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동북아 에너지 협력은 비교적 쉬운 양자협력부터1

동북아시아 지역의 빠른 경제 성장과 함께 역내 에너지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세계 은행에 따르면, 한국 중국 일본 3국의 구매력평가(PPP)기준 1인당 실질 GDP 평균은 약 7만 달러이며, 3국의 GDP 증가는 전세계 증가분의 약 40%를 차지한다. 경제력 향상과 함께 3국 국민의 자가차량보유비율도 증가했고, 현재 평균 4명당 1대를 보유하고 있다. 3국의 총 인구 합계가 15억 명인 만큼 연료 소비량도 급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3국의 에너지 수요는 전세계 수요의 1/3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 비중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2

이러한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한중일 3국 모두 미래 에너지원의 안전성, 경제성, 안정성 확보를 위해 노력중이다. 하지만 역내 에너지 소비량의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는 만큼 에너지 안보가 보장된 상황은 아니다. 중국은 천연가스와 석탄을 대규모로 보유하고 있지만, 석탄 수입은 전세계에서 가장 많다. 한국과 일본의 원자력 발전도 최근 한계에 부딪혔다. 일본에서는 후쿠시마 사태 이후 원자력 발전이 전반적으로 중단됐다. 한국에서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이 2016년경에 포화될 것으로 전망돼 대책을 모색 중이다. 중국과 일본에 비해 대체에너지 비중도 극히 낮은 상황이다. 즉, 각국이 에너지 안보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에너지 안보는 지역 수준에서 협력이 이루어지면 보다 효과적인 분야이다. 이번 이슈 브리프에서는 동북아시아의 에너지 안보를 다자협력을 통해 증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살펴보고자 한다.

역내 에너지 안보의 제약 요소

1. 지리적 요소

한중일 3국은 서로 이웃하고 있지만, 모두 바다를 접하고 있어 육상 운송이 불가능하다. 한국은 아시아 대륙의 일부에 속하지만 한반도가 남북 분단돼 있어 대륙에 실질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 한중 교류에서 북한을 거치는 육상 운송은 불가능하다. 가장 저렴한 육상 운송이 불가능한데다, 우회하는 만큼 운송 거리는 멀어져 비용이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제약을 극복할 인프라도 없어, 석유ㆍ가스 수송도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2. 복잡한 지정학적 갈등

동북아는 지정학적 갈등이 복잡하게 얽힌 지역이다. 먼저, 역사문제로 한국과 중국이 각각 일본과 갈등을 벌이고 있다.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일본 각의의 집단적자위권 결정 이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이와 더불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방공식별구역, 독도, 북방한계선을 두고 영토 분쟁도 진행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역내 패권 경쟁, 예측 불가능한 북한 정권의 핵개발도 지정학적 갈등을 높이고 있다.

3. 상이한 에너지 정책과 개발 중점 분야

3국의 에너지 구성이 다른 만큼 직면한 과제에도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은 한국과 달리 국내에 가스 수송관이 없다. 한국은 중국 혹은 러시아와 가스 파이프라인을 연결하느냐가 중요한 사안이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아시아에서 전기 공급을 받지 못하는 인구가 약 3억 명에 이르는 만큼, 아시아 지역의 송전망 확대와 전기보급률 개선도 중요한 과제이다. 개발 중점 분야도 다르다. 한국과 중국은 원자력 발전소를 추가 건설하며 원자력 비중을 확대하고 있지만, 일본은 후쿠시마 사태 이후 안전 문제로 조심스러운 입장이다.3 원자력 발전 안전에 대해 3국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각국의 원자력 발전소 운영 방식이나 기술이 달라 쉽지 않은 상황이다.

4. 어려운 투자 유치

동북아의 에너지 수요가 큰 만큼, 에너지 프로젝트 규모도 큰 경향이 있다. 투자유치금액은 프로젝트 규모에 비례하는데, 역내 금융 시장의 발전 정도가 낮아 충분한 자금을 유치하기 어려운 것이다. 즉, 각국 정부가 별도로 공동 투자기금을 마련하거나, 민관합동 투자유치 등의 수단을 동원해야 상황이다.

5. 제도적 장치도 부재

동북아시아 내에는 국제에너지기구(IEA)나 아세안처럼 역내 에너지 안보 문제를 조율할 기구가 없다. 에너지 문제는 굉장히 기술적인 분야로 지속적인 대화와 정보 공유, 국가 간 조율이 필요하다. 또한 제도적 장치가 있을 때, 예상치 못 한 공급 차질이나 자연 재해 등의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개별 국가가 구사하는 위기 방지책은 실효성이 낮고, 기술 이전과 자금 유치 측면에서도 불리할 수 밖에 없다.

미래 에너지원의 안전성, 경제성, 안정성 확보를 위한 과제

동북아가 직면한 제약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역내 국가간 협력이다. 물론, 다자협력을 제도화하면 양자협력보다 깊은 수준의 협력이 가능하다. 이는 이미 학문적으로나 실증적으로 입증된 바 있다. 하지만 역내 협력을 도모하고 유지한다는 차원에서 양자협력의 가치를 무시할 수는 없다. 표 1은 에너지 안보에 필요한 조치들을 ‘기여도’와 ‘협력 형태’를 기준으로 나타낸 것이다. 기여도는 목표 실현을 위해 추가적으로 요구되는 투자 규모를 나타내며, 협력 형태는 다자 및 양자간 협력을 나타낸다. 성공가능성은 기여도와 투자 금액에 비례하는 것으로 가정한다.

 

표 1: 에너지 협력 정책 분류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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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의 오른쪽 하단은 각 국이 별도의 투자없이 양자협력을 통해 이룰 수 있는 조치들을 보여준다. 연구 개발, 데이터 공유ㆍ분석 등이 그 예로 다자협력보다 양자협력이 더 나은 분야다. 이해당사자가 많아질수록 단일한 조치를 취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왼쪽 상단에 있는 탄소 배출 감축이나 산성비 저감 같은 환경 문제는 한 국가의 노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만큼 다자협력이 필수적이다.

환경 문제는 그 특성상 필요한 투자 규모도 크고 즉각적인 해결이 어렵다. 문제의 중요도나 정책의 파급력은 높지만, 성공적인 협력 메커니즘을 만들기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다. 표 1은 각국의 역량, 에너지 안보 상황 외에도 협력의 성공 가능성, 정책별 비용과 편익을 고려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한다. 에너지 분야 협력에 대한 정책 우선순위를 결정할 때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에너지 분야 협력 가능성

지금까지 한중일 3국의 협력이 어려웠던 것은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다. 3국 모두 에너지 분야가 정부와 밀접히 연결되어 있는데 서로를 협력보다 경쟁의 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에너지 안보 분야는 제로섬 게임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최근 인식의 전환을 이끌어낼 수 있는 기회가 발견되고 있다.

먼저, 올해 3국 모두에서 미세먼지 경보 회수가 급증하면서 에너지원의 환경친화성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문제 의식이 높아졌다. 경제 성장을 우선시했던 3국에서는 에너지 소비에서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고, 에너지 안보에 대한 문제 의식도 낮은 편이었다. 하지만, 이번 계기를 통해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을 위해서라도 에너지 부문에서 국가간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최근 러시아와 중국이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에 합의한 것도 협력 유인이다. 협력에 성공하면 한중일 3국도 ‘아시아 프리미엄’을 해소하고 보다 저렴하게 천연가스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 지역이 북미의 셰일가스와 타이트 오일 등 비전통적 에너지원 개발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 것은 높은 천연액화가스(LNG) 가공 비용과 수송 비용 때문이다. 3국이 협력을 통해 이런 비용을 줄여야만 중국-러시아 파이프라인 건설의 혜택도 보다 직접적으로 누릴 수 있는 것이다. 파이프 건설 외에도 3국이 공동 사업을 하거나 기술 개발에 성공한다면 천연가스 분야에서 3국 모두 경제적으로 큰 이익을 낼 수도 있다.

동북아의 구조적 제약을 극복하고 실질적 협력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책을 수립하고 결정하는 사람들의 유연한 사고가 요구된다. 다양한 접근법을 염두에 둬야 위기도 기회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사태 같은 위기는 각 정부가 같은 목표 아래 다소 급진적인 정책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협력의 기회이기도 하다. 한중일 3국이 2010년에 한중일 협력사무국을 개설하는데 성공했던 경험은 다자협력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 처음부터 다자협력만을 고수할 필요는 없다. 협력은 참여국이 공동 이익을 인식할 때 이루어지는 만큼, 참여국이 적을수록 추진이 용이하다. 한중 FTA가 한중일 FTA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하지만, 상황이 개선되면 한중 FTA는 한중일 FTA의 토대가 될 수 있다. 에너지 협력 역시 한국-중국, 일본-러시아 등 양자협력부터 시작하는 것도 하나의 접근법이 될 수 있다.

지역 수준에서 포괄적 다자협력을 제도화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이다. 역내 모든 국가들이 지속적으로 강한 의지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고 지속적 투자도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동북아 에너지 부문의 협력에는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많지만 그만큼 성공의 대가도 크다. 본문에서는 정책 우선 순위를 결정할 때 유용한 틀을 제공했다. 반드시 높은 수준의 다자 협력만이 아니라 실용적인 접근을 고려할 수 있도록 한 점에 의의가 있다. 동북아의 현실을 고려해 실현 가능한 조치부터 협력해 나간다면, 현재의 에너지 안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

  • 1

    이 글은 2014년 7월 2일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아산 에너지 워크샵’의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워크샵 참석자는 다음과 같다. 제임스 김·박지영·최현정 연구위원 (아산정책연구원), Mikkal Herberg Meredith Miller(NBR), Anthony Jude (아시아개발은행), Edward Chow (CSIS), Philip Andrews-Speed (싱가포르국립대학교), Peter Hughes (Peter Hughes 에너지자문회사), Tom Cutler (Cutler International, LLC), Noriko Fujiwara (유럽정책연수센터), Sridhar Samudrala (WADE/ SUNY Delhi), Yayoi Yagoto (국제에너지기구), 정태용 교수(KDI), Mark Thurber(스탠포드대학교) , Suzanna Oh (대성그룹), Heather Kincade (캐나다 아태재단), Iwatani Shigeo·Lee Jong Heon·Chen Feng·Wang Yanli·Liu Ge (TCS), 이유리한민정 연구원 (아산정책연구원) 이다.

  • 2

    한국의 에너지 소비량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과 증가는 하지만 속도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동시에 제시되고 있다. 일본은 인구 감소로 인해 소비량이 감소할 전망된다. 즉, 삼국 에너지 소비량 증가는 대부분 중국의 소비량 증가에 기인한다. 중국의 에너지 소비는 2020년까지 현재의 두 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 3

    현재 일본 정부는 장기적으로 원자력의 비중을 25 – 30%까지 복구시킨다는 계획이다.

  • 4

    이 표는 필립 앤드류 스피드 박사의 ‘지역 공공재 접근법’을 수정 적용한 것이다.

About Experts

J. James Kim
J. James Kim

지역연구센터 / 미국연구프로그램

J. James Kim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지역연구센터 미국연구프로그램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며 Columbia University 국제대학원 겸임 강사이다. Cornell University에서 노사관계 학사와 석사학위를 마치고 Columbia University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California State Polytechnic University, Pomona의 조교수(2008-12)와 랜드연구소의 Summer 연구원(2003-2004)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주요연구 분야는 비교민주주의 제도, 무역, 방법론, 공공정책 등이다.

박지영
박지영

글로벌 거버넌스센터 / 과학기술정책프로그램, 핵정책기술프로그램

박지영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글로벌 거버넌스센터장이며 과학기술정책프로그램, 핵정책기술프로그램 선임연구위원이다. 서울대학교에서 핵공학 학사와 석사, 미국 University of Michigan에서 핵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서울대학교 정책학 석사학위도 취득하였다, 2000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재직하였으며 R&D 타당성조사 센터장을 역임하였다. 주요연구분야는 핵정책, 근거중심 과학기술정책, 과학기술과 안보정책 등이다.

최현정
최현정

글로벌 거버넌스센터, 대외협력실 / 기후변화와 지속성장프로그램

최현정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으로 글로벌거버넌스 센터의 기후변화와 지속성장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으며, 대외협력실장을 겸직하고 있다. 청와대 녹색성장기획관실 선임행정관(2010-2013) 및 국정기획수석실 행정관(2008-2010)을 역임하였고,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연구위원(2008), IT전략연구원(現 한국미래연구원) 연구위원(2006), 일본 동경대학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2003-2004), 공군사관학교 국방학과 교수요원(1995-1998)도 역임하였다. 주요 연구분야는 기후변화, 녹색성장, 신성장동력, 동아시아 발전주의 국가 모델과 산업정책, 국가미래전략, 개발원조 등이다. 연세대학교 국제대학(UIC)에서 비전임교수로 강의를 하고 있으며, 주요 저서로는 Green Growth for a Greater Korea: White Book on Korean Green Growth Policy, 2008~2012 (Seoul: Korea Environment Institute, 2013)가 있다.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 학사와 정치학 석사, 미국 Purdue University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한민정
한민정

지역연구센터

한민정 연구원은 지역연구센터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인도어와 경제학으로 학사학위를 수여받고,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국제지역학 석사 학위를 수여받았다. 주요 관심분야는 무역, 경제통합, 연방주의, 조사방법론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