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현재 유엔 인권이사회 조사위원회가 인권침해 실태를 조사하고 있는 나라는 북한과 시리아뿐이다. 또한 2014년 2월 7일에 발표된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의 보고서와 2011년 3월부터 2012년 2월까지 기간에 대한 시리아인권 조사위원회의 1∙2차 보고서는 내전이 발생하지 않은 상황을 다뤘다는 점에 있어서도 독보적이다. 지금까지의 유엔 조사위원회들은 주로 내전상황의 인권침해를 조사하기 위해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정권을 세습한다는 점,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 중국이나 러시아의 지원이 있다는 점 등의 공통점에 비춰볼 때 북한과 시리아의 비교분석은 매우 흥미로운 연구이다.

이 글은 북한과 시리아 인권 조사위원회의 보고서를 분석하여 두 정권이 자행한 인권침해 및 반인도범죄를 비교한다. 비교의 형평성을 위해 시리아의 경우 민주화 시위가 내전으로 악화되기 전의 단계를 다룬다. 글의 핵심 주장은 시리아보다 북한의 인권침해가 지속성, 목적, 범위 면에서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시리아에 대해서는 미국 대통령 행정명령(Presidential Executive Orders), EU 이사회 규정(Council Regulation), 유엔 안보리 결의가 있었던 것과 달리, 북한의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어떠한 조치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역설에 대해 두 가지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첫째, 중동국가인 시리아가 미국과 EU에게 석유자원, 이슬람 극단주의, 지역 내 동맹구조 등의 측면에서 북한보다 전략적으로 더 중요한 지위를 가지기 때문이다. 둘째, 극단적으로 폐쇄된 북한은 무역교류, 여행, NGO 활동 등이 허용되는 시리아보다 바깥 세계와 접촉이 훨씬 적기 때문에 인권탄압의 참상이 덜 알려져 있다. 이 글의 핵심요지는 다음과 같다.

1. 시리아보다 북한에서 더 지속적인 인권침해가 이루어져 왔다. 프리덤 하우스(Freedom House)의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정치적 권리와 시민적 자유 지수는 지난 40년간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는 반면, 시리아에서는 1970년대와 2000년대 중반 제한적이나마 개혁이 이뤄졌다.

2.시리아 정권은 권위주의적 제도와 조직을 통해 소수의 지배 엘리트를 보호하는 데 치중하는 데 비해, 북한 정권은 전체주의적인 기제를 통해 주민의 완전 통제를 체계적으로 추구해왔다. 북한 김정은은 인권침해 기관들을 단일지도체계 틀 속에서 직접 관리한다. 하지만 시리아의 지휘체계하에서는 대통령과 가해기관 간에 명령 및 보고단계가 서로 중첩되고, 강압기구 조직체계가 파편화되어 있다.

3.시리아보다 북한에서 더 많은 유형의 반인도범죄가 자행되었다. 북한에서는 말살, 노예화, 박해, 강제이주 등 국제형사재판소 설립에 관한 로마규정 제7조상 반인도범죄를 구성하는 모든 유형의 반인도적 행위가 이루어진 반면, 시리아 정권은 여섯 개 유형만 위반했다.

4. 북한이 보다 체계적이고 제도화된 인권유린을 자행하고 있음에도 국제 사회는 시리아의 인권현실에 더 관심을 보인다. 이러한 모순은 북한이 시리아보다 에너지, 안보지정학적 면에서 중요성이 떨어지고 외부세계로부터 더욱 고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문가들도 북한에서 더 참혹한 인권침해가 일어나지만 국제사회의 관심은 정작 시리아에 더 쏠린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북한과 시리아: 최악의 인권침해국

과거 유엔 조사위원회들은 ‘비국제적’ 무력충돌 중에 벌어진 인권침해를 조사하기 위해 구성된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와 달리, 북한인권 조사위원회의 보고서(A/HRC/25/CRP.1)와 시리아 조사위원회의 첫 두 개 보고서(A/HRC/S-17/2/Add.1, A/HRC/19/69)는 평시에 일어나는 인권침해 및 반인도범죄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기존의 위원회들과 구분된다. 2012년 7월에 이르러서는 시리아 사태가 내전으로 악화되었지만, 2011년 12월 2일과 2011년 3월 12일에 각각 발표된 첫 두 차례의 조사보고서는 무장 반군이 등장하여 내전으로 치닫기 전의 상황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1 즉, 조직화된 반군이 아닌 평화 시위대에 대한 바샤르 알 아사드(Bashar Al-Assad) 정권의 인권침해를 조사한 것이다.

북한과 시리아는 여러 유사점을 공유하고 있다.2 첫째, 두 국가 모두 아버지에서 아들로 이어지는 권력세습에 성공한 왕조체제이다. 두 나라의 독재자들은 지난 수십 년간, ‘왕가’의 구성원이 아니면서 지도자의 자리를 노리는 이들을 숙청하여 잠재적 경쟁자들을 제거해왔다. 북한이나 시리아에서 ‘김’이나 ‘아사드’의 성을 갖지 않은 지도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둘째, 이들 나라는 사회주의 혁명과 민족 정체성 수호라는 양대 이념을 내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북한 조선노동당은 반미 제국주의 자주노선을, 시리아 바트당(Baath Party)은 반 이스라엘 연대를 주창한다. 셋째, 북한과 시리아는 극소수의 엘리트만으로 정권의 내구성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은 평양에 거주하는 특권 계층만으로, 시리아는 아사드 일가가 소속된 알라위 공동체 만으로 정권 유지를 이어가고 있다. 넷째, 이들 정권이 보이는 강한 내구성의 배후에는 고도로 훈련되고 높은 충성심을 갖고 있는 소수정예 친위부대가 존재한다. 친위부대의 임무는 정치, 경제, 군 엘리트를 감시하여 쿠데타를 미연에 방지하고 독재자 일가를 호위 경호하는 것이다. 북한과 시리아의 정규군 역시 병력 면에 있어서 세계 상위권에 드는데, 특히 북한의 호위사령부와 평양방어사령부, 시리아의 공화국 수비대와 제 4 기갑사단은 어떠한 쿠데타나 반란을 진압할 수 있도록 고안된 최정예 부대이다.

 

표1. 북한과 시리아 정권의 공통점

표1. 북한과 시리아 정권의 공통점

 

국제적으로도 북한과 시리아는 비슷한 행보를 보여왔다. 무엇보다 두 국가는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위해 긴밀하게 협력해왔다. 북한이 만든 시리아의 원자로가 2007년 이스라엘의 공격에 파괴되기도 하였지만, 2013년 시리아 구타(Ghouta) 지역에서 발생했던 민간인을 상대로 한 화학무기 공격은 두 정권의 생화학 무기가 여전히 위협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나아가, 이들 국가의 주요 동맹국인 러시아와 중국은 북한과 시리아의 인권침해 상황을 더욱 면밀히 검토하기 위한 유엔안보리의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방법으로 이들을 보호해왔다. 이처럼 권력구조 면에서 북한과 시리아는 유사점을 보이고 있으나, 자국민의 인권을 유린하는 모습에서는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인권침해의 일관성, 목적, 범위 면에서 두 나라가 보여주는 사뭇 다른 모습을 조망한다. 더불어 북한의 인권문제가 시리아의 인권문제보다 국제적으로 조명 받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 알아본다.

시리아보다 지속적인 북한의 인권침해

북한은 1945년 국가 수립 이래로, 시리아는 1946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이후로, 정치적 권리와 시민적 자유 수준이 세계 최하위권에 머물러왔다. 그러나 프리덤 하우스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북한은 시리아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최악의 인권 침해를 저질러왔다.3 프리덤 하우스가 ‘세계의 자유(Freedom in the World)’ 보고서를 통해 세계 각국의 자유 지수를 발표하기 시작한 1972년 이래로 북한의 정치적 권리와 시민적 자유 지수는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그림 1).4 일반적으로 권력 이양기에는 새로운 지도자가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일정 정도의 개혁을 시도하고 변화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1994년과 2011년 두 번에 걸친 북한의 권력 세습 과정에서 북한의 자유 지수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림 1. 북한의 자유 지수(1972~2013)

그림 1. 북한의 자유 지수(1972~2013)

 

반면 그림 2를 보면, 지난 40년 동안 시리아의 정치적 권리와 시민적 자유 지수는 제한적이나마 변화를 겪었다. 첫 번째 변화는 알라위파 군부 엘리트가 쿠데타를 일으켜 하페즈 알 아사드(Hafez Al-Assad)가 집권하면서 시작되었다. 권력을 잡은 하페즈 알 아사드는 민간 부문 개혁을 추진하면서 경제분야에서 정부 개입을 축소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개혁 바람은 1970년대 수니파 반정부 시위에 대한 정부의 무자비한 탄압으로 인해 주춤해졌고, 1982년 수니파 이슬람 정당인 무슬림 형제단의 봉기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하마 대학살(Hama Massacre)이 일어나면서 완전히 끝나버렸다. 이어 2000년에 취임한 바샤르 알 아사드 역시 초기에는 정치범을 석방하고 다원주의를 수용하는 개혁을 실시하여 개인 숭배 세습 체제를 타파하는 듯 보였으나 일시적인 노력으로 끝났다.

 

그림2. 시리아의 자유 지수(1972~2013)

그림 2. 시리아의 자유 지수(1972~2013)

 

그림 3에서 볼 수 있듯이 유엔 인권이사회의 결정으로 조사위원회가 꾸려진 다른 대상국들과 비교해보더라도 북한의 인권침해 상황은 지속성 면에서 독보적이다. 코트디부아르는 2002년과 2011년에 두 번의 내전을 겪었으며, 수단에서는 1989년 오마르 알 바시르(Omar al-Bashir)가 일으킨 쿠데타 이후 독재정권이 들어섰다.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Muammar Qadhafi)는 1969년부터 아랍의 봄 혁명 이후 발발한 내전에서 축출당한 2011년까지 권좌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 세 국가 모두 1970년대와 1980년대에 걸쳐 일시적이나마 정치경제적 개혁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북한의 자유 지수는 내전을 겪은 이러한 국가들보다도 낮다.

 

그림 3. 최근 유엔 조사위원회가 설립된 국가들의 자유 지수

그림 3. 최근 유엔 조사위원회가 설립된 국가들의 자유 지수_1

그림 3. 최근 유엔 조사위원회가 설립된 국가들의 자유 지수_2

그림 3. 최근 유엔 조사위원회가 설립된 국가들의 자유 지수_3

 

한편 시리아 정권은 국경 내에서 인권침해 사례가 발생했고 이에 대해 국가가 부분적으로 책임을 인정하면서 그나마 체면치레를 했다. 2011 년 3월 31일, 아사드 정권은 군경이 시위대와 충돌하면서 일어난 것으로 보이는 범죄 4,000 여 건을 조사하기 위해 독립법률위원회(National Independent Legal Commission)를 설립했다.5 이어 2011년 9월 2일 법령 제34호, 제61호, 제72호에 따라 정치범들을 사면하고 구금되어 있던 10,433명을 석방했다. 이러한 조치는 군대와 보안부대가 법령 제14/1969호와 제69/2008호 상 면책특권을 누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오히려 범죄를 은폐하기 위한 의도였다고 파악된다.6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리아 정권은 국제사회의 비난에 대해 정당성 확보의 압박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북한은 북한 내부에 인권침해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며 유엔 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를 강하게 부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민을 완전 통제하는 전체주의 북한과 엘리트 보호에 치중하는 권위주의 시리아

두 정권의 인권침해에서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침해 행위의 목적과 관련 기관의 책임소재이다. 북한의 김정은은 국방위원회를 통해 강권기구 내 인권침해 기관들을 직접 관리한다. 단일지도체계라는 틀 속에서 주체 유일사상을 적용하여 주민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이에 반해 시리아 정권은 국민 전체를 통제하기보다는 느슨하게 얽혀있는 강압기구들을 통해 아사드 일가에 대한 잠재적인 도전 방지를 목표로 삼고 있다. 두 국가의 인권침해 기관들은 조직의 효율성과 지휘체계에 있어서도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이는 범죄의 계획과 실행에 국가가 어느 정도까지 개입되어있는 지와 관련이 깊다. 작전지휘계통에 있는 가해 기관과 행정부 간에 명령체계의 사슬이 짧을수록 수령 또는 대통령이 범죄를 직접 명령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림 4. 유엔 인권보고서에 나타난 북한의 주요 기관

그림 4. 유엔 인권보고서에 나타난 북한의 주요 기관

출처: 유엔 북한 조사위원회 보고서 (A/HRC/25/CRP.1)
 

북한에서 가장 심각한 인권침해가 일어나고 있는 구금시설과 정치범수용소는 국방위원회의 산하기관들이 관리하고 있다. 이들 기관의 보고체계가 김정은과 직접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엔 조사위원회는 안전보위부, 인민보안부, 조선인민군이 북한 내 인권침해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기관이라고 보았는데, 그림 4를 보면 이들 세 기관을 통솔하는 국방위원회의 제1위원장이자 수령이 김정은이다.

하지만, 그림 5에서 보듯이 시리아 내 구금시설과 심문시설은 다양한 조직 아래에 존재한다. 내무부와 국방부 산하 정보국과 여러 부서에서 이러한 시설들을 각자 운영하고 있어서 북한과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인다. 시리아에는 정보부, 정치안보부, 공군정보국, 국방정보국 등 네 곳의 정보기관이 있다. 이들 정보기관은 각각 해외 비밀작전, 국내 보안, 일반인 감시 등 공식적으로 서로 다른 보안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며 일반인 구금과 심문에 있어 상당한 자치권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들 정보기관과 대통령 사이를 내무부, 국가안보부, 바트당 국가사령부라는 관료조직과 명령체계가 가로막고 있다.

 

그림 5. 유엔 인권보고서에 나타난 시리아의 주요 기관

그림 5. 유엔 인권보고서에 나타난 시리아의 주요 기관

출처: 유엔 시리아 조사위원회 1차보고서 (A/HRC/19/69)
 

북한과 시리아 내 인권침해 기관의 조직적 차이는 그림 4와 5에 잘 나타나있다. 북한의 수령은 국방위원회를 통해 실무기관들을 직접 지휘하는 반면, 시리아의 대통령과 정보기관 사이의 지휘체계는 일원화와 거리가 멀다. 이러한 차이는 유엔 조사위원회가 북한의 인권침해에 있어 김정은을 ‘최고 지도자’라고 분명히 언급한 것과 달리, 시리아의 아사드에게는 인권침해의 책임을 직접적으로 묻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확연히 알 수 있다.

시리아와 달리 모든 종류의 반인도적 범죄를 자행한 북한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는 북한 정권이 국제형사재판소규정 제7조상 반인도범죄의 구성요소로 언급된 11가지 중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인종 격리 정책)를 제외한 모든 반인도적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아파르트헤이트는 단일민족국가인 북한에서 일어날 수 없는 범죄이다. 반면, 유엔 시리아인권 조사위원회는 살해, 고문, 강간과 기타 성폭력, 임의구금과 자유를 심각하게 박탈하는 기타 행위, 강제실종 등의 6가지 비인도적인 행위에 대한 시리아 정부의 혐의를 제기했다. 물론, 시리아 정권이 나머지 반인도적 행위인 몰살, 집단 노예화, 강제이주, 박해 등은 저지르지 않았다고 해서 죄의 무게가 경감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리아의 반인도적 행위는 북한과 달리 주민 전체를 통제할 목적으로 행해진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시리아의 국가조직은 그러한 범죄를 수행할 수 있을 만큼 응집되어 있지도 못하다. 몰살, 노예화, 강제이주 등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독일의 나치나 크메르루주(Khmer Rouge)를 자행한 캄보디아 기관과 유사한 조직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시리아의 경우 앞서 언급했듯이 여러 정보기관이 각기 구금시설을 운영하고 있고 조직체계가 파편화되어 있다. 또한 핵심 강권기관들이 지배 엘리트 보호를 목적으로 할 뿐, 국민의 3/4를 차지하는 수니파의 몰살이나 노예화를 염두에 두지는 않았다.

 

그림 6. 북한과 시리아가 자행한 인도에 반한 죄

그림 6. 북한과 시리아가 자행한 인도에 반한 죄
 

그림 6을 보면 북한주민, 특히 정치범에 대해 모든 유형의 반인도범죄가 자행되었다. 이러한 범죄의 책임은 안전보위부, 인민보안부, 조선인민군에게 귀속되며, 이들 기관은 여러 반인도범죄를 포괄적이고 복합적으로 자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달리, 시리아의 반인도범죄는 대부분 구금, 고문, 기타 반인도적 행위에 국한된다.

북한보다 시리아에 더 큰 관심을 보이는 국제사회

지난 10년간 국제사회는 미국 대통령 행정명령, EU 이사회 규정, 유엔 안보리 결의 등의 대북조치를 취해왔다.7 그러나 이 조치들은 하나같이 북한의 인권침해가 아닌 대량살상무기 개발 프로그램에 대해 내려진 것이다. 북한의 인권침해에 대해 국제사회가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이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의 보고서가 발표된 것이 올해 2월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리아의 경우에는 전혀 다른 반응이 나왔다. 유엔 시리아인권 조사위원회의 1차 보고서는 2011년 12월에 나왔지만, 그보다 전인 2011년 4월 이미 시리아의 인권침해에 대한 미국 대통령 행정명령이 발표되었고, 같은 해에 두 개가 추가됐다. EU 이사회의 시리아관련 규정 또한 2011년 5월에 공표되었고, 연내에 네 개의 규정이 추가됐다. 유엔 안보리도 2012년 4월 결의를 비롯해 같은 해에 두 개의 결의안을 추가로 채택했다.8

2004년 미 행정부가 북한인권법을 제정한 적은 있으나, 대통령 행정명령이 없었기 때문에 실제적인 제재나 처벌이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EU 의회 또한 2010년부터 북한인권에 관한 결의안을 채택해 왔으며,9 유엔 인권이사회도 2012년 3월 22일 북한에 관한 결의안(A/HRC/19/L.29), 2011년 2월 21일 유엔특별보고관 보고서, 2009년 12월 11일 북한에 대한 보편적정례검토(UPR) 실무그룹 보고서를 채택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들은 단순한 선언에 불과할 뿐, 북한 정권에 실질적인 압박을 가하기는 어렵다. 북한의 인권실태가 시리아보다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는 시리아의 인권상황에 더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모순은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북한보다는 중동지역에 국제안보와 에너지 이해관계가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과 EU를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가 북한보다 시리아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더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중동은 석유자원, 이슬람 극단주의, 이스라엘 방어와 관련해 미국의 이익이 깊이 개입되어 있는 지역이다. EU 역시 중동에서 건너오는 이민자와 식민지 유산 문제가 국내 정치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동 문제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시리아의 인권문제는 난민촌과 무장세력의 확산으로 이어져 이웃 나라에도 파급력이 있어서 북한의 인권문제보다 역내 안보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미국과 EU의 동맹국인 이스라엘, 요르단, 터키가 이러한 위협에 노출되어있다는 점 역시 미국과 EU가 북한보다 시리아를 더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시리아에서 벌어지는 주변국과 강대국들의 대리전 양상은 석유자원을 둘러싼 세계 경제 역시 위협한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미국정부가 인도주의 원칙을 내세워 2003년 이라크 침공을 사후적으로 정당화했고, 2009년 이란과 2011년 이집트, 오늘날의 시리아 독재정권의 정통성을 비판하고 있다.

둘째, 북한이 외부세계로부터 철저히 고립되어 있어 내부사정이 바깥으로 알려지지 않은 점도 북한 인권상황에 대해 국제사회의 관심이 낮은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외국인이 북한에 입국을 하더라도 지속적인 감시 속에 일반 주민과 접촉하게 되는 경우는 드물다. 아울러, 인권유린을 폭로하거나 정권에 항의할 수 있는 시민사회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북한인권에 관한 정보는 탈북자들을 통해서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시리아의 경우 외국인이 비교적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었고 미약하나마 시민사회가 존재했다. 관광산업과 역내 경제교류가 존재했고 외국 NGO도 활동하고 있었다. 따라서 국제사회가 시리아의 인권 운동가와 정치범에 대한 재판이나 구금 상황을 알 수 있었기 때문에 이에 대해 비판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아산정책연구원은 2014년 5월부터 7월까지 미국과 유럽의 국제 정책전문가를 상대로 직접 방문 설문과 이메일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총 31곳의 싱크탱크, 대학교 소속의 76명의 전문가에게 북한과 시리아의 인권상황에 대해 물었고 이 중 34명이 응답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전문가의 83%가 북한 정권이 시리아 정권보다 더욱 효과적이고 체계적으로 인권탄압을 자행한다고 답했다(그림 7). 또한 응답자의 77%가 북한의 인권침해 상황이 시리아보다 더욱 열악하다고 답한 반면, 17%는 시리아의 상황이 더 나쁘다고 대답했다. 두 나라의 인권침해에 대한 국제 사회의 반응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66%가 국제 사회가 시리아의 인권 문제에 더 집중한다고 대답한 반면, 14%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그림 8). 시리아가 국제사회로부터 더 많은 관심을 받는 이유에 대해 응답자의 47%가 미국과 EU가 중동을 전략적으로 더 중요한 지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답했고, 20%는 북한의 고립과 그로 인한 정보 부족 때문이라고 답했다(그림 9).

 

그림 7. 북한과 시리아가 자행한 인권침해의 수준

그림 7. 북한과 시리아가 자행한 인권침해의 수준
 

그림 8. 북한과 시리아의 인권침해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

그림 8. 북한과 시리아의 인권침해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
 

그림 9. 북한과 시리아의 인권침해에 대한 국제적 대응이 다른 이유

그림 9. 북한과 시리아의 인권침해에 대한 국제적 대응이 다른 이유
 

결론

이 글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인권침해가 벌어지고 있는 북한과 시리아(2011.3~2012.2)에 대한 유엔 조사위원회 보고서를 비교 분석한 결과이다. 북한 정권은 주민에 대한 전체주의적 지배체계를 유지해온 반면, 시리아 정권은 아랍의 봄 기간에 조직된 반독재 민주화 평화 시위대에 대해 무자비한 탄압과 인권유린을 자행했고, 이는 결국 내전으로 이어졌다.

김정은 정권은 아사드 정권보다 더 잔혹하고, 더 효율적으로 인권침해를 자행해왔다. 북한과 시리아에 대한 조사보고서를 비교해보면, 파편화된 제도와 느슨한 조직 구조로 이루어진 시리아의 권위주의 체제와 달리 김정은이 직접 관리 감독하는 전체주의 제도 하에서 더욱 조직적인 인권침해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리아에서는 대통령과 주요 인권유린 기관 간에 단일화된 지휘체계보다는 관료적이고 중복된 조직구성이 나타나고 있으나, 북한에서는 최고지도자의 직접 통제하에 지휘체계의 사슬이 짧고 긴밀하다. 또한 북한 정권은 국제형사재판소규정상 거의 모든 유형의 반인도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한편, 시리아 정권이 자행한 범죄는 그 중 여섯 가지 유형에만 해당된다.

그러나 지극히 모순적이게도, 시리아와 달리 북한의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미국 대통령 행정명령, EU 이사회 규정, 유엔 안보리 결의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는 안보나 에너지 이권 문제에서 북한보다는 중동이 미국과 EU의 이해관계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이 외부세계에 노출되지 않은 매우 폐쇄적인 국가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국제 전문가들은 북한 정권이 시리아 정권보다 더욱 조직적으로 인권침해를 자행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또한 북한이 시리아보다 더 심각한 인권 침해국임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는 북한보다 시리아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는 점도 인식하고 있다. 나아가, 이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국제사회 대응의 역설이 정보의 부족이 아닌 고의적인 무관심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주민의 인권문제는 국제적인 무관심이나 핵 비확산 문제에 가려져 외면당해왔다. 한국 정부는 대북관계 경색을 우려해 북한 정권의 반인도적 범죄행위에 대한 거론을 꺼려해왔다. 일본 또한 피랍자들의 귀환이나 북한의 핵 위협에만 집중해왔다. 중국은 동맹국 북한의 내부 문제에 대해 관심을 피해왔다. 미국 역시 한국, 일본과 마찬가지로 대북정책의 최우선 과제를 핵과 탄도미사일 위협에 맞추어 왔다. 하지만 북한 인권 조사위원회의 보고서가 발표된 이상, 이러한 핑계들은 더 이상 정당화될 수 없다. 중동의 시리아에 비해 북한이 차지하는 전략적 중요성이 현저히 낮다는 사실 자체를 바꿀 수 없다면, 북한의 인권침해 참상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이기 위한 노력에 매진해야 한다. 북한의 인권상황을 더 자세히 조사∙감시하고 기록하기 위해 서울에 현장사무소를 설치한다는 결정은 ’알려지지 않은 참상‘을 여론화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현장사무소는 많은 북한인권 NGO의 활동을 촉진하는 핵심적 역할 역시 수행해야 한다. 더불어, 우리 국회는 오랫동안 지체되어 있던 북한인권법 제정을 마무리해야만 할 것이다. 또한 시리아의 인권침해자들의 자산을 동결시켰던 것처럼, 북한에서 벌어지는 반인도범죄에 책임이 있는 정부 고위관료 및 기관에 대한 표적 제재도 함께 이행되어야 한다. 북한 인권침해에 대한 제재를 대량살상무기 개발프로그램에 대한 제재와 병행함으로써 국제사회와 한국 정부는 북한 정권에 더욱 강한 압박을 가할 수 있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

  • 1

    A/HRC/21/50.

  • 2

    Jang Ji-Hyang and Peter Lee, “Middle East Q&A: Intervening in Syria and Lessons for North Korea,” Asan Issue Brief no. 69, The Asan Institute for Policy Studies (September 5, 2013), p.4-5.

  • 3

    이하의 표에서는, 최대값이 7이 되도록 프리덤 하우스의 지수를 변환하였다. 따라서 7은 가장 높은 수준의 자유가 보장됨을 의미하고, 1은 자유가 보장되는 수준이 최저임을 나타낸다.

  • 4

    Freedom House, Freedom in the World, 1972-2014.

  • 5

    A/HRC/19/69, Section 84.

  • 6

    A/HRC/19/69, p. 33, 45.

  • 7

    인권 문제와 달리 북한의 대량살상무기개발 프로그램과 관련해서는 국제적으로 여러 차례 제제가 있었다. 미국 대통령 행정명령 13570(2011), 13551(2010), 13466(2008); EU 이사회 규정696/2013, 296/2013, 567/2010, 329/2007; 유엔 안보리 결의 S/RES/2141(2014), S/RES/2094(2013), S/RES/2087(2013), S/RES/2050(2012), S/RES/1985(2011), S/RES/1928(2010), S/RES/1887(2009), S/RES/1874(2009), S/RES/1718(2006), S/RES/1695(2006), S/RES/825(1993)가 이에 해당한다.

  • 8

    시리아의 인권침해에 대한 제재는 다음을 포함한다: 미국 대통령 행정명령 13608(2012), 13606(2012), 13582(2011), 13573(2011), 13572(2011); EU 이사회 규정 867/2012, 545/2012, 168/2012, 36/2012, 1150/2011, 1011/2011, 950/2011, 878/2011, 442/2011; 유엔 안보리 결의 S/RES/2059(2012), S/RES/2043(2012), S/RES/2042(2012).

  • 9

    중국에 대해 북한인권문제를 제기한 결의 2012/2137(INI), 북한인권에 대한 결의 2014/2696(2014), 북한 난민들에 관한 결의 2012/2655(2012), 북한인권에 대한 결의 2010/2769(2010)가 이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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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향
장지향

지역연구센터 / 중동연구프로그램

장지향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지역연구센터 중동연구프로그램 선임연구위원이다. 외교부의 정책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문학사, 정치학 석사 학위를, 미국 텍사스 오스틴 대학교(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연구 분야는 중동 정치경제, 정치 이슬람, 비교 민주화, 국제개발협력 등이 있다. 저서로 클레멘트 헨리(Clement Henry)와 공편한 «The Arab Spring: Will It Lead to Democratic Transitions?» (Asan Institute 2012, Palgrave Macmillan 2013), 주요 논문으로 “혁명의 우발성과 다양성: 2011년 ‘중동의 봄’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아산정책연구원 이슈 브리프, 2011), “세계화 시기 자본의 민주적 함의: 이슬람 자본의 성장에 따른 무슬림 포괄 정당의 부상에 대한 이론적 고찰” (국제•지역연구, 2010), “Islamic Fundamentalism” (International Encyclopedia of the Social Sciences, 2008)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파와즈 게르게스(Fawaz Gerges)의 «지하디스트의 여정» (아산정책연구원, 2011)이 있다.

Peter Lee
Peter Lee

지역연구센터

피터 리 연구원은 아산정책연구원의 중동연구센터 연구원이다. 호주 멜버른대학교에서 정치학 학사와 국제관계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 연구분야는 동북아와 중동의 중견국 안보 행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