통령의 선택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고, 지도자의 개인적 특성과 선호가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미관계를 살펴보면 어느 한 분야도 편하거나 안심이 되는 부분이 없다. 우선 방위비 분담 문제가 집중 거론될 것이다. 주둔비용 전액은 아니지만 상당한 증액을 요구할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이를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 한 가지 방안은 증액은 하되 반대급부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얻는 일종의 거래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안보 공약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실제적·실효적 조치를 요구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우리의 방위능력을 조기에 확충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우리 안보의 최대 관심 사항인 북한 문제에 대한 조율도 시급한 사안이 될 것이다. 트럼프 당선자로 하여금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의 심각성과 해결을 위한 노력의 필요성을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의 의사와 무관하게 미-북 간 대화와 협상이 되거나 일방적 군사행동이 취해지는 것을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한국은 미국 신행정부에 대해 한국이 추구하고자 하는 대북정책의 목표, 전략, 수단을 포함한 로드맵을 제시하고 미국과의 협의를 통해 공동 로드맵으로 만들어 가는 작업을 준비하고 시작해야 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재협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당선자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이는 미국의 통상압력이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지금 이행이 지연되고 있는 합의 사항들을 조기에 타결하고 이행하여 무역 불공정에 대한 비판을 해소하는 한편 대미 투자를 확대하여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요구된다.
 

美 의회 문부터 두드려야

마지막으로 적극적인 대미 공공외교 활동을 전개하여 미국 조야에 한국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형성·확산시켜 한미관계가 흔들림 없이 유지되고 강화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의회에 대한 공공외교가 필요하다. 의회는 가장 효과적인 견제장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든 것을 추진함에 있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국내 정치적 안정이다. 현재 미국은 한국 정치의 혼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미국 신행정부와의 조율과 협력은 매우 피상적인 것이 될 수 있다. 외교안보의 차원에서 한국 국내 정치가 하루빨리 안정되기를 바란다.

* 본 글은 11월 10일자 동아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About Experts

최강
최강

연구부문 부원장 ; 외교안보센터

최강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연구부원장이자 수석연구위원이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국립외교원에서 기획부장과 외교안보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동 연구원에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교수로 재직하며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미주연구부장을 지냈다. 또한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아태안보협력이사회 한국위원회 회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했다. 한국국방연구원에서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국제군축연구실장, 2002년부터 2005년까지는 국방현안팀장 및 한국국방연구 저널 편집장 등 여러 직책을 역임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기획부 부장으로서 국가 안보정책 실무를 다루었으며, 4자회담 당시 한국 대표 사절단으로도 참여한 바 있다. 1959년생으로 경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고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구분야는 군비통제, 위기관리, 북한군사, 다자안보협력, 핵확산방지, 한미동맹 그리고 남북관계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