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 & Reports

요약

2014년 미국 의회의 정책 흐름은 11월 4일의 중간선거를 경계로 크게 나뉜다. 선거 전에 의원들은‘정치적 타당성’, 다시 말해 표를 기준으로 입장을 정했다. 재선에 유리한 지 그리고 선거구에 이익이 되는지가 판단의 척도였다. 그 결과 거의 모든 분야에서 논의가 동결됐고 최소 부분에서만 정책이 결정됐다. ISIS·우크라이나 대응과 같은 국제 현안, 그리고 정부 살림과 관련된 예산 부문이었다. 그래서 선거 전에는‘113대 의회의 생산성은 최악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선거가 끝나면서 국가 차원의 현안들이 논의되고 현실적인 움직임이 활발히 전개되기 시작했다. 이민법 개혁안, 키스톤 송유관 건설, 자유무역 협상, 대중동 안보 정책 등 중요한 법안이 예상을 뒤엎을 만큼 쏟아져 나왔다. 그 가운데 111개 법안이 법으로 제정되면서 113대 의회는‘생산성 역대 최악인 의회’가 되는 불명예는 겨우 피했다.

하지만 벼락치기로 딴 성적이 그렇듯 의회 성적표인 지지율은 역대 최저를 피하지 못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에 따르면 113대 의회의 지지도는 1기(2013년)와 2기(2014년)에 각각 14%, 15%를 기록했다. 정부 폐쇄가 발생한 2013년이 최악이었지만 2014년 상황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지지율 하락은 여당인 민주당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중간선거로 상원에서 다수당 지위를 잃었을 뿐 아니라 하원 의석도 역대 최저가 될 만큼 크게 패했다.

이번 보고서는 미 113대 의회가 표결한 법안을 1) 국방·안보, 2) 국내제도 개혁, 3) 예산, 4) 에너지·무역 부문으로 나눠 살펴본다.

I. 국방 및 안보

2014년, 미국의 국방 및 안보에는 위기와 도전이 잇달았다. 미국 연방 의회와 행정부의 우선 순위는 재정건전성에서 ISIS와 우크라이나 사태로 옮겨갔고 척 헤이글(Chuck Hagel) 국방장관의 사임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2012년 신국방전략지침(DSG: Defense Strategic Guidance)과 2014년 국방전략검토보고서(QDR: Quadrennial Defense Review)는‘중동의 전쟁을 끝내고 아시아로 중점을 옮긴다’는 전략을 세웠는데 2014년에는 이를 수행하기 어려워졌다. 위기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공화당은 오바마 행정부의 위기 관리 능력과 국방전략을 거세게 비난했다.

ISIS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다. 중동에서 ISIS 사태가 악화되자 공화당 의원들은 오바마 행정부의 대중동정책을 비난하며 미국의 군사행동을 요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4년 8월 8일 이라크 공습, 9월 23일 시리아 공습을 승인했다.

의회는 FY 2015 국방예산(H.R. 3979)에서도 ISIS 사태 해결을 위한 예산 편성에 합의했다. 이 합의에 따라 시리아 온건 반군의 무장·훈련 조치가 2년간 연장됐다. ISIS 사태 해결에 해외비상작전(OCO) 예산 50억 달러를 사용하는 데도 합의했는데 이는 오바마 행정부가 추가 요청한 예산 규모(50억 달러)를 모두 승인한 것이다.

ISIS 사태를 기점으로 미국은 다시 중동에 개입할 수 밖에 없게 됐는데 114대 의회는 그 가능성을 더욱 높인다. 중간 선거 결과 2015년부터 공화당이 연방의회를 장악하고 존 매케인(John McCain) 의원이 상원 군사위원장이 되기 때문이다. 매케인 위원장은 ISIS 사태에 대한 미국의 군사행동을 주장해 온 강경파다.

ISIS 사태는 아프가니스탄 문제에도 영향을 미쳤다. 미 의회의 초점은 아프가니스탄의 정치적 안정이다. ISIS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공화당은“예정된 아프간 철군을 미뤄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테러 확산 정도와 위험도에 따라 아프가니스탄 내정이 다시 불안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간 철군을 업적으로 남기고 싶어 하지만 114대 의회는 공화당이 다수가 된 만큼 이 계획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이란에 대해 미 연방 의회는 제재를 유지·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보다 공화당이 더 강경했다. 미 행정부는 제재 완화를 조건으로 이란과 비핵화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공화당은 이를 못마땅하게 본다. 이란이 핵협상에 나온 것 자체가 제재의 효과이기 때문에 제재를 더 해야 된다고 본다. 그래서 협상이 부진하거나 이란이 일방적으로 협상을 중단하면 즉시 제재를 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II. 국내제도 개혁

국내 제도 개혁은 선거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간 선거 전부터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에 제동을 걸었는데 선거 이후엔 더 심하게 제동을 걸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숙원 사업인 이민법 개혁은 하원의 반대로 113대 의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상원은 2013년 이민법 개혁안(S. 744)을 통과시켰으나 공화당이 다수였던 하원에서는 존 베이너(John Boehner) 하원 의장이 본회의 상정을 막았다. 하원을 통과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오바마 대통령은“하원이 의도적으로 개혁안을 상정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며 “행정명령을 통해 개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선거전까지의 상황이었다. 행정명령은 중간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피하려는 정치적 계산에 따라 11월 20일 발포됐다.

중간선거에서 힘을 얻은 공화당은 행정명령을 무효화하겠다고 벼른다. 오바마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했다는 것이다. 행정명령 발표 직후 공화당은 이민법 시행 기관인 미국 이민국(U.S. Citizenship and Immigration Services)의 예산을 제한하는 방식을 논의했다. 114대 의회에서 공화당은 행정명령 무효화를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의견차가 심한 사안은 이민법 개혁만이 아니다. 공화당 다수인 하원은 꾸준히 오바마 케어 무효화를 요구해 왔다. 건강보험 제도가 정부 예산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는 문제이다. 중간 선거 전부터 공화당 지도부는 오바마 케어의 ‘부분적 무효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114대 의회에서는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이 된 만큼 이런 법안이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높아졌다. 이 경우 오바마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입은행의 필요성도 논의되었다. 공화당은 대부분 수출입은행 존재 자체에 부정적이다. 수출입은행의 대출 기능이 오히려 시장을 왜곡하며, 그 역할은 민간부분에서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반면 대다수 민주당 의원, 재계, 상공회의소(U.S. Chamber of Commerce)는 수출입은행 재인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경쟁국가들에도 같은 기관이 있고, 무역을 통해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수출입은행의 필요성에 대한 찬반 의견이 극심하게 대립하자 미 의회는 수출입은행 운영을 2015년 6월 30일까지 연장시키는 임시 조치를 취했다. 이에 따라 114대 의회에서도 수출입은행이 필요한가에 대한 논의는 계속될 전망이다. 공화당 의원들이 전통적 지지기반인 재계와의 충돌을 감행하며 수출입은행을 폐쇄할 지 주목된다.

금융 규제도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2010년 금융 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도드-프랭크법을 발효시켰다. FY 2015 임시통합예산안에는 이를 부분적으로 완화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예금보험공사(FDIC)의 보험혜택을 받는 은행들은 파생상품을 거래할 수 없도록 했는데 이를 다시 허용한 것이다. 이 문제로 금융규제가 사회 이슈로 떠오른 만큼 114대 의회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III. 예산

2014년 제113대 의회는 예산 문제에서 비교적 초당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11월 중간 선거를 의식한 결과로 볼 수 있다. 2013년 10월 정부 폐쇄가 발생하자 의회에 대한 여론은 악화됐다. 2013년 9~11월 의회의 지지도는 19%에서 9%로 하락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공화당에 대한 지지도는 18%에서 9%로, 민주당은 20%에서 10%로 떨어졌다.

2014년에도 1월 15일, 12월 12일, 12월 14일에 정부폐쇄 위기가 있었지만 미 의회는 여론 악화를 피하기 위해 각각 3일, 2일, 4일간 유효한 임시 예산을 편성해 정부폐쇄를 막았다. 114대 의회에서도 경제 회복의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 예산에 합의할 가능성은 높다.

채무상한인상도 결국에는 합의되겠지만 그 과정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이 대립할 것이다. 2014년에 미 의회는 채무상한인상법(H.R. 2775)이 2월 7일에 만료된 후에도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민주당과 백악관은 조건없이 채무상한을 인상하자고 주장했고 공화당은 반대했다. 공화당은 2월말에 채무불이행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에야 민주당과 타협했다. 2015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 2015년 3월 15일 채무상한인상법이 만료된 후에도 의회에서 관련 법안이 아직 발의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재무부의 특별조치(extraordinary measure)를 통해 10월까지는 채무불이행(default) 사태를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공화당 주도의 114대 의회는 채무상한인상에 조건을 붙여 협상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IV. 에너지와 무역

2014년에 미국은 석유 및 가스 최대 생산국이 됐다. 생산이 증가하면서 원유 수출을 허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쟁점은 수출을 허가하면 미국 내 원유 가격이 상승할 것인지 여부다. 일반적으로 공화당이 원유 수출에 보다 우호적이었고 백악관도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어떤 전략을 택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114대 의회가 개회하자 공화당 주도로 키스톤 파이프라인 건설 법안이 의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고 의회는 이를 무효화하는데 실패했다. 공화당은 남은 회기 동안에도 키스톤 파이프라인 승인과 원유 수출허가 관련 법안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무역 협상은 별 진전이 없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무역 협상 수준과 속도를 높이기 위해 의회에 무역촉진권한(TPA: Trade Promotion Authority)을 위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2007년 TPA가 만료된 후로 재승인을 반대하고 있다. 자유무역이 오히려 미국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국내 일자리를 감소시킨다는 주장이다. 1970년대 부터 지금까지 TPA없이 비준된 자유무역협정은 요르단과의 협정 뿐이다.

공화당은 일반적으로 자유무역 확대를 지지하지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Trans-Pacific Partnership) 협상 방식과 오바마 행정부의 태도에 불만이다. 우선 TPP 협상 내용을 의원들에게도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내용도 모른 채 TPA를 승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TPA 승인 조건으로 협상 과정 투명화를 제시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또 오바마 대통령이 독단적이며 행정명령, 거부권 등을 남발하는 것을 못마땅해 한다. 존 매케인(John McCain) 의원은“오바마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제왕적으로 행동한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TPA는 행정부의 권한을 강화하는 조치인 만큼 상당수의 공화당 의원들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V. 결론

114대 의회는 주요 사안에서 113대 의회와는 입장을 달리 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 안보 및 통상 부문에서는 의회가 백악관을 압박하여 더욱 많은 사업을 추진할 것이고 국내정책에서는 백악관이 추진하는 정책을 막는 걸림돌이 될 것이다. 예산정책은 미국의 경제회복이 계속되는 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필요한 경우 시퀘스터로 인한 예산제약을 일시적으로 완화할 가능성은 있다.

 

About Experts

한민정
한민정

지역연구센터

한민정 연구원은 지역연구센터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인도어와 경제학으로 학사학위를 수여받고,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국제지역학 석사 학위를 수여받았다. 주요 관심분야는 무역, 경제통합, 연방주의, 조사방법론 등이다.

J. James Kim
J. James Kim

지역연구센터 / 미국연구프로그램

J. James Kim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지역연구센터 미국연구프로그램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며 Columbia University 국제대학원 겸임 강사이다. Cornell University에서 노사관계 학사와 석사학위를 마치고 Columbia University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California State Polytechnic University, Pomona의 조교수(2008-12)와 랜드연구소의 Summer 연구원(2003-2004)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주요연구 분야는 비교민주주의 제도, 무역, 방법론, 공공정책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