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12일 11시 57분, 핵폭발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규모 4.9의 인공지진 발생, 진원지 함경북도 길주군, 공기 중 제논 및 크립톤 미검출” 이상은 북한 핵실험과 관련된 공식적인 정부 발표 내용이다. 핵실험 직후 기상청은 지진규모를 5.1로 발표했으나 추후 4.9로 조정하였고, 국방부에서는 공기 중 방사능 핵종 검출 및 분석을 통해 핵폭탄의 종류를 식별할 것이라고 발표하였으나 초기 포집은 물론 이후 지속적으로 포집된 공기 중에도 방사능 핵종이 검출되지 않음으로써 핵실험의 종류를 기술적으로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한지 수 주가 흐른 시점에서 북한 핵실험에 대한 명료한 분석결과는 존재하지 않고 각종 데이터 및 분석 자료에 대한 의혹만 존재하고 있다. 공기 중에서 핵실험의 증거가 되는 인공 방사능 핵종을 검출해내지는 못했으나 지진파 분석을 통해 2월 12일의 지진은 인공지진으로 판명되었으며, 비록 정확한 규모에 대한 논란은 있을지라도 그 정도 규모의 폭발력을 낼 수 있는 진원은 핵실험이라는 데 대해서는 전 세계가 인정하고 있고 북한의 공식 입장 또한 그러하다. 그러나 핵실험이 감행되었다는 사실 이외의 내용들, 즉 폭발력 규모, 폭탄의 종류, 사용된 핵물질의 종류와 양 등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1. 북한 핵 시설
북한의 기술적 능력을 추정하기 위해 일차적으로 분석이 필요한 사항은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관련 시설을 파악하는 것이다. 북한은 1958년 구소련과 원자력협정을 체결함으로써 핵과 관련된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으며 1962년 연구용 원자로를 구소련에서 도입함으로써 관련 기술 개발에 착수하게 되었다. 평안북도 영변에 위치한 원자력시설과 연구단지 등은 초기에는 원자력발전을 위한 기술개발로 포장되었으나 1986년 영변에 5MWe 급 원자로를 가동하고1 재처리시설을 건설하면서 본격적인 핵무기 개발 기술로 전환되었다. 북한은 이후 영변과 태천에 경수로 및 중수로 건설계획을 세웠으나 모두 중지한 상태이다. 현재 알려진 북한의 원자력시설은 <표 1>에 정리되어 있다. 영변에 위치한 연구단지는 우라늄자원개발연구소, 핵물리연구소, 방사화학연구소(플루토늄 재처리), 핵재료연구소, 원자력연구소, 동위연소응용연구소, 방사선방호연구소 등 10개 연구소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2
위치와 규모가 외부에 노출된 원자력시설 이외에도 북한은 영변에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하고 있음을 2010년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를 통해 공개하였다. 이 밖에도 북한은 우라늄 제련공장, 플루토늄 보관 시설 등 핵 관련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공개된 우라늄 농축시설 이외의 시설보유3도 의심되고 있다.
위치 | 종류/전력량 | 현황 | 목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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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변 | 흑연감속 실험용 중수로 5 MW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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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변 | 흑연감속 중수로 50 MW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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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변 | 실험용 경수로 1000 MWT (25-30 MW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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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천 | 흑연감속 중수로 200 MW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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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포·금호 지구 | 4개의 경수로 440 MWe (구소련의 VVER-440 Mode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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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포·금호 지구(KEDO 사업) | 2개의 경수로1000 MW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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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폭발력 규모
공식적인 발표에 따르면 북한 핵실험에 의한 인공지진 규모는 한국 기상청 4.9, 미국 지질조사국(US Geological Survey) 5.1, 일본 기상청 5.2, 독일 연방지질자원연구소(Bundesanstalt fur Geowissenschaften und Rohstoffe, BGR) 5.2 등으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인공지진 규모의 차이는 북한의 1, 2, 3차 핵실험 모두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데, 공식적인 몇 가지 발표만 집계하여도 <표 2>에서 제시된 바와 같은 차이를 보인다. 우리나라의 인공지진 규모 분석결과는 포괄적핵실험금지기구(Comprehensive Nuclear Test Ban Treaty Organization, CTBTO)와 가장 유사한 값을 보이는데, CTBTO는 지하핵실험에 의한 인공지진을 감지하기 위하여 76개국에 170개의 지진관측소를 가동 중에 있다. 인공지진 규모에 대한 4.9~5.2의 분석결과들 중 우리나라는 가장 낮은 4.9의 지진강도를 취하고 있는데, 지진규모 4.9~5.2의 범위와 오차는 수치상으로는 별 차이가 없어 보임에도 불구하고 미세한 지진강도 차이에 따른 폭발력의 차이가 매우 크게 나타나기 때문에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지진규모에 따른 폭발력은 계산 방식에 따라 수배 이상 커질 수 있으므로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1차 (2006) | 2차 (2009) | 3차 (201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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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상청 | 3.9 | 4.5 | 4.9 |
미국 지질조사국 | 4.3 | 4.7 | 5.1 |
독일 연방지질자원연구소 | 4.2 | 4.8 | 5.2 |
포괄적핵실험금지기구 | 4.1 | 4.5 | 4.9 |
지진의 규모는 주로 리히터 스케일(Richter Scale)로 나타내며 이는 지진에 의하여 발생된 에너지를 기준으로 지진의 크기를 나타내는 척도이다. 리히터 규모는 진앙에서 100km 떨어진 곳에서의 진폭을 측정한 값이므로 지진계가 위치한 거리에 따라 이를 보정하여 사용 하게 된다. 한국 기상청의 경우는 국내에 위치한 지진계의 값들을 기준으로 보정 및 분석 결과를 제시하고 있고, 일본과 독일의 경우 자국 내 지진계, 미국은 동북아 지역 지진계 데이터를 분석하여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은 진앙에서 지진계가 위치한 곳까지의 지반 및 지형에 따라 보정값을 달리하게 되며, 진앙의 지질구조에 따라서도 지진규모는 다르게 산정될 수 있다. 따라서 동일한 지진에 대해서도 각기 다른 규모가 산출될 수밖에 없어 통상적으로 여러 곳에 위치한 지진계에서 산출된 값의 평균치가 지진의 규모로 채택된다. 서로 다른 곳에 위치한 지진계를 사용하여 측정한 값이 다른 분석치를 갖는 것은 사실상 당연한 일이다. 또한, 핵실험 당시 설치되는 완충장치의 유무에 의해서도 실제 지진규모는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정확하고 유일한 측정치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3차 핵실험에 대한 지진 규모 추정치들은 0.3 리히터 스케일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는 반면, 이에 따른 폭발력 규모의 차이가 얼마나 되는지가 또 다른 논란의 초점이다. 지진의 규모는 지진에 따라 방출하는 에너지와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 2006년 UCLA의 H. A. Kelly는 이러한 상관관계를 TNT 폭발력으로 환산한 Kelly Kiloton Index (KKI)5를 발표하였으며, 환산한 관계는 <표 3>과 같다.
지진규모 | 3 | 4 | 4.7 | 4.8 | 4.9 | 5 | 5.1 | 5.2 | 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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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력(TNT) | 32t | 1kt | 11kt | 16kt | 22kt | 32kt | 45kt | 63kt | 1Mt |
일반적으로 지진의 규모가 0.2 증가할수록 상응하는 에너지는 배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리히터 스케일 1의 변화는 25 ≈ 30배의 에너지 차이가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단순히 상기 관계만을 토대로 추정한다면 폭발력은 약 3배 전후의 차이로 결정되어야 하지만 현재 추정치는 4~5배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하 핵실험과 지진규모의 관계는 여러 종류의 분석방식을 통해 추정할 수 있으며 주로 미국과 러시아의 지하 핵실험 자료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미국, 러시아 등은 1945년부터 1990년 초반까지 2,000여 차례의 핵실험을 수행하는데, 이 중 약 75%의 핵실험이 지하에서 이루어졌다. 폭발력에 대한 분석은 여러 종류의 관계식 중 어떤 것을 채택하는 가에 따라 달라지는데 우리나라는 CTBTO의 국제감시기구(International Monitoring System, IMS)에서 사용하는 관계식을6 기준으로 분석하고 있으며 IMS 관계식에 암반 지형 등의 특성을 반영하여 보정된 공식을 사용한다. 우리 정부는 이러한 CTBTO의 IMS를 토대로 북한 3차 핵실험에 대하여 지진규모 4.9에 대한 6~7kt의 TNT 폭발력을 추정하였다. 그러나 지진규모와 폭발력에 대한 또 다른 관계를 보여주는 Murphy 관계식을7 사용할 경우 지진규모 4.9는 16.2kt의 TNT 폭발력이 산출된다.
지진규모와 폭발력의 관계에 대한 불확실성에 지진규모 측정 오차가 더해지면 북한 핵실험의 폭발력 추정은 매우 큰 오차범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독일 BGR에서 분석한 지진규모 5.2를 Murphy의 관계식을 사용하여 계산할 경우 북한 3차 핵실험의 폭발력은 38kt에 달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현재 이러한 추정치의 불확실성을 극복할 방안은 없다. 핵실험이 실행된 곳의 지형정보, 실행 깊이, 완충장치 여부 등에 따라 계산결과가 달라지지만 이러한 정보의 부재하에서는 분석 단계마다 오차의 범위가 넓어짐으로써 결국 오차범위가 상당히 큰 추정치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림 1. 관계식에 따른 폭발력 차이
3. 핵폭탄의 종류
지진규모와 폭발력 등에 대한 논란으로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용이하지 않을 뿐 아니라, 폭탄의 원료로 사용된 핵물질의 종류도 기술적으로는 밝혀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과거 1, 2차 핵실험 당시 북한은 영변 재처리 시설의 가동을 통해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었고, 이를 사용한 플루토늄 폭탄을 실험한 것이 거의 확실시 되었다. 그러나 2010년 북한의 농축시설이 확인됨으로써 북한이 플루토늄과 고농축 우라늄을 동시에 보유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기되었고, 이에 따라 3차 핵실험의 원료물질은 향후 북한의 핵무기 제작 능력과 관련하여 핵심적인 변수로 부상하였다.
핵폭탄의 재료로 쓰이는 물질은 U-235와 Pu-239이다. 이 중 우라늄은 자연에 존재하지만 천연우라늄 속에는 0.7%만 존재하므로 폭탄으로서의 성능을 가지려면 90% 이상으로 농축시켜야 한다. Pu-239의 경우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물질이나 원자로에서 핵반응을 통해 생성되며, 사용후핵연료 내에 다른 물질과 함께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Pu-239 역시 폭탄으로서의 성능을 갖기 위해서는 사용후핵연료 내에서 Pu-239를 추출하는 재처리과정이 필요하다.
두 물질을 획득하는 과정을 비교하면, 북한의 경우 우라늄 광산을 보유하고 있어 천연우라늄을 구하는 것이 비교적 용이하다. 단, 천연우라늄은 고농축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동일한 물질인 우라늄 내에서 U-235와 U-238을 분리하는 과정은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플루토늄의 경우 자연에 존재하지는 않지만 원자로 가동을 통해 쉽게 구할 수 있고, 화학적 및 기타 전자기적 방식을 사용하여 우라늄이나 다른 성분으로부터 플루토늄을 분리하는 과정은 우라늄 농축보다는 수월한 기술이다.
핵물질을 획득하는 과정을 고려해 볼 때, 북한은 플루토늄을 먼저 확보하였다. 1986년 영변에 위치한 5MWe급 연구용 원자로의 가동을 시작한 북한은 이를 통해 연간 약 6kg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8 현재 북한은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재처리 능력을 갖고 있으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30~50 kg의 무기용 Pu-239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를 통해 북한은 2006년 및 2009년에 걸쳐 두 번의 플루토늄 폭탄 실험을 감행하였으나 현재 영변에 위치한 핵시설은 가동이 중단된 상태이다.
한편 2010년, 북한은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하였다. 농축기술은 기술적 난이도가 높으며, 원심분리기를 이용한 농축시설의 경우 내구성이 강한 특수 재질이 필요하다. 북한 내에 확인된 시설은 2,000여 개의 원심분리기를 갖추고 있는 농축시설이었으며, 이러한 농축시설은 과거 파키스탄의 기술적 협력과 중국을 통한 재료 조달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공개한 농축시설에서는 연간 약 40kg의 90%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으며, 따라서 북한은 현재 최소한 80kg 이상의 무기용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공개된 시설 규모에 기반한 추정이므로, 북한이 어느 정도의 시설을 추가적으로 보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북한의 무기용 우라늄 보유량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또한, 건설 및 가동 여부에 대한 감지가 수월한 원자로에 비해 농축시설은 시설의 규모나 위치, 가동 여부 등에 대한 감지가 외부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므로 북한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우라늄을 확보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핵물질을 폭탄으로 제작하는 기술을 비교해도 우라늄과 플루토늄은 차이를 보인다. 우라늄의 경우 자발적 핵분열을 일으켜 폭발할 수 있는 임계질량이 20~25kg으로 알려져 있으며, 농축정도와 폭탄의 종류에 따라 15kg 내외에서도 핵무기 제작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라늄탄의 경우 이러한 임계질량의 우라늄을 분리해 두었다가 폭발이 필요한 시점에 한편에서 총을 쏘듯이 밀어, 분리된 우라늄을 한군데로 모아주는 것만으로도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을 ‘포신형’이라고 지칭하며, 농축우라늄만 있다면 기술적 난제없이 달성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히로시마에 투하되었던 초기의 핵폭탄이 이러한 형태를 채택하였는데, 제작이 쉬운 반면 무게가 무겁고 효율이 낮다. 히로시마에 투하되었던 폭탄의 경우 80% 정도 농축된 U-238 60kg을 사용한 포신형 폭탄이었으며,9 1.4%의 효율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플루토늄의 경우 핵분열을 동시에 일으키기 위해서는 우라늄 탄보다 복잡한 기술을 필요로 한다. 플루토늄의 임계질량은 6~8kg 정도이므로 우라늄보다 적은 양으로 무기 제작이 가능하지만 단순히 임계질량 이상을 모아주는 것만으로는 폭발이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동시에 폭발을 일으켜 강하게 핵물질을 압축시켜주는 내폭장치가 필요한데 이러한 형태의 폭탄을 ‘내폭형’이라고 지칭한다. 또한 연쇄 핵분열 반응을 일으킬 수 있도록 별도의 중성자 제공 장치도 필요하므로 포신형보다 정교한 기술을 요구한다. 그러나 무게는 포신형보다 훨씬 가볍게 제작이 가능하고, 플루토늄, 우라늄, 플루토늄/우라늄 복합형 모두에 적용 가능하다.
그림 2. 핵폭탄 기폭장치 분류
북한은 1, 2차 핵실험에서는 재처리시설에서 확보한 플루토늄을 실험하였고, 3차 핵실험에서는 농축시설에서 확보한 우라늄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폭탄의 원료물질을 외부에서 알아내기 위해서는 실험 후 공기 중으로 새어나오는 방사성 핵종의 비율을 분석해야 한다. 핵분열 이후 생성되는 방사성 핵종은 시간에 따라 다른 핵종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핵실험 이후 일정 시간 내에 포집하여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우라늄과 플루토늄 폭탄의 경우 분열하는 물질이 다르므로 이후 생성되는 방사성 물질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다. 그러나 생성되는 핵종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므로 비율의 차이로 종류를 분석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자연 중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인공적 핵분열로 생성되어 공기 중으로 확산됨으로써 핵실험 여부를 감지할 수 있게 하는 대표적인 방사성 핵종은 제논과 크립톤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방출되는 제논과 크립톤 중 방사성 핵종은 Kr-85, Xe-133, Xe-135 세 종류이며 이 세 핵종에 대한 분석을 통해 핵실험 여부와 원료물질에 대한 추측이 가능해질 수 있다. 제논의 경우, Xe-133과 Xe-135의 비율이 플루토늄을 사용했을 경우와 우라늄을 사용했을 경우 약간의 차이를 보여준다. <표 4>는 핵연료에서 생성되는 원료별 핵종 비율을 보여주고 있는데 U-235에서 생성되는 Xe-133과 Xe-135의 비율은 각각 6.77%와 6.63%이며, Pu-239에서의 비율은 각각 6.97%, 7.47%로 플루토늄의 경우 핵종 비율이 전반적으로 약간 높은 비중을 갖는 동시에 Xe-135의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 크립톤의 경우 Kr-85가 우라늄 0.29%, 플루토늄 0.13%로 우라늄을 사용할 경우 비율이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나지만 농도가 낮아 탐지하기가 쉽지 않다.
Isotope | Fission yield from | T1/2 | σc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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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35 | Pu239 | Pu241 | |||
Kr83 | 0.531 | 0.295 | 0.204 | stable | 200 |
Kr84 | 0.986 | 0.478 | 0.352 | stable | 0.13 |
Kr85 | 0.288 | 0.130 | 0.086 | 10.73y | 1.66 |
Kr86 | 1.951 | 0.758 | 0.610 | stable | 0.06 |
Xe131 | 2.835 | 3.745 | 3.118 | stable | 90 |
Xe132 | 4.217 | 5.275 | 4.625 | stable | 0.39 |
Xe133 | 6.770 | 6.973 | 6.673 | 5.29d | 190 |
Xe134 | 7.681 | 7.448 | 8.031 | stable | 0.25 |
Xe135 | 6.633 | 7.466 | 7.084 | 9.17h | 2.65·106 |
Xe136 | 6.273 | 6.627 | 7.201 | stable | 0.16 |
크립톤의 공기 중 포집이 어렵기 때문에 주된 분석은 제논에 의존해야 하지만 제논이 공기중에서 포집되어 분석되더라도 제논 역시 높은 농도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며, 공기 중으로 쉽게 퍼지는 성질, 지하 핵실험에 따른 밀봉효과, 9시간의 짧은 반감기 등을 고려하면 상기 제시된 비율의 차이를 분석해 내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 북한의 1, 2차 핵실험 시 국내에서는 포집 및 분석에 실패하였는데, 2006년 1차 핵실험에서는 미국의 정찰기가 제논을 포집하였고 2주 후 북부 캐나다에 위치한 엘로우나이프에서 상대적으로 반감기가 긴 Xe-133이 검출된 바 있다. 2009년 2차 핵실험 당시에는 방사능 핵종이 전혀 탐지되지 않았다.
이러한 두 차례의 전력을 놓고 볼 때, 한반도의 남쪽에 위치한 포집장치만을 통해 방사능 핵종을 탐지하여 폭발 물질의 종류를 분석한다는 것은 1) 북한 지하 핵실험 갱도의 설계 부실로 밀봉이 완전하지 않아 공기 중으로 다량의 방사능 핵종이 새어나와야 하고, 2) 바람의 방향이 북쪽에서 남쪽으로 불어 충분한 양의 방사능 핵종이 공기 중에 실려 와야 하며, 3) 미세한 비율 차이를 분석할 수 있을 정도의 분량이 포집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상기 조건이 충족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핵실험 이후 우리가 기술력을 동원하여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매우 제한적인 것이 현실이다.
4. 북한이 주장하는 소형화∙경량화 및 다종화
북한 핵실험 이후 폭발력과 핵물질의 종류와 관련하여 기술적으로 분석하여 제시할 수 있는 내용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기반으로 우리는 북한의 주장을 재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 3차 핵실험 이후 북한은 ‘소형화∙경량화 및 다종화’에 성공했다고 발표하였다. 먼저, 소형화·경량화는 핵무기의 이동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핵폭탄이 위협적이려면 장거리 미사일에 탑재하여 이동시킬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하나, 핵물질의 임계질량, 정교한 기폭장치 필요성 등으로 인해 부피 및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기술이 요구된다. 초기에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시킨 핵폭탄의 경우 무게가 4톤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폭격기로 이동하여 투하되었다.
북한의 주장대로 3차 핵실험에 사용된 핵폭탄의 소형화∙경량화 여부를 알기 위해서는 실험에 사용된 폭탄 설계, 사용된 핵물질의 양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지만, 이는 북한이 정보를 제공하기 이전에는 기술적으로 분석하기가 어렵다. 일반적으로 볼 때 플루토늄의 6~8kg 사용, 우라늄 20~25kg 사용으로 폭탄제작이 가능하지만 북한의 핵무기 제작기술 수준에 따라 더 많은 양을 사용한 효율이 낮은 폭탄이었는지, 더 적은 양을 사용한 효율이 높고 소형화‧경량화된 폭탄이었는지를 판단할 기준이 없는 것이다.11
다종화란 2006년과 2009년 플루토늄 핵실험에 이어 우라늄을 사용한 핵실험에도 성공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입장에서는 앞서 설명한 대로 북한 핵실험 이후 어떠한 방사성 핵종도 포집되지 않음으로써 기술적으로 분석할 방도가 사실상 없어 졌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이 주장하는 핵폭탄의 ‘소형화·경량화 및 다종화’를 부정할 수 있는 어떠한 기술적 근거도 갖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5. 북한의 기술적 능력에 대한 추정
1998년 단 두 차례12의 핵실험으로도 실질적 핵보유국으로 분류되는 파키스탄의 사례를 고려해 볼 때, 3차 핵실험을 거친 북한의 핵무기 관련 기술적 능력이 어느 수준에 도달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시급하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어떠한 확실한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는 그 불확실성의 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여러 종류의 자료와 정보를 바탕으로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구성하는 자료들을 채택하는 방식과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채택하는 방식의 대비를 통해 그 위험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낙관적 시나리오
- 지진규모: 한국 기상청 자료 (1차 3.9, 2차 4.5, 3차 4.9)
- 폭발력: CTBTO에서 사용하는 IMS사용 (1차 800t, 2차 3.1kt, 3차 7.9kt)
낙관적인 추측은 낮은 폭발력과 관계식을 채택하는 경우이며, 이를 토대로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구성한다면, 1, 2차 플루토늄을 사용한 핵실험의 낮은 폭발력 수준으로 판단할 때 북한의 내폭형 핵폭탄 개발은 성공적으로 진행되지 못하였다는 추측을 할 수 있다. 북한은 기술개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우라늄 농축시설 가동을 통한 고농축 우라늄 확보에 주력하였고, 3차 핵실험의 경우 우라늄을 다량으로 사용한 효율이 매우 낮은 포신형 핵폭탄으로 북한의 핵무기 제작 수준이 초기단계라고 추정하는 것이다.
2) 비관적 시나리오
- 지진규모: 독일 BGR 자료 (1차 4.2, 2차 4.8, 3차 5.2)
- 폭발력: Murphy 관계식 사용 (1차 350t, 2차 12.3kt, 3차 38kt)
높은 폭발력 자료를 채택한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는 1차 플루토늄 핵실험 이후 2차에서 내폭형 기술이 완성단계에 이르러 높은 수준의 내폭기술이 플루토늄과 우라늄 모두에 적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내폭기술을 우라늄에 적용할 경우 적은 양의 우라늄으로도 폭발을 일으키기 충분하며, 원자로 가동이 중단된 상태에서 외부의 감시없이 고농축 우라늄을 지속적으로 생산해 낼 수 있는 강점이 있다. 따라서 3차 핵실험에서는 높은 수준의 내폭형 기술을 바탕으로 고농축 우라늄을 사용한 내폭형 핵무기 제작으로 소형화·경량화에 근접한 기술수준을 보유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저 기술수준 추측 | 최고 기술수준 추측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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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폭기술 | 초기 단계 | 완성 단계 |
3차 핵실험 폭발력 | 6~7 kt | ~ 40 kt |
소량화‧경량화 | X | O |
다종화 | O | O |
6. 결어: 전반적 불확실성
이상의 내용은 북한의 핵무기 제작 관련 기술적 능력에 대해 우리가 확보하고 있는 정보나 내용이 매우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 따라서 여러 가지 추정과 추측들이 존재할 수 있는데, 우리 정부는 현재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에 근접한 분석 결과를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유념해야 할 부분은 북한에 대한 우리의 정보 및 지식 부재에 대한 현실을 정확히 진단∙자각해야 한다는 것과 북핵에 대한 총체적 불확실성 속에서 북한은 1, 2, 3차에 걸쳐 그 규모에 대한 논란과는 별개로 지속적으로 핵폭발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소형화·경량화’는 태평양 건너 미국의 경각심을 촉발하는 사항이며, 군사분계선을 마주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있어 북한의 핵은 이미 현실화된 실질적인 위협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차 북한 핵실험 이후 북한의 핵활동에 대한 탐지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제논 및 크립톤 탐지를 위한 분석기술 개발, 이동식 및 고정식 포집기 개발, 환경방사선 감시망 확충, 지진자료 국제협력구축체계 등 핵탐지 능력 배양과 함께 사후검증 기술개발도 추진하였으며 극미량 핵물질 분석장비를 구축∙운영 중에 있다.13 또한 핵활동 탐지정보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핵정보 DB, 위성영상 분석시스템을 운영 중에 있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방사성 핵종 탐지, 극미량 핵물질 분석기술 등으로 북한 핵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단계는 이미 지난 것으로 판단된다. 핵실험 중 북한의 기술적 부주의로 인한 다량의 방사성 핵종 유출을 기대하기에는 북한의 기술이 이미 진일보된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핵무기 관련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북한보다 기술수준이 낮은 상황을 감안한다면 앞선 기술력의 북한 핵무기 체계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평가하기에는 많은 구조적 제약이 있다. 또한 우리는 핵무기와 관련된 어떤 실험도 불가한 입장이므로 관련된 분석이나 자료의 활용은 미국이나 중국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를 빌미로 북한의 핵능력을 관망만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핵활동 탐지와 사후분석 능력을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향후 주력해야 하는 분야는 핵무기 제조와 관련된 사전적인 정보체계를 정밀하게 구축하여 운영하는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핵물질 및 방사성 물질거래 추적 기반을 갖추는 것 이외에도 관련 물질에14 대한 지속적인 추적체계, 위성 DB를 통한 핵활동 자료 수집 등을 통해 보다 정밀하게 북한의 기술능력을 지속적으로 감시∙평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북한의 핵능력에 대한 분석이 정확할수록 일관성 있는 대북정책이 가능할 것이며, 신뢰성있는 정보공유를 바탕으로 북핵정책에 대한 국민적 지지확보도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우리의 기술력과 정보력으로 명확하게 밝힐 수 있는 ‘사실’은 ‘2013년 2월 12일 11시 57분, 북한의 함경북도 길주군에서 제3차 지하 핵실험이 있었다’라는 것 뿐이다.
*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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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IAEA and DPRK: Fact Sheet on DPRK Nuclear Safeguards,” http://www.iaea.org/newscenter/focus/iaeadprk/fact_sheet_may2003.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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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Jonathan Medalia et al, 2013, “Nuclear Weapons R&D Organizations in Nine Nations,” CRS Report for Congress, RL4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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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United States Mission to the International Organizations in Vienna, “U.S. Statement to the IAEA: DPRK,” http://vienna.usmission.gov/101202dprk.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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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Mary Beth Nikitin, 2013, “North Korea’s Nuclear Weapons: Technical Issues,” CRS Report for Congress, RL34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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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UCLA Department of English, “Kelly Kiloton Index of Earthquake Moment Magnitudes,” http://www.english.ucla.edu/all-faculty/faculty/335-kelly-kiloton-index-of-earthquake-moment-magnitud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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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지진규모 = log(폭발력) +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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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지진규모 = 0.81log(폭발력) + 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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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Federation of American Scientists, “Yongbyon,” http://www.fas.org/nuke/guide/dprk/facility/yongbyon.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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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Presentation of Professor Frank von Hippel before the UN Secretary-General’s Advisory Board on Disarmament Affairs on February 24, 2005 on the Nuclear Fuel Cycle: Fissile Material Contr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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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M. Mogensen, 1984, “Utilization of the Isotopic Composition of Xe and Kr in Fission Gas Release Re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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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북한은 2006년 핵실험에서 2kg의 플루토늄을 사용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D. Albright & C. Walrond, 2012, “North Korea’s Estimated Stocks of Plutonium and Weapon-Grade Uran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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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998년 5월 28일과 30일 두 차례에 걸쳐 6번의 지하 핵실험을 수행하였으며 폭발력 규모는 5~10 kt이었다. Paul K. Kerr & Mary Beth Nikitin, 2013, “Pakistan’s Nuclear Weapons: Proliferation and Security Issues,” CRS Report for Congress, RL34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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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2012-2016 방사선안전기술개발 5개년 계획 기획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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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UNSC Resolution 2094에서는 북한과의 교역금지 품목으로 우라늄 농축과 관련한 perfluorinated lubricants와 UF6 부식에 강한 벨로우실 밸브를 추가 지정하였다.