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증세 없는 복지 증대를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세법 개정안과 10월 기초노령연금 개정안이 발표되며 박근혜 정부는 공약 불이행으로 공격 받게 됐다. 그럼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큰 영향 없이 유지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는 노년층에 이 두 사건이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장년층에서는 약간의 동요가 있었다. 증세를 하지 않겠다는 원 공약을 파기했다는 비난과 함께 복지 혜택이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생겼다. 대통령의 공약 불이행이나 지지율 변동과는 별도로, 정치적인 논쟁이 오가면서 복지 이슈가 다시금 대두했다. 지난 대선 기간 동안 논쟁의 중점에 있었던 사회복지 이슈가 정치권에 다시 등장한 것이다.

2014년 1월 국회는 올해 예산으로 정부안이었던 357.7조 원에서 1.9조 원 삭감하여, 355.8조 원을 통과시켰다. 이중 46.9조 원이 복지 예산으로 책정이 되었는데, 이는 총 예산의 약 13%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한국인은 실제로 어느 정도의 세금을 낼 의향이 있으며 정부로부터 어느 정도의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또 한국 정부는 이러한 국민의 요구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이 이슈브리프는 먼저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세금과 복지 혜택에 대한 체감 온도를 살펴보고, 수치를 통해 나타나는 현실과 비교하여 그 간극이 어느 정도인지를 분석한다. 더불어 한국 정부가 처한 현실에서 국민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어떤 것들이 선행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짚어 보도록 한다.

여론조사를 통해 나타난 한국인의 재정 인식

1. 내겐 너무 많은 세금

일반적으로 대중은 적은 세금과 많은 혜택을 바란다. 모순되지만, 세금은 덜 내고 더 많은 공공서비스를 바라는 것은 어느 사회에서나 나타나는 현상이다. 미국의 Harris Interactive and Tax Foundation이 2009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56%에 달하는 미국인이 본인이 부담하고 있는 세금이 너무 많다고 응답했다. 적당한 편이라고 응답한 미국인은 30%를 조금 넘었고, 너무 적다고 응답한 수치는 5%도 채 되지 않았다.

한국인의 태도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실시한 데일리폴에 의하면 무려 45%에 달하는 응답자가 본인이 부담하고 있는 세금이 많은 편이라고 응답했고, 39%는 적당하다고 했다.1 적은 편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3%에 지나지 않았다. 특히, 노동 연령의 주축이라고 할 수 있는 30대와 40대 연령층에서 세금 부담에 대한 불만이 가장 높았다. 30대의 64%와 40대의 55%는 본인이 내고 있는 세금이 과하다고 답했다. 반면, 60세 이상의 연령층에서 세금 부담이 과하다는 응답은 평균치보다 훨씬 떨어지는 32%에 그쳤다. 치열한 증세 논쟁에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50대와 60대 이상의 연령층에서 흔들리지 않았던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직업군별로는 자영업 종사 집단이 58%의 비율로 세금 부담이 많다고 답했고, 화이트칼라가 그 뒤를 따랐다(52%). 흥미로운 점은 상대적으로 관대한 세금 정책을 통해 사회복지 확대를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진보층에서 본인이 지고 있는 세금 부담이 많다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는 점이다(보수: 38%, 중도: 49%, 진보: 52%). 이는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증세 및 복지 논쟁이 서구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진보-보수의 이념대결 양상이 아닌, 박근혜 대통령 지지와 결부되어 정치화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림 1: 본인의 세금 부담(%)

선생님께서는 본인의 세금 부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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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한국인이 생각하는 적정 수준의 세율은 어느 정도일까? 개인의 수입에서 최대 몇 %까지 세금으로 납부할 의향이 있는가를 물어보았을 때 23%의 응답자는 전체 수입의 6% 미만을, 26%의 응답자는 본인 전체 수입의 6~15%사이를 세금으로 납부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15%에서 24% 사이의 세율로 납부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11%였고, 그보다 더 많은 25% 이상의 세율을 받아들일 의향이 있는 응답자는 전체의 6% 정도였다. 잘 모르겠다 혹은 응답을 하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고 평균을 계산했을 때, 한국인은 평균 11.1% 정도의 세율을 부담할 의향이 있었다. 평균적으로 여성이 남성에 비해 부담하겠다는 세금의 비율이 낮았고(남성: 11.7%, 여성: 10.3%), 가장 고연령층인 60세 이상은 자신의 전체 수입의 평균 12.3%를 세금으로 낼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세금 부담이 크다고 답했던 진보였지만, 여전히 중도나 보수층에 비해서 조금 높은 수준의 세금을 낼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진보: 12.1%, 중도: 10.3%, 보수: 11.5%).

전반적으로 많은 한국인은 본인이 내고 있는 세금에 대해 부담스럽다고 답했고, 최대한 낮은 세율이 적용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들이 실제로 부담하고 있는 세금은 어느 정도일까?

그림 2. 개인 수입의 세금 납부율 (%)

선생님께서는 개인의 전체 수입에서 최대 몇 %까지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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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t Check 1. 실제 세금 부담

한국의 소득세 구간은 2013년 현재 다음과 같이 정해져 있다. 연소득 1,200만 원 이하의 개인은 약 6%의 세금을 내게 되어 있고, 1,200만 원 이상부터 4,600만 원 이하의 소득에 대하여는 15%의 세율에 해당하는 세금을 내게 되어 있다. 8,800만 원까지는 24%의 세율이, 8,800만 원부터 3억 원까지는 약 35%의 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3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는 38%의 세율이 적용된다. 한국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평균 1인당 소득은 2,600만 원 정도였고, 따라서 평균 세율은 약 10.8% 정도 된다고 볼 수 있다.

응답자의 소득수준에 따른 세금 부담 의향을 실제 소득수준별 과세비율과 비교해 봤다. 조사에서 수집된 소득자료가 가구소득이었기 때문에 직접 비교는 어려웠지만, 가장 낮은 소득 구간인 월 100만 원 이하 가구소득 응답자는 11%가 수입의 6% 미만을 세금으로 내겠다고 답했다. 조사자료의 소득이 월평균 가구소득이기 때문에 개인소득은 이보다 적다는 것을 고려해 보면, 실제 과세 구간보다 높은 6~15% 정도의 세금을 납부할 용의가 있다는 응답이 11%로 나타난 점은 이례적이다. 그러나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62%로 대다수였으므로, 대부분의 저소득층은 자신이 내야 하는 적정 세금에 대해 무지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음 소득 구간인 월평균 가구소득 200~300만 원인 응답자와 300~400만 원인 응답자 집단은 6% 미만의 세금을 납부할 수 있다는 응답이 각각 30%, 25%였고, 6~15% 미만의 세율을 수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각각 28%, 34%였다. 월평균 가구소득이 400~500만 원, 500만 원 이상인 중산층과 고소득층은 여타 소득층에 비해 세금에 관대한 경향을 보이긴 했지만, 여전히 가장 낮은 구간인 6%미만의 세율을 원하는 비율이 각각 20%, 21%나 됐다. 6~15% 미만의 세율을 원하는 비율은 32%, 33%였고 15~24%는 16%, 19%였다. 전반적으로 한국인은 실제 과세 구간에 대해 정보가 부족하거나 무지했던 저소득층을 제외하고는 소득세를 적게 납부하고 싶어했다.

낮은 세금을 원하는 대중의 심리는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독특한 현상은 아니다. 동일한 질문을 미국인에게 했을 때에도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 2009년 Harris Interactive and Tax Foundation이 조사에서 가장 적정 수준의 소득세율을 물었을 때 42%의 미국인은 10%에서 19% 구간을 꼽았다. 이는 실제 미국의 평균 소득세율인 28.2%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2. 내겐 너무 적은 혜택

세금과 밀접히 관련된 또 다른 재정 이슈는 정부의 지출이라 할 수 있다. 국민이 내는 세금은 정부 운영을 위한 지출을 충당하고 국민에게 주어지는 정부의 공공 혜택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세금에 대한 의견과 함께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정부 지출 및 정부의 공공 혜택에 대한 의견을 알아봤다.

한국인은 정부로부터 지난 1년 동안 받은 치안, 복지, 의료 등과 같은 공공 서비스의 가치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조사 결과, 한국인의 과반에 가까운 49%가 정부로부터 받은 공공혜택이 250만 원이 안 된다고 여기고 있었다. 정부로부터 받은 공공 서비스가 이보다 높은 250만 원에서 500만 원 사이의 가치를 가진다고 응답한 비율은 10%였고, 약 36%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무려 36.1%의 응답자가 잘 모르겠다는 답을 한 점이다. 상당수의 한국인은 정부로부터 받는 혜택이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 잘 모르고 있었다.

다음으로는 정부의 세부항목별 지출에 대한 의견을 살펴봤다. 정부의 항목별 지출 규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했을 때, 상당수의 응답자는 잘 모르겠다는 대답을 했다. 모두 10가지 항목에 대해 질문했는데, 잘 모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10가지 항목에서 평균 41%였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의 비율이 대체로 낮았던 분야는 보건분야와 사회복지, 그리고 국방비 항목이었다. 사회복지 문제는 지난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줄곧 의제가 되었고, 국방비 같은 경우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수성으로 자연스럽게 언론에서 자주 다뤄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익숙한 항목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보건비용의 경우는 정부와 언론으로부터 심심찮게 의료민영화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건강’이라는 이슈가 매우 개인적으로 다가와 일반 대중이 이에 대해 높은 관심을 나타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회복지 항목은 모든 항목 중 지출액수가 낮아서 더 증액해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높았다. 전체 응답자의 32%가 현재 정부의 사회복지 비용 지출이 너무 낮다고 여기고 있었으며, 23%가 적당하다고 답했다. 너무 많다는 의견은 15%였다. 사회복지 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높았던 것은 대선 기간 동안 여야 두 후보 모두 복지에 대해 강조했으며, 언론에서도 수 차례 복지와 관련된 보도가 있었기 때문인 듯 하다.2

그 다음으로 증액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던 분야는 교육비와 국방비 항목이었다. 현재 정부가 교육에 지출하고 있는 액수가 적다는 의견이 31%였고, 적당하다가 21%, 너무 많다는 의견은 16%였다. 국방비의 경우, 32%의 응답자가 너무 적다고 했으며 19%가 적당하다, 14%가 너무 많다고 응답했다.

정부 지출에 대한 의견은 사회인구학적 속성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정부 지출이 적다고 보는 비율이 훨씬 낮았다. 이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정부 재정 지출에 대해 잘 모르겠다며 판단을 유보하는 비율이 더 높아서이기도 하지만, 한국 여성이 재정적으로 남성에 비해 보수적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만, 여성이 관심을 많이 가질만한 교육부문에 있어서는 남성과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교육부문 지출이 너무 적다-남성: 31%, 여성: 30%). 또 하나 눈여겨볼 만한 점은 진보와 보수 간의 의견 차이이다. 모든 항목에서는 아니지만, 교육부문 지출이나 보건 의료, 환경과 같은 분야에서 진보는 보수보다 정부의 지출이 적다고 응답했다.

그림 3: 현 정부의 분야별 지출

선생님께서는 현 정부의 ______분야 지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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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비에서는 남녀 간의 큰 차이가 눈길을 끄는데, 남성은 현 정부의 국방 분야 지출이 적다고 답한 비율이 무려 40%나 된 반면, 여성의 경우에 국방비 지출이 적다고 답한 비율은 남성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24%밖에 되지 않았다. 이는 아무래도 국방의 의무를 지고 있는 남성이 여성보다 국방비 지출 문제에 더 민감해서라고 풀이된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20대가 국방비 지출이 적다고 응답한 비율이 무려 40%로 다른 어느 세대보다 높았다는 점이다. 안보 이슈에 민감하고, 점점 보수화가 되어가고 있는 한국 젊은 세대의 모습이 드러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국방비에서는 이념 성향에 따른 차이도 나타났다. 이론에 따르면 진보는 큰 정부와 부유층에게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선호하고, 보수는 작은 정부와 낮은 세금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진보는 대부분의 지출 항목에서는 증액을 원하고 보수는 감액을 원하는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이에 예외 항목인 것이 국방비이다. 보수는 국방비 비율이 높은 것을 선호하는 대신 진보는 국방비 대신 사회비용을 높이는 것을 선호
한다고 볼 수 있다.3 한국인의 경우, 국방비 지출에 진보와 보수의 간극이 상당했다. 42%의 보수 성향 응답자가 국방비 지출이 너무 적다고 응답한 반면, 진보 성향에서는 27%의 응답자만이 국방비 지출이 적다는 것에 동의했다. 흔히 한국 유권자의 이념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지만, 정부 지출을 두고 보여지는 이념 간의 차이가 국방비에 있어서만은 뚜렷이 나타난 것은 매우 흥미로운 점이다. 이는 곧 한국인의 이념성향이 북한을 중심으로 한 국가 안보관에 따라 나뉘어진다는 일련의 연구와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눈에 띄는 것은 사회복지비에 대한 입장에서 진보와 보수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는 점이다. 진보의 35%가 사회복지비가 적은 편이라고 답한 반면, 보수의 31% 역시 사회복지비가 적다고 했다.4 젊은 계층일수록, 고등교육을 받은 화이트칼라 종사자일수록 사회복지비 지출이 적다는 응답이 높았지만, 가장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집단은 박근혜 대통령 지지 집단과 비지지 집단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응답자 중 정부의 복지 분야 지출이 적다고 응답한 비율은 25%였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박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응답자 중 정부의 복지 분야 지출이 적다고 응답한 비율은 47%로 거의 두 배에 달했다. 이는 앞서 말했던 정부의 복지, 증세, 연금 논쟁이 일반적인 이념 성향을 따라가기보다 대통령 지지 여부를 따라가는 현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즉 이러한 경제 이슈들은 매우 정치화되어 있었다.

Fact Check 2. 실제 정부 혜택

앞에서는 여론조사를 통해 국민들이 느끼고 있는 체감 정부 혜택과 정부 지출을 살펴봤다. 그렇다면 실제로 국민 1인당 정부로부터 받고 있는 혜택은 어느 정도 액수일까?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정부가 공공 서비스 목적으로 국민 1인당 지출한 금액은 550만 원이었다. 실제로 쓰이는 혜택의 가치가 550만 원인데, 60%에 달하는 한국인은 자신이 누리는 공공재의 가치가 이보다 훨씬 적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 반에
도 미치지 않는 250만 원도 안 된다는 응답이 50%에 가까웠다. 한국인은 본인들이 정부로부터 실제로 받는 액수에 훨씬 못 미치는 공공 혜택을 받고 있다고 느끼고 있었고, 정부는 서비스를 제공하고도 그에 합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여론조사에서 상대적으로 공공 지출이 적은 편이라고 나타난 항목은 사회복지(32%), 국방(32%), 교육(31%) 분야였다. 정부의 실제 재정 지출을 살펴보면 가장 높은 금액이 일반 공공 행정분야에 지출되고 있었는데, 국민 1인당 약 100만 원을 조금 넘는 돈이 쓰이고 있었다. 세부 정책 분야로는 교육 분야에 가장 많은 액수가 지출되고 있었다. 교육 분야에는 국민 1인당 91만 원 정도가 쓰이고 있었다. 실제로 국민 1인당 가장 적은 액수가 지출되는 분야는 외교·통일 분야로 국민 1인당 약 4만 7천 원 정도가 쓰이고 있었다. 필수적인 행정 지출이라 할 수 있는 일반 공공 행정 분야를 제외한다면 정부는 교육 분야에 가장 많은 지출을 하고 있는 셈이었다. 그럼에도 31%의 응답자는 교육 분야의 지출이 적다고 느끼고 있었다. 국방비의 경우에 1인당 66만 3천 원 정도 쓰였는데 이는 교육 다음으로 높은 액수였다. 마찬가지로 32%의 국민은 국방 지출이 적다고 느끼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사회복지 분야는 네 번째로 많은 액수를 지출했는데, 국민 1인당 약 50만 원 정도의 혜택을 받고 있었다. 사회복지 분야 역시 응답자 사이에서 정부 지출이 적은 편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이처럼 일반 국민이 체감하고 있는 정부의 지출과 실제 지출은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위의 분석을 통해 몇 가지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다. 첫째로, 국민은 전반적으로 세금과 정부의 지출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일반 국민이 정부 지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정부 지출은 일반 대중의 제한적인 정치지식 수준이나 정치에 대한 관심 수준으로 이해하기에는 비교적 어려운 이슈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은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 서비스가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는, 정부로서는 억울한 상황을 그려내기도 한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일반 국민의 세금과 정부 지출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언론에 빈번하게 보도 되거나 정치적으로 이슈가 된 항목에 관해서는 대체로 그에 대한 의견을 가지고 있으며, 그 방향성도 뚜렷한 편이었다. 예를 들어, 사회복지가 이슈가 되고,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복지 확충을 부르짖었던 것에 따라 많은 국민이 사회복지 비용 지출이 적다는 데에 동의하고 있었다. 이처럼 대중의 부족한 정보력은 정부와 언론으로 하여금 많은 이슈를 만들어내고 심지어 방향까지 이끌어낼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림 4. 대한민국 정부 분야별 지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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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기획재정부 (2012년)

결론: 박근혜 정부와 세금, 그리고 공공정책

지난 2013년 8월 박근혜 대통령은 세수 확보를 위해 세법 개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어 11월에는 선거 캠페인 당시 공약이었던 노인 연금에 대한 개정안을 발표 했다. 기본적으로, 현재의 세원을 통해서는 대통령 선거 유세 당시 언급했던 공약을 지키기 어려울 뿐 아니라, 추가적인 세수 확보가 필요하다는 인상을 국민에게 준 것이다.

사실 보수 정부로서 사회복지망 확충이라는 공약을 걸고 나온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다. 현 정부는 그나마 보수로서의 색깔을 유지하기 위해 세율을 인상하지 않고 세수구조 개혁과 경제성장을 통해서 복지재원을 확보하겠다고 했으나, 지난해 8월과 11월 있었던세제 개편 논란과 노인 연금 개정안 논란을 통해 이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함을 보였다.

최근 들어 빈번히 발생하고 보도되는 빈곤층 자살 사건 등으로 인해 정부의 사회 안전망 확충에 대한 요구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 빈부 격차와 경제적 불평등은 경제성장만큼 국민의 관심을 끄는 중요한 이슈로 자리잡았다. 작년 11월 말 실시되었던 아산정책연구원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우리 사회에서 경제적 불평등이 큰 문제라는 주장에 응답자의 74%가 동의하기도 했다.5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경제 불평등의 문제를 대다수의 한국인이 정부가 해결할 책임이 있다고 믿는다는 점이다. 또 사회 빈곤을 줄이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라는 주장에 대해 동의하는 비율이 무려 73%에 달했다. 계층 간 소득 격차를 줄이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의 비율도 75%나 됐다. 뿐만 아니라, 부유층 과세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71%가 동의했고, 한국의 경제체제가 소수의 부유층에게만 우호적이라는 의견에는 69%가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6

그런 의미에서 앞선 분석결과가 갖는 함의는 크다. 먼저, 위의 분석에서도 밝혀졌다시피 대다수의 국민은 자신들이 받고 있는 정부의 혜택에 무지한 편이다. 세금을 되도록이면 적게 내고 싶으면서도 정부로부터 받는 혜택은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인지부조화 현상마저 보이고 있다. 이는 단순히 대중의 모순적이고 이기적인 행동에서만 기인한다기 보다는 정부의 예산과 지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대로 인지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편으로 일반 대중의 정부 예산과 지출에 대한 인식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아무리 정부가 양질의 공공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불가능하고 오히려 정부의 책임론만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은 정부의 공공 서비스가 우리 국민에게 어떤 가치를 가져다 주는 지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활동이다. 한국의 전자정부 시스템이 기술적으로 상당한 수준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7 현재 잘 마련되어 있는 전자정부 시스템이 기술적인 발전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다각도에서 정부 서비스 및 활동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데에 활용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변해가는 사회 여론을 적절하게 활용하여 현재 예산 분배 및 지출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예를 들어, 문화·체육과 같은 분야보다 최근 들어 좀 더 민감하게 대중이 반응하는 환경과 같은 분야에 지출을 늘이고 예산 분배를 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대국민 홍보를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여론을 조작해서는 안되겠지만, 정책의 필요성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는 적어도 대중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것이고, 이는 정부 정책을 납득시키는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다.

또한 분석 결과에서도 나타났듯이, 언론을 통해 많이 다뤄질수록 대중이 느끼는 상대적 중요성이 높아졌다는 점은, 정부 시책의 원만한 수행을 위해서 보다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정부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도 국민이 정부의 혜택에 좀 더 공감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겠다. 민간 기업에서 소비자 만족도에 대한 조사를 철저하게 실시하고 반영하는 것처럼 정부 역시 체계적이고 정기적인 정부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 조사를 통해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꾀하는 것이다. 국민을 대상으로 제공하는‘서비스’인 만큼, 예전의 이른바 공무원식 서비스가 아닌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작은 노력이 이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를 가능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더뎌지면서 조급해진 박근혜 정부는 선거 캠페인 당시 내세웠던 경제 민주화, 사회복지 확충을‘경제 혁신 3개년 계획’으로 대체했다. 심지어 적극적인 세수 확보 정책으로 박근혜 대통령의‘창조 경제’가 세금 창조 경제냐는 비아냥까지 듣고 있다. 정부의 어려운 사정이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니나, 현재의 국민정서를 감안하는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다각도에서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고 홍보하며 공공 부문의 품질 향상을 꾀하는 노력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

  • 1

    아산데일리폴(조사기간: 2013년 12월 14~16일)

  • 2

    이미 수 차례 언론을 통한 우리나라 복지 비용 지출의 적절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져왔다. 실제 201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사회복지 비용 지출은 GDP대비 9.4%로 OECD 가입국 중 최하위를 차지했으며, OECD 평균인 35.6%에 훨씬 못 미쳤다.

  • 3

    한국인의 경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몇몇 정부 지출 문제에 있어서 이념 성향의 차이를 보였다. 가장 큰 차이를 보인 항목 중 하나는 보건의료비로, 진보 성향 지지자의 41%가 너무 적다고 답한 반면, 보수 성향 응답자에서는 그 비율이 28%에 그쳤다.

  • 4

    한국 정부의 사회복지비 지출이 많다는 응답은 진보에서 12%, 보수에서 19%였다.

  • 5

    아산데일리폴(조사기간: 2013년 11월 20~22일)

  • 6

    아산데일리폴(조사기간: 2014년 1월 25~27일)

  • 7

    한국 정부는 2012년 UN의 전자정부 평가에서 1위를 할 만큼 공공행정의 디지털화가 잘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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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
김지윤

여론・계량분석센터 / 여론연구프로그램

김지윤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여론・계량분석센터 여론연구프로그램 연구위원이다. 주요 연구분야는 선거와 재정정책, 미국정치, 계량정치방법론 등이다. 주요 연구실적으로는 “Cognitive and Partisan Mobilization in New Democracies: The Case of South Korea”(with Jun Young Choi and Jungho Roh, forthcoming, Party Politics), “The Party System in Korea and Identity Politics” (in Larry Diamond and Shin Giwook eds. New Challenges for Maturing Democracies in Korea and Taiwan. 2014. Stanford University Press), “기초자치단체에서 사회복지비 지출의 정치적 요인에 관한 연구” (이병하 공저 의정연구, 2013), 『국회의원 선거결과와 분배의 정치학』 (한국정치학회보, 2010), 『Political Judgment, Perceptions of Facts, and Partisan Effects』 (Electoral Studies, 2010), 『Public Spending, Public Deficits, and Government Coalitions』 (Political Studies, 2010) 등이 있다.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UC 버클리대학에서 공공정책학 석사를, 미국 MIT대학에서 정치학 박사를 취득했다. 캐나다 몬트리올 대학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지냈다.

J. James Kim
J. James Kim

지역연구센터 / 미국연구프로그램

J. James Kim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지역연구센터 미국연구프로그램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며 Columbia University 국제대학원 겸임 강사이다. Cornell University에서 노사관계 학사와 석사학위를 마치고 Columbia University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California State Polytechnic University, Pomona의 조교수(2008-12)와 랜드연구소의 Summer 연구원(2003-2004)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주요연구 분야는 비교민주주의 제도, 무역, 방법론, 공공정책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