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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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머리말

2013년 8월 19일 도쿄전력은 바다로부터 약 500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냉각수 탱크에서 300m3에 달하는 오염수가 유출되었다는 사실을 시인함으로써1 또 다시 국제사회를 방사능 오염의 공포로 몰아넣었다. 더구나 지난 10월 9일에는 원전 근로자 6명이 피폭을 당하였다는 보도가 이어져 안타까움을 가져다 주었다.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배출로 인한 방사능에 대한 공포는 인접국인 우리 정부와 국민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다. 우리 정부는 추석명절을 앞두고 9월 9일 후쿠시마현 등 8개 현의 모든 수산물의 수입을 금지하는 임시특별조치를 취하였는데, 그 원인으로 일본측의 원전사고 관리 부족으로 인한 오염수 누출을 직접적으로 지적하여 일본 정부와의 마찰을 예고한 바 있다.

이번 원전 오염수의 누출 내지 고의적 배출은 국제법적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심각한 사태를 관리하고 규율하는 데 있어 규범적 허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 2011년 3월 쓰나미로 인해 후쿠시마현에 원전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국제사회는 고난을 겪고 있는 일본인을 격려하고 위로하였지만, 작금의 관리 부족으로 인한 연이은 누출사고에는 인내심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비상사태 및 긴급성을 이유로 국제사회에 부담해야 할 국제법적 의무를 더 이상은 게을리 할 수 없으며, 규범적 허점 때문에 인접국에 피해를 발생시키거나 발생시킬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행위를 적극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반드시 취해야 할 것이다.

해양으로 원전 오염수 누출 내지 고의적 배출행위의 예방과 대비라는 논의에 있어서 국제사회, 즉 기존의 정부간 국제기구라는 행위자를 생각할 때, 방사능문제라는 분야의 높은 전문성 때문에 우선적으로 국제원자력기구(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IAEA)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게 부각된다. 또한 해양으로의 오염수 누출 내지 고의적 배출은 해양투기와도 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해양투기에 관한 런던협약 및 의정서 체제와도 관련성이 존재한다. 더구나 이러한 누출과 방출은 해양오염행위이기 때문에 1982년에 채택된 UN해양법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 체제와도 직접적 관련성을 지니고 있다.

이 글은 이러한 국제기구와 조약체제에 기초하여 2013년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누출에 국제사회와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고찰해 보고자 한다.

2.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와 국제원자력기구

지난 8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냉각수 탱크에서 또 다시 방사능 오염수가 유출되었다는 시인은 인접국은 물론 국제사회에 커다란 우려를 가져왔다. 2013년 9월 6일 IAEA는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문제와 관련해 일본의 원자력규제당국(NRA)으로부터 정보서한을 공식적으로 접수하였는데, 이것이 국제사회에 최초이자 공식적으로 보고된 2013년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이다. 2013년 9월 5일 자로 되어 있는 당해 서한은 오염수 누출 현황, 바다에서의 방사능에 관한 정보, 원자력규제당국에 의한 감시 및 국제적 의사소통의 증대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이 서한에는 일본 정부가 작성한 1) ‘개관(Overview)’이라는 일종의 자료표(factsheet), 2) 핵비상대응본부가 작성한 ‘기본 정책(Basic Policy)’, 3) ‘정부의 결정(Government’s Decision)’이라는 제목의 설명서가 첨부되어 있다.2

이후 일본은 같은 달 16일에 열린 제57차 IAEA 총회 첫날 IAEA 회원국과 미디어를 대상으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상황 업데이트: 규칙, 개관 및 조치’라는 제목의 문건을 회람하였는데, 이를 통해 원전 오염수 누출 현황과 일본 당국의 대응조치, 방사선 모니터링과 향상된 기술 개발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였다.3 이어 9월 25일에는 제1원전 인근 해양의 방사능 정보를 IAEA에 제공하였고, 원전 운행자인 도쿄전력이 방사능 오염수 저장탱크의 누출 원인을 파악하는 데 성과를 거두었다는 결과를 담은 문서도 제출하였다.4 10월 3일 일본원자력규제당국은 9월 28일까지의 인근 해양에서의 방사능에 관한 자료를 IAEA에 제공하였고, 도쿄전력은 저장탱크로부터의 원전 오염수 누출 경위와 대응조치에 관한 업데이트를 제공하였다.5 10월 9일에는 일본원자력규제당국이 IAEA에 10월 8일까지의 인근 해양에서의 방사능 정도에 대한 현황을 제출하였고, 특히 6명의 원전 근로자를 피폭에 이르게 한 원전 담수처리시스템으로부터의 오염수 누출도 보고하였다.6 즉 저장탱크에서의 오염수 누출에서 담수처리시스템으로부터의 오염수 누출로 사태가 보다 심각해졌고, 이로 인해 6명의 근로자가 피폭당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었다. 10월 17일자 IAEA에 제출된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원자력규제당국은 2013년 10월 9일 후쿠시마 제1원전 Unit 2에 설치한 오탁방지망(screen silt fence) 내의 바닷물 샘플에서 세슘 134와 137의 농도가 이전 결과와 비교해 보았을 때 증대되는 것을 발견하였다고 보고하고 있다.7 가장 최근인 10월 23일 NRA는 지정된 샘플링 지점에서 세슘 134와 137의 농도가 이전 결과와 비교해 보았을 때 상당한 증가가 없었다고 보고8함으로써 오염의 증가가 안정화 되었음을 암시하고 있다. 이는 오염수 문제가 통제 가능하게 되었다는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므로 추후 경과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일본이 IAEA에 제공한 이러한 일련의 신속한 보고는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단면이면서 동시에 우리의 수산물 수입금지조치에 대한 대응조치의 성격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9월 우리 정부가 후쿠시마현 등 8개 현의 모든 수산물의 수입을 금지하는 임시특별조치를 취하면서 그 원인을 일본측의 원전사고 관리 부족으로 인한 오염수 누출을 지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접적으로는 일본이 당사국인 1986년 ‘핵사고의 조기통보에 관한 협약’9 상의 통보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2011년 3월 쓰나미로 인한 원전사고는 원자로 자체에서 발생한 방사능 사고로, 그 규모와 심각성 때문에 오염된 냉각수가 바다로 배출되는 당시의 사고10 는 상황의 긴급성에 묻혀 국제사회로부터 큰 관심을 이끌어내지 못하였다. 더구나 긴급피난의 논리 등을 적용하여 일본의 책임을 국제사회가 눈감아 주는 듯한 인상도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통보의무의 이행에 있어서도 주로 대기로 방사능이 어떻게 전파해 나가는지에 대해 관심이 쏠려 있었던 터라 오염된 냉각수의 해양배출문제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또한 편서풍의 영향으로 방사능이 한국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는지 일본은 우리에게 통보조차 하지 않았고, 1986년 핵사고의 조기통보에 관한 협약 제2조11에 따라 IAEA를 통한 통보만을 시행하였다.

사실 어떤 국가도 실행상 자신의 책임범위가 명확하게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협약 제2조에 규정된 바와 같이 (물리적 영향을 받은 국가는 별도로 하더라도) 물리적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국가를 미리 상정하여 통보하지는 않는다. 특히 상황이 진행 중일 경우 향후 영향을 받을 국가를 미리 확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IAEA를 통한 통보는 이러한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다시 말해 국가책임을 해제할 수 있는 일종의 안전수단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은 2011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2013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배출사고에서도 IAEA를 통해 통보의무를 이행하였다. 그러나 2011년과 달리 2013년판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일본이 원전 오염수의 해양배출이 더 이상 면책되지 않을 것이라는 심각성을 인식한 후 협약상의 핵사고로 간주하여 이를 빠른 시일에 IAEA에 통보했다는 사실이다. 유감스러운 점은 원전 오염수의 해양배출로 인해 발생하는 것은 해양환경오염에 해당되는데, 일본이 이를 여타의 방사능 내지 핵사고와 동일하게 취급하여 원자력과 방사능 전문기구인 IAEA를 통해 통고했다는 점이다. 해양환경오염에 대한 전문성이 전무한 IAEA를 통해 일본이 국제법상 통보의무를 해제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핵사고의 조기통보에 관한 협약 제1조는 적용범위와 관련해 시설과 활동을 “1) 위치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원자로, 2) 모든 핵원료주기 시설, 3) 모든 방사능 폐기물 관리 시설, 4) 핵연료 또는 방사능 폐기물의 수송 및 저장, 5) 농업, 산업, 의학, 관련과학 및 인구 연구목적을 위한 방사성 동위원소의 생산, 사용, 저장, 처리 및 수송, 6) 우주물체에 있어 동력 발생을 위한 방사성 동위원소의 사용”으로 한정하여 “이로부터 방사능 물질이 방출되거나 방출될 가능성이 있고, 그 결과 타국의 방사능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국제적으로 국경을 넘어 방출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수 있는” 시설 및 활동을 포함한 모든 사고의 경우에 적용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해양배출이 엄격한 의미에서 문언적으로 이 협약의 적용범위인가와 관련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존재하지만, 일본의 신속한 IAEA 통보는 분명 귀감이 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해양환경을 오염시키는 해양으로의 배출사고였음에도 불구하고 해양환경을 관할하는 국제기구와는 직접적인 정보교환을 하지 않았다. 이는 통보라는 형식적 의무이행에만 관심이 있을 뿐 해양환경오염의 최소화를 위한 각종 의무가 부과되어 있는 다른 포럼과의 직접적 의사소통을 회피함으로써 실질적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려는 의지에 대한 의혹을 낳고 있다.

한편 IAEA는 본연의 기능에 따라 방사능 안전사고의 측면에서 오염수의 인근해양 배출문제를 성실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즉 일본과 공동으로 해양오염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므로 과연 이러한 공동모니터링에 있어서 IAEA가 후술할 해양투기와 관련한 런던협약/런던의정서 체제에 제출한 해양배출기준에 따라 모니터링하고 의사결정을 할지 반드시 검증해야 할 것이다.

3.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와 해양투기에 관한 런던협약/의정서 체제

폐기물의 해양투기를 규율하는 국제법은 이미 1972년에 런던에서 체결된 ‘폐기물 및 그 밖의 물질의 투기에 의한 해양오염방지에 관한 협약’12에 의해 성문화되었다. 최초의 본격적 해양환경보호에 관한 협약으로 평가되는 동 협약의 체제는 IAEA와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방사능 폐기물의 해양투기와 관련해 중요한 발전을 달성하였다.13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는 바로 해양투기를 고려하기 위한 방사성 폐기물의 최소면제(de minimis) 범위를 설정한 것이다. 이는 자연 방사성과 구분하기 위하여 IAEA의 전문성에 의뢰한 조치라 할 수 있다. 즉 최소면제 농도 이상의 방사능을 포함하는 폐기물에 대해서만 투기를 금지하고자 이러한 범위의 설정을 IAEA에 의뢰하였다.

사실 1972년 런던협약은 부속서 1에서 고준위(high-level) 방사성 폐기물과 그 밖의 물질은 투기가 금지된 것으로 분류하고 있었으므로, 저준위(low-level) 방사성 폐기물과 물질은 허가를 얻으면 투기가 가능했다. 그러나 협약 당사국은 결의를 통해 저준위 고준위를 불문하고 모든 방사성 폐기물의 투기를 1994년 2월 20일부터 금지하는데 합의하였다. 이는 연이어 폭로된 구소련의 방사성 폐기물 해양투기와 러시아연방의 액체방사성폐기물의 불법적 투기문제로 국제적 비난여론이 비등한 데서도 찾아볼 수 있지만, 국제환경법상 발전 중에 있었던 사전주의 접근법(precautionary approach)의 영향도 분명 존재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사전주의 접근법의 핵심은 어떤 조치나 정책이 환경에 해를 끼칠 위험이 존재한다고 의심이 되면 그러한 조치나 정책이 해를 끼친다는 과학적 증거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규제 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 조치나 정책을 취하고자 하는 측이 어떠한 해도 끼치지 않는다고 입증해야 한다는 점에 있다.14 993년 런던협약의 과학기술분과는 IAEA의 권고기준을 준수한 고체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투기로는 해양에 어떠한 중대한 악영향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평가했지만,15 각국은 사전주의 접근법을 적용하여 모든 방사성 폐기물의 해양투기를 금지한 바 있다.

1996년 런던협약의 일부 회원국은 해양투기에 보다 엄격한 기준과 조치를 담은 런던의정서16를 채택했다. 런던협약과 런던의정서의 가장 큰 차이점은 런던의정서가 원칙적으로 모든 폐기물의 투기를 금지하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점이다. 즉 초기의 런던협약처럼 리스트를 만들어 어떠한 폐기물의 해양투기는 허용된다는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고, 아예 모든 폐기물의 해양투기를 원칙적으로 금지한 후 허가가 있으면 투기를 고려해 볼 수 있는 소위 ‘reverse list’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따라서 런던의정서에 의하면 방사성 폐기물은 해양투기가 원천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의정서 부속서 1의 제3항은 투기를 고려할 수 있는 폐기물 및 그 밖의 물질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에도 불구하고, 제1항 1호에서 8호까지 열거된 물질 중, 국제원자력기구에 의하여 정의되었고 당사국에 의하여 채택된 최소면제 농도 이상의 방사능을 포함한 것은 투기할 수 없다. 단, 1994년 2월 20일로부터 25년 이내, 그리고 그 후 매 25년마다 당사국은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그 밖의 요인을 고려하여,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또는 물질을 제외한 모든 방사성 폐기물 또는 그 밖의 방사성 물질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완수하며, 제22조에 규정된 절차에 의거 그러한 물질의 투기금지를 검토한다”라고 명시하였다. 이로써 우선 모든 방사성 폐기물의 해양투기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저준위의 경우 25년을 기준으로 투기금지 여부를 검토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사전주의 접근법의 적용을 선호하는 회원국의 패턴을 고려하면 저준위라도 투기를 허용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일본 역시 런던협약과 런던의정서의 당사국이며,17 특히 런던의정서 제23조18에 따라 런던의정서를 준수해야 하는 상황에서, 왜 일본이 원전오염수의 배출을 제대로 방지하지 않았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될 것이다.

2011년 쓰나미로 인한 원전사고 발생 당시 국제사회는 일본이 원전 오염수를 고의적으로 해양에 배출했지만 매우 관대한 태도를 보였다. 오염수의 해양배출로 예상되는 해양환경오염 피해 방지보다는 피폭가능성이 존재하는 일본인에 대한 직접적 피해를 방지하는 것이 보다 큰 보호이익이었다. 또한 원전사고를 쓰나미로 인한 2차적 사고로 자연재해의 일종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인근 해양으로의 고의적인 배출이 있었지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았다. 일부 환경단체를 제외하고는 일본 국민을 위로하고자 했으며, 이러한 대재난을 극복하기 위한 일본의 노력을 성원하고자 했지 일본을 비난하고자 하지 않았다. 더구나 국제사회는 일본이 통보의무를 제대로 이행하라고 채근하기 보다, 체르노빌 사고 이후 IAEA가 만든 또 다른 작품인 ‘핵사고 또는 방사능 긴급사태시 지원에 관한 협약’19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점검해보라고 자신을 채근하였다. 이러한 태도 속에는 분명 대재난을 극복하고 곧 정상적으로 회복하여 사고를 철저하게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일본에 대한 국제사회의 믿음이 존재하고 있었다.

사실 일부 환경단체들은 일본이 원전 오염수를 고의로 해양에 배출했을 때 일본이 런던의정서를 위반한 것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하였다. 그러나 런던협약/의정서 체제에 이해가 높은 과학자나 법학자, 정책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는 의정서의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즉, ‘배출행위(discharge)’와 ‘투기행위(dumping)’는 엄격하게 구분되는 것으로써, 일본 원전 오염수는 ‘투기’된 것이 아니라 ‘배출’된 것이므로 런던의정서의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에서부터, 펌프와 배관을 통해 원전오염수가 내수로 흘러나와 인근 해양으로 번져나간 것이므로 당해 의정서의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주장까지 일본을 면책시켜주려는 주장이 다수를 이루었다.

그러나 해양투기행위의 금지는 육상에서 발생한 쓰레기, 즉 폐기물을 바다에 던져 버리지 말라는 것에 한정되어 있다기 보다는, 쓰레기를 육상에서 바다로 이전하지 말라는 것이 근본 정신이다. 따라서 폐기물을 바다로 투기하면 안되지만 배출은 가능하다, 혹은 투기행위만 하지 않으면 괜찮다는 태도는 이러한 금지의 정신에 반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더구나 런던협약 및 의정서의 합동당사자 회의는 런던의정서 제2조의 “체약당사국은 개별적 또는 집단적으로 모든 오염원으로부터 해양환경을 보호하고 보전하여야 하고”라는 문구를 원용하여 모든 해양오염원을 규제하고자 노력을 기울여왔다. 일례로 동 회의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해저에 매립하는 행위가 오염물질의 해양투기행위와 직접적인 관련성은 없지만, 런던협약/의정서 체제가 이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이와 관련한 의정서 개정을 이룬 바 있다. 또한 바다에 철분을 뿌려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한 해양시비(ocean fertilization)와 관련해서도 의정서를 통해 동 행위를 규율 할 수 있도록 의정서 개정이 한창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선례들을 고려해 볼 때, 일본 원전 오염수의 배출에 대해서는 회원국들이 런던의정서 제2조상의 문구, 즉 오염수의 배출은 바로 모든 오염원의 일종이라는 정의를 원용하지 않는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불과 몇 주 전인 10월 14일부터 18일까지 런던협약과 런던의정서의 합동당사국회의가 런던의 국제해사기구(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 IMO) 본부에서 개최되었다. 이 회의와 관련하여 IAEA는 ‘런던협약과 의정서상 해양에서의 처분을 위한 물질의 합치성을 결정하기 위한 업데이트된 방사성 평가 절차’20라는 문건을 올 해 4월 15일 런던협약/의정서 사무국에 제출한 바 있다. 2003년의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한 이 문서에서 가장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할 부분은 제3장 “방사능으로부터의 환경보호와 동식물상으로의 최소면제 개념의 확대(Radiological Protection of the Environment and Extension of the De Minimis Concept to Flora and Fauna)”21인데, 해양환경 자체와 해양환경 및 생태계를 구성하는 동식물 군에 대해서도 최소면제 기준이 적용되는지를 결정하고 있다. 이는 IAEA와 런던협약/의정서 체제 간 협력의 일면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원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동 문서는 인간의 피폭에 적용되는 최소면제의 기준을 해양환경과 동식물 군에게 확장 적용한다고 명시하고 있을 뿐, 과연 이러한 기준을 환경과 동식물에게 그대로 확장 적용하는 과학적 근거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더구나 이러한 기준이 육지의 환경과 생태계를 형성하는 동식물 군에 적용되었다고 소개하고 있지만, 동일한 기준이 해양의 환경과 생태계를 형성하는 동식물 군에게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하는 과학적 근거는 제시하고 있지 않다.

이 사안과 관련하여 영국은 당사국 회의개최 이전에 제출한 문서22에서 그 동안 이러한 가이드라인에 대한 우려를 표명해왔다. 하지만 더 이상은 문제를 제기하기 않고 수용하기로 한다는 견해를 밝힘으로써 이 가이드라인은 런던협약과 의정서 당사국에 의해 승인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이제 문제는 일본이 과연 원전 오염수 누출 사고와 관련해 단순한 인간 피폭의 관점이 아니라 해양환경과 생태계를 이루는 동식물 군에도 최소면제 개념을 적용하고 그 정보를 국제사회에 공개할 것인지, 가이드라인을 성실하게 준수하여 국제사회를 안심시킬 수 있을지를 모니터링하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4.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와 UN해양법협약체제

일본의 고의 혹은 과실에 의한 원전 오염수 배출행위는 앞서 살펴본 핵사고의 조기통보에 관한 협약의 경우에는 통보의무라는 절차적 의무의 준수 문제로 귀결되고, 런던협약/의정서 체제의 경우에는 최소면제 개념의 적용을 통한 위험의 평가문제로 귀결된다. 그러나 1982년 UN해양법협약 체제를 적용하게 되면 협약 위반이라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협약상의 단순한 절차적 의무뿐만 아니라 실질적 의무 위반의 문제도 제기된다. 사실 환경문제와 관련하여 특히 절차적 및 실질적 의무는 관습법을 통해 발전해왔기 때문에 조약상의 의무 위반뿐만 아니라 관습법상의 의무 위반까지 열거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글은 조약분석에 초점을 두어 UN해양법협약상의 의무 위반만을 적시하고자 한다.

320개의 조문으로 구성된 UN해양법협약은 해양문제에 관한 헌법전으로 불릴 만큼 광범위한 해양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중 제192조부터 시작되는 제12부는 해양환경의 보호와 보전을 다루고 있으며, 제237조까지 모두 46개의 조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해양투기와 관련하여서는 제1조 1항 5호에서 투기에 대한 정의규정을 두고 있으며, 제210조에서 투기에 의한 오염을 규율하고 있다. 일본의 원전 오염수의 인근 해양배출과 관련해 위반을 주장할 수 있는 의무를 성격상 절차적 의무(procedural obligation)와 실질적 의무(substantive obligation)로 구분하여 각각의 의무 위반을 살펴보겠다.

우선 절차적 의무이행의 관점에서 볼 때, 일본은 UN해양법협약 제198조상의 통고의무를 위반했다. 협약 제198조는 “어느 국가가 해양환경이 오염에 의하여 피해를 입을 급박한 위험에 처하거나 피해를 입은 것을 알게 된 경우, 그 국가는 그러한 피해에 의하여 영향을 받을 것으로 생각되는 다른 국가와 권한 있는 국제기구에 신속히 통고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앞서 살펴본 핵사고의 조기통보에 관한 협약의 경우처럼 단순히 국제기구인 IAEA를 통한 통보만으로 통보의무를 해제할 수 있는 것과는 다르다. 즉 영향을 받을 것으로 생각되는 다른 국가에게도 통고해야 통고라는 절차적 의무가 해제되도록 되어 있다. 물론 오염수가 일본의 동쪽으로 배출되었으므로 그 피해가 우리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볼 수 없기 때문에 우리에게 통보할 이유가 없다고 일본은 항변할 수 있다. 그러나 그곳에 위치한 수산물이 방사능에 노출되고 이러한 수산물이 우리에게 수입된다는 점을 고려할 경우, 일본은 원전 오염수의 배출을 알게 되었거나 고의적으로 배출을 시도했을 때 우리에게 통고해야 할 의무가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협약 제1조 1항 4호는 해양환경오염을 “생물자원과 해양생물에 대한 손상, 인간의 건강에 대한 위험, 어업과 그 밖의 적법한 해양이용을 포함한 해양활동에 대한 장애, 해수이용에 의한 수질악화 및 쾌적도 감소 등과 같은 해로운 결과를 가져오거나 가져올 가능성이 있는 물질이나 에너지를 인간이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강어귀를 포함한 해양환경에 들여오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은 이러한 통고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즉 일본이 IAEA에 통보함으로써 핵사고의 조기통보에 관한 협약상의 통보의무는 위반하지 않았지만, UN해양법협약 제198조상의 통고의무는 위반한 것이다.

다음으로 실질적 의무 측면에서 볼 때 일본의 2013년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배출사건은 UN해양법협약상 다음과 같은 의무를 위반하였거나 위반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첫째, 협약 제194조 2항은 “각국은 자국의 관할권이나 통제하의 활동이 다른 국가와 자국의 환경에 대하여 오염으로 인한 손해를 주지 않게 수행되도록 보장하고, 또한 자국의 관할권이나 통제하의 사고나 활동으로부터 발생하는 오염이 이 협약에 따라 자국이 주권적 권리(sovereign right)를 행사하는 지역 밖으로 확산되지 아니하도록 보장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주권적 권리를 행사하는 지역 밖으로 확산되지 않기 위해서는 배타적경제수역이나 대륙붕을 넘어 확산되지 않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함을 의미하므로 오염수가 연안으로부터 매우 멀리 확산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는 배타적경제수역의 경우 무려 최대 200해리내까지 오염수를 통제하면 의무 위반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본에게 시간적으로 많은 기회를 가져다 준다는 것도 의미할 수 있다. 그러나 바다로 흘러 들어간 원전 오염수를 통제하는 것은 쉬운 작업이 아니다. 전통적으로 고체 폐기물보다 액체 폐기물을 보다 엄격하게 규제하고 액체 폐기물의 투기를 더 비난했던 것은, 액체 폐기물은 쉽게 바닷물에 섞여 해류를 따라 확산되고 기술적으로도 통제가 매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당해 조문을 명백하게 위반하는 사실관계가 확정되기 위해서는 다소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언론에서도 2001년 쓰나미로 인해 발생한 원전 오염수가 2014년이 되어야 미국 연안에 도달할 것이라는 한 연구결과가 보도23된 바와 같이, 2013년 배출된 원전 오염수는 그 보다 더 많은 시일이 소요될 것이므로 당장 일본에게 실질적 의무 위반에 대한 책임을 추구할 가능성은 없어 보이지만 시한폭탄으로서의 성격은 분명히 지니고 있다.

둘째,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배출은 협약 제194조에 명시된 해로운 물질의 배출 최소화 조치 의무에 위반된다. 협약 제194조 3항은 협약 제12부가 해양환경의 모든 오염원을 다루고 있다는 점을 명백히 하면서, (a)호에서 육상오염원으로부터, 대기로부터, 대기를 통하여 또는 투기에 의하여 지속성 있는 유독, 유해하거나 해로운 물질의 배출을 가능한 한 가장 최소화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담시키고 있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의 배출은 극소화 조치의무를 명백하게 위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염수의 통제가능성을 두고 도쿄전력과 아베 총리가 각기 다른 평가를 내놓는 등 신뢰를 상실케 하는 발표도 이어지고 있다. 더구나 검증이 되지는 않고 있지만 지난 9월 일본에 닥친 태풍 ‘마니(MAN-YI)’로 인해 1,000톤 이상의 오염수가 바다로 배출되었다는 언론 보도도 나오고 있어서 일본의 극소화 조치 의무이행은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혹을 낳고 있다.24

셋째 협약 제195조25는 피해나 위험을 전가시키거나 오염형태를 변형시키지 아니할 의무를 회원국에게 부담시키고 있다. 그러나 방사능으로 오염된 물을 인근해양으로 배출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지 못했다는 점은 피해나 위험을 직접 혹은 간접으로 어떤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전가시키지 못하도록 한 동 조항의 위반이다.

결국 현재 구체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본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하기는 매우 곤란하다. 단순히 위반을 주장하면서 오염수 배출행위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유일한 대응책이다. 그러나 그러한 요구를 위해 구체적 법적 근거를 조망해 보는 것은 비난을 보다 정당하고 효율적으로 마케팅 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곤란하다.

5. 국제사회의 대응으로서 IAEA, IMO 및 UN해양법체제 간의 협력 모색

혹자는 피해가 구체적으로 발생하지 않았고, 피해를 확정할 수 없는 단계에서, 단순히 일본에게 이러한 국제법을 위반하였기 때문에 오염수 배출행위를 중단하고 피해 받을 가능성이 있는 국가나 주변 인접국에게 관련 정보를 통보하고 공유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어떤 실익이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반문은 환경문제와 관련하여 예방 조치 내지 예방 외교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데서 비롯된다. 해양환경 역시 다른 환경과 마찬가지로 한번 손상되면 회복에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때문에 환경 관련 국제법은 피해 발생 후 이를 교정하는 조치 내지 손해배상책임에 중점을 두기 보다는 예방적 조치에 큰 관심을 두어 발전하였다. 그러다 보니 실질적 의무보다는 절차적 의무가 다른 영역보다 현저하게 발전하였다.

그런데 방사능에 관한 국제기준의 발전과 관련 국제기구 간의 협력은 전문성 때문에 IAEA가 독점하고 있다. IAEA는 1986년 ‘핵사고 또는 방사능 긴급사태시 지원에 관한 협약’상의 국제기구간 협력의무26를 이행하기 위해 ‘방사능 및 핵긴급사태에 관한 기구 간 위원회(Inter-Agency Committee on Radiological and Nuclear Emergencies, IACRNE)’를 설립하여 핵은 물론 방사능 긴급사태 시 준비와 대응조치를 위해 관련 정부 간 국제기구를 조율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IAEA를 비롯하여 15개의 국제기구가 참여하고 있다.27IACRNE 회원 중 IAEA를 비롯한 13개 국제기구가 공동으로 후원하고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UN의 방사능 효과에 관한 과학위원회(UNSCEAR)가 협력하여 소위 JPlan이라 불리는 ‘국제기구의 방사능 긴급사태 관리 공동계획’을 발간하면서, 2010년 1월 1일부터 이 공동계획을 실행하겠다고 발표한 적도 있다.28그런데 당해 공동계획에서 해양배출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는 런던협약/의정서 체제의 사무국은 참여하고 있지 않으며, 당해 사무국이 존재하는 IMO의 역할도 매우 제한적이다. 즉 긴급사태에 대한 기구 간 대응조치를 발동하는 권한은 IAEA에 전속되어 있으며, IMO는 해상의 선박이나 항만에서 방사능 물질을 대기로 방출하는 것에 대한 정보를 최초로 통고하고 이에 대해 자문하는 역할을 부여 받았다. 그리고 국가나 국제기구를 통해 직접 요청이 있을 때 해상 선박이나 항만에 대한 대응조치와 관련해 자문하거나 지원하는 역할만 부여 받았을 뿐이다.29

따라서 방사성 폐기물의 해양투기 내지 방사능으로 오염된 원전수의 배출과 관련하여서는 런던협약/의정서 체제의 사무국이 IACRNE나 JPlan에 참가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2011년은 물론 2013년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배출사고에서 능동적인 공동대응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였다. 비록 앞서 살펴본 최소면제 개념의 적용과 관련해서는 IAEA와 런던협약/의정서 체제가 긴밀한 협력을 하고 있지만, 결국 방사성 폐기물의 해양투기 내지 해양배출행위가 목전에 다가오는 긴급사태의 경우 이를 방지하거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제대로 된 의사소통이나 조율된 대응조치는 기대할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회원국으로서 런던협약/의정서 체제 사무국에 IACRNE나 JPlan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를 질의하여 참여를 독려해야 할 것이다. 물론 IAEA에는 해양환경보호 전문가가 전무하기 때문에 해양환경론자들의 입장에서는 IAEA가 주도하는 기구간 협력체제를 해양환경보호에 있어 부적절한 포럼 내지 부적절한 협력대상으로 인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본의 원전 오염수 문제가 통제불능의 사태로 발전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IAEA가 런던협약/의정서 체제에 제출한 최소면제 개념의 해양환경 및 동식물 군으로의 확대 적용 가이드라인이 일본에서 제대로 시행되는지의 여부를 IAEA와의 협력을 통해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를 위해서라도 기구 간 위원회나 공동계획에의 참여는 독려되어야 할 것이다.

6. 맺음말: 우리의 대응을 위한 제안

이상의 분석을 토대로 일본의 2013년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배출문제를 바라보면 해양환경보호의 측면에서 접근하느냐 혹은 IAEA의 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매우 상이한 정책적 함의가 도출될 수도 있다. 한가지 사실관계를 놓고 서로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서 서로 다른 함의가 도출된다면 다른 하나는 잘못된 관점이라는 결론을 과연 내릴 수 있을까? 과학적 접근법이 확실한 결론을 이끌어 내지 못할 때 또는 사고와 피해 간의 인과관계를 확실하게 입증해주지 못할 때 정책결정자는 해법과 관련해 심각한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다.

해양환경론자와 IAEA의 방사능 전문가 간의 대립은 국내적으로는 환경부 혹은 일본수산물 수입금지조치를 내린 해양수산부와 원자력안전위원회 간의 부처간 대립 가능성을 보여주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 근거 없이 지나친 해양환경보호의 입장을 강변하다 보면 우리의 원자력 산업 진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반대로 원자력 산업 발전을 감안하여 해양환경에 대한 위협을 보고도 이를 쉬쉬한다면 깨끗한 바다를 이용할 미래세대의 권리를 침해한 부끄러운 세대로 남을 것이다. 이처럼 2013년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배출문제는 우리에게 선택의 딜레마를 던져주고 있는데, 1라운드에서 우리 정부는 해양수산부를 통해 일본 8개 현의 수산물에 대한 수입금지조치를 취했다. 다음 라운드는 환경부나 해양수산부의 또 다른 조치가 될 수도 있고,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달리 나설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우리의 먹을거리인 수산물의 방사능 오염에 대한 과장된 공포를 조성해서도 곤란하지만, 원전의 진흥을 위해 그 피해나 영향을 축소하거나 은폐하는 것은 더더욱 곤란한 카드라는 점이다.

수산물 금수조치 외에도 우리는 런던의정서에 의해 설립된 준수그룹에 이 문제를 individual submission의 일환으로 회부해 보는 방법, 일본의 국제법 위반을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비난하는 방법, 타 목적의 관철을 위해 이러한 방법의 사용을 단순히 암시하는 방법 등을 통해 일본을 전방위로 압박할 수도 있다.

지난 2011년 쓰나미로 인한 원전 오염수 배출에 대해 국제사회가 일본을 비난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했던 것은 일본이 오염수 배출 문제를 통제할 수 있는 수준으로 회복할 것이라는 신뢰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그런데 2013년판 오염수 배출 사건은 이러한 신뢰를 붕괴시킨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더 이상 인내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앞서 소개한 연구결과처럼 2011년에 배출된 오염수가 2014년 미국 해안까지 도달하게 된다면 국제사회의 대응방식이 어떤 양상으로 전환될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지금까지의 일련의 사태를 보면 1993년 러시아 대통령 옐친이 구소련 해군이 동해에 방사성 폐기물을 투기한 바 있다는 자백30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하고 나서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일본정부의 태도를 떠올리게 된다. 당시 러시아는 18개의 해체된 원자로와 13,150개의 방사성 폐기물 컨테이너를 투기하였다고 자인했다. 이에 대해 국제사회는 런던협약체제의 효율성에 대해서도 강한 논쟁을 하였다. 일본은 투기 해역에서의 철저한 공동조사를 요구하였으며, 공동조사는 우리에게도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존재하여 일본 정부관료, 러시아, 한국 및 IAEA의 과학자가 공동으로 참여하여 1994년 3월 동해의 7개 지점에서 바닷물과 해저 샘플을 취득하여 공동과학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31

그런데 이러한 공동조사관행은 최근 들어 일본에 의해 다소 정치적으로 악용되고 있다. 일본은 기회가 되면 독도주변 인근 해역에서 방사능을 공동으로 조사해보자는 제안을 해오고 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일본이 방사능 공동조사 명목으로 우리 배타적경제수역 내 독도 인근 해역을 샅샅이 조사하도록 우리 정부가 방관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보도32가 있었는데, 이것이 바로 1993년 구소련의 투기와 관련된 조사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를 둘러싼 공동조사 제안은 분명 정치적 함의도 지니고 있다.

다만 일본은 한국의 수산물 금수조치에 영향을 받았는지 원자력규제당국의 다나카 순이치 위원장이 “외무성을 통해 한국 등 주변국과 함께 조사하는 방향으로 준비하고 있다.”, “IAEA가 창구가 되어 특히 오염수 영향이 우려되는 한국과 동남아시아 각국도 가능한 한 참가하는 방향으로 검토해 나가겠다.”라는 등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기도 했다.33

일본이 공동조사와 관련하여 IAEA를 창구로 하겠다는 것은 복합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최소면제 개념이 인간뿐만 아니라 해양환경과 동식물 군에 확대 적용된다 하더라도 논란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또한 방사능이 해양환경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과학적 기준이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일본의 입장을 강화하는 방편으로 악용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더구나 걸핏하면 공동조사 명목으로 독도에 대한 도발을 일삼아왔던 일본이 공동조사 후 원전 오염수 배출문제가 안정되고 나면 공동조사 선례를 들먹거리며 독도주변 수역을 도발해 올 수 있고, 그럴 경우에는 난처한 정치적 대립이 전개될 수도 있다.

이처럼 과학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공동조사를 통해서 우리가 얻을 것이 많지 않다. 그렇다면 앞서 소개한 여러 국제조약상 정보공유에 관한 의무조항34을 원용하면서 조사는 일본이 단독으로 수행하거나 IAEA와 공동으로 조사할 것을 요구하되, 조사결과의 공유를 주장하는 편이 우리에게 이득이 될 수도 있으니 이 역시 정책대안으로 반드시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

  • 1

    Agency for Natural Resources and Energy, METI of Japan, 2nd Fact Sheet: Overview of Contaminated Water Issue at TEPCO’s Fukushima Daiichi NPS (2013.9.3) 참조.

  • 2

    http://www.iaea.org/newscenter/news/2013/japan-basic-policy.html 참조.

  • 3

    http://www.iaea.org/newscenter/news/2013/japan-basic-policy2.html 참조.

  • 4

    http://www.iaea.org/newscenter/news/2013/japan-basic-policy3.html 참조.

  • 5

    http://www.iaea.org/newscenter/news/2013/japan-basic-policy4.html 참조.

  • 6

    http://www.iaea.org/newscenter/news/2013/japan-basic-policy5.html 참조.

  • 7

    http://www.iaea.org/newscenter/news/2013/japan-basic-policy6.html 참조.

  • 8

    http://www.iaea.org/newscenter/news/2013/japan-basic-policy7.html 참조.

  • 9

    동협약의 영문 정식명칭은 Convention on Early Notification of a Nuclear Accident로 우리나라는 1986년에 9월 26일 비엔나에서 채택되었다. 우리나라는 1990년 6월 8일 가입서를 기탁하여 동년 7월 9일 조약 제1009호로 발효했다. 일본은 동협약을 수락하여 이를 1987년 6월 9일 기탁하고, 동년 7월 10일부터 발효했다. 동협약의 가입현황 자료는 국제원자력기구 자료인 http://www.iaea.org/Publications/Documents/Conventions/cenna_status.pdf 참조.

  • 10

    2011년 3월에 발생한 오염된 냉각수의 인근 해양배출과 관련해 도쿄전력은 사과한 바 있다. 이에 대한 자세한 기사의 예로는 가디언지 인터넷판 기사 “Fukushima’s partial meltdown increases fears of contaminated seawater and soil” (23 March 2011) 참조. http://www.theguardian.com/world/2011/mar/28/japan-nuclear-plant-partial-meltdown.

  • 11

    1986년 핵사고의 조기통보에 관한 협약 제2조 통보 및 정보 “제1조에 명시된 사고(이하 “핵사고”라 한다)의 경우, 동조에 언급된 당사국은 (a) 직접 또는 국제원자력기구 (이하 “기구”라 한다)를 통하여 제1조에 명시된 바와 같이 물리적 영향을 받거나 또는 받을 수 있는 국가 및 기구에 핵사고 발생사실과 그 성질, 발생 시간 및 적절한 경우 정확한 위치를 즉시 통보하여야 하며, (b) 직접 또는 기구를 통하여 (a)항에 언급된 국가 및 기구에 그 국가에서의 방사능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제5조에 명시된 바와 같은 유용한 관련정보를 신속히 제공하여야 한다.”

  • 12

    동협약의 정식 영문명칭은 Convention on the Prevention of Marine Pollution by Dumping of Wastes and Other Matters이다. 우리나라는 동협약의 가입서를 1993년 12월 21일 기탁하였고, 1994년 1월 20일 조약 제1211호로 발효하였다. 이하에서는 런던협약이라 약칭한다.

  • 13

    보다 구체적인 발전과 관련해서는 홍기훈 편, 산업사고 기인 월경성 해양 오염 방지를 위한 신국제협력방안 (2012), p. 34 참조.

  • 14

    런던의정서 제3조 1항은 “체약 당사국은 폐기물이나 그 밖의 물질의 투기로 인한 환경 보호를 위하여 입력과 그 영향간의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결정적 증거가 없더라도 해양에 입력된 폐기물이나 그 밖의 물질이 위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적절한 예방 조치를 취하는 예방의 원칙을 적용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외교부는 ‘precautionary principle’을 이 의정서에서는 ‘예방원칙’이라 번역하고 있다.

  • 15

    홍기훈, ibid., p. 35 참조.

  • 16

    동의정서의 영문 정식명칭은 1996 Protocol to the Convention on the Prevention of Marine Pollution by Dumping of Wastes and other Matters, 1972로 이하에서는 런던의정서라 약칭한다. 우리나라는 2009년 1월 22일 가입서를 기탁하였고, 동년 2월 21일 조약 제1933호로 발효하였다.

  • 17

    런던협약의 경우 일본은 1980년 10월 15일 비준하여 1980년 11월 14일 발효하였으며, 런던의정서의 경우에는 2007년 10월 2일 비준하여 2007년 11월 1일 발효하였다.

  • 18

    런던의정서 제23조 의정서와 협약의 관계 “이 의정서는 협약과 의정서 모두의 당사국 사이에서 협약을 대체한다.”

  • 19

    동협약의 영문 명칭은 Convention on Assistance in the Case of a Nuclear Accident or Radiological Emergency로 우리나라는 1990년 6월 8일 가입서를 기탁하였고, 동년 7월 9일 조약 제1010호로 발효하였다.

  • 20

    당해 문건의 영문명칭은 “Determining the suitability of materials for disposal at sea under the London Convention and London Protocol: A Radiological Assessment Procedure”이고, 국제해사기구(IMO) 웹사이트인 http://www.imo.org/blast/blastDataHelper.asp?data_id=31118&filename=IAEA-UpdateTECDOC-1375FINALDRAFT(forSubmissiontoLC-LP).pdf에서 다운로드 할 수 있다.

  • 21

    lbid., pp. 4-5.

  • 22

    IMO Doc. LC 35/9 (19 August 2013). p 2, paras. 2 and 3.

  • 23

    Livescience.com의 Jeremy Hsu가 작성한 2013년 9월 1일자 “Fukushima’s Radioactive Plume to Reach U.S. by 2014”는 http://news.discovery.com/earth/oceans/fukushima-radioactive-plume-reach-us-130901.htm에서 찾아볼 수 있다.

  • 24

    “Fukushima Dumps Typhoon-soaked, Radiated Water”라는 제목의 2013년 9월 17일자 AFP 기사는 http://news.discovery.com/earth/oceans/after-typhoon-fukushima-dumps-polluted-water-in-sea-130917.htm에서 찾아볼 수 있다.

  • 25

    UN해양법협약 제195조 “각국은 해양환경 오염을 방지, 경감 및 통제하기 위한 조치를 취함에 있어서 직접·간접적으로 피해나 위험을 어느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에 전가시키거나 어떤 형태의 오염을 다른 형태의 오염으로 변형시키지 아니하도록 행동한다.”

  • 26

    예를 들어 동협약 제5조 (e)호는 “관련정보 및 자료를 입수하고 교환할 목적으로 관련 국제기구와 연락관계를 수립, 유지”하는 것을 IAEA의 기능 중 하나로 적시하고 있다.

  • 27

    현재 당해 위원회의 회원으로 참가하고 있는 국제기구로는 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 유럽경찰(EUROPOL), UN의 식량농업기구(FAO), 국제원자력기구(IAEA),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국제해사기구(IMO), UN의 방사능 효과에 관한 과학위원회(UNSCEAR), 국제형사경찰기구(INTERPOL), OECD의 원자력기구(OECD/NEA), 범아메리카보건기구(PAHO), UN환경개발프로그램(UNEP), UN인도지원조정국(UN/OCHA), UN우주업무사무소(UN/OOSA),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기상기구(WMO) 등 15개 국제기구가 있다. http://www-ns.iaea.org/tech-areas/emergency/iacrna/login.asp 참조.

  • 28

    이 계획을 소개하는 IAEA 발간물은 http://www-pub.iaea.org/MTCD/publications/PDF/epr-JPLAN_2010_web.pdf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 29

    Ibid., p. 15.

  • 30

    OFFICE OF THE PRESIDENT OF THE RUSSIAN FEDERATION, Facts and Problems Related to Radioactive Waste Disposal in Seas Adjacent to the Territory of the Russian Federation (Moscow, 1993)

  • 31

    BBC, Radioactivity Monitoring Ship Heads For Sea of Japan (1994. 3. 23) 참조.

  • 32

    예를 들어 헤럴드경제, <국감>일본이 독도 싹쓸이 조사 방치한 정부 (2013.10.14) 참조.

  • 33

    머니투데이, 日 “원전 방사능 오염수, 한일 공동조사 하자” (2013.10.8) 참조.

  • 34

    예를 들어 핵사고 조기통보에 관한 협약 제5조 (제공될 정보), UN해양법협약 제200조 (연구, 조사계획과 정보, 자료교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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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훈
신창훈

글로벌 거버넌스센터

신창훈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글로벌 거버넌스센터 국제법 및 분쟁해결프로그램, 핵정책기술프로그램 연구위원이다. 서울대에서 전기공학사, 법학 석사,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법학 박사를 수여받았다. 주요 연구분야는 국제법 일반이론, 해양법, 분쟁해결절차, 국제환경법, 국제인도법, 대량살상무기 관련 국제조약 등이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국제해사기구(IMO)에서 투기에 의한 해양오염방지를 위한 런던의정서에 의해 설립된 준수그룹의 위원으로도 활동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