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봉영식1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lamic States, IS)가 일본인 인질 중 1명인 유카와 하루나를 결국 살해한 것이 지난 1월 25일 밝혀졌다. IS는 억류하고 있는 고토 겐지의 석방조건으로 2005년 요르단 자폭 테러사건으로 현재 요르단에 구속되어 있는 사지다 알 이샤위의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아베 정부가 참수 위협을 받고 있는 자국민 고토 겐지의 무사 귀환을 위해 전력투구하겠지만 ‘테러범과 협상 불가’라는 기본원칙을 포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또한 이번 사태가 어떻게 결말이 나도 이 사건으로 아베 정부의 지지율이 급상승하거나 하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바닥세를 보이던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지지율이 주간지 샤를리엡도 테러사건 이후 수직 상승하는 소위 ‘테러 역수혜현상’이 일본에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국가와 개인안보에 대한 일본 사회 정서와 국내정치역학이 프랑스 경우와 다르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일본이 전후 평화헌법의 틀에서 벗어나 국제평화와 안보에 적극적으로 기여해야 한다는 아베 정권의 ‘적극적 평화주의’와 ‘집단적 자위권’ 주장에 유리한 국내외 여건이 조성된 것이다.2 ‘국제안보를 위한 일본 자위대의 기여’가 이제 국제사회에서 당연하고 합리적인 주장으로 받아들여지게 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한국으로 하여금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에 대해 군국주의의 부활을 이유로 반대할 수만은 없게 만들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일본인 인질 사태를 남의 나라 일로 간주할 때가 아니다. 이번 IS 일본 인질사건을 한국 정부는 반면교사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만에 하나 인질사건이 또 발생해 ‘김선일 피살사건’과 ‘샘물교회 사건’때 드러난 한국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재현된다면 미국의 군사 동맹인 한국의 공신력과 국제평화공헌국가로서의 한국의 위상은 일본과의 비교되면서 큰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본 이슈브리프는 이번 사태에 대한 일본의 대처방식과 그 함의를 질의응답 형식으로 정리해 보았다.

 

1. IS가 나머지 1명 인질 석방을 위한 요구 조건을 변경했다. 아베 정부가 ‘테러범과의 협상불가’ 원칙을 버리고 이를 수락할 가능성은 있는가?

 

그럴 확률은 높지 않다. 첫째, 일본 정부는 테러 단체에 몸값을 지불하는 것은 해외 일본인들을 납치 위험에 노출시키는 것이라는 입장을 고이즈미 내각 때부터 철저히 고수해왔다. 과거 일본 정부가 테러범의 몸값요구를 수용하고 인질을 구한 사례가 있다. 1977년 적군파에 의한 일본항공기 피랍시 당시 다케오 후쿠다 정부는 테러범의 요구를 수용하였다. 그러나 자위대의 PKO 해외 파병이 시작된 1990년대 중반 이후 일본정부는 협상불가원칙으로 선회하였다. 2004년 두 차례의 일본인 납치사건 당시 테러범은 몸값이 아니라 이라크에 파병된 자위대의 철수를 요구했지만 고이즈미 정부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당시 일본 여론은 파병에 대해서는 찬반이 갈렸고, 한 경우에서는 인질이 모두 무사히 석방되었고 다른 경우에서는 처참히 살해되었지만, 테러리스트의 요구에 굴하지 않겠다는 고이즈미 총리의 입장에는 국론 분열 없이 높은 지지를 보였다.3

둘째, IS 스스로 일본 정부가 협상할 수 있는 정치적 입지를 없애 버렸다. IS는 일본정부를 상대로 72시간 내에 2억불의 몸값을 지불하라는 비현실적 요구를 내걸었고 시한종료 직후 인질 중 1명을 참수했다. 그 결과 이런 행동을 하는 IS와 의미 있는 협상이 가능한 지, IS가 과연 인질 석방에는 관심이 있는지. 단지 공포 이미지 확산을 위해 처형에만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닌 것인지에 대한 의심이 폭발했다. IS가 요구해왔던 2억 달러의 몸값 대신 요르단에 수감돼 있는 사지다 알 리샤위의 석방으로 조건을 바꾼 것도 IS 스스로 이전 행동의 문제를 감지하고 보다 현실적인 조건을 제시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셋째, 일본 정부가 협상불가원칙을 접을 경우 테러에 굴복하는 국가라는 이미지가 생기고, 미국과의 외교적 신뢰에 훼손이 갈 위험이 있다. IS가 석방을 요구하는 사지다 알 리샤위의 석방이나 무력을 투입해서 인질을 구출하는 작전 모두 미국의 도움과 이해 없이 일본의 독자 능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결국 남은 인질의 안전한 귀환을 위해 아베 정부가 비협상 원칙을 어떻게 탄력적으로 적용하느냐의 문제는 일본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미국 그리고 요르단 정부와 어떻게 효과적으로 정책을 조율하느냐에 달려 있다.

 

2. 인질 사태가 불행하게 마무리될 경우, 아베 정부의 국내 지지율은 큰 타격을 입을 것인가?

 

아베 총리가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은 없다. 일본 내 여론은 아베 정부의 중동 외교와 인질 대응을 비판하지 않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과 TV도쿄가 실시한 여론조사(1월23-5일)에서 응답자의 60%가 ‘인도적 지원으로 중동의 안정에 공헌하겠다’는 아베 정부의 정책을 지지했다. 쿄도 통신이 25일 실시한 조사에서 정부의 인질 사태 대응이 적절하다는 의견은 60%를 넘었다.4

일본 국민의 대다수는 비극적인 사태는 정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위험한 개인 행동을 한 인질 당사자에게 최종 책임이 있지 않느냐는 체념적 입장이다. 일본인 납치를 분석한 1월 26일자 매일 경제의 지적대로 ‘메이와쿠 가케루나’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우선적으로 피하는 행동) 현상이 강하게 나타났다. 인질인 고토 본인도 납치 전 동영상 메시지를 띄워 어떤 일이 생겨도 책임은 자신에게 있음을 밝힌 바 있다. 유카와 하루나의 아버지와 고토 겐의 어머니도 “일본 국민과 정부, 외국의 모든 이에게 크게 폐를 끼쳤다(메이와쿠)”고 사과했다.5

2014년 4월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당시 세 명의 일본 민간인이 정부의 여행경고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에서 활동하다 납치되었을 때, 뒤에 귀환한 인질들에게 일본 정부 관계자들과 국민 대다수는 “무책임한 돌출행동으로 크게 폐를 끼쳤다”고 비판을 퍼부었다. (일본 정부는 당시 인질 당사자들에게 귀국 항공편 6천불을 자비로 지불하게까지 하였다).6

반면 한국의 노무현 정부는 2004년 김선일씨 피랍살해사건 때 진보와 보수 양 진영의 공격으로 정국 운영 위기를 맞이 한 바 있다. ‘진보세력’은 미국의 압력에 굴해 맹목적으로 파병을 결정함으로써 국민이 희생됐다고 비판하며 ‘파병철회’를 주장했고, 보수세력은 미흡한 초동 대응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테러 대응태세를 비판하면서 노무현 정부의 ‘정부무능론’를 제기하였다.

노무현 정부에 비해 2015년 아베 정부엔 정치적 부담이 훨씬 적다. IS 인질 사태는 일본 정부가 IS에 대항하는 자위대 파병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아베 총리가 1월17일 카이로에서 IS의 활동으로 피해를 본 중동지역과 주민들에게 대규모 인도적 지원을 약속한 것에 대한 IS세력의 비이성적 반발이 원인이라는 데 일본 국민들은 전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오히려 이번 사태는 일본국민으로 하여금 중동의 위기상황은 더 이상 일본이 외면할 수 없는 중대하고 직접적인 안보위기라는 인식을 심어주게 되었다. 2012년 후쿠시마 원전사태 때 미흡한 대응으로 국민의 믿음을 잃고 정권을 내준 일본 민주당이 아베 정부 무능론을 전면적으로 내세우기에는 정치적 역량이 부족한 상태이다.

 

3. 이번 인질사태가 향후 아베 정부의 국내정치 행보와 외교안보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인질 사태는 인질 당사자, 그 가족, 일본 국민들과 정부 모두에게 말할 수 없이 비극적인 사태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향후 일본의 외교안보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면, 이번 사태는 아베 정부가 주요 외교안보 아젠다를 적극 추진할 수 있는 추동력을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사건으로 아베 정권이 집권 후 줄기차게 주장해온 ‘적극적 평화주의’와 ‘집단적 자위권 원칙 아래 자위대의 군사활동 확대’는 정당성과 합리성을 확보한 셈이다. 2015년 아베 정권은 5월로 예정돼 있는 총리의 미국 방문과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 종결을 적극 활용하여 미일안보협력 구조 하에서 일본 자위대의 활동범위 확대와 기능강화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아베 총리는 ‘이번 사태는 자신의 정치 철학과 신념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며 정부를 더욱 신뢰하고 힘을 실어 달라’는 대국민 메시지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가 2006년 이후 총리를 두 번씩 역임할 만큼 거물 정치인으로 등장하게 된 계기는 일본인 납치 진상규명을 둘러싼 북-일 외교였다. 당시 ‘유망한 정치인’에 불과했던 아베 의원이 전국적 인물로 각광을 받게 된 것은 ‘단 한 명의 일본인 피해자도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주의를 강경하게 고수하면서 용기 있고 애국심 충만한 정치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각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사태라는 국가적 재난과 장기적 경기침체로 희망과 기력을 잃은 일본 국민들에게 아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보호하는 책임 있는 정부를 약속하면서 정권을 쟁취했다.

집권 후 아베 정부가 일본 국민에게 보낸 메시지의 핵심은 국가를 믿어달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국가의 궁극적인 존재 이유와 최고 책임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호에 있으며, 이를 성취하기 위하여 정부는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는 것이다. 그 대신 국민은 정부가 추구하는 정책을 믿고 지지해달라고 한다. 아베의 정치스타일은 국가의 역할을 소극적으로 규정하는 ‘합의의 정치’가 아니라 국가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확장하는 국가가 중심이 되고 국가가 책임지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 부흥책으로는 아베 노믹스를 주창하였고,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적극적 평화주의’와 ‘강한 일본’을 내세웠다. 아베 정부는 2013년 일본판 NSC인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설치하였고 특정비밀보호법을 제정하였다. 2014년에는 지난 47년 동안 무기와 관련기술 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해온 ‘무기수출 3원칙’을 ‘방위장비 이전 3원칙’으로 대치하였다. 7월에는 각의결정으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조건을 재해석했다.

아베 정부의 안보정책은 국내외에서 ‘국가안보태세 강화를 핑계로 평화주의 원칙을 훼손했다’는 비난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비판에 대하여 아베 정부는 ‘국가생존 및 국민의 생명과 안전 문제는 시민 사회와 타국의 의견에 따라 좌우되기에는 너무 중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비판세력의 공신력과 판단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식으로 반응해왔다. 예를 들어 ‘과거사에 대한 진정성 있는 반성 없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위험하다’는 비판에 대해 대외적으로는 고노 담화문 검증으로, 대내적으로는 아사히 신문의 오보사건을 집중 조명함으로써 대응하였다.

이번 IS 일본인 납치살해사건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련된 문제에 관한 한 정부가 제일 잘 알며 가장 신뢰할 수 있다’는 아베 정부의 논지를 강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위험한 개인행동을 한 피랍자들의 운명과 그들이 정부와 국민에게 끼친 피해 보도를 계속 접한 일본 국민들이 정부를 중심으로 한 일종의 안보결집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아베 정부의 ‘적극적 평화론’과 일본의 대 중동 정책, 그리고 일본 자위대의 활동범위 확대에 비판적이었던 국내정치세력들조차 결국 소극적인 외교안보정책이 능사가 아니라는 결론에 수긍하게 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아베 정부는 이번 중동 외교순방 시 2억불 규모의 대 중동 인도적 지원을 약속해 일본이 보다 적극적인 중동 정책을 취할 것임을 기정사실화 한 상태이다. 일본 국민들이 보기에 이번 사건은 일본이 자위대 파병을 한 것도 아닌데 중동에 기반한 테러 집단이 자국민을 해친 비이성적인 참사다. 중동의 원유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세계 경제 3위 일본이 다국적 평화유지활동에 대한 보복을 두려워하고 그에 따라 원거리 외교만을 구사하는 시기는 지났다는 공감대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일본 자위대가 동북아를 벗어나 중동 지역 등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는 것에 대한 지지 여론도 증가할 것이다.

동아시아 안보 전문가인 카일 미조카미(Kyle Mizokami)가 지적하듯 이번 IS 일본 인질 사태는 ‘적극적 평화주의’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둘러싼 아베 정부의 두 가지 큰 고민을 해결해주었다. 아베 정부의 고민은 첫째 국제평화와 안보에 대한 일본의 기여를 인도적 목적의 재정 기여를 넘어 자위대 활동을 통한 군사적 기여로 확대할 것인가, 둘째, 미국 주도의 국제안보체제에 일본이 보다 적극 참여하되 어떻게 중국을 자극하지 않을 것인가였다.7

이번 사태는 일본이 자위대 활동 범위 확대와 신군사전략이 동북아지역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봉쇄를 위한 핑계가 아니라 자국민안전과 국가이익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였다.

또한 일본 국민들은 일본 자위대는 헌법의 제약 때문에 독자적인 작전으로 피랍된 자국민을 구출할 수 없는 답답한 현실과 대테러 전략과 자국민 보호 및 구출 작전의 성공을 위해 미일간 군사협력과 기술 및 정보 공유가 얼마나 절실한지를 다시 경험하였다. 일본 안보를 보장하는 길은 국가적 차원 뿐만 아니라 개인 차원에서도 결국 미국과 긴밀히 협조하는 것이 해답이라는 공감대는 아베 총리가 오는 5월로 예정된 미일정상회담과 연내 종결 예정인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과정에서 국제평화에 대한 일본의 군사적 기여를 적극 주장할 수 있는 유리한 여건을 마련해 주고 있다.

 

IS 일본 인질 사태가 한국에 주는 정책적 함의

 

박근혜 정부는 IS 일본인 피랍 살해 사건을 국내정치 맥락과 미국과의 안보협력 차원에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한국 청소년의 IS 가담 가능성이 제기된 현실을 고려할 때, 이제 IS 사태는 한국이 정교한 외교안보전략을 수립해야 할 시급한 과제로 다가왔다. 정부는 우선 일본이 이번 인질 사태에 대응하는 방식을 면밀히 검토, 국가위기가 닥쳤을 때 적절한 대응을 통해 진정한 국가이익이 무엇이며 이런 사태를 어떻게 국론 결집의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지를 살필 수 있게 고민해야 한다.

한국정부는 일본 집단 자위권 행사에 대한 공식적이고 명확한 입장정리를 더 이상 미룰수 없게 되었다. 1월25일 백악관 비서실장 데니스 매도너우는 “미국은 일본이 어떻게 (인질사태에 대응)해야 한다고 상의하거나 조언할 의향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즉 일본의 독립된 판단과 행동을 존중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동맹국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시사한 바 있다. 미국의 이러한 다층적인 입장 표명은 한편으로는 미국주도의 국제평화군사활동에 일본이 연루되어 피해를 입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제 일본이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공동의 지상목표를 추구하는 미국의 협력 파트너로 명실공히 격상되었음을 확인하는 발언으로 봐야 할 것이다. 한국정부는 새로운 안보환경이 도래했음을 직시하고 적절한 대응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IS의 일본인 인질피랍 살해사건은 한국 국내정치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동 지역에서 한국인 피랍사건이 생길 경우, 국내 정치 맥락에서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된 박근혜 정부의 위기 관리능력 부재론이 다시 등장할 수 있다. 만일 정부가 테러범과의 협상 불가원칙을 고수하다가 인명피해가 발생할 경우, 테러에 굴복할 수 없다는 명분에 집착해 무고한 인명의 희생을 막지 않았다는 비난도 쏟아질 수 있다.

문제는 과거 한국인 피랍사건이 발생했던 경우, 정부가 일관된 원칙에 입각해 사건 해결을 하지 못하고 여론에 좌우된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한국 외교는 재외국민 보호 책임을 수행하는 가운데 테러단체와 직접 협상하지 않는다는 국제사회의 불문율에 대한 원칙 있는 태도를 포기하기도 하였다.

중동 지역에서 한국인 피랍사건이 발생할 경우 과거와 같이 미국음모론 내지 미국책임론이 재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04년 김선일 피살사건 당시 시민단체들은 미국측이 김씨의 피랍사실을 사전에 알고도 한국정부에 먼저 통보하지 않고 소속회사 사장에게만 알린 사실을 놓고 한국정부가 대규모 이라크 추가파병결정을 앞둔 시점이라 고의로 사안을 은폐한 것이 아니냐고 미측에 해명을 요구하기도 하였다. 미국을 도와 이라크에 3천명의 대규모 부대를 파병하면서도 인질 구출에 관한 한미 공조와 협력이 부재하였다는 점도 지적되었다. 여야 의원 50명은 파병 중단 및 재검토 결의안을 제출하면서 “’평화재건’이라는 공허한 구호를 내걸고 우리 젊은이를 이라크로 보낼 수 없으며, 파병은 제2, 제3의 한국인 희생자를 낳을 수 있는 피의 악순환을 가져올 뿐이기 때문에 불씨를 제거하기 위해 파병 일정 중단의 용기를 발휘하라”고 촉구하였다. 과거처럼 온갖 비난과 책임론이 쏟아질 경우에 대비해 정부는 피랍 사건 발생시 어떻게 능동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책할 것이며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국익을 수호하고 정부의 재외국민 보호책임을 충실히 수행하는 방법이 될 것인가에 대한 내부방침과 전략이 서 있어야 할 것이다.

대 테러공조 차원에서 한국이 원칙 없는 입장을 취할 경우, 동맹국들과 국제사회가 한국을 일본의 행동과 대비하여 평가하는 것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 이미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IS와 타협하지 않은 아베 정부의 용기를 공개적으로 치하하였다. 국제사회는 이라크 전후 재건을 돕기 위한 2억불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약속한 아베 정부를 높이 평가하였다. 한국 정부는 현재 6백 만불 규모의 대 중동 인도적 지원만을 약속한 상태이다. 이러한 일본과 한국이 간접 비교될 경우에 한국의 입장을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는 정부의 선제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하겠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

  • 1

    본 이슈브리프의 입장은 저자 개인의 입장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일본 정부의 대테러정책에 관한 이해를 도와주신 주한일본대사관 다케우치 마이코 일등서기관께 감사의 뜻을 표합니다.

  • 2

    Alexander Martin, “Japan Hostage Crisis Revives Debate Over Military Force,” The Wall Street Journal, January 26, 2015.

  • 3

    Norimitsu Onishi, “The Struggle for Iraq: The Hostages; 3 Japanese Civilians Released Unharmed by Militants in Iraq,” The New York Times, April 16, 2004.

  • 4

    연합뉴스, “일본인 인질사태에도 아베 내각 중동정책 지지율 60%,” 2015년1월26일 보도기사 재인용.

  • 5

    참고로 개인에게 최종적인 책임이 있다는 이러한 일본의 사회분위기는 과거 인질피랍사건 때에도 잘 나타났다. 일본내각부가 2003-2005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어떤 경우에도 일본 중앙정부, 대사관, 영사관은 자국민 보호의 책임을 진다”는 입장을 지지하는 여론은 2004년 2차례 인질피랍사건 이후 지속적으로 소폭 하락하였다(2003년 10월에 25.4%, 2004년 10월에 24.5%, 2005년 10월에 23.4%). 반면 정반대 입장을 묻는 문항 (“회사/기관에서 파견한 개인 또는 개인업무 중인 자국민은 스스로 안전을 책임져야한다”)에 동의한 응답자는 계속 증가하였다 (2003년 10월에 6.3%, 2004년 10월에 9.4%, 2005년 10.2%). (http://survey.gov-online.go.jp/h17/h17-gaikou/2-6.html (최종검색일 2015년 1월28일).

  • 6

    Norimitsu Onishi, “The Struggle for Iraq: The Hostages; Freed from Captivity in Iraq, Japanese Return to More Pain,” The New York Times, April 23, 2004.

  • 7

    Jesse Johnson and Mizuho Aoki, “Islamic State Likely Gave Hostage Ultimatum Knowing Difficulty of Meeting It,” The Japan Times, January 21, 2015.

About Experts

봉영식
봉영식

외교안보센터 / 외교정책프로그램

봉영식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외교안보센터 외교정책프로그램 초빙연구위원이다. 미국 American University (2007~2010)와 Williams College 정치학과 (2005~2007) 조교수를 역임하고, Wellesley College에서 Freeman Post-doctoral Fellow이기도 했다. 연구분야는 동아시아 민족주의와 지역안보의 상관관계, 도서분쟁, 역사화해 등이다. 최근 출판물로는 “In Search of the Perfect Apology: Korea’s Responses to the Murayama Statement” (Japan and Reconciliation in Post-war Asia: The Murayama Statement and Its Implications, Kazuhiko Togo ed, 2012년)가 있으며, T.J. Pempel 교수와 Japan In Crisis: What Will It Take for Japan to Rise Again? (2012년)을 공동 편집하였다. 미국 University of Pennsylvania에서 정치학 석∙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